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경험담

인형 제조 회사 -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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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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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빈틈 (*이렇게 밖에 해석이 안되네요. 원문의 뜻은 갑옷의 틈을 찌른다, 라는 식이던데.-_-;)




아침의 수사회의가 끝난 뒤, 파트너인 선배 형사와 재빨리 나가려고 하는 렌에게, 뒤에서 부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무슨 일이죠?"

기분나쁘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고 렌을 돌아보았다.

"잠깐 이리와."

말을 건 것은 과장인 칸다 코이치로였다.
코이치로가 턱을 향한 곳은 과의 구석에 설치된 간단한 상담실이었다. 간이칸막이로 분리되어 있었다.
그것을 보고 선배형사는 작게 고개를 저은 뒤 "먼저 갈테니까 현장에서 만나자." 라며 먼저 떠났다.
렌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눈으로 사과하고 낙담한 것 같은 표정으로 상담실로 향했다.

"뭐죠? 급합니다."

렌은 자리에 앉자마자 코이치로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플로어에는 아직 여러명이 남아있었지만 렌이 소속된 1과의 멤버는 이미 전원 다 나간 상태였다.
그러나 코이치로는 그런 렌의 태도에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부드러운 동작으로 주머니에서 1장의 종이를 꺼냈다. 명함 사이즈의 그 종이에는 각 모서리에 기묘한 모양이 갈색으로 새겨져있었지만, 그것외에는 완전한 백지였다.
코이치로는 그것을 말없이 렌에게 내밀었다.
그 이상한 종이를 노려보는 듯이 바라본 렌이었지만, 다음 순간 그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코이치로는 인형과 같이 텅빈 시선을 종이에 향하고 있는 렌에게 말했다.

"거기에 쓰여져 있는 곳으로 가라. 중요한 임무니 해결할 때까지 돌아올 필요는 없다. 단독행동이다."

코이치로는 지시받은 대사를 말했다.
종이가 백지인 것은 코이치로 자신이 잘 알고 이었다.
몇번이나 확인했다.
그러나 렌의 태도에는 차이가 났다.
어느새 표정에는 생기가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평소의 강한 빛을 품은 눈동자가 코이치로를 응시했다.

"알았습니다. 즉시 가겠습니다. 임무 완료때까지 단독으로 행동합니다."

그렇게 말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걸려있는 헬멧을 한 손으로 들고 바람과 같이 나가버렸다.
코이치로는 그 뒷모습을 보면서, 미행하고 싶은 유혹과 싸우고 있었다.
확실히 존재하지만 자신의 앞에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마인드 서커스가 렌의 행선진에 있었다.
그러나 코이치로는 움직이지 않았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움직이기에는 너무 위험한 상대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코이치로는 기분을 안정시키듯 담배를 1대 피우고 나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무전기의 앞에 서서 방금 전에 나간 렌의 파트너에게 연락을 해두었다.
부하의 태도가 좋지 않다는 것은 코이치로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불필요한 것은 말하지 않고, 렌은 다른 일 때문에 이번 주 내내 단독행동한 것을 연락하고, 항의하는 상대를 무시하며 무전기를 껐다.



*


요우코에게 연락이 온 것은 점심시간 때였다.
식사를 끝내고 직원실에서 편히 쉬고 있을 때 갑자기 주머니 안에 들어있던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던 것이였다.

"네, 여보세요."

"마츠다야."

요우코의 귀에 렌의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나, 수고하십니다."

요우코는 그렇게 말하며 직원실을 살펴보았다. 여러명이 자리에 앉아있었지만, 옆에 앉아있는 국어과 교사들은 전부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특별히 이야기하는데 지장은 없었다.

"뭔가 진전이라도 있었나요?"

"예의 조사 팀을 가동하기 시작했어. 다만 쿄오코씨의 보호 계획을 가다듬기 위해서 좀 더 자세한 경위를 알아볼 필요가 있어. 물론 지금 시점에서 당사자와 접촉할 수는 없어. 그러니까......."

"저라면 언제든지 상관없습니다."

렌의 말을 끊으며 요우코가 말했다.
머리의 회전과 결정의 속도가 뛰어나게 우수한 것 같았다.

"당신 쪽으로 가면 됩니까?"

경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지 않았던 요우코는 조금 얼버무린 표현을 사용했다.

"아니, 우리쪽이 아니다. 장소도 상대도."

"상대도?"

내통을 경계하기 위해서 장소를 경찰서 밖으로 정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상대도 경찰이 아니라고 하는 말에 요우코는 조금 당황했다.

"이런 사건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변호사가 있다. 우리와 녀석들은 별로 사이가 안 좋지만, 이번은 타겟이 커서 특별히 협조하고 있는 중이야. 그리니까 그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겁니까. 알았습니다. 나로 된다면 협력하겠습니다."

"고마워. 도움이 될거야. 오늘 저녁에 시간있어?"

"4시 넘어서는 괜찮아요."

"알았다. 그럼 5시에 OO역까지 와줘. 입구에서 나오면 좌측에 편의점이 있으니까 그 근처에서 기다려."

"오는 쪽의 이름은?"

"마츠다 렌."

"어머나, 곤란해요. 나, 오늘 스커트니까 오토바이 뒤에는 탈 수 없어요."

"여자를 태우는 취미는 없어. 도보 10분의 장소다."

요우코는 작게 미소지으며 렌의 거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현실의 사건은 끔찍하지만, 렌과 같이 행동한다는 것이 요우코의 기분을 들뜨게 하고 있었다.

"알았습니다. 늦지 않게 갑니다."

요우코는 조용히 휴대폰을 껐다.



*




장신인 요우코는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스타일이 좋은 것은 물론, 그 자세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 과연 무도로 단련된 요우코다웠다.
역 앞의 약속 장소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기 때문에 요우코에게 시선을 보내는 남자들도 많았지만, 어째선지 요우코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그 뿐만 아니라 반경 3M이내는 빈 공간이 되어 있었다.
요우코가 가지는 고요한 분위기가 헌팅하려는 남자들을 멀리하고 있었고, 본인은 의식하고 있지 않았지만 상당히 긴장되는 시선을 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타인들이 비켜서게 만들어버린 것이었다.

(후- 변함없는 아가씨구나.)

그런 모습을 보고 렌은 쓰게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갔다.

"기다렸어."

렌은 변함없이 가죽 상하의에 부츠를 신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남녀가 모두 렌에게 시선을 향했다.
비록 접근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요우코와 같은 미녀가 기다리는 인물에 대해서 모두 흥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나타난 렌을 보고 사람들은 숨을 삼켰다. 완전히 타잎은 달랐지만, 요우코처럼 사람을 끌어당기면서, 동시에 사람들이 비켜서도록 만드는 박력을 지닌 미녀가 나타난 것이었다.
렌은 주위의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는 요우코의 곁에 자연스럽게 다가가서 요우코의 시선을 받았다.

"7분 지각이군요."

요우코로서는 드물게, 렌을 향해 작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응? 뭐, 옛날부터 무사시는 늦게 오는 거라고 정해져있잖아."

렌은 윙크를 했다.

"어머나? 마지막에 이기는 것은 무사시가 아니었나요?"

요우코는 곧바로 등을 돌려 걷기 시작하는 렌의 옆에 서서 곁눈질로 렌을 보며 말했다.

"아, 그래. 틀리지 않아, 그 인식."

"흐응-."

요우코는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렸다.

"이쪽은 현역이니까."

렌이 앞을 응시한 채 발끈한 듯이 말했다.

"제가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고요?"

요우코도 같이 앞으로 시선을 향한 채 반문했다.

역앞에 있는 사람들은 눈깜짝할 사이에 바람같이 사라진 2명을 아연한 얼굴로 전송하고 있었다.



도보로 10분 거리를 6분만에 걸어온 2명은 목적한 장소에 도착했다. 그 사이 2번 정도 갑자기 멈춰서서 시선을 마주치며 불꽃튀겼던 것까지 생각하면 경이적으로 빠른 걸음이었다.

"여기입니까?"

"그래. 여기의 7층."

그렇게 말하며 위로 시선을 향한 렌의 얼굴에 얼마안되는 동요가 일어난 것을 요우코는 깨달았다.
불가사의하게 그런 렌의 표정을 지켜보았으나 그 동요는 잠시 후 사라졌다.

"그럼, 갈까."

렌은 먼저 그 빌딩안으로 들어갔다.
요우코도 그 뒤를 쫓았다.




"'주식회사 DMC'. 탐정사무소입니까?"

7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정면에 있는 회사의 문패를 보고 요우코가 물었다.

"그래. 여기의 전속 변호사가 방금 전에 이야기한 상대다."

렌은 익숙한 모습으로 접수처에 얼굴을 내밀더니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현경의 마츠다입니다. 쿠라타 변호사와 만날 약속이 되어있습니다."
"아, 네. 알고 있습니다. 지금 곧 알릴테니까, 이쪽에서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접수처의 여성은 그렇게 말하더니 두 명을 상담용의 방으로 안내했다.
얇은 칸막이로 나누어진 것이 아닌, 제대로 된 벽으로 둘러쌓인 방이었다.
2명은 느긋하게 소파에 앉았다.
너무 딱딱하지도 않고, 너무 부드럽지도 않고, 적당하게 편한 소파에 세련된 테이블. 관엽 식물이 놓여져 있었고, 벽에는 풍경화가 자연스럽게 장식되어 있었다.
요우코는 앉은 채로 그것들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특별히 희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편히 쉴 수 있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방이엇따.

(좋은 방이군요. 차분히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요우코는 방의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것 같았지만, 반대로 렌은 초조한 모습이었다.
틈틈히 문쪽에 시선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수첩을 갑자기 꺼내서 펴본다고 생각했더니, 피는 것도 아니고 손으로 만지작 거린 뒤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다시 꺼내면서 작은 한숨.........
요우코는 그런 렌의 초조함을 곧바로 깨닫고 있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건가요?' 라고 하는 의문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었지만, 다음 순간 무슨 일인지 깨닫고 아연한 표정을 했다.

(렌이, 렌이 긴장하고 있어?)

지금까지 여러번 결승전에서 대전해왔지만, 생각해봐도 지금같은 렌의 표정은 본 적이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나와 싸우는 것보다 긴장시키는 상대는, 도대체 어떤 놈이야?)

요우코는 이상한 곳에서 프라이드가 손상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렌은 그런 요우코의 일은 안중에도 없이 안절부절해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문이 열린 것은 요우코가 초조해하는 렌에게 물으려고 할 때였다.
튕기듯이 일어서는 렌, 그리고 화난 것 같은 시선을 던지는 요우코.
문을 연 인물은 갑자기 그런 2명의 시선에 직면해 깜짝 놀란 표정으로 굳어버렸다.

"아........"

오십대로 보이는, 이마가 조금 벗겨지고 키가 작은 남자였다.
온화한 얼굴이 지금은 굳어져 있었다.

"아, 아무래도 오래간만이군요. 쿠라타씨."

먼저 말을 건 것은 렌이었다. 그러나 평소의 침착한 톤은 아니었다.

"아니아니, 아닙니다. 마츠다씨.....였죠?"

먼저 평정을 되찾은 것은 쿠라타쪽이었다.
부드럽게 웃으면서 먼저 한 손을 내밀었다.

"네. 오늘은 잘 부탁드립니다."

쿠라타의 손을 가볍게 쥐면서 렌이 대답했지만, 왠지 마음이 여기에 있지 않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쪽은?"

쿠라타가 요우코에게 시선을 향하며 렌에게 물었다.
그러나, 마침 그 때에 쿠라타의 배후에서 또 한사람의 남자가 들어왔다.
젊은 남자였다. 아직 학생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나이로 보였다. 긴 머리카락에 피부가 하얀 얼굴, 길게 찢어진 듯한 눈과 마른 체형.........
요우코는 한 순간에 그 만큼 관찰했지만, 다음 순간 믿을 수 없는 것을 목격하고 냉정하게 관찰하던 것을 잊어버렸다.
지금까지 몹시 긴장하고 있던 렌이 그 남자를 본 순간, 마치 꽃이 피는 것 같은 미소를 떠올린 것이었다.
크게 웃은 것은 아니었다. 표정만을 살펴본다면 조금 뺨이 느슨해지며 이가 살짝 드러난 정도였다. 그러나 요우코에게 는 방의 온도가 오른 것 같이 압도적인 변화로서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츠네키씨. 오랫만입니다."

렌은 젊은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먼저 오른 손을 내밀었다. 뺨은 희미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마츠다씨. 반년만입니까?"

츠네키라고 불린 젊은 남자는 기쁜 듯이 렌의 손을 잡았다.
환하게 웃는 그 얼굴은 마치 소년처럼 보였다.

"아뇨. 9월부터였으니까 3개월만입니다."

"네-, 그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습니까. 계속 또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나, 언제라도 불러주세요. 경찰은 시민의 요청에는 가능한한 응답해요."

두 사람은 서로 손을 잡은 채 대화를 계속하고 있었다.

"저......잠깐, 츠네키군. 이제 슬슬 괜찮잖아?"

도중에 쿠라타가 끼어들이 않았다면, 두 명만의 세계로 가버릴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소리에 놀라 떨어진 것은 렌이었다.
당황해서 손을 끌어당긴 것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츠네키씨에게는 이전 수사로 몹시 도움을 받았었기 때문에.........."

"알고 있어요. 나도 협력했었던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쿠라타가 살짝 웃으면서 렌에게 대답했다. 약간 짖궂어보렸다.

"아, 그건 물론........"

렌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하하하, 농담입니다. 그것보다 이제 이 쪽 분을 소개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쿠라타는 그렇게 말하며 요우코쪽을 바라보았다.
그 말에 렌은 간신히 요우코에 대해서 생각해 낸 것 같았다.
당황해서 돌아보자 무시무시한 요우코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요우코는 스스로도 불가사의할 정도로 기분이 안 좋았다. 미간에 커다랗게 '기분나빠!'라고 써있는 것 같은 표정으로 렌을 쏘아보고 있는 중이었다.
과연 렌도 약간 위험하다고 느낀 것 같았다.

"아, 소개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쪽이 말했던 이시다 요우코씨입니다. 영국학원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뵙겠습니다, 이시다 요우코입니다."

요우코는 그렇게 말하며 예의바르게 인사했다.

"이쪽이 변호사 쿠라타 선생님. 이쪽도 같은 변호사 츠네키씨."
"처음뵙겠습니다, 쿠라타 하지메라고 합니다. 오늘은 일부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뵙겠습니다, 츠네키 유스케입니다. 쿠라타 선생님의 어시스턴트같은 겁니다."

두 명의 변호사가 각자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한 뒤 간신히 오늘의 상담 목적이 개시되려고 했었다.
4명은 책상을 사이에 두고 2명씩 마주보고 앉았다.

"오늘 시간을 할애받아..........."

렌이 입을 열었을 때였다.

똑, 똑.

정확히 그 때 입구의 문을 누군가 두드렸던 것이었다.
4명의 시선이 모였다.
문에서 제일 가까운 쿠라타가 일어서서 문을 열었다.
문앞에 서있는 것은 방금 전 접수처에 있던 여성이었다.
시선을 향하고 있는 렌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쿠라타에게 귀속말을 했다.

"네? 사이토씨? 전화입니까?"

쿠라타가 알 수없다는 듯이 묻자.

"아니오. 지금 접수하러 오고 있습니다. 오늘 선생님과 상담예정이었다고............"

여성은 질책하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어? 분명히 상담은 내일로 정해졌다고 들었는데요?"

"그, 그건 누구로부터 들었습니까?"

"누구라면 닛타씨..........어?"

쿠라타는 무엇인가 깨달은 표정이 되었다.
그 표정을 보고 접수처의 여성은 작게 숨을 토했다.

"역시......."

쿠라타도 같이 한숨을 토한 뒤, 렌쪽을 바라보았다.

"아-, 조금 죄송합니다만."

"무슨 일이죠?"

렌이 의아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실은 조금 착오가 생겨서.......... 정말 죄송합니다만 15분 정도만 기다려주실 수 없을까요?"

"어떻게 된거죠?"

그 물음에 쿠라타는 머리를 긁으며 비서의 실수로 상담이 겹쳤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요우코는 방금 전까지의 렌처럼 초조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뭐야! 적당한 회사군요.)

그러나 상담하러 온 것은 자신들쪽이었다. 기분이 안 좋지만 태도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요우코에게는 그것이 더욱 더 짜증나는 원인이었다.
그런 요우코의 생각을 신경쓰지 않고, 렌은 시원스럽게 받아들였다.
쿠라타의 옆에서 츠네키가 작게 손을 모아 사과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렌이 작게 미소지었다.

(마음에 안 들어!)

요우코는 팍-! 하고 고개를 돌렸다.
여기에 오고나서 기묘하게 요우코의 감정은 기복이 격렬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요우코 자신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다른 상담이 우선이 되어 쿠라타는 방을 나갔고, 츠네키도 뒤따라서 나가버렸다.
렌은 조금 의외라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어시스턴트라면 당연했다.
바로 그 때 렌은 김빠진 얼굴이 되어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요우코는 둘만 남은 이 찬스에 렌에게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생각했다.
묘하게 불쾌한 감정이 가슴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곁눈질로 렌의 모습을 살펴보며 할 말을 찾고 있을 때 갑자기 문이 열렸다.
거기에 홍차가 올려진 쟁반을 들고 있는 츠네키가 서있었다.
바로 그 때 렌의 얼굴이 빛났다.
휙 일어서서 문을 손으로 열고 츠네키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도왔다.

"상담은 어떻게 된겁니까?"

"예? 상담은 쿠라타씨예요. 저는 이것을 가지고 갔던 거예요."

그렇게 말하며 츠네키는 찻잔을 테이블위에 늘어놓았다.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이시다씨."

츠네키는 그렇게 말하며 요우코에게 홍차를 권했다.

"아니오, 저희들 쪽에서 상담하러 온 것이니까 일을 우선으로 하세요."

요우코는 예의상 그렇게 대답했지만 진짜 미안하다는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이 츠네키라는 남자에게 약간 흥미가 있었다.
나이는 어떻게 보아도 20에서 22, 23세 정도였다. 물론 요우코나 렌보다 어렸다.

(도대체 어떤 관계지? 렌은 연하를 좋아하는 건가? 전혀 어울리지 않아.)

요우코는 마음 속으로 그렇게 판단하고 있었다.
어차피 15분을 기다려야 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요우코는 츠네키의 속을 떠보기 시작했다.
일에 관련된 화제는 말하지 않았다. 츠네키도 요우코의 상담건은 쿠라타가 돌아온 다음부터라고 생각했는지, 요우코가 묻는대로, 과거에 취급했던 사건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야기해주었다.



"어머나, 그렇게 많습니까? 놀랍다고 할까요, 그 쪽의 사람들은."

확실히 화술의 프로답게 츠네키의 이야기는 요우코를 질리지 않게 했다. 거기에 천성적인 부드러움이 있어서 딱딱한 요우코가 시원스럽고 막연한 말투가 되어있었다.

"많은 게 아니에요. 여기는 탐정사무소가 아닙니까. '아내가 바람을 피고 있다'라든지 '남편이 나를 감시하고 있다'라든지 그런 상담뿐입니다만, 그 중의 4할을 차지하는게 소위 전파계의 사람들입니다."

츠네키는 홍차로 목을 적시면서 계속했다.

"그러한 사람들의 외관은 평범합니다. 완전히 보통사람으로 보이죠. 그런데 조사를 해보면, 그 상대인 남편이나 아내가 없는 독신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바뀌어, 저를 바람핀 대상이라고 생각하며 부엌칼을 휘두르거나.........."

"의뢰로 장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 경험은."

입다물고 있던 렌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예? 아니예요, 나는 그런 일없어요, 마츠다씨."

츠네키는 초조한 것처럼 보이는 렌에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츠네키의 이야기에 끌어들여져 원래의 상태로 돌아온 요우코와 대조적으로, 이번에는 렌쪽에서 차가운 시선으로 츠네키를 보고 있었다.
이유를 설명하자면, 조금 전부터 츠네키가 요우코에게만 이야기하고 있던 것이 원인이었다.
이 때, 요우코 속에서는 정말 말할 수없는 우월감이 솟구쳤다.
항상 렌을 라이벌시 해온 요우코에게, 렌의 친구(?)의 관심을 자신에게 향하게 했다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물론 그 반대로 보이는 렌은 기분이 나빠보였다.

"전에 들었어요, 그 이야기는. 보통 지금은 예의 심리테스토로 대부분 알아낼 수 있는 거겠죠."

렌은 '그 이야기는 싫증났어.'라는 자세로 츠네키의 이야기를 잘랐다.
그러나 요우코는 그것을 허락할만큼 상냥하지 않았다.

"어머나? 심리테스트? 어떻게 하는 겁니까? 괜찮다면 가르쳐주실 수 있습니까?"

뭐라고 해야할지 망설이고 있던 츠네키는 요우코의 질문에 마음이 놓인듯 입을 열었다.

"아, 심리테스트말입니까? 그거 좀 재밌어요. 그렇다, 실제로 해보시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츠네키는 일어섰다. 그리고 상담실의 구석에 놓여져 있는 텔레비젼을 키고 TV위에서 스톱워치와 노트를 꺼냈다.

"여러가지 종류가 있긴 하지만 이것은 망상계 사람의 판별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뭐, 움직이는 영상테스트 같은 거예요."

츠네키는 그렇게 말하고 리모콘으로 비디오를 조작했다.
텔레비젼 화면에는 불규칙하게 소용돌이치는 것 같은 모습이 떠올라있었다.

"이 화면에 곧 문자나 숫자가 떠올라옵니다. 이봐요, 이 소용돌이의 구름처럼 보이는게 움직이고 있죠? 이것이 점점 모여서, 이렇게 형태를 이루는 거죠."

요우코는 츠네키의 설명을 들으면서 화면에 주목했다. 그러자 츠네키의 말대로 구름의 조각들이 모여서 문자를 만들어갔다.

"이제 알겠군요. 알파벳의 D 문자입니다."

화면을 주시하고 있던 요우코의 눈에도 그 문자가 분명하게 보였다.

"그렇네요. D군요. 그렇지만 이것을 어떻게 사용하는 거죠?"

"그건 단순해요. 이 문자를 구분할 수 있는 시간으로 판단합니다. 망상계의 사람은 이러한 화면을 봐버리면 문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봐버립니다. 그러니 보통은 문자를 확실히 볼 수 있는데도 대답하지 못합니다."

(과연, 그렇구나.)

요우코는 감탄하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어느새 방금 전의 문자가 무너지듯 사라지고 원을 그리듯이 섞인 소용돌이의 모양으로 돌아와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 움직임 가운데 새로운 통일의 의사를 요우코는 감지했다.

(어머나, 또 움직이고 있네. 이번에는 뭐지? 왠지 모르게 알 것 같구나. 음, 이것은.........)

요우코가 열심히 화면을 주시하고 있는데 렌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O겠지."

요우코는 깜짝 놀라서 뒤돌아보았다.
한편 츠네키는 박수를 치며 얼굴에 미소를 떠올렸다.

"와, 대단하군요, 마츠다씨. 변함없는 발군의 집중력이에요."

츠네키는 렌을 칭찬하고 칭찬했다.

"이 테스트, 원래는 집중력이나 반사속도를 재는 것이랍니다. 좀 전에 말한 망상계 사람의 판별용으로 쓸 수 있으므로 그렇게 쓰고는 있지만요. 그렇지만 마츠다씨는 대단해요. 과연 형사라서 그런 건지, 어쨌든 월등합니다. 이 테스트를 해본 다른 사람들과는 격이 틀리다라고 할까요. 정말 믿을 수 없는 집중력이예요."

츠네키는 렌의 성적을 자신의 일처럼 기쁜 듯이 요우코에게 말했다.
렌도 그런 츠네키의 표정에 간신히 미소를 되찾았다.

"아뇨, 그렇게 굉장한게 아니에요. 일단 경찰관으로서 최저한의 트레이닝을 하고 있으니까요. 뭐, 보통입니다."

렌은 그렇게 겸손하게 대답하면서도 한 순간 요우코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조금도 틀리지 않는, 시합 시작 전에 요우코를 응시하고 있던 렌의 눈이었다.
좀 전에 자신을 주목하고 있던 츠네키가 지금은 다시 렌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었다.
이 상황, 요우코가 불타지 않을 수 없었다.
입가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떠올랐다.

(받아들여요, 이 승부.)

요우코의 천성적으로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표정에 드러났다. 다시 렌을 돌아보니 이미 렌의 시선은 자신에게 향하지 않고 있었다. 요우코도 이끌리듯 텔레비젼으로 시선을 던졌다.
이미 다음의 움직임이 시작되어 있었다.

어두운 배경으로 베이지색이나 그레이나 갈색의 구름이 움직이고 있었다.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마치 그 공간으로 끌여들여지는 것 같은 감각에 빠져버릴 것 같았다.
그러나 시선을 뗄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하면 편해지겠지만, 그러면 렌을 이길 수 없었다.
가만히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러자 어두운 배경에서부터 완만하게 문자가 떠올라왔다.
세로로 2개의 봉이 서있는 것처럼 보였다.

(뭘까....... 이런 문자가 있었나?)

그러나 요우코의 의문과 관계없이, 렌이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11이군요."

틀리지 않았다. 본 그대로였다.
확실히 방금전에 츠네키는 문자나 숫자라고 말했었다.
요우코는 내심 혀를 찼지만 동시에 알고 있었다.

(지금은 가만히 있었지만 형태를 인식한 것은 내쪽이 빨랐어.)

살짝 렌을 보자 아직 츠네키쪽을 보고 있었다.
요우코는 혼자 TV화면에 집중했다.
변함없이 기분나쁜 화면이었다. 어두운 색채가 많았다. 그러나 이미 요우코는 그런 일에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집중력을 높이고 있었다.
어느샌가 화면은 2차원이 아니고 깊이를 가진 3차원이 되어 있었다. 요우코는 자신이 그 세계를 비집고 들어가는 것처럼 구름들을 입체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전체를 보면서 단편을 보았다. 형태를 보면서 움직임을 읽었다.
이윽고 요우코의 눈에 구름들의 의도가 밝혀졌다.
요우코는 서서히 이 테스트의 요령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눈으로 보는게 아냐. 몸 전체의 감각으로 느낀다!)

요우코는 일순간 번쩍이듯이 그 감각을 파악하는 것과 동시에 입을 열었다.

"M이군요, 이건."

마치 심해에서 부상해온 것처럼 크게 숨을 내쉬면서 요우코는 그렇게 말하고 뒤돌아보았다.
곧바로 츠네키의 멍한 표정을 눈으로 파악했다. 그리고 옆에서 향하는 렌의 도전적인 시선도.

"......이, 이시다씨. 진짭니까? 추측은 아니겠죠?"

츠네키가 눈을 크게 깜빡이면서 물었다.

"응-, 왠지 모르게 그렇다고 느꼈어요."

"굉장합니다. 놀랐어요. 마츠다씨보다 빠른 사람은 처음봤습니다."

그 말에 자극받은 것은 물론 렌이었다.
눈동자가 슥- 하고 가늘어지며, 사냥감을 노리는 표범같은 시선이 요우코에게 향했다.
요우코는 일부로 즐거운 듯한 표정을 만들며 렌을 보고 다시 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곧바로 방금 전의 감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감각은 계속해서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요우코는 이미 요염한 구름에 둘러쌓인 존재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몸 전체로 구름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완만한 움직임을 파악하고 그 한 순간에 모든 신경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봤다!'라고 신체가 판단한 순간부터 현실의 자신에게 돌아오는 시간이 요우코의 예상을 넘어서고 있었다.
천천히 부상하는 것 같은 감각에 요우코는 안타까움과 초조함을 느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요우코가 입을 열기 직전에 렌의 말이 귀에 닿았던 것이였다.

"A"

물론 대답이 틀릴리가 없었다. 요우코에게도 그렇게 보였던 것이었다.
다시 츠네키의 칭찬은 렌에게로 향해서 요우코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 뒤 2명은 교대로 정답을 말했다.
요우코가 K를 말하고 렌이 E를 말했다.
확실히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요우코였다.
그런 2명의 모습은 당연히 츠네키에게도 전해지고 있었다.

"우와, 2명 다 대단하네요. 그렇지만 이게 마지막 문제니까 지금까지보다는 조금 어려울거예요. 아, 시작되네요."

츠네키는 그렇게 말하면서 비디오에 주의를 재촉했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하기도 전에 2명은 모두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니, 그 뿐만 아니라 요우코는 이미 츠네키의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머리에 있는 것은 이번의 문제가 마지막 찬스라고 하는 것 뿐. 자신이 정답을 말한 M에서부터 승부라고 한다면 여기까지는 동점. 마지막 1문제가 승부가 갈렸다.
화면안의 구름의 움직임은 방금 전보다 느렸다. 게다가 움직임이 도중에 바뀌거나 하고 있어서 마지막 모습이 떠오르지 않았다.
요우코는 더욱 집중력을 높혔다. 천천히 복식 호흡을 하는 것이 요우코가 그곳에 있다는 증거였다. 그 이외의 모든 것을 요우코는 비디오안의 요염한 구름에 쏟아부었다.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모든 것을 집중해서 보면서, 답을 찾았다.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일까?
요우코에게는 시간의 감각이 없었다.
깜깜한 세계에 잠겨 몸의 감각으로 구름의 행방을 지켜보고 있던 요우코에게 결국 정답의 문자가 떠올라왔다.

(이거야..... 틀림없어........ 나는 정답에 도달했다.)

요우코의 뇌리에 떠오른 문자, 그것은 R.
그리고 그 순간 요우코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하하하, 당신이 졌어요, 렌. 당신은 실수했어요. 정답은 D,O,L,L,M,A,K,E,R..............DOLL MAKER예요. 당신은 L,L을 11이라고 말했어요. 유감이지만 이 승부도 나의 승리예요!)

요우코는 렌의 분한 표정을 상상하며 환하게 웃었다.





*


츠네키는 요우코의 귀에서부터 고개를 들고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서서 옆에 서있는 렌을 돌아보았다.
렌은 소파에 몸을 맡기고 있는 요우코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로, 전신을 이완시키고 있는 요우코를 보는 것은 렌에게도 처음있는 일이었다.
평상시의 기력이 흘러넘치는 듯한 요우코와의 차이가 렌에게 성적인 쾌감과도 같은 감동을 주고 있었다.
가볍게 눈을 감은 채로 행복한 미소를 떠올리고 있는 요우코는 등신대의 인형같이 보였다.

"기쁜 것 같다."

요우코의 얼굴을 보면서 렌이 불쑥 말했다.

"좋은 꿈을 꾸고 있으니까요, 이 누나는."

그렇게 말한 것은 츠네키, 아니 키츠네군이었다.
렌은 요우코의 얼굴을 응시하면서 한숨을 토했다.
싸움의 여신같던 오우라를 제거한 요우코는, 가련해보였다.

(왠지 귀엽구나......)

렌의 마음에 조그만 물방울처럼 떠오른 이 감정은 순식간에 렌의 마음 속에서 크기를 늘려갔다.

(꼭 끌어안고 싶다. 전력을 다해서 끌어안고, 몸을 맛보고 싶다!)

렌은 자신의 강렬한 욕망을 갑자기 깨닫고, 무의식중에 자신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왜요? 갖고 싶어져 버렸어요?"

가벼운 미소를 떠올린 키츠네군은 렌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질문에 렌의 눈동자 안쪽에서 무엇인가가 흔들렸다.

멍하게 키츠네군을 돌아보고,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던 것이였다.

"갖고 싶습니다."

"후후후, 알겠군요. 고교시절부터 노리고 있었다는 것이군요. 갖고 싶고, 갖고 싶어서 참을 수 없다는 거군요."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며 렌의 바지의 지퍼를 내리고 오른 손을 보지에 찔러넣었다.
그러자 금새 손가락끝은 렌의 뜨거운 애액을 느꼈다. 그대로 질의 안쪽으로 끌어당기면서 문질러서 발라지는 것 같은 상태였다.
손가락을 끝을 움직이자 구칙, 쿠직, 하는 습기찬 소리가 났다.
그리고 동시에 렌의 입에서부터 뜨거운 숨이 새어나왔다. 뺨은 상기되어 있었다.
키츠네군은 그런 렌의 표정을 즐거운 듯이 바라본 뒤 천천히 얼굴을 접근하여 입을 맞췄다.
약간 긴 혀가 렌의 입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렌의 혀는 온순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렌은 생선을 눈 앞에 둔 고양이처럼 키츠네군의 농간에 녹아들고 있었다.
쭉, 하고 손가락이 뽑혔다.
그 순간 렌은 다리에서 힘이 빠져 바리를 반쯤 내린 상태로 키츠네군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키츠네군은 후끈후끈 김을 뿜고 있는 손가락을 멍한 표정의 렌에게 내밀어서 그것을 빨게 하며 말했다.

"안돼요, 렌. 지금은요. 서둘러야 하니까요. 하지만.... 렌이 열심히 나를 위하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만약 예정대로 요우코를 인형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때는 당신에게도 빌려줄께요."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요우코의 옆에 앉았다.

무릎꿇은 상태의 렌은 그 말에 눈을 빛냈다.

"아, 감사합니다, 키츠네님. 상냥한, 저의 주인님."

도대체 어떤 마법을 사용한 것인지, 야성의 늑대같던 아가씨를 키츠네군은 완전하게 길들여놓은 것이었다.
지금의 렌에게 있어서 요우코는 포식의 대상이며, 키츠네군은 그 먹이를 주는 중요하고 가장 사랑하는 주인인 것이었다.

"렌, 이제 가서 크라운씨가 있는 곳에서 기다려주세요. 나는 지금부터 요우코와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되니까요. 제가 갈 때까지는 여기에 와선 안돼요."

키츠네군은 마치 어린 소녀를 타이르듯이 상냥하게 명령했다.


명령 대로 렌이 방을 나가자 키츠네군은 요우코를 눕히고 옆에 서서 내려다보았다.
요우코는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로 소파에서 위를 향한 채 누워있었다.
흰 피부, 귀족적인 콧날, 살짝 닫혀진 얇은 입술...... 마치 유리 세공 한 인형과도 같은 투명함이 흘러넘치는 미모에 충분히 발달되어있는 몸.

"잠자는 공주님........ 이라는 건가."

무심코 키츠네군의 입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시선에는 끈적거림이 묻어나올 것 같았다.
그러나 작게 숨을 내쉬자마자 직업적인 부드러운 표정을 되찾고, 요우코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모습으로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옆에 둔 메트로놈의 바늘을 움직이며 느린 리듬에 맞춰서, 낮고 침착한 목소리로 요우코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인형사 키츠네의 세계. 싸움의 오우라라고 하는 갑옷이 벗겨진 요우코에게는 이미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PS:후후후. 오늘은 한 편 서비스입니다. 어쩌다 이런 일이..........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비가 오고 기분도 꿀꿀..... 그래서 뒹굴다가 편
역(?)을 했습니다. 한김에 올립니다.^^ 아 열심히 편역(?)한 스스로에
게 쉬라고 하고 싶기도 하지만........ 슬슬 이것도 지겨워지는 군요.-_-;
3화가 올라와서 새로운 감동(?)을 안겨주지도 않고....... 어서 끝내고
쉬고 싶은데................. 하기는 귀찮고......-_-; 하여간 쉬지 않고 해
보렵니다. 오늘 어쩌면......... 한 편 더 올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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