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경험담

[창작] 수라기(獸羅記) 18번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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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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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에도 야한 장면이 없습니다. 제가 솜씨가 없어서인지 야한 장면을 넣기가 쉽지 않아요. 야설이라 해놓고 소설로 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현대물이였다면 검후의 자위하는 장면을 캠코더나 사진기로 찍어서 협박이라도 할텐데요. ㅜ.ㅜ



(6)

바삐 달려가는 아환의 모습이 보였다. 화연봉의 거의 정상에 가까운 곳까지 아환은 쉴새없이 달려 산을 올랐다. 지금 아환이 향하는 방향은 바로 검후가 사라져 간 곳, 그 가상의 지점을 목표로 아환은 해가 뜨자마자 휴식을 멈추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계속 시선을 좌우로 두리번거리며 검후의 거처지를 찾아가는 아환의 눈에 쉽사리 가옥이나 그 비슷한 구조물이 보이지 않았다. 벌써 해가 정오를 넘은지도 꽤 지났지만 아환의 눈에는 검후의 은거지가 들어오지 않았다.
'분명 이 방향이었는데...'
아환은 거의 산끝에까지 올랐음데도 초옥을 발견하지 못함에 내심 초조해 하였다. 만약의 경우, 정말 만약의 경우 검후가 이 곳, 화연봉에 없다면 그 이후는 생각하기도 싫은 이 항산 전체를 뒤져야만 하는 일이 발생한다면..그 시간이며 또 거기에 쏟아부어야할 정력, 그리고 심기의 소모가 아무리 아환이 이 등산을 자신의 수련의 일환으로 손과 발에 모래주머니를 맨채로 체력단련에 도움이 된다고 하나 오히려 아환에게 독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환은 행보를 정상에서 다시 돌려 찬찬히 훑으며 내려가기 시작했다. 조그마한 흔적도 놓치지 않으려고 뛰는 것을 멈추고 세밀한 걸음으로 하산하였다. 그래도 검후가 이 봉우리에 살 확률이 가장 많았으므로 이 봉우리를 집중적으로 탐사할려 마음먹었다.
날이 저물어 또 하루가 지났다. 아환은 모포를 깔고 누워 휴식을 청하였다. 물론 그 전에 매일 반복하는 일상의 수련은 빼놓지 않았다. 수련을 마친후 자리에 누운 아환의 머릿속은 지친 심신이었지만 바쁘게 움직였다.
'검후라..검후라..현녀심..화연봉..수음..비단 옷..'
단편적인 언어의 나열에 그 연관성을 생각하던 아환, 이내 생각을 접고 잠을 청하였다.

날이 밝자 아환은 서둘러 침구를 정돈하였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곳을 더 세밀하게 찾아야 했다. 아환은 각오를 재차 다진다음 다시금 탐색에 나섰다. 어제와 같은, 아니 근 한달간의 탐색과 같이 아환은 봉우리를 뒤지면서 산을 내려왔다.
정상에서 내려온지 두시진 가량 지난 어느 순간, 아환의 눈이 반짝였다. 멀리 절벽의 밑에 초옥 비슷한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아환은 그것을 발견한 순간 전력질주를 하기 시작하였다. 가슴 역시 두근대며 아환의 달리기에 힘을 실어주었다.

아환이 발을 멈춘 곳, 조그마한 초옥이 눈에 들어왔다. 절벽의 구조가 특이하여 산을 오를때에는 발견하기 어려운 움푹 파인 곳에 자그마한 집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헐떡거리며 발을 멈춘 아환, 숨을 고르며 마음을 가다듬고 긴장된 눈길로 천천히 집을 살피기 시작하였다.
"아!"
아환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 가히 극도의 미학이 눈안으로 들어왔다. 네 꼭지 부분은 부드럽게 아물려진 사각 형태의 초옥, 어디 한 쪽도 치우침이 없는 균형을 이룬 전체의 구조가 처음 아환을 감탄하게 만들었고 그 다음에 초옥의 각도 역시 태양이 비춤에 있어 직사광선이 내리쬐지 않는 비스듬하게 절벽의 결을 따라 지어져 있었고, 색은 무엇으로 물을 들였는지 중천에 떠 있는 햇살을 받아 연한 하늘 빛을 반사하고 상아빛이 나는 지붕을 엮은 풀잎은 무엇인지, 또 창을 냄에 있어 그 향하는 각도가 일정한 방위를 점하고 있는 듯 하였다. 울타리를 만든 나무는 잘 다듬어진 화강암으로 만든듯 은회색이 빛나고 있고 그 높이와 넓이가 일정하게 배열되어 있어 초옥과 조화를 창출해내고 있었다.
"과연..."

아환은 상념에 빠져 있던 정신을 되찾고 초옥밖에서 조심스레 검후를 불렀다.
"안에 계십니까?"
"..."
"안에 누구 계십니까?"
"..."
아무도 없는 모양이었다.
혹시, 이 곳도 검후가 이미 거쳐간 자취이면 어떡하지? 아환은 감히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하지 못하고 밖에서 기웃기웃 안을 살폈다. 다행히도 누군가 이 곳에 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 것도 검후일 가능성이 컸다. 단적으로 저 울타리를 다듬은 것만 봐도 상승내력을 가진 무림인이 아니 고서는 만들기 어려운 화강암의 벽을, 저렇게 매끈한 단면을 가진 일정 규격의 담을 쌓는 다는 것이 명인급의 장인이 아니고서는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명인이 이러한 험한 산세까지 돌을 날른 후 깎는 다는 것이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웠고, 검후외에 다른 무림기인은 이 항산, 화연봉 근처에 검후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같은 곳에 은거지를 만들 이유가 적었다. 항산의 규모가 얼마인데..

"으흠. 아무도 없나 본데.."
어딜 갔을까? 고민하던 아환은 몇가지 생각을 하더니 곧 검후가 없는 이유를 알았다.
"그렇군. 벌써 한달이 흘렀네..오늘이 그럼 초 닷새인가?"
그랬다. 오늘이 유월 초닷새 검후가 상가진에 물품을 구입하려 내려가는 시기였다. 반년이 넘게 꾸준하게 이 날에 검후는 상가진에 내려가서 생필품과 기타 장신구 및 다른 포목등을 샀다. 오늘 역시 아환이 미처 날짜 계산을 하지 못하였지만 초닷새가 되는 날이었다.
"그렇다면 기다려야 하겠군."
아환은 자리에 풀썩 주저 앉는다. 결가부좌를 하고 눈을 지긋이 감고 손을 단전부위에 댄 채로 몸의 정면을 초옥을 향한 채로 운기조식을 하기 시작하였다. 무상심결은 그 구결이 난해하고 진보에 있어서 큰 깨달음을 필요로 하였기에 나한심법을 암송하며 점차 아환은 몰아지경으로 접어들었다.

시간이 꽤 지나갔다. 해가 뉘엇뉘엇 산을 넘어가 붉은 기운만이 산세를 물들고 있었다. 아환은 크게 숨을 한번 내쉰 다음 호흡을 가다듬고 조식을 마쳤다. 그리곤 눈을 서서히 떳다.
'헛!'
붉은 저녁 노을이 비스듬히 그 빛을 물들이고 있는 초옥, 그 앞에 붉은 빛으로 온몸을 휘감은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 비단 옷이 노을 빛으로 물들어 핏빛과 흰빛, 은빛을 나타내며 머릿결을 일부만 묶어 얼마간의 머릿결이 바람에 휘날리고 주홍빛으로 빛나는 얼굴이 아환의 시선에 잡혔다. 그 인형은 도도하게 꼿꼿히 서서 아환을 향해 있었다.
'검후..'

검후가 드디어 아환의 앞에 서 있었다. 이 항산 화연봉에 검후는 거처하고 있었던 것이다.


2장 검후(劍后)

(1)

"누구신가요?"
영롱한 음성, 선녀의 옥음이 저러할까? 탁한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리는 듯한 맑고 고운 목소리가 붉은 입술을 가르며 흘러나왔다.
"저는.."
"소협은..누구시지요? 여기에 무슨 일로 오셨지요?"
지금 아환 앞에 서서 샛별을 눈에 박아 넣은 듯 투명한 빛을 내며 고운 아미를 살짝 올린 채로 부드러운 기운이 담겨있는 옥음을 뿌려대는 여인, 검후! 그 신비하고 화려한 아름다움에 압도당한 아환은 검후의 물음에 답도 하지 못한 채 입술만 뻐끔거리며 앉은 자세에서 움직이지도 못하였다. 두달 전 검후를 다시 보았을때 보다 검후는 더 젊어진듯 하였다. 그때에는 이십대 후반 정도의 나이로 보였는데 이젠 아예 이십대 초반이라고 해야 할 정도였다. 거기다가 은은히 전신에서 염기(艶氣)를 발하고 있었다. 거의 아흔 무렵에 있을텐데..

"당신은 누구신가요?"
아환의 귓가에 검후의 음성이 웅웅거린다. 아마 공력을 이용하여 발성을 한듯 아환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급히 심신을 추스리며,
"저는 주환이라고 합니다. 상가진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열여섯해를 밥만 축내다 살아 왔고 무이관에서 사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요?"
"소인은 지난번 상가진에서 선녀님의 신위를 보았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사부님께 말씀드렸고 사부님을 말씀대로 선녀님을 찾아뵌 것입니다."
"선녀님..호홋..제가 무슨 선녀인가요?"
"저희 상가진의 사람들은 모두들 감히 항산선녀님이라 칭하고 있습니다. 거슬리셨다면 용서를.."
"아니예요. 아니예요. 어찌 제가 선녀라는 호칭을 받겠어요. 저는 그냥 평범한 아녀자 입니다."
"제가 사부님께 듣기론 선녀님은 무림의 기인일 것이라 들었습니다."
"무림의 기인이라고요?"
"예."
"제가요? 그렇다면 어떤 기인인지..혹시 소협은 아시나요?"
너무 달랐다. 처음에 검후를 구문현근처의 비참한 기억속에서 만났을때 하고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 당시의 검후는 얼굴에 마치 얼음 가면을 쓴듯 냉막한 인상으로 기억되었다. 청룡보의 사내들이 말을 붙였을때도 칼로 자르듯 말을 끊고 장내를 떠난 현세를 초월한 무림의 고인일 뿐이었다. 허나 지금 검후가 보이는 모습은 전혀 다른 여인인 듯 입가에는 교소를 흘리며 친근하고 부드럽게 아환에게 말을 붙이고 있었다.

"사부님께 듣기론 선녀님은 검후, 요후, 그리고 신비한 천궁의 기인 중 한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요? 그 중 제가 누구죠? 제가 그 세 인물중 하나라 확신하시나요?"
"확신할 수는 없지만..천궁의 기인이라 여기어 집니다."
"왜 그렇지요?"
대화를 나누는 게 즐거운 듯 계속해서 말을 이어간다.
"먼저 검후는 현 연세가 아흔 가까이 되어가는 무림의 고인이시고 요후는 사이한 기공을 익혀서 사기가 흐른다 하였으나, 선녀님께서는 선한 기운이 느껴지시며 그 누구보다 절세의 미모가 빛나는 것으로 보아 신비속의 기인인 천궁의 신선이라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여태까지 천궁이란 신비의 성역에서 현세하신 분들이 모두 여신선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천궁의 인물이라고요?"
"예."
"호호호.."
무슨 일이 그리 재미있는지 꺄르르 교소를 터뜨린다.
"그건 그렇고 절 왜 찾아 오신건가요?"
"선녀님께 무공을 배울려 찾아배웠습니다."
"무공?"
"예. 한달 전 선녀님께서 저희 남매를 구원해 주신 것을 혹시 기억하십니까?"
"한달 전이라..아! 그때 어느 험상 궂은 사내가 한 처자를 괴롭히는 것을 제가 잠시 손을 썼지요."
"그 당시 그 놈하고 싸웠던게 접니다."
"그래요?"
"선녀님께서 그 놈을 막은 과정을 자세히는 못 보았습니다만 절세의 절기를 이용하셔서 그의 발을 막은 후 전 미처 보지도 못하였는데 그놈의 무공을 없애셨지요."
아마 그 당시 화경의 사량발천근 수법으로 상명군을 막고 검기점혈로 상명군의 혈도를 폐하여 무공을 없앤 것을 말함이리라.
"그래서요?"
"틀림없이 선녀님은 무림의 기인일 것입니다. 전 무공을 익히고 싶습니다."
"아! 그렇군요.."
검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옆에서 보면 친한 친구가 말하는 것을 귀기울여 듣는 듯 열심히 경청을 하고 있던 검후, 말을 잇는다.
"하지만 저는 소협께 무공을 전해드릴 수 없습니다."
"예?"
"저는 소협이 생각하시는 그런 고인이 아니예요. 상승 절예도 없고요. 무엇보다 저는 지금의 평안을 만족합니다. 다른 이가 들어와서 저의 평화를 깨는 것을 전 원치 않아요."
"선녀님. 부족한 저이지만.."
"이만 되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배웅은 못해드립니다."
처음 대화를 나눌때보다 다소 한기가 느껴지는 말씨, 검후는 그 자리에서 몸을 돌려 집안으로 들어갔다. 한번 뒤를 돌아보지 않고 거리낌없이 방안에 들어가는 검후의 아름다운 뒷모습이 아환의 동공에 맺혔다.
'그래,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반드시..반드시..'
아환은 그 자리에서 결가부좌의 다리를 풀지 않은채 시선을 똑바로 고정시켰다. 그 시선의 끝은 바로 검후가 사라진 방문을 향하고 있었다.

아환이 현재 간과하고 있는게 하나 있었다. 아무리 검후가 현녀심을 익혀서 성품이 변하였다고는 하나 생전부지의 사람을 자신의 집앞에서 밝은 기운으로 맞이할리가 없었다. 이는 아환이 산에 오르면서 끊임없이 되새긴 황제의가 어느 정도 아환의 몸에 자리를 잡아 자연스러운 소년영웅의 기도를 풍기므로 검후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지금 방안으로 들어간 검후의 태도에서도 잘 드러났다. 비록 아환의 앞에서는 매몰차게 거절을 하였으나 검후는 방안에서 진기를 일으켜 전신의 감각을 최대로 하여 아환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검후의 현 나이 어언 아흔 하나. 범인이라면 벌써 땅속에 들어가 있던지 아니면 번데기와 주름 경쟁을 할 나이였다.. 무공과 현녀심의 효과로 주안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구십년을 살아온 연륜 역시 그리 쉬 풀릴 수 없는 경지이기도 하였다. 검후는 아환과 잠시나마 즐겁게 말을 나눈 것이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그리고 은거한지 오십여년 동안 사람을 별로 만나거나 사귀지 않아 호기심에 그랬다 스스로 변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내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는 것은 검후도 미쳐 깨닫지 못할 심경의 변화였다. 현녀심의 상극이라 할 수 있는, 혹은 가장 어울린다고도 할 수 있는 황제의의 존재자체를 검후가 모르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리라.

"재미있는 사람이야."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검후.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심결을 외운다. 그리고 그 심결에 의한 진기와 마음의 운용을 하며 삼매경에 들어 갔다. 그 심결이 현 자신을 이렇게 변화시키는 현녀심결이라는 것을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


(2)

반짝!
마치 금강석을 박아놓은 듯 영롱한 빛을 내는 두 동공이 하이얀 눈꺼풀을 헤치고 드러났다.
"하아~"
붉은 입술 사이로 나오는 하품소리마저 즐겁게 들렸다. 곧고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는 흰 치아가 살포시 벌어지고 그 사이에 짙은 분홍의 빛을 띄고 있는 입안의 속살. 작은 입을 최대한 벌리며 공기를 들이마쉬는 여인, 검후는 이제 막 눈을 뜨고 자리에서 상반신을 일으켰다.
보통 일반적으로 일정의 경지에 오르면 수면을 취하지 않아도 피로하지 않고 밤을 새우며 명상에 잠기기도 한다고 하나 그 것은 화경의 경지에나 오른 무림 고수들의 이야기이지 진경에 도달하여 이미 다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검후에게는 하나하나 행위행위가 굳이 형식을 갖출 필요가 없었다.

느릿한 동작으로 이불을 접고 침상 옆에 놓아둔 깨끗한 의복으로 갈아 입기 위하여 검후는 몸을 세웠다. 연두색의 침의를 입은 검후의 모습이 작은 방안에 환하게 드러났다. 어깨끈으로 고정된 상의의 내고는 검후의 어깨에서 팔까지의 하얀 피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하나의 점이나 조금의 흉터도 보이지 않은 매끈한 교수가 그 투명하도록 맑은 피부와 잘 어울렸다. 하반신엔 은은히 속이 비추어 보이는 속치마를 입고 있었다. 상의와 똑같은 연두색의 고의가 망사질감의 속치마속으로 슬쩍 그 빛깔과 크기를 내비친다. 손바닥을 갖다대면 그냥 감추어질 그런 크기의 고의, 아마 비단으로 만들어진 고급품으로 보이지만 일반 여염집의 처자가 입으면 말그대로 창기라고 놀림을 받을만한 그런 고의를 지금 검후가 입고 있었다.
고의를 사이에 두고 곧게 뻗어 내려간 두 하얀 가는 기둥이 눈에 들어 온다. 제법 살이 오른 허벅지는 탐스러웠고 점점 밑으로 내려오면서 가늘어져 발목에서는 옴폭 들어가 그 미태가 실로 눈이 부셨다. 무림의 여인이었고 어려서 무공을 접한 검후 인지라 전족은 하지 않아 적당한 크기의 발도 가지런한 발가락과 함께 아름다워 보였다.
미의 화신인가?

"아함~"
크게 기지개를 하는 검후. 두 팔을 한껏 펼치고 아미를 곱게 찡그렸다. 급할게 전혀 없는 동작으로 천천히 침의를 벗고 검후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였다. 미리 준비한 듯 주름살 하나 없이 반듯하게 바닥에 펼쳐 있는 초록빛의 비단 옷을 검후는 몸을 숙이고 탐스러운 둔부를 치켜 올리며 주워들었다.
옷을 하나하나 갈아 입고 검후는 동경을 바라보며 매무새를 고쳤다. 입가에 고운 미소가 보이는 듯 마는 듯...
몸을 돌려 방문쪽을 향하던 검후는 잠시 동작을 멈추고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 싶더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초옥의 밖, 아환이 어제의 가부좌를 한채 앉아있었다. 계속해서 시선을 방에다 고정시킨듯 막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는 검후와 눈길이 마주 쳤다. 두사람다 전혀 놀람의 기색은 없었다.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검후였다.
방긋.
검후는 아환에게 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환은 그 미소를 보자 두 눈썹이 꿈틀거렸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찌 반응을 해야하는 지 아환의 뇌리 속은 텅비었다. 단지 고혹적인 검후의 미소만이 뇌리속에서 끊임없이 돌아다닐뿐..
아환이 미처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검후는 교구를 돌려 부엌으로 향하였다. 아환은 전혀 안중에도 없는듯, 아니 아환이 저기 있는지도 생각하지 않는 듯 검후는 아침준비를 위하여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간단히 자신의 조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평소 그녀가 먹는 아침이라고 해야 미리 준비한 과일 몇가지 하고 곡물가루 약간. 금새 준비를 마친 검후는 자그마한 쟁반에 두어가지 그릇에 음식을 담고 부엌에서 나와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문은 닫히고..
아환은 밖에서 지금까지의 진행을 눈한번 깜빡이지 않은채 지켜보고 있었다. 검후가 방문을 열고 나와 아환에게 미소를 보낼때 마음의 흔들림이 일순 있었지만 바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검후가 나와서 부엌을 거쳐 다시 방안으로 들어설때까지 계속하여 지켜보았다.
검후는 조반을 꽤 긴 시간을 즐기는 듯 한참을 방안에서 기척도 없이 있었다. 대략 한 시진가량이 흐른 후 검후는 다시 방에서 그 고운 자태를 드러내었다. 이번에는 아환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바로 부엌으로 들어가서 식사후의 뒷정리를 하였다. 별로 치울 것도 없는 듯 짧은 시간에 정돈을 마치고 검후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모습을 드러내는 검후, 이번에는 간편한, 활동하기 쉬운 초록빛 경장을 갖추고 방문을 나섰다. 물이 흐르듯 부드러운 걸음걸이로 방밖을 나서 청록빛에 꽃무늬가 그려져있는 가죽신을 신고 서서히 걸어나왔다.
아환을 향하여 곧장 걸어오는 검후의 자태, 상가진에서 볼때처럼의 화장을 한 모습이 아닌 그냥 단정한 복장을 한 검후였다. 아환에게 있어서 검후가 자신이 앉아있는 곳까지의 거리가 불과 다섯장 정도 밖에 되지 않았으나 엄청나게 길게만 느껴졌다. 한걸음 한걸음 검후가 자신에게 다가옴에 따라 아환의 심장은 크게 두근거렸고 혈맥의 순환이 급격하게 빨라짐을 아환은 느낄 수 있었다.
시선을 아환에게 두는 듯 아닌 듯 다가오는 검후, 사장, 삼장, 이장, 일장의 거리로 점점 가까와져 갔다. 아환의 두 주먹은 불끈 무릅위에서 힘있게 쥐어졌고 두 눈은 붉은 기운이 맴도는 채 검후가 한발 한발 다가옴에 따라 아환이 느끼는 긴장의 감도는 더더욱 커져만 갔다.

스윽..
아무 것도 자신의 앞에 없는 듯 검후는 아환의 바로 옆을 스쳐서 그냥 지나갔다. 처음부터 아환이 거기에 없는 듯 아환곁을 스쳐 갈때 검후에게서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한발 한발 이제는 검후가 자신으로부터 멀어져감을 느끼는 아환, 팽팽한 긴장의 끈이 툭! 끊어진 듯 아직 정면을 그대로 응시한 채로 전신에 무력감을 느꼈다.
점차 점차 아환의 등뒤쪽으로 걸어가던 검후의 작은 동체는 이내 숲속으로 사라졌다. 서로가 등을 돌린 상태라 표정을 보지는 않았으나 검후는 지금 어느 정도 아환의 안색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환은 검후가 숲속을 사라지며 별 표정 없던 얼굴에 슬며시 웃음이 감도는 것을 조금도 짐작할 수 없었다.

아환이 초 여름의 이글거리는 태양빛에 적당히 구워지고 있을 즈음 숲속에서 검후의 모습이 나타났다. 언제 가져간 것인지 손에는 자그마한 보퉁이를 들고 검후는 초옥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차츰차츰 검후가 가까워지고 아침과 마찬가지로 아환을 스쳐 검후는 초옥안으로 들어갔다. 검후는 부엌으로 들어가 보퉁이를 끌렀다 그 안에는 과일과 식용 약초 몇가지, 약간의 곡물이 들어있음이 보였다. 검후는 부엌의 미리 정해진 공간에 각각 수납을 한 후 방안으로 들어갔다.
저녁 무렵 방을 나온 검후는 아침 처럼 저녁을 준비하러 방안에서 나왔다. 그리곤 부엌으로 들어가 저녁을 준비하고 방안으로 돌아갔다. 아환에게 조금의 눈길도 주지 않은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의 동작을 검후는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밤이 깊어가자 검후는 등잔의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래그래..아환! 이건 인내의 싸움이다. 결코 포기하지 말자.'
굳게 마음을 가다듬는 아환, 이제 하루가 흘렀을 뿐이었다.

반복되는 일상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아침에 검후가 일어나서 조반을 먹고 밖에 나갔다 과일이나 기타 먹을거리를 마련하여 들어오고 아환은 초옥 앞에서 기다리고 하는 일과가 흘러갔다. 단지 바뀐게 있다면 아환 역시 자신의 요깃거리를 찾으려고 잠깐씩 움직이는 것외엔 변화가 없이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그러기를 일주일가량의 시간을 지냈다.
검후가 평소와 같이 아침을 들고 나서자 얼마의 시간이 지난후 아환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러더니 몸을 돌려 산을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벌써 포기한 것일까? 아환은 초옥 앞에서 떠나갔다.
시간이 흐른 후 검후가 초옥으로 되돌아왔을때 아환은 매일 앉아 있던 자리에 있지 않았다. 검후는 과일 등을 바구니에 담은 채로 초옥 앞에서 아환이 앉아 있던 자리를 무심히 쳐다보며 서있었다.
"후~"
나직한 한숨. 무슨 의미일까?
반시진 가량을 초옥 밖에 서있던 검후는 발을 부엌으로 향하였다.
그날 밤 검후는 평소 보다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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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 없는 내용을 올린다고 뭐라 하시지 않았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름대로 구상한 내용을 전개하려면(모르죠. 정말 쓸데 없는 내용인지도..ㅜ.ㅜ)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격려를 해주시면 힘이 납니다. 고맙구요.
눈의 실밥은 풀었습니다. 흉은 조금 남았습니다만..
아직 눈이 완전치 않아 오타가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토욜날 또 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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