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경험담

춤추는 네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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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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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많은 인생들이여.
아름다운 생명들이여.
너희가 딛고 선 대지의 풍요여.
부드러이 감싼 허공의 맑음이여.
즐거워하라.
나는 너희의 왕. 너희를 영속할 군주.

너희를 축복하는 바다여.
너희를 사랑하는 산야여.
그 속에서 빛의 따스함으로 사는 족속들이여.
안식의 어두움에 평온히 잠든 모든 족속들이여.
날 영접하라.
나는 너희의 처음. 너희의 시작의 근원.

너희가 날 버렸으나
나는 너희를 저버리지 아니하였고
너희의 저주가 날 깊은 고통에 빠트렸으나
나는 너희를 오히려 축복하였노라.

이제 나를 기억치 못하는 고래(古來)의 이어진 자들아.
내가 눈을 뜰때 너희가 나를 기억하리라.

내가 너희에게 받을 것은 나의 신성(神聖).
너희가 강탈해간 나의 영광을 새롭게 하리라.

그것이 나의 바램..나의 염원..
나를 기다리라... 언제든....
이 어두운 헬바움의 문이 열릴 때까지.....
저주스런 네르엘이 내게서 풀려날 때를....

-신시력(新始歷) 1082년. 렝고트 왕국력 199년이 되던 해 여름. 슬렌지트 발굴단의 단장 허크 본 경(卿)이 해독 불가의 고문이 새겨진 검은 크리스탈 석판을 가지고 홀로 귀환 후 원인불명의 질환으로 사망함. 석판은 그 직후 발굴단의 주인인 슬렌지트 백작가문으로 귀속후 행방이 불명. 이후 슬렌지트 백작가(家)의 권세 급속 팽창하여 10년후 젊은 가주 슬렌지트 욘 위그놀 비어센대공의 봉기로 인해 렝고트왕국 211년. 슬렌지트공국군이 왕국의 수도 블렛노이레 점령으로 2년전쟁 종전. 북방의 대제란 칭호와 함께 비어센대공 신(新)왕국 '이빌레타'의 왕으로 등극하다.
- 이빌레타왕국 지정금서(禁書) [북방풍물기]중 '북방의 변혁'편에 기록된 몇 줄의 글.-
저자 [레쇼드 울긴]은 가문과 함께 슬렌지트령에서 영구추방 당함.
책의 가격은 5실페니의 가치를 지닌 것은 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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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안에 가득찬 광기와 살기의 파도에 일순 붉은 달빛이 떠는듯 했다.
수많은 적들의 목소리에 충만한 흉악함에 질린 포로들은 자비를 바라는 목소리조차 낼 이성조차 추스리지 못한체 애처로이 부들거리는 몸들을 서로 부둥키며 그들에게 다가오는 공포의 그림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또각-또각- 거대한 흑마가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들려오는 발굽소리는 수많은 외침속에서도 또렷하게 포얼 4세의 귓가에 울려대었고 흑마의 실루엣을 타고 흐르는 시뻘건 불길의 나부낌에서 그의 촛점은 멈춰져 있었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거한이었다.
어깨까지 닿는 잿빛의 머리. 수염이 없는 굵은 턱선과 오른 쪽 눈썹위에서 왼쪽뺨까지 가로지른 흉터자국.. 그리고, 굵게 뻗친 매의 눈썹 밑에 싸늘히 빛나는 짐승같은 눈동자...

노쇠한 포얼 4세의 심장이 순간 장년의 그것마냥 고동치며 눈빛이 몽롱해진다.

[왕이시여... 당신께선 당신의 영화(榮華)의 끝에서 세가지를 보게 되리이다...]

"황...금의 가지는 붉은... 이리의 발밑에서 불타오르고... "
메마른 입술을 달싹거리며 포얼 4세는 저 멀리 라스칼 병사들의 발치에서 불타고 있는 파니카르의 깃발을 보았다.

두개의 가지가 서로 엇갈리며 용을 받치고 있는 황금색의 깃발.... 파니카르의 찬란한 영광이 지금 불길에 던져져 타오르고 있었다.

포얼 4세의 앞에 다다른 데게블은 흑마 위에서 자신의 앞에 꿇려져 공포에 떨고있는 자들을 천천히 둘러보다 마지막으로 포얼 4세에게 눈빛을 멈췄다.
이미 반정신이 나간듯한 포얼 4세의 흐릿한 눈을 지켜보던 그가 천천히 한손을 들자 아직도 미친듯이 함성을 지르던 군사들이 일제히 소란을 멈추곤 조용히 그를 주시한다.
또한, 공포에 떨고있던 파니카르의 포로들 역시 자비를 바라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를 주목하고 있었다.

"..누구냐..."

메마른 쇳소리가 순간 데게블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일순 그를 바라보던 모든 이들의 심장이 멈춘듯 싶었다. 뜻모를 한마디에 놀란 라스칼의 병사들의 몸이 놀라 얼어붙는듯 경직되었다.

데게블의 고개가 천천히 돌려지며 몇발자욱 뒤에 서있던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허둥대는 기색이 은연하던 기사들중 검붉은 핏자욱이 가득한 은빛갑주의 기사 하나가 나서며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

"위대한 왕이시여... 뤽.게렝스장군이 왕성문을 깨치고 제일먼저 이곳에 당도해 왕성안의 포로를 전부 잡아 들였습니다."
"..어딨느냐.."
여전히 포로들에게 눈길을 주며 데게블이 입을 열어 질문을 던지자 은빛갑주의 장군은 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왕성 수비군들과의 싸움에서 ..부..부상을 당해...지.. 지금..크왁!!!"
비명이 터지며 말을 채 마치지도 못한 기사의 한쪽 어깨가 피를 뿜어댄다. 갑옷채 잘려진 팔이 땅바닥위에 구르고 널브러진 기사의 몸뚱이 옆에서 큰 낫을 든 괴상한 차림의 남자가 서있었다.

"오홍~ 가련해라~ 오홍~ 이를 어쩌나~"
(광..광대다...)
허둥대지만 왕의 안전에서 소란을 함부로 피울수 없는 라스칼의 군사들 사이로 소리없이 번져가는 비명같은 외침.
"끄으~으..커,,커헉!!컥!컥! 헉..헉헉~으~으으~"
터져나오는 고통을 가까스로 삼키려는 기사를 내려다보며 자신의 키만한 낫을 가볍게 빙글빙글 돌리며 묘한 웃음성을 흘리는 사내를 보고서도 데게블은 아무 말도 없었다.

"어오홍~ 빌레프장군.. 왕께 거짓말을 아뢰다니요.. 어호옹~ 이 광대는 슬프답니다. 어홍옹옹~"
희게 분칠한 메마른 얼굴에 붉고 파랗게 칠한 눈두덩에선 입에서 나오는 기묘한 울음성관 달리 살기와 희열에 취한 눈빛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우..위..대.한..오와..왕..이시여..."
고통을 억지로 참아내며 기사 빌레프가 입을 열자 다시금 데게블의 음성이 허공을 메웠다.

"끌고와라....전부.."

순간, 상황을 파악했지만 무엇을 해야할지 감을 잡지 못한 기사들의 앞에 퍼걱!! 소리와 함께 광대의 그 큼직한 낫이 돌바닥에 파고들었다.

"오홍~오홍~ 아무래도 장군님들에겐 이 광대의 선물이 필요하신가 보죠?.. 오홍~오홍~ 이를 어쩌나 저도 그러고 싶은데 ..왕께선 지금 딴짓꺼리를 한참 준비중이신 뤽.게렝스장군을 한시라도 보고 싶어하시니.. 오홍~"

"위대한 왕이시여! 광풍의 기사단. 다시 왕성안을 뒤지고 오겠습니다! 서둘러라!"
"위대한 왕이시여! 흑매의 기사단 곧바로 뤽.게렝스를 대령해오겠습니다. 가잣!"
광장안의 군사들이 순식간에 웅성대며 빠른 속도로 왕성안의 어둠 이곳저곳으로 스며들듯 사라졌고 연이어 왕성안에서 연이은 소란스러움이 들려오곤 했다.

"오홍~ 오홍~ 위대한 왕이시여. 빌레프 장군을 이제 어쩌죠? 오홍~ 이번 제 연기를 위해 많은 수고를 했지만 아깝게도 많이 망가(?)졌는데요..."
광대가 살며시 삐쩍 마른 흰손을 들어 입가의 웃음을 가리며 말하자 데게블은 고개를 끄떡이곤 눈을 감았다.

"와..왕..이시여..제..제발 자비를~"
자신의 운명을 짐작한 기사 빌레프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데게블을 향해 자비를 구하자 광대가 서슴치않은 동작으로 땅에 꽂힌 낫을 뽑아 허공에 빗살을 수놓았다.

그러자, 소리도 없이 빌레프의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며 땅에 널브러지며 핏물이 번졌고 어떤 격정에 사로 잡힌듯 몸을 가볍게 떠는 광대가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이제는 들을수 없는 그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오홍~오홍~ 모든 것이 왕의 뜻이랍니다. 장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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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은 별로 해드릴 것이 없습니다. 오랜만에 올리는군요. 그리고, 쓰면서 ..망가뜨렸습니다. 순간적으로 등장시킨 광대가 글을 의도했던 것이 아닌것으로 변질을 시켜버렸습니다.

그리고 모 애니의 삽입 대사를 써먹고야 말았습니다. 패러디같은것은 싫어했는데 패러디꼴을 만들고 나니 웬지 마음조차 가벼워집니다.(의무감이 거의 없어지네요::)

어쨌든 생각이 드는대로 글을 올리겠습니다. 읽어주시고 격려를 보내주신 분들께 참 죄송할 뿐입니다. 쌀쌀한 밤기온에 감기 조심들 하십시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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