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3화.[껴안아줘 껴안아줘 껴안아줘 키스해줘] 4장
작성자 정보
- 작성자 슈어맨스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조회 62,696
본문
전화가 울리고 있다.
매우 먼 곳에서.
「선생님…전화 울리는데」
집에 있는 것은 이나리의 전화뿐이다. 카스미의 연락처는 호죠의 집이
되어 있다.
「선생님…전화-…」
「아―」
전혀 나올 생각이 없는 건지, 옆에 퍼져있는 이나리가 움직이는 기색은
없다. 계속해서 몇 회나 벨이 울다, 자동 응답 전화로 바뀌었다.
「정말 너희들! 거짓 부재 상태 해놓지 마! 받아! 있는 것 알고 있으
니까!」
이 소리는…
「그 여자…」
이나리가 중얼거리는 것과 동시에 자동 응답 전화가 끊어졌다. 다시 전
화가 운다.
어쩔 수 없이 카스미가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아무것도 입지 않으면
엄청 긴장되기 때문에 우선, 벗어 어질러진 서로의 옷을 뒤져 그중 이나
리의 스웨트를 걸쳤다.
「여보세요―」
「와. 정말 있었네」
「……죄송해요」
「뭐 좋아. 카스미, 어제 밤늦게 친구로부터 여기에 전화 왔었어. 쿠사노
라는 아이. 휴대전화에 걸어도 받지 않아서라고 하던데. 뭔가 일 있는 거
아냐? 그쪽에서 전화 해줘. 그리고, 그 바보 오늘부터 출근인 거 아니었
어? 이 시간에 집에 있어도 괜찮아?」
「네?」
「달력 봐! 백중은 일찌감치 끝났어!」
「으! 아―!!」
거실에 있는 디지털 캘린더의 표시를 보고는, 카스미가 의미 불명의 비
명을 지르고,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선생님! 8시야 8시! 선생님은 오늘부터 학교 가야 하잖아요!」
서둘러 커튼을 열었다. 완전히 오른 태양이 방안의 어쩐지 나른한 공기
를 부수었다.
「뭐!」
과연 이나리도 일어났다. 찬장의 시계를 본 뒤 당황하며 침대에서 일어
섰다.
「대강이라도 좋으니까 샤워해요! 수염 깎고! 머리 빗고!」
옷을 입으려고 한 이나리한테서 셔츠를 빼앗고는 카스미가 재촉했다.
목욕탕에 이나리를 넣고, 재차 거실의 참상을 봤다.
좁은 테이블 위는 물론, 마루까지 배달 음식의 용기가 널려 있다. 호죠
의 집에서 돌아오고 나서 백중을 낀 근 일주일 동안, 둘이서 어디도 가지
않고 쭉 집에 있던 결과가 이것이다.
식욕과 수면욕과 성욕.
배가 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그 이외의 시간엔 거의, 문자 그대로
들러붙은 채 보내고 있었다. 무언가 먹을 수 있는 것을 찾아 냉장고를 열
어도, 안의 대부분이 유효기한이 지나 있다. 먹을 수 있는 걸로 보이는
것은 호죠의 집에서 받아온 잼 정도?
선반을 찾아다니니 핫케이크 가루가 있어서. 우유나 계란도 없어, 물에
풀어서 구웠다. 마가린은, 유효기한이 길기 때문에 무사했다.
얇고 작게 구워, 접시에 담았다. 5분도 걸리지 않고 머리까지 씻은 이
나리가 벌거벗은 채로 거실을 횡단했다.
「물만이니까 별로 맛있지 않아 보이지만 시간 있으면 먹어요」
「없어도 먹는다」
옷은 모두 카스미가 책상 위에 내놓고 있다. 재빠르게 갈아입고 넥타이
를 쥔 채, 이나리가 맨손으로 먹고 있었다. 이런 때니까 예의범절이고 뭐
고 무시다.
「잘 먹었다」
「잼 묻었어요 잼!」
일어서려고 한 이나리의 입가를 카스미의 손가락이 닦았다.
「흐응, 핥아 줄거라 생각했는데」
「참!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말고!」
묻히고 있던 건 확신범인가?
빨리 빨리 현관까지 이나리를 쫓아 세웠다. 평상시라면 카스미 쪽이 빨
리 나오므로, 순수하게 일하러 가는 이나리를 배웅하는 일은 처음이다.
「네, 다녀오세요」
현관에 있는 시계는, 의도적으로 충분히 빨리 가게 되어 있다. 이나리
가 집을 나와 차로 학교에 갈 때까지의 시간이다. 그 시계가 여덟 시 반
을 가리키고 있다. 더 이상 걸리면 정말로 지각한다.
「선생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이지 않는 이나리에게 카스미가 물었다.
무엇을 해 주었으면 하는지를 알 수 있어, 카스미가 작게 한숨을 쉬었
다.
맨션 현관의 바닥은 낮다. 그냥 이나리가 구두를 신고 서있는 높이라도
카스미는 발돋움을 힘껏 해야 닿는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 가면 곤란하므로, 포기하고 이나리의 어깨에 손을
둔 채, 힘껏 발돋움을 했다.
뺨에 가볍게, 닿는 정도의 키스.
「네, 다녀오 …응! 어디 손대요!」
이나리가 그대로 허리에 손을 감더니, 턱을 잡고서는 카스미의 입술을
빤다. 단 잼이 맛이 난 뒤, 바로 커다란 손에 엉덩이를 쓰다듬자 카스미
가 획 비켜섰다. 아래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기 때문에 직격으로 닿았다.
「갔다올게」
정말 즐거운 듯이 웃으며, 이나리가 나갔다.
화낼 생각도 들지 않는다. 거실에 돌아가 한껏 어질러진 거기를 청소하
려 하면서, 자신의 가방을 발굴했다. 그러고 보니 미사에의 집에 전화가
왔다고 했다. 쿠사노한테서.
휴대전화를 꺼내니 아니나 다를까 전지가 끊어져 있다. 도대체 언제부
터 충전하지 않았던 것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이나리와 같은 휴대전화이므로, 같은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이나
리의 방에 가, 휴대전화를 충전기에 꽂고 전원을 넣자, 몇 건이나 들어온
쿠사한테서의 전화는 18일의 19시 23분이 마지막이었다.
그대로 리다이얼을 걸었다. 세 번 울자 아침부터 역시 건강한 쿠사노가
받았다.
「하-―…어디 정글 탐사라도 갔어―? 엄청 몇 번이나 걸었잖아―?」
「미안 미안. 그래서, 용무는?」
「응, 전에 말한 적 있잖아? 숙제의 스터디 그룹. 내일 어때? 좀 더 빨
리 말할 생각이었지만」
「아…괜찮아…시간은? 응, 알았어」
「아 그렇다. 그 옷 입고 와, 함께 산 흰 녀석!」
「네? 그거…입으라고?」
「응. 입은 모습 꼭 보고 싶으니까 .무조건 입고 와. 그럼」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 쿠사노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쿠사노가 「그
옷」이라고 말한 것은 함께 쇼핑하러 갔을 때 사 버린, 무언가에 홀렸다
고 밖에 생각되지 않지만 정말 현실적 활용도가 낮은 「정장」이다. 이런
것 사서 언제 입을까? 후회 막심이었다. 싸긴 했지만.
전화를 그대로 이나리의 책상 위에 둔 채, 마구 벗은 옷과 시트를 정리
해 꺼냈다. 세탁물을 말리기엔 절호의 날씨다. 줄줄한 생활을 끊기 위해
서라도, 오늘은 척척 일하자고 카스미가 마음을 먹었다.
「어? 선생님 오늘은 학교가 아니에요?」
「월차」
「………앞날에도 쉬었잖아요?」
「그것은 백중 연휴」
그렇게 말하는 카스미도 백중의 사이는 아르바이트가 휴일이었다. 호죠
가 쓰러진 적도 있지만, 일단 학원에도 여름 휴가는 있다.
「어딘가 나가는 거냐?」
「응. 쿠사노랑 반 아이들과 숙제의 스터디 그룹. 선생님은 뭔가 일 있는
거야?」
「용무-인가. 너 그거 취소해라 취소」
「네? 무리야. 내가 가지 않으면 아마 모두 모일 이유가 없는데」
「스터디 그룹이라 말해도, 남의 숙제 베낄 뿐이겠지. 스스로 하는 거
야」
확실히. 부정은 할 수 없다. 아마 최종적으로는 베끼든지 복사가 될 것
이라 생각하고 있다.
「중요한 일이 생겼다고 거절해라. 내 일은 오늘 밖에 안되지만, 그쪽이
라면 내일이라도 모레라도 여름 방학 중이라면 상관없잖아?」
「아니, 그렇지만…」
「거·절·해」
「………알았어요」
어째서 이 사람은 이렇게 강행인 건지. 휴대폰으로 쿠사노에게 연락을
했다. 사죄하는 카스미에게, 쿠사노가 그이 관련이라면 어쩔 수 없지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반장 지금부터 비어있는 날은? 그쪽에 맞출 거니까」
「월수금 이외라면 괜찮다, 라고 봐…」
「오케이 이쪽에서 다시 한번 조정해 볼게 .뭐, 이쪽 인간은 모두 한가하
다고 정해져 있지만. 또 전화해」
「정말 미안해. 그러면……응……응―.끊었어」
전반은 쿠사노에게, 후반은 이나리에게. 전화를 끊고 아휴, 라는 모습
으로 카스미가 이나리를 봤다.
「좋아. 갈아입어라 나가야 하니까」
「네? 지금?」
「지금. 이 아니면 귀가가 늦어지니까」
「안…아무거나 입어도 괜찮죠? 등산같은 일 아니죠?」
「그런 거 아니니까. 가능한 한 예쁜 모습 하고 와」
어차피 입을 생각이었다. 그 둥실둥실 한 것을 입어 주자. 반쯤은 놀리
는 심정인지도 모른다.
갈아입고 온 카스미를 보고 일순간 말이 막힌 이나리가, 뭐 좋지, 어울
리기도 하고, 라고 중얼거렸다.
레이스와 리본이 충분히 사용된 탱크 톱과 세세한 플리츠가 대량으로
들어간 롱 스커트. 절대 평상복으로 할 수 없는 옷이다. 얇은 스커트가
질질 흘러내려, 우선 차에 타는 데 고생했다. 앉기도 어렵고 시트 사이로
옷자락이 마음대로 흘러내리는 데다, 문을 닫을 때 사이에 끼일 것 같아
서 카스미가 후회하지만, 달리기 시작해 버리니 어쩔 수 없었다.
보는 동안에 경치가 변해갔다. 처음은 어디에 가는지 전혀 몰랐지만,
표지를 보거나 선로의 옆의 도로를 달리거나 하는 동안에 점점 이나리의
행선지를 알 수 있었다.
「선생님, 혹시, 가는 곳은」
겨우 카스미가 그렇게 물을 수 있던 때는, 카스미가 살고 있던 마을까
지 앞으로 7킬로라는 도로표지 아래를 빠져나가고 나서였다.
「그런, 어느새?」
「응? 비밀」
연수의 마지막 날에 들러 길을 알아봤다. 뒷풀이를 권하는 사람들을 거
절하고, 연수가 끝나자마자 차를 몰았다.
폐관하기 직전인 마을 도서실에 가, 행정 홍보를 열람했다. 8월에 죽었
다면, 9월이나 10월의 홍보의 후회 란에 이름이 나와 있을 것이다. 인구
가 적기 때문인지, 죽은 사람도 한 달에 열 명 정도로, 카스미의 할머니
의 이름은 바로 찾았다.
이름과 기일, 주소를 메모하기 위해, 사서의 여성에게 필기도구를 부탁
하자, 사서가 이나리가 보고 있던 페이지를 보고는, 와타나베씨를 아는
사람입니까? 라고 역으로 질문을 받았다. 카스미 아십니까? 라고.
애매하게 웃어 속여, 서서히 도서실로부터 도망쳐 왔지만, 놀라울 정도
로 좁은 마을이다. 혹시 소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자, 오늘이야」
모두 알았을 것이다. 카스미가 시트에 가라앉는다.
「먼저 집 쪽, 볼까?」
「집까지 조사했어요?」
「주소만. 내비게이션이 뜨면 좋은데」
이나리의 차에는, 확실히 카 내비게이션이 붙어 있지만, 오늘은 작동시
키지 않았다.
「…………앞으로 가서……두 번째 신호에서 왼쪽」
논 사이를 달리는 오솔길. 곧바로 두 번째 신호에 도달해 이나리는 들
은 대로 돌았다.
좁은 골목의 앞에서 차를 세우고, 조금 걸었다.
일년만의 내 집. 변함없는 집. 변함없는 뜰.
변한, 문패.
「카스미」
내내 서 있는 카스미에게, 이나리가 말을 걸었다.
모르는 동안에, 모르는 사람의 것이 되어 있는, 자신의 집이었던 장소.
「누구시죠?」
사람의 기척을 느꼈는지, 뜰에서 현재의 주인인 듯한 여성이 나타났다.
카스미가 휙 등을 돌려 달려가 버렸다.
「잠깐! …기다려봐」
「저기, 조금 전의 아가씨는」
뒤쫓으려고 한 이나리를, 뜰로부터 나온 여성이 불러세웠다.
「 「카스미」입니까?」
이나리의 다리가, 멈추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뛰어서 가까스로 도착한 곳은 집이었던 곳의
근처에 있는 작은 공원이었다.
공원이라고 해도, 그네와 정글짐, 모래밭이 있을 정도이다. 기억안과
극소장소.
하지만, 카스미는 이 공원에서 논 기억이 거의 없다.
해가 높아졌기 때문일까? 여름의 햇볕을 피할 곳이 없는 탓인지, 공원
에 사람의 그림자는 없다.
아무도 없는 공원에서, 스커트가 더러워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그네에
앉았다.
그네에는 탈 수 없었다. 카스미보다 조금 연상인, 우두머리 격의 소녀
가, 언제나 카스미를 밀어냈다.
모래밭에는 다가가지 않았다. 킥킥 웃으면서, 은근히 모래를 뿌렸기 때
문에.
그런데도 밖에서 놀지 않는 카스미를 이상한 듯 바라보는 할머니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 카스미는 언제나, 좀 더 떨어진 곳에 있는
도서관에 다니고 있었다.
여기에는, 즐거웠던 추억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그리
울까?
「어? 혹시, 카스미,?」
한숨을 쉬어 일어서려고 했을 때, 갑자기 누군가 말을 걸어서, 카스미
가 돌아보았다.
「아, 역시」
되돌아 본 것을 후회했다. 기억해 냈다. 거기에 서 있던 것은, 언제나
주도적으로 카스미를 괴롭히던 소녀다. 머리칼을 붉게 물들이고, 몸에 딱
붙는 T셔츠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복장, 이란 면에서는, 두 사람 모두 어느 쪽도 어느 쪽보고 뭐라 하기
는 힘들지만.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이 근처 사람, 모두 카스미 걱정하고 있어.
어떻게 된 것일까 하고. 아, 혹시 나, 몰라?」
잊을 리는 없다. 이름도 기억하고 있다. 잊어버린 쪽은 그쪽일 것이다.
눈앞의 소녀는, 카스미를 괴롭히고 있던 과거를 잊어버린 채,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소꿉친구의 얼굴을 하고 웃고 있다.
「응 좀, 뭔가 말해봐?」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고 입을 다문 채인 카스미 때문에, 조금 초조해졌
는지 그녀가 어투를 강하게 했다.
무슨 말을 하면 좋아? 그녀에게 걱정하고 있다고 들어도, 전혀 기쁘지
않다. 자신을, 잊어 주는 편이 좋았다.
「카스미!」
카스미가 입을 열려고 했을 때, 바로 뒤에서 이나리의 목소리가 들렸
다. 달려 왔는지, 앞머리가 흔들리고 있다.
그 목소리에, 카스미의 표정이 변해가는 것이, 오래된 영화의 슬로우
모션 같이 보였다. 소재인, 당장 사라져 버릴 것 같았던 카스미의 얼굴이
확 밝아져, 소녀에게서 등돌린 채 달려가 버렸다.
「무슨 일 있어?」
아무 미혹도 없이 자신의 가슴에 뛰어들어 온 카스미를 안아올리며, 이
나리가 상냥하게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역시 대단해.」
「뭐가?」
「선생님의 얼굴 보니,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어. 행복하다는 기분이
들어」
「…그런가? 자 갈까?」
「응」
살그머니 카스미를 내리고는, 이나리가 자연스럽게 카스미의 어깨를 안
는다.
바보같은 모습이 되어, 소녀는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봤다.
마치, 여름의 환상을 본 듯한 착각에 빠지면서.
「저 사람, 누구? 아는 사람?」
「달라요. 알고 있지만 아는 사이가 아니야」
「…어려운데」
차에 돌아가 이나리가 방금 전의 소녀에 대해 묻자, 카스미가 미묘한
대답을 했다.
「어릴 무렵 괴롭힘을 당했어」
「과연. 대신에 때려 줄까?」
「………괜찮다고…말했죠? 나, 지금 행복하니까」
「…그런가」
카스미가 미소짓는다.
이나리도 웃었다.
「이 주변 꽃집은 어디지?」
「응-그러니까, 저쪽. 곧바로 가면 있어요. 꽃집에 간다면, 역시 때리지
않은 게 정답이네요. 조금 전의 아이, 꽃집 딸이니까」
차에 시동을 걸면서, 이나리가 또 웃었다. 확실히, 때리지 않아서 다행
이다.
카스미가 말한 대로, 꽃집은 차로 2분도 걸리지 않는 장소에 있었다.
조촐하고 아담한, 그야말로 시골의 꽃집이란 분위기로, 그런데도 다양한
꽃이 처마 끝에서 가게의 안쪽까지 넘치듯이 피어 있었다.
「좋아하는 녀석 선택해」
나는 잘 모른다면서 함께 차에서 내린 이나리가 서서히 꽃 선택을 권했
다.
「자, 이것과 이것」
할머니가 좋아했던 용담과 이름 모르는 흰 꽃.
용담의 보라색과 밝음이 예뻤기 때문에.
손님의 기척에 가게의 안쪽에서 여성이 나왔다.
「어머나, 설마 설마 설마 카스미? 놀랐어…예쁘게 되었잖아」
틀림없이, 자신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카스미 쪽이 놀란 얼굴
을 하고 있다.
「그런가…벌써 치에씨가 죽은 지, 일년 지났구나 …」
가슴 속 깊은 감개 무량함에 그렇게 중얼거리며, 꽃집의 여주인이 이것
도 저것도 덤을 붙여서 포장지로 감싼다. 거의 한 아름 정도가 되는 꽃다
발이 되었지만, 이래저리 하다 공짜가 되어 버린다.
「지금부터 성묘야? 향이나 양초는? 가져오지 않았어? 잠깐 기다려봐,
지금 내 줄 테니까」
거절하는 머지않아 그녀가 안쪽에 인붐비어, 가져온 그것들을 가게의
봉투에 넣어 준다.
「고맙, 습니다」
「무슨 말하고 있어. 이 근처의 사람, 모두 카스미 걱정하고 있었어? 모
임이 있으면 언제나 어떻게 하고 있을까 하고. 건강한 것 같네? 학교 다
녀?」
「네」
「그렇구나. 다행이네. 우리 딸 같은 애들도 있었기 때문에, 여기에는 그
리 좋은 추억도 없을 테지만, 가끔씩은 돌아와 줘? 응? 너네 집 이웃인
쥬 씨는, 노망인가 싶을 정도로 카스미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가」
그래, 생각해 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꽃집 아줌마는, 언제나 카스미에
게 말을 걸어 주고 있었다. 카스미를, 매우 귀여워해 주고 있었다. 확실
히 그 아이는, 모친이 다른 아이를 귀여워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뿐이리라.
「고마워요」
「아. 자, 기다리고 있잖아. 가자」
되돌아 보니, 이나리가 차의 시동을 건 채 더운 날씨에 서 있다. 한번
더 감사함을 말하고, 카스미가 당황하며 차로 돌아왔다. 인사말을 주고
받고, 카스미가 차를 탔다. 그러자, 이나리가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
던 여성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 운전석에 미끄러져 들어간다.
꽃집의 여성은, 조용하게 달려가는 차를, 안보이게 될 때까지 전송하고
있었다.
「어째서 모두, 기억하는 것일까. 나를」
「그 만큼 지역이 좁다는 거겠지? 역시 내비게이션이 먹지 않는군. 묘
있는 곳은 아냐」
「아, 응. 거기 오른쪽」
민가의 사이를 지나, 차폭이 좁은 골목에 들어간다. 천천히 가자, 곧
큰 대문의 절 주차장에 도착했다.
절 옆의 비탈길을 올라간 곳에, 이 근처 시주들의 무덤이 있다. 도중에
통에 물을 담고는, 말없이 급한 비탈을 올랐다.
「여기」
좋은 화강암에 「와타나베가」가 조각되어 있다. 그 옆에, 죽은 사람들
의 이름을 새기는 석판. 네 명 분의 이름이, 거기에 새겨져 있었다.
꽃도 없고, 누군가가 백중에 왔다 간 흔적도 없다.
무엇보다, 그 친척들에게 그런 일은 바라지도 않았지만.
간단하게 청소를 하고, 들어가는 만큼 꽃을 넣었다. 남는 양은, 아래에
있는 지장보살 앞에 두기로 하고, 향을 피우며 손을 모았다.
마음 속에서, 카스미는 할머니에게 사과밖에 할 수 없었다. 어째서 한
번도 오지 않았을까. 오려고 생각했다면, 평일이라도 여기까지 정도는 언
제라도 올 수 있었는데. 돌아가셨다는 시실을, 머리에서는 알고 있었지
만, 그런데도 아직 마음의 어디선가 느끼고 있었다. 그 집에 돌아가면 할
머니가 있어 줄 거 같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
부터인가, 그 자리는 타인의 것이 되어 있고, 카스미가 있었을 때와 같은
모습을 한 채, 다른 것이 되어 버려 있었다.
오랫동안 눈감은 채 그렇게 있다가, 얼굴을 올리는 것과 동시에 이나리
도 얼굴을 올렸다. 누구가 시작했는지 모르게 웃다, 물건들을 가지고 무
덤 앞에서 물러났다.
도중에 있는 지장보살 앞에, 나머지 꽃을 올린 후, 비탈길을 내려오자,
누군가가 올라 는 기색이 있었다.
무엇인가, 심한 욕을 하고 있는 젊은 남자와 달래고 있는 나이든 여성
과 남성의 목소리.
옆을 걷고 있던, 카스미가 멈춰 섰다. 이나리의 뒤에 숨듯이.
「…………!」
카스미가 이나리의 팔을 아플 정도로 잡았다. 작고 가녀린 손의 어디에
이런 힘이 있었던 걸까, 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꽉 카스미가 이나리의
팔을 잡았다.
「카스미」
놀라면서, 어떻게든 중얼거린 것은 여성 혼자로, 중년 남자와 젊은 남
자는 아무 말도 없이 서 있다.
이나리의 뒤에 숨은 카스미에게, 젊은 남자가, 카스미의 사촌이, 비웃
듯이 말했다.
「봐. 별로 엄마가 걱정해 주지 않아도, 능숙하게 기둥서방 찾아내선 살
고……」
이나리가, 팔에 매달리는 카스미를 억지로 벗겨냈다.
사촌의 말은, 끝까지 들리지 않았다. 대신에, 둔한 소리가 들렸다. 사
촌이 모래가 흩어진 길에, 뒤집히듯이 널부러져 있다.
「으! 갑자기 뭐…」
몸집이 작은 숙부도, 똑같이 대사를 끝까지 말하지 못하고 지면에 날아
갔다. 두 명의 남자를 때려 날려버린 이나리가, 오른손을 어루만지면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시 말해 봐……」
머리를 털며 일어나려고 한 사촌의 가슴팍을 잡고는, 이나리가 더욱,
두 번, 세 번 후려갈겼다.
봐주는 일 없이 계속 몇 번이나 때렸다. 카스미가 울면서 그만두라고
간절히 외쳐도, 이나리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힘을 주는 것처럼
보였다.
「그만둬…」
이가 부러진 것일까, 입 속이 피투성이가 된 채, 목소리가 흐려지고 있
다.
「그만둬! 죽일 생각인가!」
치켜든 이나리의 손에, 숙부가 매달리며 말렸다. 싱겁게도, 이나리가
한 번 손을 흔들자 단번에 숙부는 또 날아갔다. 벌써 녹초가 된 모습의
사촌을 버려둔 채, 이나리가 그 쪽을 향하자, 한심한 소리를 지르며, 기
어서 도망치듯이, 숙부가 버둥이며 움직이고 있다.
「그만둬!」
도망가기를 단념했는지, 비굴한 태도로 지면에 이마를 문지르며, 염불
과 같이 때리지 말아줘, 라고 중얼거리고 있는 숙부를, 이나리가 내려다
봤다. 얼음과 같은 눈동자로.
선 채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나리에게, 얼굴을 든 숙부가, 아첨하는
것 같은 조금 해이해진 안도의 표정을 짓다, 곧바로 굳어진다.
들어올린 얼굴, 이마 바로 앞에, 이나리의 구두창이 보인 것이다.
「너희들은 그만두었는가?」
「네?」
「카스미가 그만둬 달라고 말했을 때 그만두었는가? 다른가?」
이나리의 입가가, 치켜올라간다. 웃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분노로, 얼굴
의 근육이 긴장되었을 뿐이지만, 간신히 구두창에서 벗어나 있는 숙부의
눈에는, 이나리가 흉악하게 웃은 것처럼 밖에 안보였다.
「아………아」
공포에 말을 잇지 못하는 숙부에게, 말리는 일도 할 수 없었던 숙모에
게, 그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고하듯이, 이나리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사과하지 마. 정말로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 절대 카스미에게 사과하
지 말아라. 너희들은 「사과했다」는 걸로 구원받겠지만, 카스미는 다르
다. 미안해요라고 라면 용서받을 수 있을 거 같나? 진심으로 죄를 갚고
싶다면, 평생 카스미에게 계속 원망 받아라. 평생 용서받지 못하란 말이
다!」
개처럼 입을 연 채로 주저앉은 숙부를 그대로 두고, 이나리는 카스미의
손을 잡아당기며 비탈길을 내려갔다.
평소보다 훨씬, 강하게 잡은 손.
그 크기와 따뜻함과 힘.
절에서 빌린 물통을 돌려주고, 거기서 손을 씻고 있는 이나리의 뒤에
서, 카스미가 참지 못하고 울기 시작했다.
차를 타기 전에, 이나리가 카스미를 꼭 껴안으며, 키스를 했다.
「미안하다. 싫은 녀석등을 만나게 해서」
다시 꼭 껴안고 나서, 이나리가 그렇게 말하자, 카스미가 머리를 흔들
었다. 이나리의 탓은 아니다. 카스미가 이나리의 손을 잡았다. 전에 만든
상처의 아래쪽에, 새로 찢어진 듯한 상처가 있었다. 맞은 그들도 아팠을
것이지만, 때린 이나리도 아팠을 것이다. 그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카스
미가 미안해요 라 하며 또 울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이제 울지마? 응?」
한번 더 꼭 껴안았다.
「끼니 때이지만, 다시 한번만 갈 곳이 있는데. 괜찮아?」
이번에는 끄덕였다. 차문을 열고, 살그머니 카스미를 조수석에 앉혔다.
근처에 서 있는 패밀리 타입의 세단을 마음껏 차버리고는, 이나리가 차에
탔다. 숙부의 차로 보이는 것에, 흠씬 구두자국이 난 데다, 움푹 패인 것
을 보고, 카스미가 겨우 조금 웃었다.
이나리가 향한 곳은, 카스미의 집이었던 곳이었다.
「선생님, 그렇지만 여기…」
뜰로 들어가는 이나리를 카스미가 말렸다. 전혀 신경쓰는 기색도 없이,
안녕하십니까 라고 말하며, 이나리가 들어가 버렸다.
방금 전의 여성이, 현관에서 불러 줬으면 좋았는데 , 라고 웃으며 두
명을 집으로 맞이했다.
「아무쪼록, 응, 당신에게 말하기엔 조금 이상할까. 왜냐하면 여기는 당
신 집인걸요」
「네…?」
「아! 손. 상처를 입었는가요? 기다리고 있어요, 지금 구급 상자…」
「두는 장소를 바꾸지 않았으면, 창고의 장롱 위」
「그렇다면. 잠시 기다려 줘요」
어디에 있었을까 하며 시선을 헤매는 여성에게, 카스미가 그렇게 말하
자 그녀는 집의 안쪽에 달려가, 본 기억이 있는 구급 상자를 가져왔다.
여성은, 카스미가 대비는 철저히, 라고 말하자, 그렇구나 하고 웃으며
부엌에 차를 가지러 가 버렸다.
붉게 물든 손등에, 소독약을 바른 솜을 문대었다. 솜을 문댈 때, 소독
약이 스며든 때문인지 이나리가 작게 소리를 지르며 얼굴을 찡그렸으므
로, 카스미는 무심코 때굴때굴 구르며 웃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지만,
그렇게 했다가 나중에 무슨 짓을 당할까 싶어 그만두었다. 가제를 붙일
만큼 깊은 상처는 아닌 것 같아서, 소독약만 바르고 상자를 닫았다.
가구도 거의 그대로다. 거실의 테이블에는, 초등학생이던 카스미가 계
산을 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두 명에게 보리차를 내준 후, 그리운 듯이 그 흔적을 어루만지고 있는
카스미를 보고 여성이 또 웃었다.
「여기의 계약 대리한테서, 싼 값에 빌리는 대신에, 둘 정도 조건을 받았
어요. 하나는 가구도 집도 마음대로 버리거나 개축하거나 하지 말 것. 다
른 하나는, 당신이 이 집에 돌아오고 싶다고 하면, 곧바로 인도할 것」
놀라는 카스미에게, 계속 여인이 말한다.
「사정이 여러 가지 있는 거 같지만…그래도 언젠가 당신이 돌아오지 않
겠는가 하고, 쭉 생각했던 모양이에요」
현관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울리며, 여자 아이 세 명이, 달려왔다. 손님
이 있다는 것에 놀란 것 같지만, 수줍은 듯 안녕하세요 인사한 뒤, 소녀
들은 2층에 올라가 버렸다.
「만약 지금 당신이 여기로 돌아오고 싶다고 말한다면, 우리들은 집을 비
울 거에요. 미안해요, 또 일부러 오게 해서. 그 만큼 전하고 싶었으니
까」
「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살아 주고 있어서. 아무도 없는 것 보다, 집은
기쁘다고 생각하고…거기에다, 나, 확실히, 이제는 돌아갈 집이 있습니
다」
그렇게 말하며, 이나리를 올려봤다. 아무 것도 신경쓰지 않은 기색으로
차를 마시고 있는 그를.
「다행이네요…그렇게 말해주니 목숨 건진 것 같군요. 만약 그 때 이 집
이 셋집으로 나오지 않았으면……아, 푸념이 될 것 같으니까 이제 그만둡
시다. 그렇지, 밥 먹고 가지 않을래요? 볶음밥 정도밖에 할 수 없지만」
그렇게 말하며 일어서는 여성에게, 정중하게 사양하고 다시 뜰로 나왔
다.
「그, 만약 싫지 않았으면…, 괜찮으면, 괜찮으면, 또 와요」
고마워요 라고 대답하고, 바이 바이 하는 소리에 올려보니, 카스미가
사용하고 있던 방에서, 세 명의 아이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손을 흔
들며, 뜰에서 나왔다.
골목까지 배웅해 준 여성에게, 이 집을 아무쪼록 부탁합니다, 라고 말
하고는, 카스미가 이나리와 함께 차까지 걸었다.
「밥 먹을까」
「응. 정말 배 고파졌어요」
언제 타도, 이나리의 차는 매우 조용해서, 가속의 중력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돌아가는 길은 전혀 다른 루트로 우회를 했다.
바다가 보이는 곳까지 가다가, 도중의 잡화상의 처마 끝에 걸린 차양
큰 밀짚모자가 눈에 들어와, 이나리는 당황하며 차를 되돌려 카스미에게
그것을 사 주었다.
해안가의 깔끔한 펜션 가운데 있는 레스토랑에서 조금 늦은 점심을 먹
고는, 거의 사람의 없는 모래사장에서 논 뒤, 또 해안선을 달렸다.
훨씬 저 편의 수평선이 확실히 구부러져 있어서, 어째서 이 별은 무의
미하게 넓고 둥근 걸까 하며 아무래도 좋은 일을 철학처럼 말하면서 긴
긴 드라이브를 했다.
세계는 넓고. 사람은 작으니까.
그렇지만, 이라고 카스미는 생각했다.
자신의 마음은, 이 별보다 휠씬 훨씬, 많은 것으로 채워져 있다고.
[여담]
번역기 돌린 걸 쪼대로 의역한, 일본어 조또 모르는 인간의 솜씨란
걸 염두에 둬 주시길.
만약 내가 이번 이야기같은 상황에서 저 친척이란 이름의 잡종들을
만났다면 패는 정도가 아니라 톱밥 만드는 기계로 산 채로 갈아버
렸을 겁니다.
이번 화는 앞으로 두 장이 남았는데... 만족하실 분들은 없겠지만
다음 장에는 베드신 왕창입니다.
관련자료
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