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경험담

인형 제조 회사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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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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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해후(邂逅)


"다음은 시나가와, 시나가와-."

이미 출근러쉬 시간대가 지나 공석이 눈에 띄기 시작한 야마노테선에 에이미는 타고 있었다.
택시와 버스를 갈아타며 도쿄로 도망친다는 것은 좋았지만 벌써 군자금이 바닥난 상태였다.
묶는 것은 불가능하고, 식사도 아슬아슬한 금액이었다.
도망갈 때는 앞뒤를 생각하고 있을 수 없었지만 침착하게 생각해보면 자신의 출신을 속이며 생활해나가는 것은 정말로 어려웠다.
제대로 된 취직을 할 수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해도 최소한 주소나 전화번호 정도는 분명하게 기입하지 않으면 고용될 수 없었다.
그 말은 먼저 사는 곳을 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소리지만 소지금 1000엔으로는 농담도 나오지 않았다.
그럼 돈을 벌려면.............
에이미는 조금 전부터 이 생각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보통이라면 이런 때에 부모님을 의지하겠지만 이번만은 절대로 안되었다.
가장 먼저 그물을 치고 있을 것이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이미 부모님까지 조종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것이었다.
키츠네군의 무서운 최면 기술을 알고 있는 만큼 에이미는 그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인데 그것도 안전하다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묶게 해주거나 돈을 빌려주거나 할만한 친구들은 많든 적든 부모님들도 알고 있었다.
지금은 손길이 닿지 않았더라도 가까운 시일내에 손길이 닿아올 것이었다.

"후-."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다음은 도쿄, 도쿄-."

어느새 익숙한 풍경이 펼쳐졌다.
사무실 거리는 과거 에이미가 근무하고 있었을 무렵과 변함없었다.
4년 전에 1년 동안 상사(商社)의 OL로서 이곳을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먼 과거가 되어 버렸지만.......)

그 무렵 결혼을 앞두고 있던 자신에게 지금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면 어떻게 생각할까?

"당신의 결혼 상대는 실은 인형 페티시즘이야. 당신은 그것이 원인이 되어 3년 뒤에는 이혼해. 그리고 당신은 인신매매 조직에게 쫓겨 도망 생활을 하게 돼."

이런 이야기, 질나쁜 농담외에는 무엇도 아니다.

어려운 현실에서 도피하듯이 에이미는 당시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런가.... 회사 관계자라면........)

단 1년이었기 때문에 부모님도 회사 관계로 아는 사람에 대해서는 몰랐다.
조금은 시간을 벌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 때부터 겨우 3년. 아직 동기들이 남아있을 것이였다.
에이미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닫히려고 하는 문을 지나 밖으로 나왔다.

(가능한한 많은 동기를 만나, 조금이라도 많은 돈을 빌리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먼저 살 곳부터 결정한다. 처음은 그것부터다.)

최초의 목표를 결정한 에이미는 기운이 솟구쳐 전철에서 나와 그리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이제 겨우 오전 10시 30분이었다.
영업사원도 아닌 한 이 시간은 모두 사무실에서 일하는 중이었다.
아는 사이의 OL들이 나오는 점심시간까지 기다리지 않으면 안되었다.
에이미는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패스트푸드점을 찾아 걷기시작했다.

오늘도 날씨는 좋았다.
8월의 햇빛은 강렬했지만 이 시기에는 드물게 습도가 낮았기 때문에 에이미는 그늘을 골라서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러자 에이미의 시야 앞을 한 남자가 지나가고 있었다.
몸집이 좋다..... 라고 할까, 배가 나와있었지만 묘하게 성큼성큼 걷는 모습을 에이미는 본 기억이 있었던 것 같았다.
이마는 약간 벗겨진 것 같았지만 그만큼 수염을 기르고 있는 듯한 느낌의 남자였다.

남자는 도로를 횡단해 왼쪽의 가게에 들어갔다.
아무렇지도 않게 올려보니 그 가게는 산산마트 야에스 점이었다.
에이미는 천천히 걸어 그 가게로 다가갔다.

(과연 야에스 점이군요. 우리같은 시골의 가게와는 내장에서 차이가 나요.)

무의식중에 에이미는 이러한 편의점의 사소한 차이를 관찰해버렸다.
유리 너머로 가게안을 바라보고 있자 조금 전 들어간지 얼마안되는 남자가 벌써 출구를 향해 오고 있었다.

(어머나? 역시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유리의 자동문이 열렸다.
에이미는 살짝 그 얼굴을 보았다.
그러자 상대도 정확히 그 타이밍에 가게의 앞에 멈춰서서 에이미를 보았다.
한 순간 서로의 시선이 마주친 뒤, 천천히 상대의 표정이 바뀌었다.

"어? 다케시타씨? 설마..........."

에이미도 그 놀란듯한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아, 혹시 야바 오운......씨?"

에이미는 그리운 얼굴을 수염 아래에서 발견해 그 거체를 올려다보며 웃었다.
야바 오운. 신장 185센티 체중 100킬로(정도)
오늘의 목표인 에이미의 동기 중 한사람이었지만 여기서 만날 때까지는 완전히 잊고 있었다.
외관은 정말로 대단히 눈에 띄지만 성격은 마음이 약해 상사나 선배에게 꾸중들으면 그 큰 몸을 축 늘어트렸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동기중에서도 조금은 동정받는 존재가 되어버렸었다.
에이미도 그런 그를 조금 사랑스럽다고 생각하기도 했었지만, 부탁하면 거의 다 들어주기 때문에 편리하게 부탁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싫다, 전혀 모르고 있었다. 수염을 기르고 있네."
"아니, 일을 하면서 조금은 품격을 키우지 않으면 안되어서...... 그렇지만 타케시타...... 아, 모리시타씨는 변함없네. 결혼식 이후로 처음이니까 3년정도만이지?"

하얀 피부의 얼굴에 홍조를 떠올리며 야바는 기쁜 듯이 말했다.
얼굴이 예전보다 괜찮게 변해있었다.
한 여름에 이 거대한 몸은 좀 그렇지만..........
에이미는 오랫만에 이 남자의 모습을 기억해냈다.
사람은 좋지만 생리적으로 조금 꺼려지는 것이 있어서 상당히 거북하게 느끼고 있었다.

"아, 아니. 타케시타로 좋아. 조금 여러가지 일이 있었어."

에이미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에? 그래? 실례했네........"

야바가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조금 거북했다.

"아, 그렇지만 야바군 이런 시간에 여기에 있다니 오늘은 외출?"

에이미는 억지로 화제를 바꿨다.
이런 인사만으로 시원스럽게 헤어져 버리면 오늘은 몇 사람과 만나도 도저히 돈같은 것을 빌릴 수 없었다.

"아, 아니. 뭐라고 할까....... 완전히 우연이겠지, 내가 오늘 여기에 온 것은."
"에?"
"아마 몰랐겠지만 나 작년에 퇴사했어."
"그랬어? 몰랐어. 그럼 지금은 뭐하고 있어?"
"응, 뭐, 금융관계의 일을 하고 있어. 실은 작년에 아버지가 죽어서 내가 그 뒤를 이었어."
"앗........."

에이미는 일순 다음에 할 말을 떠올릴 수 없었다.

(슬펐겠다...... 라고 해야할까? 그렇지만 어째선지 조금 자랑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아, 그러면 야바군은 젊은 사장님이네?"
"응, 일단. 그렇지만 거의 장식물과 같은 거야. 나는 입다물고 앉아 있으면 덩치가 있어서 관록있어 보이는 것 같아서 주위에서는 '부탁이니까 말하지 말아줘.' 라는 말을 들어."
"어머나, 그렇지 않아. 야바군에게는 관록이 풍겨나오고 있어. 정말로 처음에는 몰라봤을 정도야. 역시 남자는 일에 따라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

에이미는 마음껏 칭찬했다.
잘만하면 동기에게 고개를 숙이며 돌아다니지 않아도 될지 몰랐다.
'뭐든지 부탁만 하면 들어주는 불쌍한 오운'이 갑자기 갑부가 되어 눈 앞에 서 있었다.(야바군은 모스페이스 오페라에 나오는 갱의 보스와 닮았다. 입이 큰 것이.)

(이것은 기회야!)

에이미는 3년의 시간을 넘어 왕년의 '부탁 모드'를 부활시켰다.

"아, 그래, 야바군, 실은 조금 부탁할게 있는데."

에이미는 그렇게 말하며 눈을 크게 뜨고 아래에서 야바를 올려보았다.
손은 뒤로 모르고 머리를 살짝 기울이고 있었다.
동기의 사이에서 유명한 '부탁하는 에이미 포즈'였다.
바로 그 순간 야바의 얼굴이 느슨해지면 부탁을 들어줄 확률이 높았다.

"나.......... 나에게 부탁을?"

콧구멍의 안쪽에서 습기찬 바람이 뿜어져나왔다.

(웃........... 이것은, 조금..........)

에이미는 웃은 얼굴을 굳히며 미묘하게 시선을 피했다.




PS:이제 1화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 감회가 깊습니다.
앞으로 1화보다 편마다 양도 더 길며 편수까지 긴 2화를 편역(?)
할 생각을 하면 앞이 깜깜하지만...................... 2화는 1화보다
느린 속도로 해나갈 생각입니다.
그래도 내일 안에는 남은 2편을 전부 편역(?)해서 올려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PS2:야바 오운................. 왠지 촌스러운 이름이라고 생각되지않
습니까? 원문의 이름대로 하려고 한참 고민하다, 알 수 없어서 열받
아버렸습니다. 기껏해야 몇 편 나오지도 않는 놈이! 하며 울컥하니
까 비중도 없고, 등장하는 것도 상당히 미친 놈처럼 등장하는 녀석
인만큼 촌스러운 이름으로! 라는 생각하에 촌스러운 이름을 붙여줬
습니다. 하하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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