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경험담

[창작] 수라기(獸羅記) 제1부 적무환(赤無患) 2장 회상(回想)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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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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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검후의 출현에 장내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사내들 역시 어느 정도 욕망을 충족시켰고, 흥분기도 식어갔다.

"검후라.."
홀연히 나타난 무림 최강고수, 그 존재가 쫓고 있다는 노인..
역어상은 골몰히 무언가를 생각하였다.

"저 총관님."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난 역어상, 이제 정리해야할 시간. 시선을 돌려 교태스런 몸짓을 아직까지 보이고 있는 진청청에게로 눈을 돌린다.

붉게 흥분되어 염기를 뿌리고 있는 진청청, 전혀 자신에게 다가올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역어상은 한 사내에게 눈길을 돌린다. 그리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리하고 내려오거라."
말을 마치곤 몸을 돌려 내려가는 역어상과 세명의 사내들, 많은 시간을 지체한 듯 싶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한 사내만 남고 나머지 사내들이 장내를 벗어났다.
남은 사내는 진청청에게 천천히 다가섰다.
"흐흐흐..네년의 몸뚱아리는 아깝지만 이만 가줘야 겠다."
괴소를 흘리며 허리춤에서 칼을 빼어 든다.

'갈' 진청청의 귓가로 한줄기 굉음이 들렸다.
촉촉히 젖어 욕망을 뿌리던 두 눈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약간의 빛을 낸다.
'듣기만 해라. 지금 내 능력으론 내 자식밖에 구할 수 없다. 그러나 네 자식놈이 자의적으로 협조를 해야 그것도 가능할 것, 네 도움이 필요하다. 네 자식에게 도망가라고 외쳐라. 너도 네 자식이 죽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지금 네 곁에 있는 자들은 틀림없이 살인멸구를 할려고 할 것이다. 네 자식을 살리고 싶으면 내 말을 따라라. 반드시 네 자식을 구하고 너희들이 복수하는 것을 도와주겠다."

귓가에 들린 음성으로 어느 정도 신지를 되찾은 진청청, 현실에 대한 인식을 조금이나마 한 듯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체내에 다시 약효가 돌기 시작했다. 이 약효가 또 자신을 지배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할 일이 있었다.

"아환! 도망쳐라!" 절규!

"아환! 여기에 있으면 우린 다 죽는다. 너만이라도 살아야 한다. 내 자식이라면 적가의 핏줄이라면 도망쳐라! 꼭 살아야 한다."
피를 토하듯 절절한 외침. 진청청은 자신과 아환은 어차피 이들 손에 죽을 것임을 알았다. 그 와중에 귓가에 들려온 구명의 줄. 가장 소중한 존재를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진청청의 뇌리에는 아환이 차후에 복수나 기타 다른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아환은 지금 이 자리를 벗어나 살아야 했다.

사내가 미쳐 손쓸 틈도 없이 터져나온 절절한 외침!
서둘러 사내가 칼을 휘두른다.
"이 년이! 에잇"

파앗!
허공을 가르는 푸른 빛.
하늘로 퍼져 나가는 선홍빛 핏줄기.

사내의 칼이 길게 진청청의 우측 어깨에서 좌측 허리까지 길게 베고 지나갔다.

부릅뜬 눈들이 마주친다.
칼에 의해 생기를 잃어가는 진청청의 눈, 이 광경을 보고 있는 아환의 눈.

'뛰어라! 네 어미의 죽음을 헛되게 할 셈이냐!'
'어서 뛰어라! 어서! 이 멍청한 녀석아!!'
머리를 뒤흔드는 음성, 기이한 마력이 담겨있는듯 아환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무작정 뒤로 뛰기 시작했다. 어느새 혈도가 풀려있는 듯 아환은 멍한 상태로 전력을 다하여 뜀박질을 하였다.

"헛, 저놈이!"
전혀 그 상황을 짐작하지 못하였는 듯 일순 당황하여 대처 동작을 찾지 못하는 사내, 곧 칼을 움켜쥐고 아환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섰거라. 이 놈!"

밤중의 숲속의 길은 왠만큼 뛰어난 무사라 할지라도 분별이 어렵다.
무작정 뒤를 쫓는 사내의 모습에서도 그 사실은 역력히 드러난다. 아환의 작은 몸은 눈에 잘 띄지 않고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의지하여 뒤를 쫓을 뿐이었다. 경공도 이런 울창한 숲속에서는 펼치기 쉽지 않았다.

"서라. 이 새끼야"
거친 욕설과 함께 뒤를 좇는 무사. 하지만 아환은 귓가에 들려오는 기이한 힘이 담긴 음성이 제시해주는 방향으로 달음박질을 계속할뿐 뒤에서 누가 쫓는지도 모르고 아무 생각없이 발만 바쁘게 재촉했다.

얼마나 뛰었을까?
결코 스스로의 힘만이었다면 이동하지 못할 거리..아환이 뜀박질을 계속하여 도달한 곳은 한 절벽이었다. 뜀박질을 멈추고 천천히 뒷걸음질로 절벽쪽으로 다가가는 아환, 십여장 떨어진 곳에는 지금껏 뒤를 쫓아온 사내가 괴소를 흘리며 다가 온다.

"흐흐흐..어디 더 도망가보지.."

한걸음 한걸음 뒤로 향하는 아환..이제 절벽까지 이장가량 남았다. 어느덧 사내는 칠팔장 앞에 서있고..갑자기 몸을 획 돌려 절벽을 향해 달리는 아환, 몸을 날려 절벽에서 뛰어내린다.

"저저..저런 새끼.."
한달음에 절벽끝까지 다가와서 밑을 내려다보는 사내, 시커먼 어둠이 입을 벌린 끝이 안보이는 어둠..귀를 기울이는 사내, 잠시후 툭! 하는 희미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독한 놈의 새끼로구나. 허 참!"
틀림없는 죽음을 확인한 듯 사내는 바로 몸을 돌려 지금까지 온길을 되돌려 가기 시작했다.

아환은 정말 절벽에서 뛰어내린 것일까?
기이한 힘이 담긴 음성은 아환을 어떻게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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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2장입니다. 이제 3장 연(緣)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이전 회를 조금 손을 보았습니다.
다시 읽어 주시면 감사..미미할 정도이지만 노인의 신분을 아직 나타내지 않고 그 신분도 혈교가 아닌 다른 존재로 할 예정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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