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제조 회사 -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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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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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작은 용기
2학기가 시작되어 쿄오코가 출산 휴가를 얻고, 그 대리로 부임해 온 이시다 요우코 교사가 결국 전교생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2학기를 시작 할 때 교장에게 소개되어 단상에 나타난 요우코를 보고 거짓말이 아니냐고 학생들 사이에서부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얀 색의 슈츠를 입고 바른 자세로 교장의 옆에 서있는 그 모습은 늠름하고, 호쾌해서, 조명 속에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어깨까지 늘어트린 흑발이 희미한 바람에 조금씩 날려서, 학생들에게 단상위의 인물은 사진이나 패널등이 아닌, 살아있는 육체의 인간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굉장해........."
학생들에게서 흘러나온 이 소리가 그들 전원의 기분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성으로서는 낮고 침착한 목소리로 자기 소개를 하며, 앞으로 1년간 교편을 쥔다고 하는 것을 알리는 것을 멍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그리고 2학년 B반의 학생들에게 이 뒤 한 가지 더 쇼크 받는 사건이 있었던 것이였다.
운동장에서의 소개가 끝나고 교실로 돌아간 뒤, 교실내에서는 요우코의 이야기가 화제거리였다.
그리고 홈룸 시간이 시작되어 담임이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어도 수다는 멈추지 않았었다.
그러나 담임 뒤에서 한 사람의 소녀가 교실에 들어오는 순간 교실안은 아주 조용해졌다.
"아-, 모두 자리에 앉아라. 오늘부터 우리 반에 전학생이 들어오게 되었다."
그렇게 말하며 그 교사는 뒤에 있는 소녀를 돌아보았다.
소녀는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앞으로 1걸음 나왔다.
"안녕하세요, 이시다 미키입니다. 도쿄에서 전학해왔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우아하게 인사했다.
건강할 것 같은 갈색의 피부, 갈색의 물들인 스트레이트의 머리카락, 그리고 커다란 눈동자와 시선을 묶는 입술.
그러나 교실의 학생들에게는 그런 미키의 특징보다도 더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이 있었다.
(이봐 닮았어.) (굉장히 닮았다.) (거짓말, 하지만 이시다는.....) (응, 그렇게 말했었어, 그 선생님.)
"에에, 수근거리지 말아라. 모두 알겠지만 이시다는 조금 전 소개되었던 이시다 선생님의 여동생이다. 선생님과 둘이서 살고 있으므로 함께 전입해왔다는 것이다. 뭐, 그러니까 잘 해줘라."
그 설명을 듣고 학생들의 시선이 다시 집중되었다.
언니에 비해서는 키가 작지만 그럼에도 165센티는 될 것 같은 키. 그리고 아름다운 아몬드 형태의 눈동자는 두 사람 모두 같았지만, 누나가 침착한 시선인 것에 비해서, 도전하는 것 같이 강렬한 시선을 지니고 있었다.
자세히 비교하자면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미키의 소문은 그 날 안에 전교에 퍼져서, 쉬는 시간에는 소문의 미소녀를 한 번이라도 보려고 복도가 구경꾼들로 가득찰 정도였다.
그리고 2학기의 수업이 시작되고, 미키가 학교에 익숙해짐에 따라 미키의 인기는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 사이에서도 높아지고 있었다.
모든 스포츠 만능으로, 육상에서부터 구기, 그리고 체조까지 뭐든지 잘 했던 것이였다.
그리고 처음의 인상 대로 기세가 강하고, 의외로 말투가 상쾌해, 트러블 메이커인 남자와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거나 해서, 그 믿음직함에 매료되는 여자들이 속출했던 것이였다.
켄지는 그런 아이들의 열광을 혼자서 가라앉은 눈으로 보고 있었다.
(부록에는 흥미없다. 나의 사냥감은 요우코야.)
그러나 그 중요한 요우코에게는 이 3개월 동안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켄지가 입학된 이후로 쌓았던 신뢰나 존경이 요우코에게는 처음부터 간파당했기 때문에 통하지 않았다. 정중한 언행이나 친밀함을 연기해도, 요우코의 눈에서 차가운 경계가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더욱 놀랄 만한 일은 부친인 쿠로이와 타케시의 이름을 들어도 요우코는 신경쓰지 않았던 것이였다.
도쿄에서 부임해 온 요우코에게 있어서 지방에 있는 한 명의 실력자 정도라고 별로 대단치않게 생각되었던 것이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켄지를 열받게 하는 것은 요우코가 자신이외의 학생들과 이야기할 때에 보이는 상냥하게, 농담까지 섞어서 말하는 모습이었다.
(건방진게....... 대체 누가 너를 이 학원에 넣어줬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장면을 보며 켄지가 무심코 분노어린 시선으로 보는 순간, 놀랍게도 요우코는 반드시 그 시선을 찾아내 냉정하고 강한 빛을 담고 있는 시선으로 돌려주는 것이였다.
당황해서 시선을 피하는 켄지, 그리고 그 표정을 여유있게 관찰하는 요우코.
모든 것이 켄지를 욕구불만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물론 쿄오코와의 관계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전이라면 매일 학교에서 몇 번이라도 좋을 대로 범하고 있었는데 출산 휴가로 가정에 들어간 지금은 횟수가 줄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이미 출산일이 다가오고 있어서 몇 번이고 안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요우코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쿄오코의 섹스 봉사가 줄어들어가는 것과 겹쳐 켄지의 집중력을 흐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그 사건은 일어났었던 것이였다.
아무생각도 없이, 켄지는 책상을 보고 있었다.
2학기의 중간고사로, 역사의 시험시간이었다.
켄지는 시험지와 같이 답안이 적혀있는 종이를 담당 교사에게서 받아, 그것을 보면서 답안지에 적고 있었다.
(쳇, 바보같구나. 이런 것을 건네주면서 스스로 답을 쓰라고 하다니. 나의 필적 정도는 연습해두라고. 저 녀석은 보너스 없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펜을 움직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종이를 누군가가 빼앗아갔다.
"에?"
놀라서 위를 향한 순간 켄지의 뺨에 손바닥이 작렬했다.
조용한 시험장 안에 짝- 하고 큰 소리가 울려퍼졌다.
"무슨?!"
사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망연해하고 있는 켄지의 앞에 서있는 것은 이시다 요우코, 그 사람이었다.
"뭡니까, 이건?"
요우코의 손에는 컨닝페이어가 들려 있었다.
"어........아.........."
사태는 최악이었다.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던 켄지는 이 시간의 시험감독관이 요우코라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였다.
"컨닝은 시험 볼 자격이 없습니다. 나가세요."
요우코는 교실의 문을 가리켰다.
주위의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품행 방정하고 학력 우수, 그리고 스포츠도 만능, 그렇게 생각했던 우상에게 처음으로 생긴 스캔들이었다.
학생들의 시선이 켄지에게 꽂혔다.
켄지는 치욕과 분노로 목까지 붉게 하고 있었지만 마지막 이성으로 참고서 말없이 자리를 뒤로 했다.
"모두 언제까지 보고 있을 겁니까. 시험 중에서. 모두 함께 쫓겨나고 싶습니까?"
교실에서 요우코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로 억누르던 감정이 폭발했다.
복도로 나온 순간 아무말도 없이 유리창을 두드렸다.
시험시간의 조용한 복도에서 유리가 부셔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방금 나왔던 교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를 뒤에서 들으며 켄지는 그대로 교사의 밖으로 달려나갔다.
배의 바닥에 쌓여온 욕구불만은 고온의 분노가 되어 타올라, 요우코를 굴복 시킬 때가지 지울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제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놈을 범한다! 잡아서 감금하고, 울부짖을 때까지 범한다! 범한다, 범한다, 범한다, 범한다, 너덜너덜하게 만들어서 팔아버린다! 쿠로이와에 대항 한 것을 죽을 때까지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한 편 요우코도 그 날 차가운 분노를 불태우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아니, 다른게 아니라........... 대체 학생을 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요우코는 학년 주임에게 불려가 켄지의 건으로 추궁받고 있었다.
"컨닝하는 것을 보고 주의를 주었습니다.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무슨 상관이라니. 학생이 유리를 깨고 뛰쳐나갔다! 겨우 컨닝으로 학생을 그렇게 내쫓아버린다는 것은, 대체 어떤 지도를 하고 있는 건가! 완전히 감독 소홀이다!"
학년 주임인 남자는 얼굴을 붉히며 요우코에게 고함쳤다.
이대로는 보너스가 줄어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잘못하면 해고였다. 게다가 쿠로이와를 화나게 한 뒤 해고되면, 이 근처에서는 재취직도 불가능했다. 집을 지은지 얼마안되는 이 남자에게 있어서는 생명이 걸린 일이었다.
"말씀드리지만, 저는 평범하게 주의를 주었습니다. 규칙의 의거해, 컨닝을 하면 교실에서 쫓아낸다. 그렇죠, 주임?"
"보통으로 주의준 것만으로 밖으로 뛰쳐나갑니까! 거기다 쿠로이와군이다. 그는 학교 창립 이래의 인재에요. 문무겸비에 인격도 훌륭하다. 동급생이나 하급생에게 물어보세요. 저런 걸 학생이 아냐! 당신이 뭔가 심한 말을 한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컨닝 건도 뭔가 이상하다. 정말로 컨닝이었습니까? 뭔가 착각한게 아닙니까."
요우코는 주임의 그 말에 어이가 없었다. 마치 그녀가 학생을 내쫓은 범인취급이었다.
요우코는 말없이 몰수했던 컨닝페이퍼를 내밀었다.
"이건?"
"몰수한 겁니다. 쿠로이와군은 이것을 보면서 답안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듣고 주임의 눈이 빛났다.
"그런가..... 이것이....... 알았습니다. 이것은 증거품이니까 내가 맡겠습니다. 나중에 사회과의 호시노 선생님에게 확인받은 뒤, 이 건을 직원회의에서 말하겠습니다. 다만, 이시다 선생님, 학생이 자포자기가 되어버린 일의 책임은 당신에게 있으니까 가까운 시일내로 부모님께 사과하러 가주세요. 물론, 나도 동행하겠지만."
학년 주임은 그렇게 말하며, 그제서야 요우코를 해방시켜주고 떠났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이 학교는!"
요우코는 그날 밤, 저택의 맨션에 돌아와 가방을 내던지며 소파에 앉았다.
"왜? 언니?"
먼저 돌아와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던 미키가 부엌에서 나와 요우코에게 물었다.
"아무것도 아냐. 신경쓰지 마."
요우코는 여동생을 보지도 않고 리모콘으로 TV를 켰다.
"컨닝의 건이지?"
요우코는 미키의 그 말에 무의식중에 미키를 돌아보았다.
"어떻게? 누구에게서 들었어, 그거?"
"누구는.. 모두 알고 있어. 그 쿠로이와라는 녀석, 의외로 인기 있어. 스포츠맨으로 머리도 좋아서. 우리 반에서도 여러명의 팬이라고 하는 아이들이 있어. 그러니까 그 다음에 그 이야기가 알려지며 큰 소란이 있었어."
"흐응- 의외구나. 그런 매력적인 학생으로는 안 보이는데........... 어느 쪽인가 하면.........."
요우코는 거기서 말하던 것을 멈추었다. 언니로서가 아닌, 교사로서 학생을 뒤에서 비판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언니로서 한 가지만은 확인해두고 싶었다.
"근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에- 통과통과. 한 번 검도부의 여자 아이가 불러 동아리 보러 간 적 있어. 그 때 봤는데 전혀 아냐. 멍청이야. 잘난 듯이 가르치고 있는데 그 녀석하고 배우고 있는 이들에게도 한 번 언니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었어."
미키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흔들었다.
"검도의 기술로 인간의 가치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야."
요우코는 그렇게 말했지만, 어딘가 안심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시다 자매는 그 뒤 여느 때처럼 저녁식사를 하고, 2명이서 편히 쉬다가 이제 잘까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을 때, 전화가 걸려왔다.
"예, 이시다입니다."
미키가 말하자 괴로운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예.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언니, 전화!"
"음, 시미즈라고 했다고 생각해. 조금 소리가 작아서."
요우코는 전화를 받았다.
"예, 이시다입니다."
"아, 시미즈입니다. 밤늦게 죄송합니다."
전화를 한 것은 쿄오코였다.
"어머나, 쿄오코씨입니까? 안녕하세요. 몸은 괜찮습니까?"
요우코의 목소리는 밝아졌다.
그러나 전화 상대의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것을 곧바로 깨달았다.
작게 흐느껴 울고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던 것이였다.
"무슨 일 있습니까?"
"선생님, 요우코 선생님...... 나, 이제 견딜 수 없어요."
"왜요? 이야기해봐요. 제가 힘이 되어줄 테니까."
요우코의 눈에 긴장감이 떠올랐다. 그러나 목소리는 따뜻하고 상냥했다.
눈치를 채고 미키도 귀를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대로는 나, 아이를 낳을 수 없어요. 도와줘요, 도와주세요."
"무슨 일입니까? 기다리고 있어요. 지금부터 갈테니까. 곧 갈테니까 기다리고 있어요. 지금 자택? 주소를 가르쳐줄래요?"
"안돼요! 오면 안돼! 지키고 있으니까, 반드시......"
"네? 지키고 있다니..... 도대체 누가, 어째서?"
요우코는 혼란스러워하며 쿄오코에게 캐물었다.
"편지를 썼습니다. 전부...... 내가 체험한 것을....... 그것을 내일 보내겠습니다. 그것을 읽고, 그리고, 그리고....... 도망치세요. 부탁해요......... 나는 그런 것 밖에 할 수 없어요."
"도망친다라뇨? 왜요? 어째서? 쿄오코씨!"
"미안해요. 이제 남편이 욕실에서 나왔으니 끊겠습니다. 편지..... 읽어주세요. 절대로."
그리고 전화는 끊어졌다.
요우코는 혼란에 빠졌다.
"뭐야? 왜그래, 언니? 시미즈는 언니 전임이었던 사람이지? 왜그래?"
미키는 흥미진진해 하며 묻고 있었다.
그러나 요우코는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다.
이튿날 아침, 요우코는 평소의 시간에 출근했지만 쿄오코의 전화가 마음에 걸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우선 직원 명부를 찾아내, 시미즈 교사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 두었다.
어제 쿄오코가 말했었지만 요우코는 오늘 방문할 생각이었다.
(절대로 이상하다. 뭔가 있어...."
생각에 잠긴 채 복도를 걷고 있다가 반대쪽에서 곤란한 얼굴로 걸어오는 시미즈 교사를 우연히 만났다.
(그렇구나. 남편을 잊었어.)
요우코는 멈춰서서 시미즈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시미즈 선생님. 저, 조금 할 말이 있습니다만."
"아, 이시다 선생님. 알겠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시미즈는 그렇게 말하고 발걸음을 돌려 학생 지도실로 걸어갔다.
요우코는 서서 조금 대화를 나눌 생각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
"그, 실은 어제의 일입니다만........."
두명이 개인실에 들어가 서로 마주보며 앉았을 때 요우코는 말을 망설였다.
"예, 곤란한 일을 했더군요. 뭐, 누구나 실수는 하는 것이지만, 하필이면........."
"에? 아, 제가? 죄송합니다만, 무슨 이야긴지........."
"뭐라니, 어제의 컨닝 사건이요! 확실히 잘못하기 쉬운 상황이었던 것 같지만 무고한 학생에게 누명을 씌웠지 않습니까! 좀 더 제대로 알아보지 않으면 곤란해요!"
시미즈 교사는 평상시의 마음 약한 태도를 버리고 힘껏 소리쳤다.
"누명이라고요? 쿠로이와군은 확실히 컨닝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직접 그것을 봤습니다. 잘못한 것은 없습니다."
요우코는 피식 웃으며 단언했다.
요우코의 박력에 밀려 시미즈는 눈을 깜박였지만, 그럼에도 말했다.
"그러니까 그 종이에 적혀있는게 이번 시험 범위의 것이 아니었어요. 그것은 저번 시험 범위의 내용으로 아마 쿠로이와군이 공부하기 쉽게 가공해뒀던 것이 아닌가, 하고 호시노 선생님이 말하고 있어요."
"예? 말도 안됩니다. 그는 그것을 보며 답안을 기입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현장을 봤어요."
"'말도 안되는 것'은 어느 쪽입니까. 역사 담담인 호시노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까 틀림없습니다."
"호시노 선생님에게 직접 들었습니까?"
"에, 아니 학년 주임인 고다 선생님에게 들었습니다."
요우코의 뇌리에 어제 주임의 얼굴이 떠올랐다.
(설마......... 혹시 증거의 위조를?)
"그렇습니까. 알았습니다. 직접 주임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요우코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어쨌든, 이것은 큰 문제니까요. 나도 담임으로서 쿠로이와 군에게 사과하러 갑니다. 이시다 선생님도 그럴 각오를 해주세요."
시미즈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요우코는 그것을 보고 여기에 온 용건을 간신히 생각해 냈다.
"아, 저 잠시......."
당황해서 시미즈를 불러세웠다.
"아직 할 말이 남았습니까?"
"아, 저, 쿄오코씨, 사모님은........"
"에? 아, 이시다 선생님은 인수인계하면서 아내를 만났었던가."
시미즈는 약간 의외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내는 괜찮아요. 조금 빠르지만 오늘부터 입원했으니까."
"에? 입원입니까? 벌써 양수가 터졌습니까?"
"아니, 아직이지만 신중을 위해 그랬습니다."
"어느 병원입니까?"
요우코의 그 질문에 시미즈는 약간 곤란하다는 듯이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근처에 있는 쿠로이와 종합병원의 산부인과입니다."
시미즈는 그렇게 말하고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떠났다.
요우코는 탈진한 것처럼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어제, 오늘로....... 빠르군. 그 녀석, 생각했던 것보다 빈틈이 없어. 주임은 물론, 호시노 선생님도 쿠로이와에게 조정되는 것 같구나..........)
요우코는 드물게 턱을 괴고 한숨을 내쉬었따.
그러나 결국 그 날, 요우코는 쿠로이와 저택에 사과하러 가지 않았다.
중요한 켄지와 연락이 안됐던 것이였다.
초조해하면서도 직원실에 잔류하다가 자택으로 돌아왔을 때는 8시가 되어있었다.
"왔어, 언니? 기다리고 있었던 편지야."
돌아간 순간, 미키가 편지를 들이밀었다.
봉투가 의외로 두꺼웠다.
곧바로 열고 싶었지만, 옆에서 미키가 흥미진진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너, 식사는?"
"먹었어."
"그러면 목욕은?"
"벌써 했어."
요우코는 한숨을 내쉬었다.
"미키, 이것은 내게로 온 편지야. 시미즈 선생님이 나에게 상담하려고 쓴 것. 네가 여동생이라지만.......... 하물며 업무상의 이야기라도 있으면 학생인 네게는 보일 수 없어."
"에엣- 하지만 그 사람, 이미 선생님을 그만두고 있잖아. 일의 이야기가 아니야."
"그만둔게 아냐. 출산 휴가야. 내년의 여름에는 돌아와."
"그렇지만-."
"적당히 해둬."
마지막에는 언니의 권한으로 요우코는 강제로 미키를 조용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식사를 미루고, 방으로 들어가서 편지를 개봉했다.
어제의 전화가 마음에 걸려, 요우코는 처음에는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그 편지를 읽기 시작했지만, 이윽고 그 내용이 너무나 가혹해서, 몸 전체를 뜨거운 분노가 지배해왔다.
그것은 편지라기보다는 일기나 고백문같은 것이었다.
작년 10월에 켄지의 함정에 빠져 강간당하고 나서 쿠로이와라는 이름의 권력을 최대한으로 악용하며 쿄오코를 강제로 희롱하는 내용이 조금도 빠지지 않고 기록되어 있었다.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요우코는 쿄오코의 분노와 절망을 가슴아플 정도로 느꼈다.
너무 흥분해서, 손이 떨려 편지를 읽을 수 없을 정도였다.
요우코는 지금까지 중에서 이 정도로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했던 적이 없었다.
그리고 더욱 요우코에게 충격을 준 것은 이 학교의 체질이었다.
일인 경영이라고 하는 게 드문 것이 아니지만, 이 영국학원의 경영은 확실히 쿠로이와의 독재이며, 도저히 민주주의 국가에 존재한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패해있었다.
설마 자신을 선택한 것이 켄지였다고 요우코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리고 편지의 마지막 장에 접어들었다.
그 편지만은 다른 편지와 잉크가 달랐다.
-------요우코씨, 나의 편지를 읽었습니까. 이 편지는 당신을 만났던 그 여름 방학 때부터 쓴 겁니다. 당신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당신의 에너지를 조금 나누어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되어 일찌감치 단념하고 있던 희망이 되살아났습니다. 하룻밤에 걸쳐서 전부 썼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역시 저의 수치가 되는 것도 있지만 이것이 남편에게 알려져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그 남자가 두렵기 때문입니다. 이 1년간 내가 체험했던 것들이 저의 손을 묶어옵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보내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낮, 그 남자가 왔습니다.
심하게 화내며 내가 화를 풀었습니다. 나는 배속의 아이를 지키는 것이 고작으로 그 남자에게 복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 여느 때처럼 희롱당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남자는 마침내 당신을 목표로 정했습니다.
그 남자는 말했습니다.
"요우코를 유혹해내라. 간단한 일이겠지. 아이가 태어나면 요우코에게 전화해. 보러와 달라고. 놈은 아직 여기 온지 얼마안되니까 반드시 혼자 온다. 뭐, 여동생과 함께 올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관계없다. 너는 다만 놈에게 이 가루를 섞은 홍차나 커피를 줘. 그렇게 되면 뒤는 내가 맡을 테니까, 너는 아이를 돌보면 돼."
그 남자는 저와 같이 약을 사용해서 당신을 함정에 빠트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나와 나의 아이를 미끼로 해서.
그러니까 부탁입니다. 곧바로 마을에서 나가주세요.
저녀석이 어쩔 수 없는 곳으로 도망쳐주세요.
나는, 이제 도망치지 않습니다. 내일 강제로 입원당합니다. 파수꾼도 붙는다고 합니다. 거기에 아이도 있습니다. 그 남자에게 반항할 수는 없습니다. 전화를 강요받으면 걸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디 당장 도망쳐 주세요. 만약 도망가지 않더라도 절대로 나의 전화를 받지 말아주세요. 부탁합니다.
나는 당신을 정말로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나의 소원을 들어주세요. 부탁합니다.
편지를 다 읽은 요우코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어렸을 때부터 검도를 하며,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있던 요우코였다. 약한 것을 싫어하고, 눈물을 혐오해온 요우코가 처음으로 타인을 위해 눈물을 흘렸다.
(쿄오코씨, 나를 소중한 친구라고 말해준 당신을 나도 소중히 생각합니다. 당신의 슬픔은 나의 것이기도 하니까, 당신의 절망을 내가 부셔줍니다. 우리에게 '정의'가 있는 한 반드시 승리합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편지를 가슴에 안으며 요우코는 눈을 감고 심호흡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이미 요우코의 눈에 눈물은 없었다. 그 대신, 눈동자 깊숙히서부터 고요한, 그러면서도 무한한 힘을 지닌 정신이 오라를 뿜어냈다.
검은 권력에 희생된 영혼이 발한 작은 용기가, 싸움의 여신에게 불을 붙인 순간이었다.
그러나 운명의 톱니바퀴는 여기에도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요우코의 바로 옆에 만들어진 함정이었다.
ps:2화는 어쩐지 부드럽게 편역(?)하는게 힘들더군요. 1화보다 좀 더.
원문에 신경쓰려고 해서 그런 것인지........ 의욕이 떨어져서 그런것인
지................... 하여간 오늘은 이 한 편 뿐입니다.-_-;
ps2:어서 인형 제조 회사 3화가 올라왔으면....... 하고 있는데 작가는
올려주지 않는 군요. 아아, 키츠네군, 요우코, 렌........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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