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경험담

인형 제조 회사 -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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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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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운명의 교차


사카타 유사쿠는 초조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요우코 선생님에게 있었다.

유사쿠는 요우코의 국어수업을 언제나 기대하고 있었다.
분명하게 말해 요우코의 수업은 매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모델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스타일에 침착한 목소리, 그리고 때때로 보이는 살짝 웃는 얼굴........

긴장하고 있어야할 수업중에도 유사쿠를 비롯한 남자 학생들은 언제나 반쯤 멍한 시선으로 요우코를 쫓고 있었던 것이였다.

물론 오늘의 4교시도 유사쿠는 그 얼마 안되는 행운을 기대하고 요우코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요우코는 뭔가 달랐다.
교실에 들어온 옆 얼굴을 본 것만으로 유사쿠는 "어?"라고 생각했다.

(뭔가, 다르다..........)

그리고 수업 시작의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드는 요우코를 보며 유사쿠는 몹시 놀랐다.
요우코가 웃고 있었던 것이었다.
평상시의 준엄하다고 해도 좋을 분위기가 아니라, 마치 부드러운 봄의 햇볕과도 같이 따뜻하게 웃는 얼굴이 모두에게 향하고 있었다.
남자 학생만이 아니라 여자 학생까지, 생선이 주어진 고양처럼 그 웃는 얼굴에 녹아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무슨 일이 있는건가, 선생님? 어제 뭔가 좋은 일이 있었는지도..........)

유사쿠의 머리에 남은 것은 그것뿐이었다.
그 뒤의 수업이 어떻게 시작되어 어떻게 끝났는지차 기억나지 않았다.

깨달은 순간 유사쿠는 혼자 점심시간의 교실에 남아있던 것이었다.

"아!"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 놀란 유사쿠는 거기서 간신히 자신을 되찾았다.
생각해보니 오늘 아침은 늦잠자서 아침식사도 걸렀던 것이었다.
깨달은 순간 유사쿠는 맹렬한 허기를 느꼈다.

이 시간에 학생식당은 가득차 있을 것이였다.
기다리고 있는 시간도 아까운 유사쿠는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곧장 교문으로 향했다.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단골의 식당이 있었다.
유사쿠는 종종걸음으로 그 식당을 향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학교를 나와 반쯤 갔을 때였다.
갑자기 유사쿠의 앞에서 걸어오던 남자가 말을 걸어왔던 것이다.

"저, 실례지만, 당신 영국학원의 학생입니까?"

키가 작고 조금 살쪘고, 둥근 얼굴에 악의가 없이 웃는 얼굴.......

마치 눈사람같은 인상의 남자가 그렇게 말해온 것이었다.

"네? 아, 그렇습니다."

유사쿠는 평상시보다 조금 낮은 목소리로 상대를 경계하는 것처럼 대답했다.
그러나 그 순간 상대의 얼굴에 깜짝 놀랄 정도로 기쁜 표정이 떠오르는 것을 보며 유사쿠는 경계심을 풀었다.

"아-, 다행이다! 한참 전부터 이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약도를 제대로 알 수 없어서요."

그렇게 말하면서 남자는 주머니에서 접힌 약도를 꺼냈다.

"이건데요, 지금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라서요."

유사쿠는 남자가 꺼낸 주름진 메모용지에 고개를 내밀로 보았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 근처의 지도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분명하게 그리지 않았다.
미묘하게 어긋나고 있었던 것이다.
유사쿠는 그것을 지적하면서 길을 설명했다.
그러나 남자는 유사쿠의 설명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일단은 이해한 것 같지만, 그것을 자기 나름대로 정리하면 뭔가 미묘하게 잘못되어 있었다.
거기서 다시 설명을 하면 더욱 남자는 잘못 이해했다.
성과가 없는 반복의 계속이었다.

지친 것인지 메모를 들고 있던 남자의 손이 서서히 내려갔다.
그러나 설명에 열중하고 있던 유사쿠는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시선이 내려감에 따라 의식하지 못했지만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시야가 어둡고 희미해지며 어느새인가 메모의 지도 기호조차 애매하게 보였다.

뭔가........ 이상해...........

조금 전에 보았을 때는 굽은 선이었던 곳이 지금보면 사각이 되어있었다.
십자로가 삼거리가 되어있었다.
북쪽이 동쪽이 되어있었다.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었다.

문득 깨달으니 남자의 가슴에 있는 주머니에 꽂혀있는 펜이 깜박깜박거리며 불이 들어왔다 나가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의 목소리와 더불어 그 빛이 크게 원을 그리는 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어? 나, 뭘 하고 있었지?)

멍하게 올려보는 시선의 긑에 한 사람의 남자가 있었다.
부드럽게 웃는 얼굴로 유사쿠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좋아, 그러면 갈까."

상대가 단호히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그 말은 그대로 유사쿠의 의지를 지배했다.

"응. 갈까........"

유사쿠는 자신의 의지로, 남자의 뒤를 쫓아 걷기 시작했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길에는 따뜻한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점심시간 12시 15분에 일어난 일이었다.



*



키츠네군이 늦은 점심식사를 위해 DMC 빌딩의 앞에 있는 찻집에 들어가자 안쪽에 있는 평소 앉는 자리에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이거, 키츠네 대선생님도 식사입니까?"

담배를 피우면서 능글맞게 말한 것은, 매우 기분이 좋은 아라이구마였다.

"오늘의 특별 강의에는 나도 참석할테니까 좋은 아가씨를 준비해둬."

아라이구의 곁에는 조금 전에 이야기했던 토라와 기린이 앉아서 식후의 커피를 천천히 마시는 중이었다.
아마 두 명에게서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었따.

"아라이구마씨, 스트립이 아니에요."

키츠네군은 싱긋 웃으면서 아라이구마에게 말했다.
그리고 웨이트레스에게 점심식사를 주문한 뒤 모른다는 얼굴의 토라에게 잔소리했다.

"그리고 토라씨, 멤버를 늘리지 말라고 부탁드렸지 않습니까?"

"응-? 뭐, 괜찮잖아. 안 오는 녀석이 있을지도 모르고. 거이에 결국 갈 수 있는 것은 우리들 3명 말고는 크라운과 쿠마뿐이야."

그것을 듣고 키츠네군은 예상보다 적은 것인지 안심하는 얼굴이 되었다.
오늘의 출장 최면은 실은 꽤 중요한 단계였다.
그러나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견학자가 여러명이 오면, 그 만큼 요우코들에게 미묘한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토라는 불만이었다.

"실은 반드시 봤으면 하는 바보가 없어."

그 불만을 듣고, 키츠네군은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러면......... 팬더씨는 오지 않습니까?"

조금 전의 잡담 멤버 중의 한 사람, 팬더는 당연히 올거라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없다, 그 바보는. 중요한 일이라도 하는 건지....... 안보여."

"휴대폰은?"

"자동응답전화다."

"그럼 메세지를 남겨두면 올지도 모르잖아요. 어차피 저녁이고."

"아, 남겨뒀기는 했는데, 미안한 이야기지만 오늘의 공개조교 더 늦게는 할 수 없을까?"

토라가 약간 말하기 힘들다는 듯이 물었다.

"으응, 그것은 안되요. 기한이 1주일이었으니까 더 늦출수 없어요."

키츠네군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하긴 그럴거다. 무리해서 구경하기로 한건데 시간까지 늦추면 확실히 귀찮아지겠구나. 미안, 지금것은 잊어줘."

토라는 그렇게 말하자마자 취소했지만, 내심 팬더가 묘하게 신경쓰이고 있던 것이었다.

(오늘 아침의 팬더의 눈은 본 적이 있다. 내 밑에서 쭉 조수일을 하고 있을 때 봤었어.)

무엇인가를 하려고 한다.

토라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때 깨닫고 있는 사람은 그 밖에 없었다.
키츠네군은 막 나온 새우튀김정식에 달라붙어있으면서도, 머리속으로는 오늘의 조교순서로 가득했고, 기린이나 아라이구마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잡담모드였다.
서로 편하게 웃으면서 최근 맛본 여자들을 자랑하고 있었다.

(가능한한 빨리 팬더의 눈을 뜨게 해주지 않으면, 뭔가 일을 벌일지도 몰라. 그 때문에 키츠네의 라이브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이 놈, 나이는 어리지만 실력은 진짜다. 그것을 라이브로 보면 저 녀석도 인형사니까 뭐가 부족한지 알거라고 생각한 건데. 그 정도의 눈은, 나는 팬더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건데.)

토라는 맛없다는 듯 커피를 마시고 조금 안타까운 표정으로 창밖의 차도를 응시하고 있었다.
내리쬐는 밝은 빛을 반사해, 차갑게 강화된 빛이 토라의 손목시계에서 흘러나왔다.
바늘은 오루 2시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

철컥철컥하고 금속이 부딪치는 작은 소리가 들린 뒤, 찰칵, 하고 락이 풀리는 소리가 울렸다.

맨션의 각 집에 설치된 현관문은 최신식 전자키로 지켜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집의 문은 정당한 거주자가 아닌 침입자를 시원스럽게 맞이했다.
단지 그 침입자가 진짜의 열쇠를 지니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거기서 살고 있는 당사자는 결코 모르겠지만 거주지에는 그 거주자의 냄새가 배어있었다.
렌은 현관에서 한걸음 발을 내디딘 순간 '아, 요우코의 향기가 난다'라고 생각했다.
실내는 생각했던 대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것은 요우코의 성격 그 자체라고 하는 느낌이었다.
평상시 경찰의 일로 발을 디디거나 검증하거나 하기 위한 집을 보면 어딘가 병든 것같은 인상이 준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집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였다.

렌은 현관에서 조금 안쪽을 들여다보고 나서 구두를 벗고 집에 들어갔다.
방 배치는 며칠 전에 파악해둔 상태였다.
망설이지 않고 거실로 발길을 옮긴 뒤, 재빨리 둘러보았다.
소파에, 테이블, 텔리비젼, 천장, 커텐의 그늘까지 살펴보았다.
무엇인가를 찾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래도 물건은 여기에는 없었다.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미닫이가 눈에 띄었다.
서양식 방이라면 문고리가 있어야 했다.

렌의 눈이 빛났다.

간단하게 문을 열자 아니나 다를까 그곳은 일본식 방이었다.
8다다미 정도의 넓이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일본식 단상이나 책상이 놓여져 있었고, 미닫이를 지난 부드러운 햇빛이 그것들을 비추고 있었다.
물론 요우코의 방일 것이었다.
부드러울 것 같은 얇은 핑크색의 가디건이 옷걸이에 걸려있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검소, 그러나 요우코다웠다.
당사자는 누구나 정신을 빼앗길 것 같이 빛나고 있었으므로, 불필요한 장식이 전혀 필요하지 않겠지.
주인이 없는 지금 방은 조용했지만 어딘가 늠름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렌으로서는 드물게 들어가기가 망설여진 것이었다.

그러나 안을 살펴보고 방의 구석에 찾던 물건을 발견하자 렌은 작게 미소지으며 다다미에 발을 내딛었다.
책상의 옆과 벽 사이에 간단하게 세워져있었다.
'그것'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너무 낡고 더러워진 잡동사니에 불과했다.
그러나 렌의 눈에는 틀림없이 이 방안에서 가장 빛나보였다.

마치 경의를 표하듯이 잠깐 응시하던 렌은, 이윽고 한숨을 토해내면 그것을 손에 들었다.
묵직한 중량감을 느끼게 하는 '그것'은 하나의 목검이었다.
손잡이의 부분은 검게 변색되었고, 그 이외의 부분에도 무수한 상처가 자잘하게 새겨져있었다.
렌은 유혹당한 것처럼 그 목검을 꽉 쥐고 가볍게 내리쳤다.
바로 그 때 손에 넣었을 때 느낀 무게가 사라지고 마치 날개가 달린 듯이 가볍게, 스스로의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쉽게 그 목검은 궤적을 그려냈다.
절묘한 균형으로 깍여져있는 것이었다.
렌은 예상이상의 성과에 일순간 소름이 돋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다음 순간 부끄럽다는 듯이 작게 웃었다.
그립의 변색 상태, 무수한 상처, 그리고 반할 것 같은 균형. 그것은 렌이 가지고 있는 목검과 마치 쌍둥이와 같이 닮아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반대로 비슷하기 때문에 렌은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요우코의 무기였다.
요우코가 사용하기 위해서 100%로 튜닝된, 이 세상에서 요우코이외에는 결코 잘 다룰 수 없도록 만들어진 것이었다.
목검을 응시하는 렌의 시선에는 열기가 감돌았다.
마치 요우코와 대치하고 있을 때처럼 억제할 수 없는 고양감이 등을 뜨겁게 만들었다.

(오늘밤, 요우코는 이 무기를 손에 들고 키츠네님과 싸운다.)

그 광경이 렌의 마음 속에 그려졌다.
자신이 3개월 전 체험한 일을, 오늘 밤 요우코도 맛본다.
렌은 괴로운 듯 숨을 내쉬었다.
가슴 안쪽에서 무엇인가 표현할 수 없는 응어리가 느껴지고 있었다.

(뭐지? 이 가슴의 괴로움은?)

렌은 가만히 목검을 응시했다.
목검을 통해 오늘 밤 두 명의 대전을 응시했다.
그리고 머리를 완전히 가동시켜 이 기분에 가장 적당한 말을 찾아냈을때, 간신히 자신의 기분을 이해했다.

(분하다, 분해. 대단히.......)

그러나 렌은 그 이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이 주인님에게 전력으로 부딪쳐갈 수 있는 요우코에 대한 것인지, 요우코와 겨룰 수 있는 주인님에게 대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나! 자신이 납득하지 있도록 할 수 밖에 없어!)

렌은 결심하자 목검을 손에 넣은 채로 발걸음을 돌렸다.
키츠네군의 명령은 요우코가 애용하는 목검을 오늘의 조교 장소인 학교의 무도장으로 가져오라는 것 뿐이었다.
그 명령에 따르는 것이 최상위의 요구였고, 렌도 결코 거역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렌은 손목시계를 살짝 보았다.

오후 3시 5분.

시간은 아직 충분했다.

(명령의 수행은 순조롭구나. 조금쯤 돌아가도 문제없어요.)

렌은 그렇게 자신을 타이르며 가져온 골프가방에 요우코의 목검을 집어넣고 등에 짊어진 뒤 방을 뒤로 했다.
인형사로서 렌의 마스터이기도 한 키츠네군이라고 하여도 렌의 이 행동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 특이성에 렌의 본질이 있었다.

과연 렌의 이 행동이 공개조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 시점에서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어? 너 어떻게 된거야? 찾았잖아."

도서 위원의 일로 오랫만에 도서실을 방문한 타카하시는 거기서 같은 반의 사카타 유사쿠를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오전 중에는 있었는데 오후부터 갑자기 모습이 보이지 앟아 담임도 찾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 갑자기 배가 아파서 오후에는 푹 자고 있었어."

도서실 구석의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서 책을 읽고 있던 유사쿠는 조금 기운 없는 얼굴로 말했다.

"자고 있었다니......... 양호실에도 없다고 야마시타가 말했는데."

"응. 잠깐 부실에서 잤어."

"부실? 아........"

거기까지 듣고 타카하시는 납득한 것처럼 싱긋 웃었다.
유사쿠는 유도부였지만 지금은 무도장이 사용금지이므로 다다미는 부실로 옮겨둔 상태였다.
연습 스케쥴 때만 체육관에 다시 꺼내놓지만, 그 외에는 임시 보관소가 되어 있었다.
그 말은......

"너 깊게 잠들었었구나."

곧바로 유사쿠의 얼굴이 붉어졌다.

"역시 .........들켰지?"

"들켰어."

타카하시는 즐거운 얼굴로 유사쿠를 내려다보았다.

"야마시타에게는 말하러 갔었어?"

그 물음에 유사쿠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땠어?"

"........들켰어."

거기서 타카하시는 무심코 크게 웃어서 주위의 차가운 시선이 '짓-!' 하고 날아들어 공격하는 듯해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그럼에도 괴로운 듯이 웃음을 억누르며 타카하시는 말했다.

"쿠쿠쿠쿠, 뭐, 모두에게는 내가 진실을 알려줄께."

그렇게 말하며 유사쿠의 어깨를 두드린 뒤 타카하시는 눈을 아치형으로 만들고 입술을 깨물면서 떠나갔다.
그 뒷모습을 눈으로 쫓고 있던 유사쿠는 타카하시의 모습이 안 보이게 되자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 표정은 방금 전에 얼굴을 붉혔던 흔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심한 긴장으로 가득했다.
신경질적으로 소매를 걷어붙이고 손목시계을 보았다.

오후 4시 10분.

(이제..... 앞으로 1시간. 아냐, 50분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좋아.)

입이 건조해지고, 덥지도 않은 곳에서 혼자 땀을 흘리고 있었다.
뇌리에는 '부실에서 잠을 자고 있을 때'에 비몽사몽 들었던 이야기가 되살아나고 있었다.

".......알고 있어? 이시다 선생님의 그 이야기. 응응, 그거. 아무래도 진짜인 것 같아. 진짜. 그것도 오늘도 그런다던데. 거짓말이 아니라 확인하고 싶으면 방과후 무도장에 가봐. 외부인이 출입할테니까. 사복이야, 사복. 에? 아니, 그것은 잘 모르겠지만 반드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어. 그 컨닝 소동으로 상당히 고집부렸었잖아? 그래서 2학년의 동생까지........... 진짜야. 5시부터.... 분명히 그랬어."

유사쿠는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대화는 머리에 제대로 새겨져 있었다.

(그런 일이, 그런 일이 있을리 없어! 이시다 선생님이 경찰의 심문을 받는다니!)

유사쿠의 뇌리에 4교시때의 이시다 선생님의 기쁜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경찰의 심문을 눈 앞에 둔 용의자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것만은 단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들었던 이야기를 무시할 정도의 확증도 없었다.
그리고 선생님의 결백을 믿고 바라는 마음의 뒷편에는, 천사와 같은 선생님이 혹시 포박될지 모르는 현장을, 그런 장면을 보고 싶다고 하는 어두운 욕망도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그것이 유사쿠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확인한다. 나는 절대로 선생님을 믿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괜찮은 거야. 나는 진실을 봐도.)

손에 들고 있는 책은 같은 페이지가 펴진 채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도서관의 한쪽 구석에서 유사쿠는 지금까지의 생애 중 가장 느린 시간의 흐름을 맛보고 있었다.



*


그리고 또 한사람, 유사쿠와 같이 어서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남자의 시선은 지나다니는 차를 보고 있었지만, 마음 속은 폭풍우의 작은 배와 같이 큰 파도에 삼켜지고 있었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왜이렇게 초조하지? 해도 괜찮은, 약간의 장난일뿐이잖아! 약간 녀석에게 수치를 안겨줄 수 있는............ 그러니까 괜찮아. 그런데, 도대체, 어째서 이렇게....... 나는 떨고 있는 거냐?)

팬더는 손에 든 컵에 생기는 파문을 이를 악물며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팬더의 모습을 멀리서 웨이트레스가 걱정스러운 듯이 보고 있었다.

팬더는 갑자기 그것을 깨달았다.
바로 그 때 억제하지 못할 정도의 수치에 얼굴이 붉어졌고, 자연스럽게 그것은 분노로 변했다.

(뭘 보는 거냐! 나는 인형사다. 어떤 여자라도, 나의 말로 나에게 무릎 꿇는다! 이런, 별볼일없는 가게, 나의, 나의 힘을 사용하면)

팬더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몸에서는 힘이 사라져서 떨림이 멈췄다.
그러나 그것은 냉정함을 회복해서가 아니었다.
반대로 극도의 긴장을 참지 못한 팬더의 신경이 현실도피한 결과였다.

언제나 하는 루틴 워크.

그것은 샐러리맨이라면 워드프로세서를 두드리는 것 같은 일이며, 어부라면 그물을 치는 일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팬더에게 있어서는 눈앞에 있는 타겟을 손에 넣는 일이었다.

옆의 메뉴를 잡고 웨이트레스를 부르는 듯 팔랑팔랑 털었다.
그 신호에 직업적인 미소를 떠올리며 다가오는 웨이트레스.
팬더의 왼손은 무의식 중에 가슴의 장치를 점멸시키고 있었다.

의식하지 않은 최면 유도, 무목적인 컨트롤, 그리고 그것이 불러오는 무수한 사고.

팬더는 파멸의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한 것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ps:정말 싫은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재빨리 끝내버렸습니다. 렌도
요우코도, 키츠네도 안 나오고, 그렇다고 야한 것도 아니고. 흥.

ps2:아-, 렌. 정말 마음에 들더군요. 정말, 저런 여자라면 아무리 그 경찰
놈에게 더렵혀졌어도 기쁜 마음으로~ 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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