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경험담

인형 제조 회사 -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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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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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수캐와 암캐



그리운 장소였다.
옛날, 둘이서 걸었던 적이 있는 길이었다.

"그랬죠?"

"아아. 그렇네."

그 낮고 침착한 목소리도 귀에 남아있었다.
살그머니 손을 뻗자, 따뜻한 손바닥의 감촉도 분명하게 전해졌다.

"나..........."

"뭐?"

물으면 대답하는데 어째선지 그 목소리는 슬픈 듯 했다.

"왜 그럽니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네. 저 잃어버렸어요."

긴 흑발에 가려진 얼굴에 어떤 표정이 떠올라있는지...... 그것이 몹시 신경쓰였다.

"잃어버렸다뇨?"

묻고 있는 목소리가 어째서인지 떨리고 있었다.
그 목소리에 응하듯이 긴 머리카락의 여자가 뒤돌아보았다.

"이것이에요.......... 이것을 어딘가에 잃어버리고 왔어요."

그 여자에게는 얼굴이 없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튼튼하게 만들어진 시티 호텔이었지만, 그럼에도 옆의 방에서부터 항의가 들어올 정도로 큰 소리로 소리지르며 남자는 꿈에서부터 깨어났다.
침대위에서 일어나 식은땀으로 축축히 젖은 잠옷의 소매로 얼굴을 닦는 그 남자의 이름은 하타노 타카시, 일찌기 팬더라고 불리웠던 남자였다.

"또다....... 개자식........"

히타노는 눈 아래에 기미가 떠오른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날, 토라의 손에서부터 운 좋게 도망친 하타노는 의외로 운전히 능숙한 웨이트레스........ 이름이 엔도 카오리라고 하는, 그녀의 운전으로 1시간 정도 차를 달리게 했었다.
도로에 내동댕치쳐진 충격이 가득해 피로를 푸는 것조차 할 수 없었던 하타노에게는, 그렇게 도망가는 방법 외에는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번호가 알려진 차에 언제까지나 타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하타노는 기회를 봐서 눈에 띄는 렌트카 대여점에 들어가 수수한 국산의 세단으로 갈아타게 했다.
역의 지하 주차장에 그 때까지 타고 있던 차를 버려둔 것은 단순한 위장이었다.

그렇게 해서 안전한 이동수단을 얻은 2명은, 숙박부를 안쓰기 위해서 러브호텔에 숙박하기를 반복하며, 마인드 서커스의 추격자에게서 몸을 숨겼던 것이었다.
그리고 간신히 보통으로 걸을 수 있게 된 하타노가 카오리를 따라 이곳, 도쿄로 온 것은 3일 뒤였었다.

가지고 있던 가방은 그 도망극으로 찻집에 방치해두었었다.
그러나 주머니에 직접 넣어둔 지갑에는 은행의 카드도 들어있었기 때문에 우선 돈의 걱정은 없었다.
이 4년간 모은 수천만의 예금이 한 번도 쓰여지지 않고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2명이 도쿄로 잠입한 뒤 4일 째였다.
지금은 시나가와 역의 앞에 있는 호텔에 부부로서 숙박을 하고 있었다.

러브 호텔을 전전하고 있던 최초의 몇일은 고슴도치처럼 긴장하고 있던 하타노였지만, 도쿄의 혼잡함에 섞여들어오자 점차 침착성을 되찾고 있었다.
그러나 긴장감이 희미해지는 것과 반비례하듯이 하타노의 안에서 거무칙칙한 분노가 솟구쳐왔던 것이였다.

4년 동안 열심히 일해온 팬더를 시원스럽게 잘라낸 마인드 서커스의 비정함.
약간의 장난쳤을 뿐인데 반역자같이 취급하는 불합리함.
그리고 자신이 혼자서 만들어낸 인형을 횡령하는 난폭함.

하타노는 마침내 자신이 해 온 일을 다시 돌아볼만한 여유를 가졌다.
하타노에게 있어서는 그 모든 것이 납득할 수 없는, 배반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토라의 암시에 걸려 자신의 인형의 얼굴조차 생각해낼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었다.

토쿄의 호텔에서 침착하게 렌의 얼굴을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그것이 아무래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하타노는 지면이 사라진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 때가 되어서야 유일하게 가지고 있던 렌의 사진이 찻집에 방치된 가방안에 들어있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 머리를 붙잡고 반광란 상태가 되었다.

"왜! 왜냐아!!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냐!! 어째서 기억을 빼앗는 거냐!!! 렌! 렌, 렌, 렌! 내가 만들어냈는데! 나의 인형인데! 아,.......... 어째서.......... 어째서야아아아아!!!"

방의 물건들을 집어던지고, 의자를 차고, 침대를 두드렸다.
큰 소리를 지르고 바닥에서 구르고, 머리로 기둥을 두드렸다.

암시로 속박되어있는 카오리가 망연하게 서있는 가운데, 그 광란은 계속되었다. 하타노가 완전히 지쳐, 이마에서부터 피를 흘린 채 침대에 넘어질 때까지.................

그리고 그 뒤, 하나토는 잠들 때마다 그 악몽을 꾸게 되었던 것이였다.
단 한 사람의 여자를 위해서 모든 것을 잃은 인형사가 지금 그 여자조차 잃으려고 하고 있었다.

베개 옆의 디지털 시계의 희미한 빛이 오전 2시를 가리키며, 어두운 곳안에서 어깨를 떨고 있는 남자를 비추었다.

(이제 두 번 다시........ 너를, 만날 수 없는 거냐......렌.)

그렇게 생각하자 아무리 이를 악물어도 하타노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얼굴은 생각해 낼 수 없어도, 그 충격적인 아름다움에의 감동만은 마음속에 선명히 남아있었다.
그런만큼 잃은 아픔은 마음을 찢었다.
그리고 그런 만큼, 렌을 독점하고 있는 남자에게로의 분노는, 질투는, 몸을 다 불태울 정도의 고온이 되어, 이제는 하타노 자신도 멈출 수 없게 되어버렸다.
뇌리에는 그 날 자신을 휙 던진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키츠네-! 너만은 용서안해. 너만은..............너만은, 절대 파멸시켜주겠다!! 그 회사에서 쫓아내서.......... 죽여버리겠어! 반드시, 반드시, 반드시이이이이!!!!!"

뺨을 타고 흘러내는 눈물과 땀을 소매로 닦아내며 하타노는, 어두운 곳에서 새빨간 눈으로 보일리 없는 남자의 얼굴을 노려보고 있었다.





피피피피피피.............

이튿날 아침 7시.
하타노의 암시로 한밤중의 광란에도 눈을 뜨지 않았던 카오리는 그 소리에 천천히 눈을 떴다.
세트 해 둔 디지털 시계의 자명종에 손을 뻗어 정지시켰다.
그리고 천천히 침대 위에서 상체를 일으켰던 것이었다.
어제밤에도 하타노에게 성적인 봉사를 명령받은 뒤, 그대로 잠들었었기 때문에, 얇은 모포가 흘러내리자 그곳에는 알몸의 유방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카오리는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고, 시선을 천천히 움직여 주인인 하타노의 모습을 찾았다.
창가의 의자에 앉아, 어제밤부터 한 잠도 자지 않고 그 원한을 실현할 계획을 가다듬고 있던 하타노는, 충혈되어 탁해진 눈으로 카오리의 그 시선을 받았다.

우연히 만나서, 만일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암시를 주었을 뿐인 계기와 관계없이 지금의 향기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순수하고 깊게 암시에 걸려 있었다.
이런 소재는 마인드 서커스로 일할 때 만났던 인형들중에서도 없었다.
마치 자신의 실력이 몇 배나 늘어난 것처럼 착각해버릴 정도의 소재였다.

카오리는 하타노의 시선을 받으며, 멍한 눈인 채로 기쁜듯이 웃었다.

"안녕하세요, 주인님."

하타노는 거기에 응하지 않고, 전혀 다른 것을 물었다.

"카로이, 너 그 찻집에서 아르바이트 하고 있었을 때 단골손님으로 영국학원의 학생은 없었나? 남자, 여자 상관없다."

그러자 카오리는 변함없이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있습니다. 3학년 여자로 2명, 2학년의 남자로 1명, 1학년으로 2명의 여자가.........."

그 대답을 듣고 하타노의 입가에 삐뚤어진 미소가 떠올랐다.

"그런가.......헤헤헤........... 역시 너 꽤 도움이 되는 구나."

하타노는 그렇게 말하며 혼자 수긍했다.
그리고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카오리에게 하타노는 말했다.

"돌아가자, 그 마을로......... 그 학교로."




*



그 날, 찻집 '사몬'의 마스터는 유일한 손님인 부모 자식 동반에게 케이크와 홍차, 그리고 오렌지 쥬스를 스스로 내어준 뒤, 카운터 안으로 돌아와 정중하게 유리잔을 닦고 있었다.
12월인만큼 평상시보다는 손님의 흐름도 빨라, 평일의 오전중의 이 시간은 역시 손님은 적고 한산했다.
그러나 앞으로 30분 정도 지나면 빠른 점심식사시간을 맞아 샐러리맨들로 가득차게 된다.
그 때 손이 부족하게 되는 것이었다.
원래는 아르바이트의 웨이트레스가 1명 있었지만, 벌써 1년이나 계속해서 일해온 그 아가씨가 어떤 이유인지 최근 1주일이나 연락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아- 역시 새로운 아가씨, 고용하지 않으면 안되나.......)

생각보다는 성실하고 붙임성도 좋았으며, 거기다 여기의 일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던 아가씨였기 때문에 어지간한 무단 결근으로는 해고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 한계였다.

"후.........."

유리잔에 토해내는 숨도, 반은 한숨이었다.
그 때, 가게의 문이 열리며 종이 부드러운 소리를 냈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아니기 때문에 손님은 마음대로 자리에 앉는다.
마스터는 들고 있던 유리잔을 얼른 내려놓았다.
그리고 배후에 놓여져 있는 메뉴판을 들고 돌아보는 순간, 눈 앞에 멈춰서있는 여자를 깨달았다.
비쌀 것 같은 모피코트를 입고 있는 그 여자는, 깊은 샘과 같이 침착한 눈동자와 반짝반짝 빛나며 못된 장난을 떠올린 눈동자가 함께하고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나이는 .........25세에서 30세 정도일까.
젖은 듯하면서 자연스러운 웨이브의 흑발이 인상적인 이상한 미녀였다.

"아, 실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마스터는 한순간 그 눈동자에 주시당한 것처럼 숨을 끊었지만, 곧바로 직업적인 침착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이쪽에 앉으시겠습니까?"

다른 자리가 비어있는데도 카운터 석으로 오는 손님은 드물기 때문에 마스터는 만약을 위해서 그렇게 물었다.
그러나 그 여자는 가볍게 머리를 저었다.

"카오리......... 안 왔습니까?"

그 물음에 마스터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면서 대답했다.

"아, 엔도씨와 아는 사이입니까? 그녀, 오늘은 오지 않았습니다."

"어제도 없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여자의 말에, 마스터는 작게 어깨를 으쓱했다.

"네. 실은 그렇습니다. 최근 1주일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어머나......... 역시, 1주일입니까? 마지막에 나온 것은 언제입니까?"

여자의 아무렇지도 않은 질문에 마스터는 달력도 보지 않고 대답했다.

"지난 주의 화요일입니다."

"어머나, 그러면 수요일에는 안 왔습니까?"

여자의 시선이 조용히 마스터의 얼굴에 향했다.
방금전처럼 반짝반짝거리는 시선이었다.
그러나 마스터의 얼굴에는 어떤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네, 그렇습니다."

마스터는 아주 평범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마스터를 보고 있던 여자의 표정은 달라졌다.
마스터의 그 대답에, 마치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눈을 빛냈던 것이였다.

"그렇습니까.........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는 요염하게 빛나는 눈을 마스터에게 향한 뒤, 그대로 돌아서서 나갔다.

(아....... 손님이 아니었구나.)

마스터는 유감스러워하며 메뉴판을 내려놓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 타이밍에 여자가 걸어가던 발걸음 소리가 멈췄다.
이상해서 고개를 든 마스터는, 그 자리에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여자의 눈동자에 빨려들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치 깊은 샘과 같이 침착하고 부드러운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던 여자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가게...... 몇시까지 합니까?"

"아...... 8시...까집니다만."

마스터는 스스로를 잃은 것 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그렇군요."

여자는 싱긋 웃고는 밖으로 나갔다.
마스터는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메뉴판이 미끄러져 바닥에 부딪치며 소리를 낼 때까지, 마치 홀린 것처럼 그 여자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가게를 나온 여자의 앞에는 검은 색의 리무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가 가게를 나온 타이밍에 맞춰서 조수석의 문이 열리며, 안에서부터 수수한 슈트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남자가 부드러운 동작으로 나왔다.
180센티를 넘을 것 같은 장신과 넓은 어깨는 말없이 주위를 압도하고 있었지만, 가게에서 나온 여자는 남자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남자가 연 문으로 우아하게 올라타 다리를 꼬았다.

여자가 입을 연 것은, 방금 전의 남자가 다시 조수석에 올라탄 뒤였다.

"가세요."

그 한 마디로 차는 조용히 출발했다.
승차하고 있는 남자와 같이, 리무진의 압도적인 존재감은 뒷 차를 당연하게 멈추게 한 뒤 그 속으로 순조롭게 끼어들었던 것이였다.

"나오코님.......어떠셨습니까?"

질문을 한 것은 운전하는 남자였다.
조수석의 남자를 놀랄 정도로 닮은 분위기였다.
그 질문에 여자, 나오코는 처음으로 웃었다.

"후후..... 재미있었어요. 저기의 마스터, 카오리는 수요일에 출근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어요."

"헤, 그랬습니까. 왜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요?"

나오코는 백밀러 너머로 드라이버를 응시하며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 그 마스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요. 나의 눈은 속일 수 없어요."

"그럼........ 착각을?"

조수석의 남자가 뒤를 돌아보면서 물었다.

"달라요. 그렇기에는 대답이 너무 빨랐어요. 아마.... 그 남자는 '그렇게 믿게 된 것'이겠죠."

그렇게 말한 나오코는 싱긋 웃었다.

"'믿게 된 것'이라면............ 그것은 설마........."

"후후후후, 진짜........... '설마'군요. 그렇게..... 나의 감이 속삭여요. 찾는 물건을 찾아냈다고. 마침내 나, 만난 것이 아닐까.......... 그 '마인드 서커스'의 흔적을!"

그렇게 말하며 나오코는 기쁜 듯이 웃었다.

"그러면........ 이제부터 어떻게 하실 겁니까?"

조수석의 남자가 그렇게 물었다.

"그렇군요......... 신중하게 하지 않으면 곧바로 꼬리를 잘라낼 것 같으니까 오늘 밤 내가 방문해요."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는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요. 모든게 준비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부탁해요. 그 가게 8시까지라고 말했으니까 10시까지는 준비해줘요. 별로 밤샘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여자는 그렇게 말한 뒤 입을 닫고, 신비스런 시선을 창밖으로 향했다.
지나가는 겨울의 거리를 그 눈동자에 비추고 있었지만, 여자의 그 시선은 무엇인가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


2학기 종업식까지 몇일을 남겨둔 학교는 완전하게 겨울 방학 분위기의 학생들로 가득했다.
그런 학생들을 충고하고 있는 교사들도 속으로는 역시 겨울 방학을 앞에 두고 들뜨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 교묘한 수법이 뛰어나서였는가...... 혹은 양쪽 모두인가..........

겉으로 온화하게 보이는 학교 생활속에서, 은밀하게, 그리고 착실하게, 오염이 퍼져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시작은 1명의 여학생이 친숙한 찻집의 웨이트레스를 우연히 만났던 것이 계기였다.

"어머나....... 당신, 분명히 미와씨였죠?"

근처의 책방에서 책을 서서 읽고 있던 타카시마 미와는 뒤에서 그렇게 말을 걸어오자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아..........."

확실히 아는 얼굴이 자신을 보고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 미와의 모습을 알아차린 것처럼, 상대 여자는 싱긋 웃었다.

"어서 오십시요..... 메뉴판은 여기있습니다."

"아, 사몬의 카오리씨! 아, 미안해요, 웨이트레스 복장이 아니기 때문에 한순간 누군가하고 생각해버렸어요."

"후후후... 안녕하세요. 미와씨는 이 근처에 살아요?"

카오리의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와 교묘한 화술로 미와는 금새 경계심을 풀고 즐거운 듯이 수다를 떨었다.
그러나 미와는 깨닫지 못했다. 학교를 나오고 나서 그 뒤를 쭉 따라오고 있던 두 명의 남녀를. 그리고 남자는 미와가 책을 읽기 시작하자 근처의 찻집에 들어가있다는 것을.
카오리에게 자연스럽게 이끌려 미와도 그 찻집안으로 들어갔던 것도.

1시간이 지난 뒤.......... 따로 따로 들어갔던 남녀는, 그 문을 열고 나왔을 때 3인조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3명은 같이 역으로 걸어갔다.

그 날 밤, 미와가 집으로 돌아간 것은 밤 7시가 지나서였다.

친구와 노래방에 가있었어.........

미와는 부모에게 질문받자 어떤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대답했다.




"선생님.......... 저, 상담드리고 싶은게 있습니다."

다음날 6교시의 수업을 끝마치고 나가는 담임 교사를 복도에서 붙잡으며 미와는 그렇게 말했다.

"뭐야, 타카시마. 상담이라니?"

교사는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저, 여기서는 좀.........."

미와는 주위를 둘러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 그러면 학생 지도실이라도 갈까?"

".......그곳말고.......... 저, 학교밖에서는 안되겠습니까?"

여학생이 신청해온 담임교사는 곤혼스러워하다가 작게 한숨을 토해냈다.

"으응...... 뭐, 좋아."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러면, 지금 당장 괜찮습니까?"

"아니, 오늘은 직원회의가 있으니까 4시 너머서........."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개미집이라는 찻집을 알고 계십니까? 저, 4시쯤에 거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응? 교문에서 동쪽으로 가는 곳이지? 알았다."

그렇게 말하며 담임교사는 한 손을 들어올리며 직원실로 갔다.




아주 작은 이 상담은 계속해서 이어지며 학교의 권력의 흐름을 타고 올라갔다.
다음날에는, 담임교사로부터 학년 주임에게.
그 다음날에는 학년 주임에게서 교감에게.
그리고 그 다음날에는 교감에게서 교장에게.
그러나 이 상담은 이상하게도 언제나 개미집이라는 찻집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박스석에서 행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 도중 언제나 1명의 남자가 그 상담 상대에게 소개되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미와라고 하는 여학생이 카오리를 만나고 난지 겨우 4일 만에 영국학원의 교장이 그 남자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과연........ 이시다 요우코라고 하는 것은 이런 여자였던가."

교장에게서 교직원의 자료의 복사본을 받은 하타노는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물론 한 번은 자신이 암시를 가했던 타겟이었다. 얼굴은 알고 있었지만, 한 번 지워진 기억은 완벽해서 처음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교직원의 전체 사진 속에 서있을 뿐이었지만, 마치 그곳에만 조명이 비춰지는 것처럼 하타노의 눈이 못박혔다.
만약을 위해 하타노는 이시다 요우코의 출근 상황을 교장에게 확인해보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이번 주에 들고 나서 결근하고 있었다.

(뭐, 당연하지. 납기는 지난 주말이었을 테니까. 이 정도의 여자니 납품되면 하루종일 장난감이 되는 것이 당연해.)

하타노는 거기까지는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문제는 클라이언트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타겟에 대해서는 직장에다 물으면 곧바로 알 수 있었지만 클라이언트까지는 쉽게 알아낼 수 없었다.
비합법인 것은 클라이언트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므로, 당연히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충분히 주의를 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클라이언트의 위장을 하나하나 벗겨내서, 그 정체를 드러내는 것이 하타노의 복수 제 1보였다.
지겨울 정도로 단순한 작업이었지만, 모든 것을 잃은 대신 시간만큼은 충분히 있었으니 하타노는 이 일에 전력을 다할 각오가 충분히 되어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하타노가 생각도 하지 않은 양상을 드러냈다.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던 하타노에게 교장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던 것이었다.

"아, 이시다 선생말인가요? 지금은 쿠로이와 이사장의 집에 있어요."

"어?"

하나토는 무심코 마시고 있던 커피를 옷에 쏟고 말았다.

"......뭐야, 그거. 조금 전에는 확실히 병결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 물음에 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일단 그렇게 처리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다릅니다. 그 두 명은 쿠로이와 이사장, 아니 정확하게는 쿠로이와 켄지군의 집에 있습니다."

하타노는 어이가 없어 교장의 얼굴을 주시했다.
최면 암시로 손에 넣은 교장은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혼란한 하타노는 교장에게 계속해서 말하라고 재촉했다.

"쿠로이와가는 이 도시의 보스입니다. 우리 학교도 쿠로이와 이사장이 만든 것이고, 그 외아들 켄지군이 지금 3학년으로 재학중입니다."

교장은 담담하게 지금까지의 경위를 이야기했다.
이 학교는 개교 당시부터 쿠로이와 파벌을 구성하기 위한 곳이었는 것.
우수한 젊은이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여자를 주는 것까지 해서 자신의 진영에 끌어들이며, 동시에 약점을 잡아 모든 분야에 침투한 인재를 엿과 채찍으로 조종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차기 당주인 켄지의 입학은 이 학교에서 보면 그 기능이 충분히 발휘되고 있는 것인지 시험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물론 켄지 당사자는 모르는 일이었지만, 거대한 쿠로이와 권력을 두려워하는 교사들은 처음부터 켄지의 배후에 있는 쿠로이와 타케시의 생각을 보고 있었던 것이였다.
그리고 태풍의 눈이 된 켄지는 이 환경속에서 점차 권력의 맛을 알고, 새로운 지배자로서 바뀌어갔던 것이였다.

"그는, 켄지군은 자신의 담임의 부인을 첩으로 만들었습니다."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교장은 심정을 토로했다.

"본인은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교내에서 그렇게 빈번하게, 명백하게 자신만의 개인실에 시미즈 선생님을 끌어들이면 알지 못할리가 없습니다. 저부터 시작해서 교내의 주요 교사들에게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있습니다. 아직 모르는 것은 남편인 담임 교사 본인 정도일 겁니다."

교장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 시미즈 선생님이 임신했던 것이 5월말 무렵이었습니다. 부친이 누구인가...... 당시 우리들 사이에서는 조금 화제가 되었었죠. 하하하하, 아, 죄송합니다. 조금 화제가 어긋났습니다. 뭐, 그렇게 되서 시미즈 선생님은 출산 휴가를 받게 되었던 것이고, 그 대리 교사를 뽑았던 것은 쿠로이와 켄지, 본인이었습니다. 시미즈 선생님이라고 하는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알았습니다. 물론 반대하는 것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모두 그의 의견대로 되어 이시다 선생이 채용되었던 것입니다."

교장은 거기서 말을 멈추고 커피로 목을 적셨다.

"정직하게 말하면, 그 선생님을 보았을 때는 켄지군이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부임해서 교편을 들자 그의 계획은 좌절되었습니다. 이시다 선생 속에 숨겨진 기백이라고 하는 것이 굉장했습니다. 쿠로이와 이사장과는 다른 의미에서 우리로서는 상대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켄지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는 켄지군이 초조해하는 모습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런 와중에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하나는 켄지군의 컨닝 사건, 그리고 다른 하나가 검도시합에서의 큰 부상이었습니다. 어느 쪽이나 켄지군의 방심으로 생긴 일이었지만......... 아무래도 그것으로 쿠로이와 권력이 진심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큰 부상을 입혔던 것은 이시다 선생의 여동생이었으니까요."

교장은 말을 멈추고 하타노의 얼굴을 주시했다.

"과연....... 말한 것은 거의 다 이해했어. 분명히 그 쿠로이와 켄지라고 하는 녀석이 물은 거겠지. 하지만 그래서 이시다 요우코가 거기에 있는지는 알 수 없잖아?"

하타노는 당연한 의문을 물었다.
그러나 교장은 살짝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아뇨. 확실합니다. 전화로 직접 들었으니까요."

그 말에 하타노는 다시 눈을 빛냈다.

"뭐라고? 본인이 연락해 왔었나?"

"네. 분명히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이시다 선생 자신이 전화했습니다. 단지 그 이유가 '감기가 심해서 쉬고 싶고, 여동생도 함께'라고 했었으므로, 쿠로이와군의 일도 있고 해서 저는 꺼렸습니다. 다만 통화중인 전화기의 호흡이 난폭했기 때문에 정말로 상태가 안 좋구나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하지만 놀라운 일은 제가 허락해주지 않자 갑자기 전화의 상대가 바뀐 겁니다! 그것은 켄지군이었습니다. 통화중인 전화기가 향하는 동안 '아...'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린 것 같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켄지군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입니다. '교장, 쿠로이와입니다. 실은 이시다 선생님들은 상처입은 저의 간병을 하기 위해 와있습니다. 폐라고 생각하지만 배려를 해주실 수 없습니까.'라고 말한 겁니다. 저는 정말로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지만 곧바로 납득했습니다. 마침내 쿠로이와의 권력이 움직였을 것이다라고. 확신은 있어요. 왜냐하면 매우 기분 좋은 켄지군의 목소리 너머로 들렸던 것이, 작게 흐느껴 우는 여자의 목소리와 빵빵하고 무엇인가 부딪치는 소리가 반복해서 들렸으니까요."

교장은 그 때를 생각해 낸 것처럼 코를 벌름벌름 거리면서 말했다.
하타노는 그런 교장의 얼굴은 이미 보지 않고 있었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에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었다.

(그 놈은 써먹을 수 있겠어......... 이 방법이라면 확실히 키츠네군을 끌어낼 수 있어....... 크크크크, 정말 운이 좋구나! 나의 복수를 하늘이 도와주는 거다........... 그 도둑놈에게 깨닫게 해주겠어!)

어두운 눈동자에 지목의 문이 열린 것 같은 피릿내나는 환희를 떠올리며, 하타노는 조용히 웃었다.
그 표정에 최면 암시로 하타노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할 교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갑자기 가래가 끓는 것처럼 목이 불쾌하게 느껴졌다.
그런 교장에게 하타노는 새로운 질문을 했다.

"교장, 그 부인을 뺐긴 얼간이의 이름이 뭐지?"



*


경련하고 있었다.
침대위에서 몸무게 100킬로는 될 것 같은 거체가 떨리고 있었다.
튼튼할 것 같은 침대가 삐걱삐걱하는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있었다.

남자는 완전하게 흰자위를 드러내며, 입에서부터는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고, 머리를 좌우로 마구 흔들며, 몸 전체를 사용해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 옆에 한 여자가 조용히 서있었다.
마치 어둠에 가라앉은 것 같은 흑색의 복장이었지만 얼굴만은 반대로 눈과 같이 새하얗은 것이,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달같아서 보는 이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향하게 만들고 있었다.
여자는 눈 앞에서 미친 것처럼 신체를 경련시키고 있는 남자를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남자의 고통에는 아무런 흥미도 없이, 남자의 입의 움직임에만 주목하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가 이런 상태가 된지 벌써 10분이 지나려고 하고 있었다.
가끔 남자의 입이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것처럼 희미하게 움직이려고 했다.
그 때마다 여자의 시선이 빛났지만, 그것도 남자의 경련이 계속될 때마다 사라졌다.

"나오코님, 이 남자는 이미 한계입니다."

어둠 속에서 그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그러자 그 여자, 나오코의 표정에 안타까움이 떠올랐다.
그러나 다음 순간 어깨와 시선에서 힘이 빠지고 팔짱끼고 있던 팔을 풀었다.

"OK, 알고 있어, 그런 건!"

나오코는 어둠을 향해 그렇게 대답하고, 남자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남자의 귀에 입을 대고 작은 말로 속삭였다.
2번.... 그리고 3번.

그러자 남자의 몸에서 달라붙었던 악령이 떨어진 것처럼 경련이 멈추기 시작했다.
나오코는 그런 남자의 이마에 손을 대고 몇 번이나 반복해서 비밀의 말을 속삭였다.
이윽고 남자는 완전하게 탈진해서, 작은 숨소리를 내며 잠들었다.
나오코는 남자의 상태를 그 때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기지개를 켰다.

"아-! 정말 완고하네. 조금만 남았는데."

나오코는 그렇게 말하며 뺨을 부풀렸다.
그 때 방에 불이 들어왔다.
그러자 그 때까지의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사라지는 대신 비밀이 알려진 마술처럼 퇴색된 분위기가 되었다.

"과연 '마인드 서커스'라는 겁니까, 나오코님?"

낮의 리무진 운전사는, 지금 선글라스를 낀 모습으로 물었다.

"흥! 대단한게 아니에요. 이런 건 보통. 이 남자를 부숴도 괜찮다면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어요. 그러면 상대에게 나의 존재를 알려주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못하는 거에요."

나오코가 그렇게 말하자 물어봤던 남자는, 그 당당한 체격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당황해서 시선을 피했다.

"죄, 죄송합니다. 아마추어 주제에 감히 끼어들었습니다."

나오코는 그런 남자의 변명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았다.

"뒷처리를 부탁해요. 나는 먼저 돌아갈테니까......... 이렇게 밤샘시키다니! 기억해두세요, 마인드 서커스."

앞부분을 운전기사에게 말하고, 뒷부분은 혼자말처럼 중얼거린 뒤 나오코는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혼자 맨션의 복도를 걷는 나오코의 표정은 아까워하고 있었다.
모처럼 손에 넣은 소중한 말이었지만, 이쪽이 생각하는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다............... 귀찮지만, 일단 손을 써 둘 수 밖에 없겠구나."

하얀 숨과 함께, 나오코는 작게 투덜거렸다.


*



쿄오코를 시작으로 요우코조차 삼켜버린 운명의 소용돌이는, 지금 마인드 서커스를, 그리고 키츠네군을 그 소용돌이의 중심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리고 하타노나 나오코처럼 그 소용돌이에 끌어당겨지는 사람이 있으면, 반대로 변덕스런 소용돌이에 의해 튕겨져나가고 있는 운명을 바꾸려는 사람도........ 있었다.




ps: 이 다음 편 때문에 렌을 상당히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25편 봉인,
이런 편은 즐거운 마음으로 편역(?)할 수 있죠. 하지만 이 24편같은 경
우는 별로 손대고 싶지 않았습니다.-_-; 물론 22, 23편같은 것도. 별로
그런 부분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직접 타자 치는 것은 내키지
않더군요. 이렇게 편역(?)하려면 내용을 자세히 파악해야 하기 땜시...


ps2:원래 이 후속작 중 하나로 생각했던 마리오네트 를 할까 생각도
눈꼽만큼, 아니 그 이상 했었는데 개인적으로 취향이 아닌, 어린소녀
(10세? 그 이하?)의 성적인 학대 부분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때려치
기로 잠정적 결정했습니다.-_-;

ps3:오늘안에 1편 이상 더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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