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제조 회사 -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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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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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역전의 함정
가벼운 클락션 소리에 뒤돌아보자, 거기에는 기억에 있는 차가 멈춰서있었다.
"여기, 여기."
중년 남자에게 그렇게 불려서 조금도 기쁘지 않지만, 키츠네군은 살짝 어깨를 으쓱한 뒤 순순히 그 남자에게로 향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키츠네군은 차에 올라타면서, 기분나쁘다는 것을 한껏 드러내며 말했다.
"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잘 부탁드려요, 키츠네군."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은 것은 물론 크라운이었다.
"심하지 않습니까? 정년 휴일은 8일까지였죠? 모처럼 맨션의 사람들과 놀려고 생각했었는데."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며 째려보았다.
그러나 크라운은 순조롭게 차를 출발시키면서 시치미 뗀 표정으로 말했다.
"아, 그랬습니까? 그러면 맨션의 사람들에게 생각하지도 않은 세배돈이었겠네요."
"심해요! 절 뭐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웃교제를 솔선수범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 있어서 드문 젊은이에요."
"아하하하, 아니아니, 확실히 드문 젊은이기는 하죠. 그렇지만, 그렇다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이 좋게 지내주지 않으면 안돼죠."
"그렇게 하고 있어요, 이미. 그 선입관을 없앨 수 없습니까? 다만 우리 맨션에는 신혼부부나 독신 여성 밖에 없지만........"
처음의 기세에 비해서 말꼬리를 작아지는 키츠네군이었다.
크라운은 그 대답을 듣고 "네, 네. 그렇네요." 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 동안에도 차는 속도를 높여가며 달리고 있었다.
"근데 무슨 일이 있습니까? 전화로는 알 수 없었는데."
참지 못하고 키츠네군이 묻자, 크라운은 앞을 향한 채로 평소의 목소리로 말했다.
"30분 정도 전에 미키씨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클라이언트 사망에 의해 계약은 종료되었다고 합니다."
그 말에 키츠네군은 멍청한 얼굴로 되물었다.
"사망? 그 고교생이? 도대체 무슨 일로......"
"조금 심각한 문제 같아요. 그 도련님, 원래 원인이 되었던 유부녀를 아직도 단념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2명이 있는 것을 남편에게 발견되어 푹!하고 찔렸다는 군요."
"우와.......... 그거 좀 변변치 않네요. 경찰사태인가...."
"그래서 키츠네군이 필요한 거예요. 그 2명의 회수도 있지만, 다른 당사자들도 손볼 필요가 있어서요."
"에, 뭐, 어쩔 수 없네요."
상황을 듣고, 자신이 갈 필요가 있는 것을 키츠네군도 납득했다.
그리고 표정에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키츠네군 혼자 걱정하는 것이 있으므로 현장에 가는 것이 형편상 좋았다.
차는 더욱 속도를 올려, 쿠로이와 저택에 향하고 있었다.
*
하타노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예정 시각을 40분 지난 상태였다.
이제 움직임이 있어도 될 무렵이라고 생각되었다.
하타노는 가죽의 상하의를 입고, 벌써 1시간이나 잠복하고 있었다.
근처에는 같은 스타일로 카오리가 엎드려 쌍안경으로 정면에 보이는 쿠로이와 저택의 중후한 정문을 살피고 있었다.
한겨울이라고 해도 햇빛이 있는 오늘같은 날은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지만, 기다리며 안의 상황을 알 수 없다는 것이 고통이었다.
(괜찮아. 놈에게는 내가 정성껏 암시를 걸어뒀다. 12시에 이 저택을 방문한 남자, 시미즈 케이고는 틀림없이 12시 25분에 복수 암시가 발동했을 거다.)
하타노는 의문을 버리듯이 몇번이나 케이고의 암시 장면을 회상하고 있었다.
아무리 둔하다고 해도, 역시 아내와 켄지의 사이를 의심하고 있던 케이고는 하타노의 암시에 아주 간단히 빠져들었다.
그 남자를 연초 인사가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12시 25분이 되었을 때 저택안에서 어떤 소동이 일어났을지, 하타노는 뚜렷히 상상할 수 있었다.
악귀의 모습이 된 케이고가, 키츠네군의 클라이언트인 녀석을 쫓아가 죽였을 것이었다.
(후후후, 빨리 와라, 키츠네. 너의 클라이언트가 죽었다. 인형을 회수하지 않으면 안되지. 거기에 케이고들의 기억도 조작해두지 않으면.......... 쿠쿠쿠쿠...... 너밖에 할 수 없는 일이 기다리고 있어.)
하타노는 어느새인가 작은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 때였다.
"왔습니다. 차입니다. 1대, 국산차입니다."
카오리가 쌍안경에서 눈을 떼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하타노는 반사적으로 몸을 낮추며, 덤불 속에 숨었다.
그러자 뜻밖일 정도로 가까운 곳을 회색의 국산차가 지나쳐갔다.
그리고 정문앞에 멈춰서, 그대로 튼튼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타노도 자신의 쌍안경을 꺼내, 가만히 살펴보자 안에 2명이 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명은 중년 남자였고, 1명은 젊은 남자인 것 같았다.
그러나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으므로, 그 이상은 알 수 없었다.
젊은 남자는 휴대폰으로 전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정문이 천천히 열렸다.
하타노들의 눈에도 깨끗이 손질된 잔디의 뜰과 석조의 조각상이 보였다.
차는 그 쪽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그리고 차가 조각상의 그늘에서 멈춰선 순간, 하타노와 카오리는 일제히 일어섰다.
그리고 헬멧을 서둘러 쓰고, 옆에 눕혀둔 오프로드 오토바이를 일으켜 시동을 키지 않은 채로 덤불에서 밀어내기 시작했다.
아직 도로에서 거리가 있었지만 수평인 지면까지 겨우 도착하자 오토바이를 나무의 그늘에 세우고, 거기서 카오리가 운전석에 탔다. 하타노는 뒷자석에 타면서 카오리에게 달라붙었다.
그리고 다시 쌍안경을 들여다보며 마지막 확인을 했다.
조각상의 뒤에서 잠시 시야에서 벗어났던 차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차가 향하는 곳에는 큰 저택이 2개 보였다.
그 중 하나의 앞에서 한 명의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것에 호응하듯이 차의 문이 열리며 2명의 남자가 내려섰던 것이였다.
역시 젊은 남자와 중년 남자 두 명이었다.
하타노는 날카로운 눈으로 젊은 남자에게 주목하고 있었다.
쌍안경을 통해 그 모습을 자세히 보고 있었다.
결국 키츠네군을 불러냈다는 흥분을 느끼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기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때, 중년 남자가 무엇인가를 이야기했는지, 젊은 남자가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얼굴을 본 순간, 하타노의 얼굴은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
차가 멈춰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현관문이 열리고, 안에서부터 빛나는 것 같은 미녀가 나타난 것을 키츠네군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요우코였다.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지........ 도전하는 것 같은, 그리고 자신감이 가득차서 흘러넘치는 것 같은 곧은 시선이, 차의 창문을 넘어 키츠네군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우와........ 저런 눈을 하고 있다니...... 이건...... 찢어진건가, 진짜로."
키츠네군은 싫은 예감이 실현된 것 같아 곤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런, 마중나왔군요. 키츠네군, 나설 차례에요."
키츠네군의 그 표정을 알아차리지 못한 크라운은 그렇게 말하며 부담없이 차 밖으로 내렸다.
키츠네군은 그 말에 재촉되어,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다.
구름하나 없이 쾌청한 날씨에, 1월의 차가운 바람을 뺨에 느끼면서 키츠네군은 요우코와 대치했다.
요우코는 그런 키츠네군을 보자마자 의미깊은 미소를 떠올리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마치 맛있는 음식을 눈 앞에 둔 호랑이같이 압도적인 박력으로...........
"키, 키츠네군. 그녀...... 어쩐지 이상하지 않아?"
크라운의 약간 긴장한 목소리가 키츠네군의 귀에 닿았다.
그 말에 키츠네군은 긴장을 풀고 힘없이 대답했다.
"그러게말입니다....... 어쩐지 위험할 것 같네요."
그 대답에 크라운은 곤란한 표정의 키츠네군을 살펴보았지만, 곤란한 표정은 하고 있어도, 초조한 표정은 아니었기 때문에 안심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크라운이 무엇인가 말하려고 했을 때,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 찾아냈다- 찾았습니다-"
처음 크라운은 그 목소리를 듣고, 자신들과 관계있다고는 생각치 않았다.
우연히 지나가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생각했던 것이였다.
그러나 서서히 목소리가 커지고, 거기다 그것과 같이 자갈을 밟는 소리까지 들려오자, 놀라서 뒤돌아보았다.
그것은 키츠네군도 같았다.
뒤돌아서, 그 인물이 누구인지 깨달은 순간 키츠네군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크라운씨, 어떻게 된겁니까? 왜 여기에 불렀습니까?"
"어? 나? 몰라요. 키츠네군이 부른게 아니에요?"
크라운이 '키츠네군이야말로 알지 않냐'는 표정을 하고, 시선을 향하는 곳에는, 거친 숨을 내쉬면서 달려오고 있는 사카타 유사쿠의 모습이 있었던 것이였다.
2명이 이상하게 생각하며 유사쿠를 보고 있을 때였다. 먼 곳에서 오토바이의 엔진이 움직이는 소리가 났던 것이였다.
*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하타노는 쌍안경을 눈에 꽉 누르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어떤 놈이야! 저 녀석은, 도대체 누구야!"
쌍안경이 향하는 곳에서 뒤돌아 본 젊은 남자.... 그 얼굴은 하타노가 본 적 없는 남자였다!
계획 입안의 프로를 자인하고 있던 하타노지만, 이런 일만은 예상하지 못했다.
설마 이 긴급 사태에 키츠네 본인이 나타나지 않는 것만은..........
(어떻게 해야하지? 어디선가 계획이 어긋났나? 놈들은 누구지? 설마, 경찰?)
확실하다고 생각했던 계획에 예상외의 이상을 발견하고, 하타노는 의문이 가득했다.
"주인님...... 어떻게 할까요?"
완전히 준비가 끝난 카오리가 돌아보며 하타노에게 물었다.
그러나 하타노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쌍안경으로 남자들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카오리는 대답이 없기 때문에 다시 정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때였다.
카오리가 보는 곳, 열려진 정문으로 1명의 남자가 들어갔던 것이었다.
헬멧의 바이저 너머로 그 남자를 본 카오리는, 계획외의 등장인물에 대해 다시 뒤를 돌아보며 지시를 요구했다.
"주인님, 누군가 왔습니다. 계획외입니다."
하타노는 그 말에 놀라, 쌍안경에서 시선을 옮겨 카오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카오리가 가리킨 방향으로 당황하며 쌍안경으로 들여다보았다.
곧바로 젊은 남자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타노는 그 몸을 다시 한 번 보고, 또다시 놀람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있다! 있다, 있다, 있다! 놈이다! 왔다!"
그 모습은 그 날 하타노를 집어던졌던 남자의 모습, 그 자체였다.
"흥! 놀래키다니! 너에게는 지금부터 답례를 해주겠다!"
하타노는 그렇게 말하며, 올리고 있던 바이저를 한 손으로 내리고 쌍안경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카오리를 향해 마지막 지시를 내렸다.
"카오리! 돌진해라! 저 녀석에게, 키츠네 녀석에게, 돌진해해서, 쳐죽여라!"
그 소리를 신호로 카오리의 손가락이 스윗치를 올렸다.
250cc의 엔진에 흉폭한 파워가 살아나자, 날카롭고 사납게 울부짖는 소리가 나무 사이에서 겨울의 하늘로 울려퍼졌다.
그리고 총중량 200킬로를 가볍게 넘는 유인 미사일은, 정밀한 컨트롤하에 금새 스피드를 올려, 한순간에 정문을 통과해서 시야에 들어온 타겟의 등을 향해 힘껏 달려들었던 것이었다.
키츠네군은 그 모습을 꿈 속의 사건과 같이 현실감을 가지지 못한 상태로 보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유사쿠가 무엇인가를 외치면서 달려온다.
(찾아냈어? 무슨 소리를 하고 있어? 어, 사카타군이 찾아냈다고 말한다면....... 설마, 그.........)
키츠네군이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마치 그 예감이 현실화된 것처럼 검은 가죽 상하의에 검은 헬멧을 쓰고 있는 인물이 오토바이를 타고 악몽처럼 나타났다.
그리고 그 오토바이는 망설임없이 사카타군을 목표로 돌진해가고 있었다.
"위험해!"
크라운의 입에서부터 큰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러나 피할 곳이 없는 상황에서 그 목소리는 허무했다.
폭음을 알아차린 유사쿠는 뒤를 돌아보고, 얼굴에 놀람을 떠올린 뒤 쏜살같이 도망쳤지만, 오토바이를 당해낼 수는 없었다.
크라운이 눈을 동그랗게 뜬 순간, 키츠네군의 큰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퍼졌다.
"적이다! 섬멸해라!"
그 목소리는 도망치는 유사쿠의 귀에도 선명하게 들렸다.
그리고 그 순간, 유사쿠의 속에서 무엇인가가 눈을 떴다.
(섬멸.......섬멸, 섬멸, 섬멸, 섬멸, 섬멸! 쓰러트린다, 쓰러트린다, 쓰러트린다, 쓰러트린다!)
이미 방어의 의지는 없었다.
한순간에 돌아선 뒤, 뒷걸음질치며 오토바이에 날카로운 시선을 향했다.
2인승....... 오토바이.......... 균형.........
한순간 번쩍이는 생각이 뇌리에 떠오른 순간, 몸은 이미 반응하고 있었다.
눈앞까지 다가온 오토바이의 핸들을 목표로 양다리를 모아 날라차기를 했던 것이였다.
체중 60킬로의 유사쿠였지만, 그 힘이 모두 핸들의 한쪽에 모이면 오토바이는 넘어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유사쿠 자신도 무사하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유사쿠의 목숨 건 반격을 카오리는 믿을 수 없게도, 한 순간에 알아차렸다.
그리고 도대체 어떻게 한 것인지, 한순간에 체중을 왼쪽으로 옮겨서 오토바이를 비스듬하게 기울인 채로 유사쿠의 옆을 지나쳐갔던 것이였다.
"우와왓-!"
놀란 것은 하타노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자세의 변화와 G에, 필사적으로 카오리에게 달라붙었다.
그 무리한 힘이 카오리의 기적같은 체중이동에 방해가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주, 주인님, 안돼요!"
카오리의 비명과 함께 자갈길을 드리프트하고 있던 오토바이는, 결국 잔디에 올라서며 컨트롤을 잃었다.
그러나 악운이 강하다고 해야할까....... 하타노는 잔디에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내던져졌으므로, 오토바이의 데미지를 전혀 받지 않고 있었다.
카오리가 엎드려서 움직이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하타노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습격에 실패한 타겟도 일어서는 중이었다.
쏘아보는 것 같은 안광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하타노는 혼란스러운 시선으로 차의 옆에 서있는 남자를 보았다.
(뭐야! 무슨 일이야! 그 목소리, 그 들은 적있는 목소리는 키츠네의 목소리였어!)
그 한순간 키츠네군이 외친 목소리를 들었던 하타노는, 자신을 집어던진 남자가 키츠네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게 되어있었다.
그러나 그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유사쿠는 명령받은 워드에 지배되어 하타노를 목표로 돌진해갔다.
(섬멸, 섬멸, 섬멸, 섬멸!)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하타노도 결단을 내리고, 제 2단계의 공격으로 옮겨갔다.
등에 매고 있던 70CM의 일본도를 오른 손으로 뽑았던 것이였다.
그 순간 유사쿠의 돌진이 멈췄다.
불타는 것 같은 시선을 하타노에게 향하면서도, 신중하게 움직였다.
하타노는 그렇게 유사쿠를 견제하면서 한손으로는 강력 테이프를 꺼내 일본도와 오른 손을 감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일본도를 놓지지 않을 생각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저건........."
사태를 전혀 알 수 없는 크라운이, 갑자기 눈앞에서 전개된 사투에 중얼거렸다.
그러자 키츠네군은 눈 앞의 2명의 움직임에서 눈을 떼며 말했다.
"모르겠습니가? 그 남자.... 팬더예요. 아마."
키츠네군의 그 한마디에, 크라운은 눈을 크게 떴다.
"어, 어째서! 어째서, 그가! 그런........."
"우연히...... 가 아니에요. 유인된 거겠죠, 저희는."
키츠네군은 다시 시선을 앞으로 향하면서 말했다.
"다만..... 그 남자는 착각하고 있는 것 같네요. 그 도망치던 날 공격해온 남자를 나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해서 오토바이가 돌진해왔다면.....피할 수 없었어요. 위험, 위험........)
키츠네군은 그 장면을 상상하고 얼굴을 찡그렸지만, 상대가 팬더라면 이 승부는 벌써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금씩 간격을 줄여가는 두 명을 보면서 키츠네군은 큰 소리로 외쳤다.
"팬더!"
그 소리에 하타노는 깜짝 놀라 키츠네군을 보았다.
2명의 시선이 공중에서 불꽃을 튀겼다.
"네, 네 놈인가! 키츠네에에에!"
하타노가 망설임을 담아 외쳤다.
그 반응에 키츠네군은 싱긋 웃었다.
"답례는 감사합니다, 팬더 선배."
키츠네군의 태도에 하타노는 자신의 실태를 깨달았다.
헬멧으로 표정이 가려졌지만, 한순간 멈친 움직임으로 동요가 드러났다.
그 하타노에게 키츠네군은 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프리-즈 마인드!"
그 순간 검은 라이더 슈트의 남자는 한 손에 일본도를 든 채 몸을 경직시켰다.
도망치려고 몸을 움직인 그 자세로 얼어붙은 것이었다.
그리고 한 숨을 내쉬고, 천천히 몸을 정면으로 향하면서, 온 몸에서 힘을 빼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섰다.
키츠네군은 그 모습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표정이 안 보이는 만큼 신중하게 되었다.
그러나 완전히 탈진한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모습에 키츠네군은 작게 숨을 내쉬며 몸의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팬더의 곁에서 똑같이 남자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던 유사쿠에게 지시했다.
"사카타군. 그 남자의 헬멧을 벗겨요."
키츠네군의 명령에, 유사쿠는 망설임없이 하타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두려움없이 일본도를 들고 있는 남자의 턱에서 헬멧의 끈을 훈 뒤, 단번 에 벗겼다.
"팬더군............."
크라운의 입에서부터 감개무량하다는 목소리가 한숨과 함께 흘러나왔다.
1개월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뺨이 파여져 있었지만, 그 얼굴은 틀림없이 팬더의 것이었다.
그리고 키츠네군도 크라운의 그 소리에 이끌리듯이 팬더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러나 중지워드로 완전하게 이완된 그 표정에서는, 키츠네군도 내면을 엿볼 수 없었다.
(완전하게 인형이 되었군요, 팬더씨. 분해요? 괜찮아요. 곧바로 모든 것을 잊게 해줄테니까.)
키츠네군의 눈에 이미 적의는 없었다.
대신 일찌기 동료였던 남자에게 경의를 담아 인사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 기억 봉쇄를 위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나.........
한 재난이 사라진 이 순간, 안타깝게도 키츠네군은 자신에게 다가온 새로운 위기를 깨닫고 크게 놀랐다.
샴푸 향기가 난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키츠네군은 뒤에서 힘껏 끌어안아졌던 것이였다.
"잡.았.습.니.다."
그 소리는 뜨거운 숨과 함께 키츠네군의 귀에 살그머니 속삭여졌던 것이었다.
"아, 아, 오래간만이네요. 건강해서 다행......입니다."
키츠네군은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다 간신히 웃는 얼굴을 만들어 요우코를 돌아보았다.
그런 키츠네군의 눈을 요우코는 짓, 하고 들여다보았다.
"후후후, 왜그러세요, 키츠네님? 이렇게 금방 만나게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요우코는 여유있는 목소리로 속삭이고, 정면에서 키츠네군의 입에 입맞춤을 했다.
적극적으로 혀를 내밀어 타액을 맛보고, 키츠네군의 입을 범하는 것처럼 차분히 만끽했다.
그러나, 그 긴 키스가 끝난 순간, 마치 정력이 뺐긴 것처럼 처음의 기세가 죽은 것은 요우코쪽이었다.
키츠네군의 목에 매달린 채로 그 가슴에 얼굴을 묻은 것이었다.
그리고 크게 한숨을 토한 뒤, 물기를 머금은 눈동자로 키츠네군을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돌아왔습니다. 당신의 곁으로."
그 말에 키츠네군은 조금 곤란한 표정으로 하면서, 그러나 상냥하게 꼭 끌어안고 말했다.
"어서오세요. 수고했어요, 요우코."
그 한 마디로, 단 한 마디로 요우코의 얼굴에 꽃이 피는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간신히 기분을 다스린 것인지, 키츠네군의 가슴에서 떨어져 고개를 숙였다.
"죄송했습니다. 주인님에게 마음대로 응석을 부려버렸습니다."
"네? 아, 아니........ 응, 별로.....그........"
아무래도 이렇게 진지하게 말하는 것에 키츠네군 서투른 것처럼 어딘지 모르게 뒤로 물러서며 입속에서 중얼거렸다.
그런 키츠네군의 모습을 요우코는 눈을 치켜뜨고 보며, 못된 장난을 한 것 같은 표정으로 웃었다.
"아, 크, 크라운씨. 어떻게 합니까, 그 남자는? 차에다 실을까요?"
키츠네군은 하타노에게 빨리 걸어가면서, 일부로 큰소리를 내며 크라운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키츠네군을 풀어줄 생각이 없는 요우코는 그 뒤를 쫓아갔다.
그리고 하타노의 눈 앞에서 그 최면 심도를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는 키츠네군을, 요우코는 흥미깊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키츠네군에게 주도권이 넘어갔으므로, 유사쿠도 무료한 듯이 근처에 서서 멍하니 보고 있었다.
키츠네군의 표정을 보면, 특히 문제가 될만 것은 없는 것 같았다.
크라운도 천천히 하타노에게 걸어가면서, 소란이 수습된 것을 보며 긴장을 풀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이대로 트렁크에 넣을도 될까요?"
크라운이 가볍게 물어보고 키츠네군이 대답하기 위해서 돌아섰다.......
마인드 서커스라고 하는 특이한 집단에 있어서, 항상 최면이라고 하는 능력을 피부로 느끼고 있던 하타노, 그러면서도 중요한 최면 기술에서는 항상 최저 수준이었던 하타노.
그런 하타노가 마인드 서커스의 호프인 키츠네군에게 도전하기 위해서는 유일하게 책략, 지략의 함정에 걸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상대가 자신있어하는 심리의 헛점을 찌르는 것에, 하타노의 고집이 걸려있었다.
---너에게 이기기 위해서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너에게 복수할 수 없다면, 이대로 살아있을 필요가 없어!---
마인드 서커스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하타노의 존재가 이미 끝나버린 이 순간, 벌써 1명의 인형에 지나지 않게 되어버린 이 순간, 이것이 하타노가 기다려온 복수의 시간이었다!
"잭포트!"
바이저 너머로 키츠네군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던 카오리의 뇌에, 하타노의 피를 토하는 듯한 외침이 떠올랐다.
그러자 한 순간 카오리의 몸에서 암시가 개방되었다.
그리고 곧장 하타노 앞에 모여있는 남자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메르트 마인드!"
갑작스런 절규..........
모두 한 순간,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보다 먼저 카오리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그 한순간이면 하타노에게는 충분했다.
반복에 반복을 겹쳐 극한까지 탈최면시의 반응 속도를 높이고 있었던 하타노는, 지금, 이 실전에서도 최고의 속도로 암시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일본도의 감촉을 확인하는 것보다 먼저, 눈 앞의 인물을 확인하는 것보다도 먼저, 하타노는 팔에 힘을 주고 체중을 실으며, 필살의 찌르기를 눈 앞의 인물에게 향했다!
그리고 키츠네군은...........
마치 슬로모션처럼 자신의 배를 향해 일직선으로 찔러오는 일본도를, 얼어붙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키츠네님!"
다음 순간, 요우코의 절규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또 다시 요우코의 눈앞에 피보라가 춤췄던 것이였다.
ps:오늘의 끝.
아마 오늘 올릴 일은 없을 겁니다.
아마도.
거의 확실합니다.-_-;
하여간 내일 자정까지는 전부 다 올리겠습니다. 남은 것들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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