오아시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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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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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무님이야 원래 사장님 친척이니깐 그렇고……. 최 상무님
이요?"
'김 전무님이 친척이라고?' 장기하는 몰랐었다. 자신의 업무는
열심이었지만 그 외엔 무관심했던 태도가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자신의 성격으로 영업직에 적응하기
위해 다른 것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전력을 다했던 지난날로 자
위를 해보았다.
"사장이 최 상무에게 날 밀면 불이익이 갈 거라고 협박을 했나
봐. 그리고 김 전무도 말이 친척이지 평소에 사장에게 불만이 많았
어. 나 때문에 자신은 소외되고 있다고…… 병신! 남자답지 못하
게……. 더구나 그도 자기가 자리를 물려받을 줄 알았지 누가 사장
조카딸에게 넘어갈 줄 알았나? 젠장, 김 전무와의 협상을 끝냈어야
했는데…… 젠장!"
"협상요? 그리고 최 상무님은 왜……."
"응, 그런게 있어. 은주 넌 몰라도 돼. 그리고 최 상무는…… 나
도 자세한 건 몰라. 그 놈이 사장에게 무슨 책잡힐 일을 했나 봐."
"잊으세요, 그만."
"뭐? 어떻게 잊어. 이 회사가 누구 때문에 컸는데…… 사장은 회
사나 세우고 경영이나 했지 영업을 뭘 알아?"
"사장님이 영업까지 하라는 법은 없잖아요."
"미스 정, 이런 조그만 유통회사가 영업으로 밥 먹고 살지 오너
의 경영만으로 먹고 사나? 내가 개척한 시장이 얼마야, 도대체
……. 나로 인해 이 년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 몰라? 우리 업종
에선 거의 경이적인 거라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시면 되잖아요?"
"열심히? 젠장. 김미숙 같은 젊은 애, 그것도 이제 서른다섯 살
먹은 계집애 밑에서 열심히……?"
"예? 서른다섯이라고요? 젊은 여성분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서
른다섯이라고는…… 그래도 미국에서 경영을 전공한 분이라고 알
고 있는데요. 박사 코스를 밟다가 사장님이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받고 중단하고 오는 걸로……. 근데 사장님과는 정확하게 어떻게
되는 사이죠? 그 김미숙이라는 분."
김미숙? 서른다섯 살의 여성? 모레 저 새 자리에 앉는 주인인가
보다. 이 역시 오늘 처음으로 안 사실이지만, 장기하도 정은주의
문제를 떠나서 오 전무의 말대로 신임 사장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
각이 들었다.
"미국? 경영? 박사? 젠장, 어디 두고보자고 그래. 걔 아무리 미
국 박사 할애비라고 해도 여긴 한국, 아니 우리 업종에서 버텨 날
것 같애? 사장의 바로 아래 동생 딸이야. 그리고 그 아버지는 사장
다음으로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 실질적으로 형과 동
업자인 관계야, 젠장."
"전무님이 화내실 만도 하군요. 후후……."
정은주가 웃었다. 그 웃음의 크기는 작아서 소리는 겨우 구멍을
통해 넘어왔지만 비웃음도, 오 전무에 대한 안타까움도 아닌 묘한
웃음이었다. 그 웃음을 짓던 정은주의 얼굴에 잠시나마 미소가 돌
았다. 그 미소가 장기하를 매료시킨다. 마치 추운 겨울에 잠시 부
는 따스한 기운 같은 미소가…….
"너의 그렇게 웃는 얼굴은 참으로 매력적이야. 확실히 넌 남자
를 홀리는 무엇이 있어."
"아이, 전무님도……. 제가 뭐 꼬리 달린 여우인가요. 호호!"
호호, 정은주의 웃음이 커졌다. 저런 큰 웃음은 장기하로서는 쉽
게 볼 수 없었던, 아니 한번이라도 본 기억조차 불확실한 그런 웃
음을 지금 정은주는 오 전무에게 보이고 있다. 대체 오 전무와 어
떤 사이기에……. 장기하는 갑자기 목구멍에 무언가가 걸린 것 같
은 느낌에 침을 삼킨다.
"그나저나 은주 너 요즘 어때?"
언제부터 미스 정에서 은주였지? 장기하 자신도 의식을 못하는
사이에 호칭이 미스 정에서 은주로 바뀌어져 있었다. 호칭뿐만 아
니라 정은주를 바라보는 오 전무의 눈길도 달라져 있었다. 음성
도…….
"공분 잘 돼?"
"……."
"왜, 또 무슨 문제가 있나?"
"엄마 병세가 좀……."
"더 나빠지셨나 보지?"
'엄마의 병세?' 정은주의 어머니가 아픈가, 그래서……. 그리고
공부는 뭐지? 장기하는 더욱 집중했다.
"나아지겠지."
정은주는 떨기 시작했다. 소리 같은 건 들리지 않았으나, 구멍을
통한 장기하의 눈엔 분명히 미세하게 달싹거리는 그녀의 어깨가
보였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살포시 감싸안아 주고 싶다.
그러나 지금 정은주를 안아 주도 있는 이는 장기하 자신이 아니라
오 전무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오 전무는 책상을 돌아 나가 정은주에게로 다
가가더니 그녀를 품에 안는다. 정은주는 오 전무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히고는 아무말이 없다.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아서 미세하게
달싹거리던 정은주의 어깨는 이젠 평온해 보였다. 장기하는 무언가
가 치밀어 오름을 느꼈다. 그녀, 정은주를 진정 나는 사랑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제 좀 진정이 되나? 이야! 그나저나 은주 너 오랜만에 안아
보는군."
"아이, 전무님도……."
어리광을 부리는 아이 같은 말투로 오 전무가 말하자 다시 정은
주가 웃었다. 이번에도 그 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오 전무의 가
슴에서 얼굴을 뗀 채 안겨서 오 전무의 얼굴을 바라보는 정은주의
옆얼굴 입가에 미소가 도는 것을 장기하는 확실하게 볼 수가 있었
다.
그때였다. 둘의 시선이 마주치고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정은주
가 살포시 고개를 떨구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그윽하게, 장기하
는 부정하고 싶었지만 분명 그의 눈빛은 장기하에게 그윽하게 보
였다, 바라보던 오 전무는 정은주의 얼굴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
다. 그리고 오 전무의 입술이 정은주의 입술 위로 포개어졌다. 처
음엔 가볍고 짧은 입맞춤이었다. 그러나 오 전무의 입술이 떨어져
나갔다가 다시 정은주의 입술을 찾았을 때, 오 전무는 격렬하게 그
녀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오 전무의 오목해진 입가의 근육이
강렬한 흡입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은주의 핑크빛 입술이 점점
번지르르해지면서 조금씩 지워지고 있었다.
"으……읍! 수……숨이 마……막혀요. 전무……님."
정은주는 오른팔로 오 전무를 밀쳐 내려고 힘을 써 보지만 오
전무는 막무가내였다. 장기하의 눈엔 힘을 쓰는 정은주의 가녀린
팔이 애처롭게까지 보였으며, 정은주의 핑크빛을 머금은 오 전무의
번들거리는 입술은 더러워 보였다.
"흐……읍! 가만히 좀 있…… 너의 입술을 가져본지도 오래
……"
사장실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오 전부의 민머리도, 그의 입술도
번들거리고 있음을 장기하는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
에서 구멍으로 모든 것을 지켜보면서 그들에게 당당하게 달려들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원통, 아니 그저 불만스러울 뿐이다. 아무
도 없는 사내에서 벌이는 지금 그들의 행동이 옭고 그름을 떠나서
장기하 자신은 제 삼자일 뿐……. 아무리 정은주에 대한 연정이 깊
다고 하더라도 자신은 그들에겐 엄밀히 따져서 타인이 아니던가.
서글픔이 몰려왔다.
"아……아! 전무님, 여긴 회……회사예요. 누가 보면…… 읍!"
오 전무가 무얼 말하려는 듯했지만, 그들 포개진 입 사이에선
쩝쩝,거리는 공명음만 날 뿐이었다. 외화에서 남녀가 열정적인 입
맞춤을 나눌 때 그 장면을 더빙하는 성우는 자신의 팔목을 빨아
저 소리를 낸다지, 장기하는 성우의 그 과장된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비록 이곳과 그들과의 사이엔 견고한 벽이 존재했지만, 지
름 4센티 전후의 구멍을 통해 넓은 사장실의 공간이 증폭기 역할
을 하는 것 같았고,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장기하의 귀는 안테나
가 되어 미세했지만 저 과장된 소리, 아니 지금 장기하 앞에서 연
기가 아닌 실제의 저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서글픔이 분노로 변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장기하는 오히려
점점 냉정해져 가고 있음을 느낄 뿐이었다.
"후……! 이 시간에 누가 있다고 그래? 이리 와 은주……."
오 전무도 숨이 가빴는지 정은주의 입술에서 자신의 입을 떼어
날숨을 내뱉고 나서 말을 했다. 정은주는 오 전무의 뜨거움에 자신
의 입술이 타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그
가녀린 오른팔에 힘을 더욱 가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오른팔을
꽉 잡은 오 전무의 왼팔에 정은주는 한낱 가벼운 새에 불과해 보
였다. 다시 오 전무의 입이 정은주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그
러면서 오 전무는 오른팔을 뻗어 정은주의 등을 감싸 안기 시작했
다. 처음엔 정은주의 등을 가벼운 동작으로 쓰다듬더니 점점 그의
팔에 힘이 들어가고 있음을 장기하는 그의 반소매 셔츠에서 노출
된 팔뚝의 울뚝해진 핏줄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색에 용솟음치는 듯한 핏줄이 선 그의 팔뚝. 비록 오 전무였지
만 강인해 보임이 보기 좋았다. 남자다웠다. 장기하는 그런 생각에
잠시 구멍에서 눈을 떼어 자신의 팔뚝을 쳐다보았다. 왜소한 팔뚝.
싫었다…….
다시 구멍으로 얼굴을 가져갔다. 정은주는 중심을 잃었는지 몸
을 제대로 가누질 못하고 있었다. 오 전무를 축으로 하여 마치 팽
이처럼 한바퀴 돌더니, 오 전무와 위치가 바뀌었다. 오 전무의 입
은 정은주의 입술을 벗어나 뺨, 턱, 귓불, 그리고 목을 핥고 있었
다. 남자다운 강한 팔뚝에서 오 전무는 개처럼 변하고 있었다. 장
기하의 눈에 그렇게 보였다.
냉정해진 장기하는 더 이상 아무런 감정 없이 그들의 행위를 엿
볼 뿐이었다. 다만 목이 마르고 담배를 한 대 피워 물고 싶다는 욕
구만 강하게 일고 있을 뿐이다.
'담배……?' 생각을 해보았다. 지금 담배를 피워 문다면, 괜찮을
까? 군대 시절이 생각났다. 밤중에 경계를 설 때엔 담배는 절대 금
물이었었지. 담뱃불은 생각보다 먼 거리에서도 식별이 가능할 만큼
위험한 요소였다. 그걸 어기면 바로 영창이라고 분대장은 내가 신
병일 때 수시로 겁을 주곤 했었지. 하지만 장기하도 군댓밥이 늘어
가면서 밤중의 경계 중일 때도 요령 것 담배를 피울 수 있게 되었
다. '요령 것? 그래 젠장, 벽이 있고 이 조그만 구멍으로 연기와 냄
새가 들어가면 얼마나 들어갈까? 그래, 연기는 고갤 돌려 내뿜으면
돼. 불을 붙일 때만 조심하면 돼' 라는 판단은 냉정한 상태인 장기
하로서는 크게 문제가 되질 않았다. 장기하는 담배 한 대를 꺼내어
물고선 구멍에서 떨어져 요령 것 불을 붙였다. 담배 한 모금이 참
으로 달고 맛있었다. 어두움을 가르면서 올라가는 담배 연기는 장
기하에게 불현듯 다시 그날을 떠올리게 했다. 그 소녀, 어릴 적 폐
가에서 덩치에 깔려 엄마를 외치며 색을 쓰던 그 계집아이를 목격
하던 날을. 그리고 그날을 김 대리로 인해 되새기게 되었었던 그날
을……. 색을 쓰던 계집아이와 덩치에겐 당장 달려가 뜨거운 물이
라도 퍼붓고 싶었지만, 오늘은 내가 왜 이리도 담담한 건지 모르겠
다. 정은주를 향한 내 열정은 현재진행형이고 그 애에 대한 열정은
과거완료형인데, 더구나 그 애보다 정은주에게의 열정이 더한 무게
였었는데……. 내가 변한 걸까? 세월이 나를 변하게 만들었고, 그
변화가 나를 무디게 했을지도 모를 일이지. 그런 씁쓸한 생각을 하
면서 장기하는 다시 구멍을 향해 얼굴을 가져갔다.
정은주가 등받이가 큰 사장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오 전무로 인해 앉혀진 것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아무튼 담배 한
대를 물어 불을 붙인 사이에 그들의 자세는 변해 있었다. 오 전무
는 그런 정은주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상체를 그녀의 가슴쯤에 파
묻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채로 오 전무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
지는 장기하는,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 오 전무의 뒷모습이 정은
주를 반 이상이나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 전무의 무게
로 인해서 정은주가 약간의 회전을 하고 난 후, 그들의 모습을 장
기하는 제대로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오 전무는 정은주가 제지하
려고 내민 듯 보이는 오른팔을 왼손으로 강하게 잡고선 오른손으
로는 정은주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입은 블
라우스 첫 번째 두 번째 단추가 풀어헤쳐 드러난 정은주의 쇄골
부위를 핥고 있었다. 정은주는 다리로라도 어찌 해보려고 힘을 써
보려는 듯했으나, 오 전무가 자신의 배로 그녀의 두 무릎을 힘껏
압박하고 있었기에 제대로 저항할 수가 없어 보였다. 정은주는 그
나마 자유로운 왼팔을 오 전무의 어깨에 뻗어 밀쳐 보려 했으나
그것도 허사로 보였다. 정은주는 숨이 막혀 오는지 얼굴을 뒤로 제
쳐서 작은 비명을 지르고 나더니 다시 오 전무의 뒤통수를 바라보
기 시작했다. 정은주의 그런 고갯짓으로 그녀의 뒷머리에 피어 있
는 연보라색 꽃도 얼굴의 움직임에 따라서 같이 움직였다.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의 연보라색 꽃의 급격한 움직임은 장기하의 눈에
착시를 일으켜 연보라색 꽃이 그려낸 궤적을 따라 연보랏빛 잔상
을 만들고 있었다.
"아! 저……전무님 도대체 어디까지……. 그만하세요."
"가……가만있어. 너……너를 가져 본지도 오래야."
'가져 본지도……' 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장기하도 충분
히 알 수는있었다. 사실이었다. 미스 박이 호텔에서 저 두 사람을
목격한 그날의 그 둘의 모습이 암시하던 그것이, 물론 지금까지 저
둘이 구멍 건너편 사장실에서 하고 있는 행동은 저 둘의 관계를
충분하게 말해 주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직접 그들의 입을 통해 확
인을 하게 되니 장기하는 기분이 묘해지는 것 같았다.
"지난달은 건너 띄었잖아."
정은주의 드러나기 시작한 어깨를 핥던 오 전무가 얼굴을 들어
말했다.
"지난달은 날이 안 맞았잖아요. 전무님도 바빴고 저도 중요한
강의가 있었고…… 전무님이 절 찾았을 때엔 전 위험한 날이었고."
"그래, 그랬지! 그런데 우리의 약속을 잊은 건 아니겠지."
"……."
"난 너에게 용돈을 대주고 넌 한 달에 한번 나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 우리의 약속 말이야. 넌 나의 도움으로 야간 대학원엘 들어가
니 소원이던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고 니 어머님의 치료도……. 달
마다 이 백 만원은 작은 돈이 아니야! 그동안 잘 지켜더니 오늘따
라 왜 그래?"
'대학원? 어머님의 치료? 그랬군.' 그들 관계의 실체가 풀리는 순
간이었다. 자신의 현실 때문에 오 전무와……? 하지만 정은주는 오
전무를 사랑할까? 그 계집애처럼 색을 쓰는 재미인 것은 혹시 아
닐까? 오 전무가 아니라 내가 정은주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면,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정은주는 받아들일까? 만일 받아들인다면,
정은주는 날 사랑했을까? 그런데…… 이백만 원? 아, 나에겐 불가
능한 사랑이야. 그런 생각에 장기하는 우울해졌다.
"약속 잊지 않았어요. 전무님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 가지고 있
어요. 전무님 아니었다면 전 제 꿈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그것보다 회사의 월급으로는 어머닌……. 전무님이 말씀했듯이, 전
무님도 알다시피 전 그 동안 약속 지키려고 노력했잖아요. 지난달
에 밖에서 만나기로 한 날엔 전무님은 일본 출장 중이셨고 다녀와
서는 따져 보니 전 가임 기간이었어요. 난 부작용이 심해 약을 먹
지 못하고 전무님은 콘돔은 싫어하고…… 그렇게 된 것……"
약간은 냉정한 음성, 정은주의 매력이라고 느껴지는 목소리로
오 전무를 내려다보며 말하는데 오 전무가 그녀의 말을 가로채었
다.
"그래서 오늘 약속을 지키면……."
"오늘요?"
정은주도 오 전무의 말을 끊어 물었다. 오 전무는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던 오른팔로 정은주의 종아리, 무릎, 허벅지를 쓰다듬으
면서 말을 받았다. 왼손은 여전히 정은주의 오른 팔목을 거머쥐고
있었다.
"그래, 오늘."
"안돼요!"
정은주가 단호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총무부에 볼 일로 갔
을 때, 담당자가 정은주였을 때, 떨리는 음성으로 그녀에게 용무를
말했을 때, 장기하의 의사를 받아들일 수 없었을 때, 자기에게 했
던 것처럼 그렇게 단호한 음성이었다. 저 차가움, 도도함. 하지만
정은주의 아름다운 외모는 그런 것마저 매력으로 만들던 여자였다.
"왜? 아!……은주"
오 전무는 오른팔로 쓰다듬던 허벅지 안쪽으로 얼굴을 갖다 대
더니 입가로 판탈롱을 비벼 대면서 끈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그날이에요."
"그날? 여자가 한 달마다 매직에 걸린다는 그날?"
"아이, 전무님도 그런 애들 말 쓰실 줄 아세요? 아무튼 전무님의
재치는 알아주어야 한다니까 호호!"
단호함은 사라지고, 정은주가 제법 소리를 내어 웃었다. 정은주
도 저렇게 웃을 수도 있구나, 그런 느낌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오 전
무는 두팔을 정은주의 무릎에 갖다 대더니 그녀의 두 다리를 벌렸
다.
"넌 오늘 그날이 아니야!"
오 전무는 양팔로 정은주의 무릎을 벌린 채 그녀의 벌려진 가랑
이 안쪽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이젠, 오 전무의 음성이 단호
해졌다.
"이렇게 거기가 타이트한 바지는 그게 티가 나지 ……패드가 없
어. 그리고 냄새가 나질 않아. 내가 여잘 한 둘 하루 이틀 상대해
보나?"
"……."
"넌 오늘 괜찮은 날이야."
"실……은 위험한 날, 가임 기간이에요."
정은주가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실의 넓은 공간의 증
폭이 없었다면 들리지 않았을 그런 목소리로……. 그 말이 끝나자
마자 오 전무는 고개를 퍼덕 들더니 정은주의 얼굴을 매섭게 쳐다
보기 시작했고, 정은주는 고개를 숙이면서 눈을 감았다.
"정말? 아니야. 오늘 넌 괜찮은 날이야, 은주! 날짜 한번 따져 볼
까?"
"……."
"오늘 왜 그래? 은주 넌 나에게 특별한 여자야, 아주 특별한
……."
장기하는 그녀 정은주를 '은주'라고 부를 수 있는, 부르는 오 전
무가 부러워졌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정은주는 특별한, 아주 특별
한 여자라는 것을 말하고, 외치고 싶었다.
"죄……송해요. 하지만 오늘은 왠지…… 더구나 여기선……."
얼굴을 하늘거리는 하얀 색 판탈롱으로 감싸져 있는 허벅지 쪽
으로 다시 가져간 오 전무는, 비비대기 시작했다. 입으로, 뺨으로,
다시 입으로 허벅지, 넓적다리, 무릎, 정강이, 발목, 다시 정강이,
무릎, 넓적다리, 허벅지를. 허벅지에서 허벅지 안쪽으로 향하더니
가랑이 안쪽에 얼굴을 파묻고 "아! 너의 냄새를 맡고 싶어"라고 말
을 하면서 소리내어 크게 호흡한다.
"아……아! 전무님, 제발 그러지 마세요. 이러다가 느낌이 오겠
어요."
'느낌? 무슨……' 장기하는 정은주가 달뜬 목소리로 내뱉은 '느
낌'의 의미가 언뜻 와 닿지는 않았으나, 그녀의 달뜬 목소리에 장
기하 자신도 왠지 달뜨기 시작했고 갑자기 무언가가 가려운 듯했
다.
"그……그래? 허……헉헉 으……은주! 느낌보고 오……오라고
해. 느낌보고 빠……빨리 오라고 해! 으……은주, 오……오 전무는
아니 오 며……명태는 느낌……이미 왔다고 빠……빨리 오라고 해.
으……은주야!"
흰색 판탈롱의 허벅지, 넓적다리, 무릎, 정강이를 입가로, 뺨으로
핥으면서 비비대면서 내려갔다가 올라갔다가, 오 전무의 움직임이
매우 빨라지고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오 전무의 목소리는 그의 입
이 판탈롱에 눌려서 간헐적으로 들려 왔지만 분명 거칠고 뜨거운
상태였다.
"저……전무님도 참! 느……느낌이 오기 싫다고 하네요."
정은주는 치기 어린 목소리로, 재미있다는 듯 웃음으로 답했지
만, 그녀의 목소리도 약하지만 거칠고 뜨거워졌다.
"그래? 그럼 내가 느낌이 확실하게 오게끔 만들어 주지!"
오 전무가 벌떡 일어서더니 두 팔을 뻗어 회전의자의 정은주를
끌어당겼다. 정은주가 그의 품으로 가볍게 날아져 안겨졌다. 오 전
무는 자신의 품안으로 들어온 정은주를 오른팔로 뒷머리를 강하게
잡고 왼팔로는 정은주의 어깨를 휘감은 채로 그녀의 입술을 덮쳐
강한 흡입력으로 빨기 시작했다. 그런 오 전무는 까치발을 하고 있
었다. 그의 그런 모습은 장기하에게 '나라면 서서도 정은주의 입술
정도는 문제가 없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 피식 웃게
만들었다. 그런 장기하의 웃음은 매우 짧았지만, 이어진 한숨은 길
기만 했다.
오 전무의 입이 정은주의 입술을 떠나 뺨, 목덜미로 내려오자
크게 날숨을 터트렸다. 정은주의 힘들어하는 표정은 상관없다는
듯, 오 전무의 거칠고 뜨거운 애무는 계속되었으며 어깨를 거머지
었던 왼팔로 정은주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오 전무의
입이 목덜미를 지나 왼쪽 어깨 부위에 이르자 정은주의 목이 오른
쪽으로 기울더니 뒤로 크게 꺾여졌다. 정은주의 고갯짓에 놓쳤던
오 전무의 왼손은 뒤로 꺾여진 정은주의 뒷머리를 다시 잡았고, 그
손은 벗어나려는 정은주의 움직임에 밀려 정은주의 뒷머리에서 위
아래로 움직이게 되었다. 그 움직임에 정은주 뒷머리를 말총머리
모양으로 묶고 있던 헤어밴드가 뒤틀리기 시작했고, 그것이 거치적
거렸는지 오 전무는 그걸 풀었다. 정은주의 뒷머리에서 연보라색
꽃이 떨어졌다. 꽃이 떨어지자 정은주의 젖혀진 뒷머리에서 검고
빛이 나는 머리가 떨어졌다. 공작새의 꼬리처럼 아래로 뻗다가 부
챗살처럼 펼쳐졌다. 정은주는 오 전무의 애무로 고갯짓을 했고, 고
갯짓은 펼쳐진 정은주의 머리를 찰랑거리게 하게 했다.
"흡……흐읍! 으으……주 이……래도 느끼이 아…… 와?
정은주를 빨고 있는 오 전무의 입은 그녀의 뺨과 목덜미에 밀착
되어 발음이 정확하지 않았다.
"저……전무님, 부……불편해……요."
정은주의 말이 끝나자마자 오 전무는 그녀를 들어 그의 팔에 눕
혔다. 오 전무의 오른팔은 들려진 정은주의 등을 감쌌고, 왼팔로는
그녀의 무릎 뒤를 가로질러 들어 안은 채로, 오 전무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소파로 데려가려나 보다. 그럼 둘은 시야에서 사
라지겠군. 장기하의 생각과는 달리 오 전무는 정은주를 책상, 사장
의 업무용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정은주의 등을 감쌌던 오른팔
을 그녀의 뒷머리로 옮겨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녀를 내려 뉘였다.
정은주의 머리 위로는 두 뼘 정도의 자리가 남아 있었으며, 그녀의
발목은 업무용 테이블을 벗어나 있었다. 업무용 테이블을 벗어난
정은주의 발등엔 흰색 샌들이 발뒤꿈치에서 벌어진 채로 겨우 걸
쳐져 있었다. 오 전무는 그런 샌들을 정은주 발에서 벗기더니 손에
서 그대로 놓아 버렸다. '또가닥'하고 한 쌍의 샌들이 바닥에 떨어
지며 뒹굴며 서로 각각의 경쾌한 소리를 냈다.
"맨발이군. 넌 맨다리도 예쁘지만 스타킹을 신은 게 더 예쁜데
요즘은 볼 수가 없군."
샌들이 벗겨진 정은주의 다리를 쳐다보며 오 전무가 말했다.
"스타킹요? 요즘 이 더운 날씨에 팬티스타킹은 신기 어려워요."
"그런가? 미스 정, 내가 지난달 일본 출장을 갔다가 어딜 갔었는
지 아니?"
호칭이 은주에서 미스 정으로 바뀌었지만 시선을 정은주의 얼굴
로 향한 채 오른손으로는 정은주의 발가락부터 발등, 발목, 흰색
판탈롱 위의 정강이, 무릎, 넓적다리, 그리고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
으면서 입을 여는 오 전무의 시선과 목소리는 여전히 끈적거렸다.
"어딜요? 일본엔 시장 조사차 가시지 않았었나요? 새로운 아이
템을 개발하러……"
"그래, 그랬지. 물론 우리가 취급할 만한 새로운 아이템 뭐 없을
까,하고 동경엘 갔었지. 긴자에선 백화점 바이어도 만나 보고 아키
하바라에선 우리가 취급할 만한 가전제품이 뭐 없을까 시장조사도
하고 말이야."
"그래서요? 뭐 괜찮은 아이템을 발견하셨나요?"
정은주 발끝에 서 있던 오 전무가 등받이 높은 회전의자로 향하
여 앉자 정은주는 누은 채로 고개만 그를 따라 돌리며 물었다.
"몇 가지는, 아직 구체적이진 않은데 우리 시장에서 충분히 통
할 만한 괜찮은 아이템 하나는……. 바이어와 상담도 했는데……."
"뭔데요?"
"싫어, 나도 몰라! 젠장, 내가 이 자리에 앉으면 사람을 보내 마
무리 지려고 했는데……."
오 전무는 미간을 찡그리며 투덜대는 투로 말을 했다. 그런 오
전무를 보고 정은주는 왼손을 내밀었고, 크고 육중한 업무용 테이
블에 뉘어진 그녀를 앞에 두고 회전의자에 앉아 있어 그녀 위로
윗가슴부터 보이는 오 전무는 오른손을 내밀어 그녀의 왼손을 잡
았다. 장기하에게 정은주의 그런 모습은 마치 오 전무를 위로라도
하는 듯한 행동으로 보였다. 그런 모습에 씁쓸해진 장기하는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오 전무도 아직 화가 안 풀리는지 담배를 꺼
내 물고 불을 붙인 다음 긴 날숨과 함께 담배 연기를 뿜으면서 말
을 이어갔다.
"출장 마지막날이었어. 동경엔 내 친구가 한 명 살고 있지. 부랄
친구이자 고교 동창이고 한데 그 친군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가 눌
러 앉아 지금은 사업이 성공해서 잘 살고 있는 놈이지. 사실 이번
일본 출장도 그놈도 볼 겸 그놈 도움도 받을 겸해서 간 거야. 그
녀석이 마지막날 밤엘 날 신주꾸로 데리고 가더니 '너 이런데 와
봤니?' 하며 어떤 술집엘 데리고 가는 거야. 지하의 술집이었는데
간판엔 연극(演劇)이라고 쓰여져 있더군."
"연극요? 무슨 술집 이름이 그래요?"
"나도 처음엔 거 참 술집 이름 묘하다 싶었지. 근데 거길 들어
가 보고 친구의 설명을 들어보니 이해가 가더군. 거긴 말로만 듣던
롤 플레잉 게임을 하는 바였어."
"롤 플레잉 게임요? 무슨 컴퓨터 게임 같은 걸 할 수 있는 술집
인가 보죠?"
"컴퓨터 게임이 아니라……. 말 끊지 말고 내 말 들어봐. 거긴
바와 룸으로 이루어진 화려하고 큰 술집이더군. 근데 거기 룸이 바
로 롤 플레잉 게임을 즐기면서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더군. 컴퓨
터 게임이 아니라 여자와 롤 플레잉 게임을 하는……. 여러 메뉴가
있더군. 스튜어디스, 여고생, 여대생, 오피스걸, 교사, 경찰 등등. 아
무튼 일본 놈들이란……. 예를 들어 손님이 게임을 원해서 메뉴판
에서 스튜어디스를 선택하면, 안내원을 따라 룸으로 들어가면 룸
안엔 기내처럼 꾸며져 있어. 뭐? 물론 비행기 전부는 아니지. 한
예닐곱 평쯤 되는 공간을 기내처럼 꾸며 놓은 거야. 기다리고 있으
면 조금 후 스튜어디스 복장을 한 여자가 등장을 하지. 그리고 손
님에게 어떤 상황을 원하느냐고 물어 봐. 걔들은 이쁘기도 하지만
매우 친절해. 걔들은 비록 술집에서 웃음을 파는 애들이지만 프로
정신만큼은 우리도 배워야 해. 왜? 뭐 그런 것까지 본받을 필요가
있냐고? 난 프로를 존중하는 사람이야. 회사 경영도, 영업도, 일도
프로가…… 내가 이 자리가 탐나서만이 아니라 김미숙이 같은 계
집애…… 아! 미안, 미안. 여성 비하적인 발언은 취소할게. 넌 여자
지만 나에겐 특별한 존재니깐…… 하하! 뭐 놀리지 말라고? 놀리는
게 아니라 진심이야, 진심.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김미숙이는 여
자 이전에 프로가 아니라는 거야. 그런 애송이가 어떻게 이런 회사
를…… 젠장.
아무튼 손님이 만일 '난 하이재커다. 지금 상황은 총으로 내가
기내를 장악하고 있으나 아직 조종실은 상황을 모른다. 넌 승객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스튜어디스지만 너무 매력적이다. 난 너의 그
섹시함에 반해 널 겁탈한다. 넌 처음엔 반항하지만 내가 계속해서
반항하면 승객을 한 둘씩 총으로 쏘겠다는 협박에 끝낸 날 받아들
인다' 라고 주문을 하면 고객의 요구대로 스튜어디스 복장을 한 여
자가 행동을 하는 거라고 그놈이 설명해 주더군. 왜? 역겹다는 표
정이네. 하지만 그 술집이 하루 벌어들이는 달러가 얼마인데…….
아무튼 일본 얘들 장사도 철저히 프로지. 만일 손님이 일어를 모르
잖아? 그러면 마이크에다 주문을 하면 통역하는 놈이 스튜어디스
에게 이어폰으로 전달해 주지. 대단하지 않아? 일본 놈들의 철저한
프로 정신이 말이야. 뭐? 다른 건 뭐냐고? 왜 은주도 관심이 있나?
다음에 기회가 되면 데리고 가 줄까? 친구 놈 말들어 보니까 남자
하고 게임 할 수 있는 술집도 있다던데…… 하하! 농담이야, 농담.
후후. 은주 그렇게 쬐려 보니까 더 매력적이군. 다른 건…… 음, 그
중에서 스쿨걸 룸 얘기를 해줄까? 실은 내 친구 그놈이 거길 이용
했는데…… 나중에 물어 보니, 첨엔 뭐 그런 것 다 물어 보냐고 난
리를 치던 녀석이 자세히도 설명해 주더군. 거긴 하이스쿨, 말 그
대로 고등학교 교실처럼 꾸몄대. 메뉴판을 펼치면 여러 여자 애들
이 다양한 교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나온대. 그 중에서 마음에 드
는 교복을 입은 애를 찍으면 그 애가 들어오고 아까 스튜어디스처
럼 손님의 요구대로 행동을 하는 거지. 그런데 글쎄 그 녀석은 자
신은 교사고 넌 중요한 시험을 망쳐 대학 진학에 문제가 생긴 학
생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넌 자신의 처녀를 받칠 테니 선생님 제
발 성적을 고쳐 주세요, 라는 심정으로 아무도 없는 방과 후 텅 빈
교실에서 날 유혹한다. 난 처음엔 무시하지만 처녀라는 말에 그만
넘어가고 만다. 그래서 널 흥분 속에서 탐하지만 넌 여고생, 처녀
답게 고통 속에서 날 받아들인다, 라고 주문했대나 뭐래나……. 그
놈 저질이지? 그렇지? 하하! 뭐? 여고생, 아직 미성년자인 애를 가
지고 노냐고? 그건 아닌가 봐. 성년이 된지 얼마 안 된 애들 중에
교복 입히면 학생처럼 보이는 애들을 쓰나 봐. 물론 처년 아지니.
하지만, 하……지만 너…… 은주는 달랐지. 그……날 그날 너를 처
음으로 가지던 날, 내가 처녀인 걸 알았을 때 난…… 난 솔직히 크
게 놀랐어. 너 같이 아름다운 여잘 처녀로 가졌다는 사실이 뿌듯한
기쁨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왠지…… 두려움이 들기도 했어.
왜? 글쎄 뭐랄까, 물론 그땐 너의 급한 사정을 이유로 그걸 해결해
주는 조건으로 너와 잠자릴 한 거지만, 너 같이 특별한 여잔 내가
영원히 책임을 져 주어야 한다는 책임감 같은 것이 들었다고나 할
까. 아무튼…… 은주, 벌써 이 년 전 일이군."
오 전무의 기행을 구멍을 통해 들으면서 장기하는 자신도 모르
게 흥분했지만, 정은주와 오 전무의 관계가 벌써 이 년이 되었다
는, 첫 관계 때 정은주는 처녀였다는 것에 뜻 모를 서글픔에 젖어
들었다. 그 서글픔은 고혹적이면서도 단정하고, 지극히 여성스러우
면서도 냉정한 여자, 저런 정은주의 그녀 모습만큼이나 깨끗했을
순결을 오 전무가 짓밟았다는 생각에, 보지도 못한 그날의 광경이
자신도 모르게 그려지면서 애절한 분노로 변해 가고 있었다.
오 전무는 담배를 재털이에 비벼 끈 자신의 오른손으로 다시 정
은주의 다리를 매만지기 시작하면서 말을 이었다.
"내가 그 술집에서 어딜 들어갔는 줄 알아?"
"전무님도……?"
"왜, 실망스러운가? 미안하지만 친구 그놈의 성의를 무시할 수가
없었어. 아주 비싼 술집이었거든. 그럼 나도 재미있게 놀아 주어야
할 것 아닌가? 하하! 그리고 나도 남자야. 난 오피스걸 룸엘 들어
갔지."
"오피스걸……"
힘없은 작은 소리로 오피스걸……를 되새기며 정은주는 고개를
바로 하고는 눈을 살며시 감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는 오
전무의 얼굴이 불그스레해지고 있었다.
"그래, 오피스걸! 거긴 사무실 모양을 하고 있더군. 난 메뉴판을
넘겼지. 거긴 여러 명의 여자들 사진이 있었어. 투피스 차림의 여
자, 원피스의 여자, 하나 같이 세련되고 늘씬한 오피스걸의 모습들
이더군. 하지만 내 구미를 당긴 것은 그런 여자들이 아니라 감색
스커트와 조끼 그리고 흰 블라우스를 입고 있는 여자였어. 그 중에
서 다리가 늘씬한 여성을 골랐지. 근데 그 여잔 검정색 스타킹에
검정색 하이힐을 신고 있더군. 머리는 긴 생머리를 하고……. 내가
이걸 좀 바꿀 수 없냐고 물었지. 물론 일본어는 내가 못하니까 서
툴지만 영어로 할까 하다가 한국말도 가능하다더군, 하여간 일본
애들 장사 솜씨는……. 아무튼 난 커피색 스타킹에 하얀색 샌들,
여사원들이 사무실에서 흔히 신는 샌들로 말이야. 그리고 머리모양
도 바꿀 수 없냐고 물었지. 가능하대. 그래서 그걸 뭐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머릴 뒤로 올려서 묶고 그걸 검은 망사로 덮는 모양새
로 말이야. 은주, 내가 왜 이렇게 요구했는지 알아?"
"……."
"유니폼을 입고 있는 여자 사진을 보니까 너 정은주가 생각났기
때문이야."
"저요? 하필 제가……."
"은준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좋지만 넌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가
제일로 예뻐…… 아니 섹시해. 니가 유니폼을 단정히 입고선 나에
게 와서 새로 들어온 여직원이라고 인사를 하던 날, 사실…… 난
그날을 아직도 잊지 못해. 널 처음 보았던 그날. 먼저 참으로 곱구
나 하는 느낌이 들었지. 너의 얼굴은 정말 곱고 예뻤어. 하지만 너
의 그 은은하면서도 톡 쏘는 듯한 눈빛과 약간은 냉정한 듯하면서
도 예의바른 말투는 널 도도해 보이게 했지. 아름답고 도도한 여자
는 남자에게 정복욕을 불러일으키지. 솔직히 고백하자면 니가 그날
인사를 하고 나가려고 할 때, 그때 넌 요즘 애들 답지 않게 두 손
을 가지런히 앞으로 모으고서는 고개만 까딱하는 게 아니라 허리
를 숙여 정중하게 나에게 인사를 했었지. 그때 니 다리가 첨으로
내 시선에 들어왔거든. 그때 까진 니 얼굴과 니 자태에 넋을 잃어
니 얼굴만 쳐다보았었는데 말야. 아무튼 그때 니 다리는, 여자 다
리보고도 이런 표현이 맞는 건지는 몰라도 너무나 아름다웠어. 군
살 하나 없이 늘씬하면서도 탄력적인 다리를 색깔 모를 스타킹으
로 감싸고 있었지. 정말로 섹시했어. 내가 여잘 한두 명 상대해 본
것 아니지만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거든. 좀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
날 집엘 들어갔는데 그날 마침 마누라가 외출에서 돌아왔는지 외
출복 차림이더군. 근데 니가 그날 신고 있었던 색깔의 스타킹이잖
아. 물었지. 참으로 보기 좋은데, 그 스타킹 색깔이 뭐냐? 그러자
마누라는, 그 뚱뚱이가 나보고 어머 당신 웬일이에요. 나에게 관심
끊은 줄 알았는데 이건 커피색이에요, 커피색 팬티스타킹. 그러면
서, 또 여자가 생겼나 보죠? 그러잖아 젠장……."
오 전무의 음성이 점점 떨리기 시작했고 그의 표정은 무언가를
간절히 갈망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러더니 회전의자에서 일어나
정은주에게로 다가가서 허리를 숙이더니 그녀의 얼굴을 다시 핥기
시작했다. 오 전무의 입은 정은주의 이마, 콧등, 뺨, 귓불, 다시 콧
등, 입술, 턱, 목덜미, 그리고 그녀의 어느 정도 들쳐진 어깻죽지에
다다랐고, 오른손으로는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정은주는 오 전무의 거칠고 격정적인 행동이 부담스러운 듯 헉헉
대며 몸을 뒤척이기 시작했다.
"으……으! 저……전무님, 제……제발 그만 하세요."
몸의 뒤척임이 심해지자 오 전무는 정은주의 상체를 들어 안아
일으키더니 그의 가슴 가까이 그녀를 밀착시켰다. 정은주의 반항을
억제하려는 듯 왼팔로 등을 가로질러 그녀의 왼쪽 어깨를 강하게
거머쥐고선 오른손으로는 블라우스의 남은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가……가만히 좀 있어 은주. 나도 남자야, 남자란 말이야. 내가
거기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왜 여잘 그렇게 바꿔 달라고 했는지
알아? 너……널 가지고 싶어서야, 제대로. 너……넌 항상 불을 꺼
야 침대엘 들어왔지."
마지막 단추가 풀렸다. 오 전무는 블라우스의 오른쪽 어깨를 잡
아 내렸다. 반소매의 블라우스는 정은주의 몸부림 때문에 오히려
쉽게 그녀의 어깨를 벗어났다. 오른쪽 어깨가 벗겨진 블라우스는
왼쪽 어깨도 그리 어렵지 않게 벗겨졌고 오 전무는 그런 블라우스
를 자락으로 잡아 뒤로 댕겼다. 정은주에게서 블라우스가 떨어져
나갔다. 그녀에겐 흰색 판탈롱과 흰색 슈미즈만이 남아 있을 뿐이
다. 하얗고 여리게 보이는 정은주의 드러난 어깨를 핥으면서 오 전
무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난 지난 2년 동안 널 제대로 보질 못했어, 널 벗겨 보고 싶었
는데……. 그……그날. 가만히 좀 있어 정은주. 음! 그날 술집의 여
자보고 그랬지. 너……넌 이름이 정은주다 따라 해봐 정, 은, 주.
그러니까 그 여잔 서툰 발음으로 따라 하더군. 난 그 여잘 너로 생
각했지. 여긴 사무실이다. 난 너의 회사 사장이고 넌 나의 호출을
받아 내 방엘 온 것이다. 너……넌 용무가 끝나고 나가려는데 내가
널 덮친 거다. 넌 처음엔 반항을 하지만 끝내 날 받아들인다. 그래
서 널 안아서 소파에 뉘인 다음 사랑을 시작 할거야 이 사장실에
서……. 난 그 여자와 그렇게 했어. 불이 켜진 훤한 사무실에 그
애를, 아니 정은주를 눕혔지. 그리고는 은주 너의 다리에서 샌들을
벗긴 다음 발끝부터…… 스타킹으로 가려진 발가락부터 애무를 시
작했지. 정강이를 지나 무릎에 이르렀지. 스타킹에 감쳐진 너……
은주의 무릎은 사탕이었어. 핥으면 달콤하게 녹을 것 같은 달콤한
사탕. 그리고 올라갔지 허벅지를 지나……. 아! 은주야. 스커트를
풀러 벗기고, 조끼도 블라우스도 그렇게 그렇게 조심스럽게. 브라
와 팬티 그 팬티 위로 스타킹만 남았지. 난 뜨……뜨거워졌어. 아
니 미쳐 버렸지. 그 동안 불을 꺼야만 얌전히 침대로 들어와서는
수동적으로 날 받아들이던 은주 은주를 내 마음대로 옷을 벗긴 거
야. 난 그날…… 그날 너의 오랄 없이도 힘차게 서더군. 아! 으……
은주야, 가만히 좀 있어. 나 지금……"
'오랄, 오랄이 뭐지?' 오랄이 무언데 정은주가 오 전무에게 해주
어야지 선다……라는 오 전무의 말을 생각을 하던 장기하는 얼마
후 무엇인가 역한 것이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것 같았다.
"저……전무님. 여……여기선 불편해서……."
"그래? 우리 소파로 갈까?"
슈미즈를 걷어 올려 드러난 정은주의 배를 애무하면서 오 전무
가 말했다.
"하지만 날도 더운데, 그걸 하고 나면 끈적할텐데 여긴 샤워
도……"
정은주의 그 말에 오 전무는 얼굴을 배에서 떼어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그건가? 지금 여기서 싫다는 것이. 하기야 너 은준 깔끔한 여자
니까. 괜찮아, 여기 이 방엔 샤워실이 있어."
"거짓말 마세요. 사장실에 왠 샤워실이……."
"저길 봐. 저 문이 무슨 문인지 알아?"
구멍을 통한 시야로는 장기하는 그 문은 볼 수가 없었다. 다만
오 전무가 얼굴로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는 정은주의 모습
만이 보였을 뿐이다.
"저 문은……? 출입문은 아니고, 무슨 문이죠?"
"여태 몰랐나? 하기야 저긴 사장 전용이고 열쇠도 자기만 가지
고 있었으니까. 저 문을 열면 조그만 방이 하나 있지. 침대와 샤워
를 할 수 있게 만들어 놨어."
"그럼.…… 사장님 휴게실이었나 보죠? 하기야 건강이 좋지 않으
셨으니……."
"휴게실? 아니. 아, 물론 첨엔 사장의 휴게실로 쓰려고 만들었지.
혈압도 높은데다 간경화마저 심해져서 쉬이 피로를 느끼던 사장을
내가 보다못해 내가, 사장님 휴게실 하나 만듭시다, 라고 해서 만
들었거든. 그런데 나중엔 다른 사람하고도 같이 쓰게 되었지. 은주
야, 누구인 것 같아?"
"누구……라뇨? 전무님인가요?"
"아니, 후후. 박경주, 미스 박."
"박경주…… 미스 박? 미스 박 언니 말예요? 미스 박 언니?"
크게 놀랐는지 정은주의 목소리가 크고 날카로웠다. 장기하 역
시 놀랐다.
"그래, 관리부의 미스 박 말이야."
"무슨 소리예요. 미스 박 언니가 사장실 저길 왜 사용해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저기서 사장과 미스 박이 샤워를, 아
니 같이 샤워를 했단 말이란 예기야."
"……그럼?"
"그래, 미스 박은 사장의 정부(情婦)였어."
"말도 안 돼! 어떻게…… 잘못 아신 것 아네요?"
장기하도 마찬가지였다. '미스 박이…… 미스 박이 어떻게?' 나
이도, 회사 근무도 자신보다 위였던 여자. 누나 같아 보여서, 성품
도 누나 같이 따스해서, 그래서 시내에서 부담 없이 말을 건넬 수
있었던 유일한 여자. 그런 미스 박이…….
"잘못 알긴……. 내가 이 회사 모르는 일도 있나? 자세인 모르겠
지만 미스 박이 총무부에서 일했을 때 사장 비서 역할도 했었잖아.
그때부터인 것 같아."
"그……그럼 그건 그렇고 호……혹시 저와 전무님의……"
떨리는 목소리처럼 정은주의 드러난 하얗고 가녀린 어깨도 떨고
있었다.
"걱정 말어. 은주, 너와 나의 관계는 아무도 몰라. 정말야, 맹세
코……. 넌 나에게 특별한 여자야. 그런 내가 실수를 할 것 같은
가?"
정은주가 일어났다. 일어나 오 전무의 품에 안긴다. 그녀의 움직
임에 힘이 없어 보인다. 그런 정은주를 오 전무가 부드럽게 끌어안
아 품에 가둔다. 한동안 침묵이 흐른다.
"전무……님."
"왜? 은주……."
"오늘……꼭?"
"그래."
"그럼 우리 나가요. 언제나 처럼…… 호텔로 가요."
"……."
"여기선…… 도저히 안되겠어요."
"뭐가 문젠데. 지금 여긴 너와 나만이…… 우리들이 전부고, 빌
딩도 비워 있고, 또 이 시간에 누가 올리도 만무하고, 여기가 불편
하면 저 휴게실로 가면 되고 거긴 샤워도……"
"여잔 환경이 중요해요. 여기선 마음이 열리질 않아요. 힘들어
요."
"미안하지만…… 싫은데. 유니폼을 입은 널 벗기면서 사랑을 하
고 싶은 건 오랜 꿈이었어. 그……그럼 일도 잘될 것 같아, 니가
힘들어하는 그거 안해도 말이야. 여기서 하고 싶어."
"그……그럼 제가 유니폼을 챙겨 가져갈게요. 그럼 돼잖아요."
"……."
"스타킹도……?"
"네! 전무님이 원하시는 데로 뭐든지……."
"그래, 그러자꾸나! 미안하다 은주야, 널 힘들게 해서……. 내가
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구나. 이 년이나 되었건만 내가 널…
…."
"잠깐 기다리고 계세요. 제가 탕비실에 가서 유니폼을 챙겨 올
게요."
'정은주가 이리로 온다?' 그들은 모르지만, 난 여기 탕비실에서
이 작은 구멍으로 그들을 지켜보았다. 정은주가 유니폼을 챙겨 오
겠다는 말을 끝내고 배가 드러나도록 올려진 슈미즈를 바로 하자
오 전무가 벗겨진 블라우스를 집어들어 그녀가 팔을 끼는데 도와
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장기하는 다급해졌다. 빨리 여기서 나가
야 한다. 내가 지체하다가 그들에게 발각되면…… 정은주는 무엇이
되겠는가?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한다, 빨리…….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쇼룸으로 향하는 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문의 도어를 열었다.
장기하는 그렇게 조심스럽게 탕비실에서 쇼룸으로, 쇼룸에서 복
도로 나왔다. 사장실 문 앞을 지나야 계단으로 향할 수가 있다. 지
금 상황에서 엘리베이터를 누르면 내가 들었던 것처럼 그들도 소
리를 들을 것이다. 이 낡은 건물의 복도와 벽은 증폭 역할을 한다.
그리고 내가 탕비실에서 여자들의 흔적들을 확인할 때 아주 예민
해졌던 것처럼, 지금 그들도 예민해져 있을 것이다. 장기하의 발걸
음이 매우 조심스러웠다. 등에 땀이 흥건하다. 땀으로 젖은 셔츠가
등에 달라붙는 이 느낌은 언제나 불쾌하다. 장기하는 계단 입구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정은주가 탕비실에서
혹시 내 흔적을 발견하는 것은 아닐까? 몇 개피인지는 기억에 없
으나, 탕비실에서 피웠던 담배는?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진다.
그때 불현듯 군 시절 생각이 나 양복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보
았다. 꽁초가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낯선 공간에서의 행동에 군
시절 심야경계를 설 때에 흡연 처리의 본능이 배어 난 것 같았다.
신병 때 자신을 몹시도 닦달하던 분대장이 생각났다. 그가 오늘 처
음으로 고마워졌다. 그러나 혹시 냄새와 다른 흔적은 남아 있질 않
을까? 몸은 매우 무거웠으며 사고도 혼미한 상태였지만 장기하는
생각했다. 그 둘은 분명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갈 것이고 계단
입구 안쪽으로 몸을 숨기면 그들로부터는 안전지대다. 기다려서 그
들의 행동을 지켜보아야겠다는 생각에 계단 입구 안쪽으로 몸을
숨겼다. 실제로는 얼마 안되는 시간이었겠지만 장기하에겐 천년 같
은 시간이 흘렀을 때, 드디어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문
을 잠그는 소리, 두 명이 움직이는 발자국소리. 장기하는 조심스럽
게 얼굴을 내밀어 보았다. 그 둘, 정은주와 오 전무가 보였다. 정은
주는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단정함을 되찾은 상태였다. 오
후의 거리에서 보았던 여학생의 교복 스타일과도 비슷한 감색 오
버 블라우스와 하늘거리던 하얀색 판탈롱. 그녀의 오른손에는 커다
란 쇼핑백이 들려져 있었다. 그들은 아무런 대화도 없이 엘리베이
터 앞에 도착을 했고 오 전무가 버튼을 눌렀다. 문이 열리고 그들
이 탑승을 하면서 그 둘은 장기하의 시선에서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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