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경험담

[번역/판타지] 에리시아 전기 제11장 제2차 트라브존 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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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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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제2차 트라브존 회전




「 나는 나 자신의 능력으로 반드시 찬란한 미래를 얻을수 있으리라고 믿었었다. 하지만 결국 계급의 벽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사이아의 귀족들은 단 한번도 나를 자신들과 대등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슈나이더 장군의 회상록 중∼




 1225년 6월 30일, 알티갈드의 명장 제랄드·하인츠·슈나이더 중장은 사이아 북부 방면 총독직에서 서부 방면 국경 수비대 사령관직으로 인사이동하게 되어 이 날 호랜드를 떠났다.

 7월 1일 크리스토프·폰·칼텐보룬 대장이 그 후임으로서 호랜드에 임관한다. 칼텐보룬 백작은 42세의 군관료였다. 그가 선택된 데에는 대귀족 가문 출신으로 귀족 사회의 사정에 정통한 사교계의 달인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사이아 귀족 계급과의 융화를 첫번째 목적으로 한 인선이었다.

 슈나이더의 인사이동은 뇌물증여에 의한 해임이 아니라 자신의 희망에 의한 것이었다. 그는 총독으로 취임했을때 커다란 야망을 안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즉 슈나이더가 사이아 북부, 트라브존, 마르크 공국 지역 등을 합친 소위 북중(北中) 변경 영역에서 독립 세력으로서 자립하여 에리시아 세계의 패권을 걸고 오규스트와 대결한다는 커다란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그 장대한 야심은 첫걸음에서부터 좌절하게 되었다. 결국 그는 사이아의 귀족들을 장악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상태로는 단지 알티갈드의 여러 패들 중 하나로서 오규스트와 맞서는 결과가 된다. 그것은 짧은 인생동안 스스로의 능력으로 이례적인 출세와 성공만을 거둬온 슈나이더에게 있어서 참을 수 없는 치욕이었으며 생애의 큰 좌절이 되었다.

 7월 2일, 오규스트는 군세를 움직인다.

 성도 사이아로부터 트라브존으로 가기 위해서는 세가지의 루트를 생각할 수 있다. 서쪽으로 도네일 만의 해안 가도, 중앙에 오렌지 가도, 동쪽으로 세브리 가도. 이들중 하나를 택해 북상해서 동서로 달리는 트라브존 가도로 갈아 탄다.

 가장 큰 가도는 그 도중에 호랜드를 경유하는 도네일 만의 해안 가도이며, 세브리 가도는 세브리산과 오렌지 대지 사이의 골짜기를 지나간다. 오렌지 가도는 오렌지의 산지인 오렌지 대지를 경유하는 교통량이 적으며 도폭도 좁은 도로이다.

 사리스와 알티갈드간의 사전 협정에서는 이 중 도네일 만의 해안 가도를 통과하도록 정해져 있었다. 그에 따라 칼텐보룬 신임 도독은 슈리타 준장, 코젤 준장의 두 명에게 가도 수비를 명하고 오규스트에게 빈틈을 보이지 말라고 지시했다. 오규스트가 가도 주변에 위치한 대귀족들과 손을 잡는 일을 경계한 조처였다.

 하지만 오규스트는 협정에 반하는 오렌지 가도를 선택하여 선진의 알란·드·파스칼 진무(振武) 장군이 지휘하는 제4군단과 고티에·데·피카드 분위(奮威) 장군이 지휘하는 제10군단을 파견했다. 피카드는 오렌지 대지의 요충지에 성채를 쌓아 올렸고, 파스칼은 대지의 첨단부에 위치한 판테이느의 고성을 2만의 군세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개축했다.

 판테이느성은 오렌지 대지의 최북단쪽 가파르고 험난한 벼랑 위에 지어진 성으로 그 발밑에는 트라브존 가도와 백금강이 다가오고 있다. 성으로부터는 트라브존 평야 먼 곳까지 볼 수 있어 방위하기에는 최적의 지점이다.

 물론 칼텐보룬은 곧바로 항의했다.

「협정에서는 가도를 통과하는 것 뿐이었다. 불법 점거다!」

 그는 미드갈즈로 향했다.

 그러나 오규스트는 로즈메리의 기일이 다가오고 있어 상에 복무하고 있다고만 하며 일절 칼텐보룬을 만나려 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칼텐보룬에겐 휘황찬란한 접대 공세가 가해졌다. 수많은 제사 행사에 VIP 대우를 받으며 출석해 연일 빼어난 미녀들에게 둘러싸여서 세계 각지의 명주와 희귀한 진미를 즐기고 최고의 쇼를 감상했다.그리고 매일밤 개최되는 궁정 만찬회에서는 항상 주역이었다.

 이러한 접대를 맡은 자는 오규스트의 형이며 딘가의 삼남인 레이몬드·딘이다. 오규스트의 친형이 자신에게 아첨하는 모습에 칼텐보룬은 기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느날 밤 궁정 만찬회가 한창인 때 오규스트의 거처를 방문하는 한 쌍의 부부가 있었다. 딘가의 차남 에드워드·딘과 그 아내 케이였다.

「오랜만이야, 에드 형」
「솔직히 니가 이정도까지 오를 수 있을줄은 몰랐다」

 형제는 얼싸안고 재회를 축하했다.

 딘가의 지위와 재산은 장남인 알버트가 잇게 되어 있다. 다른 지방영주들의 경우와 같이 에드워드와 레이몬드, 오규스트는 자립해야 한다. 레이몬드는 출세를 위해 오규스트를 의지해 사리스에 나왔고, 에드워드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웨데리아의 궁정에 투신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번에 외교관으로서 이쪽에 오게 됐어. 너에 대한 대책이겠지. 정말이지 번거로운 일이다」
「출세한 거잖아. 형의 나이에 사리스 대사직을 받는 건 보기 드물어」
「나는 웨데리아의 푸르름을 사랑하니까. 이런 잡다한 거리에는 흥미가 없어」
「어머나, 저는 활기가 있어 좋던데요」
「과연 형수님은 알고 있네요」
「비포장된 울퉁불퉁한 도로가 고향을 생각나게 해서 좋았어요. 어제도 웅덩이에서 바지를 더럽혔거든요」
「형수님을 위해서 이번에 황금으로 포장하죠」
「그거 고맙네요」

 세 명의 격의없는 대화가 일단락되자 케이는 마실것을 가지러 자리를 비운다. 그러자 즉시 남겨진 두 사람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잊지 마. 너의 몸에는 웨데리아의 피가 흐르고 있는 거야. 웨데리아의 국익을 해치는 일이 있으면……」
「알고 있어. 일일히 말할거 없어」

 돌연 에드워드가 진지한 얼굴로 말을 꺼내자 오규스트가 얼굴을 돌리면서 대답했다.

「웨데리아를 어떻게 하려고는 생각하지 않아」
「……지금은 믿어 두지」

 날카로운 시선을 향한 후 한 박자 뒤에 에드워드는 말한다.

「거기에」
「아직 있어?」
「저녀석의 일이다」

 두 사람의 시선이 정원에서 칼텐보룬과 함께 신이 나서 큰 소리로 떠들어대며 미녀에게 수작을 건네는 레이몬드에게 향했다.

「레이는 좋은 녀석이지만, 너의 형이라고 하는 압력을 견딜만한 힘이 없어」
「……음」
「레이를 더 이상 말려들게 하지 마라」
「……」

 두 사람은 그 후엔 입을 열지 않았다.



 그 밤 오규스트는 침대 위에서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면서 긴 한숨을 쉬었다.

「뭘 그리 축 처져 있는 거예요? 형제가 세 명이나 모인건 오래간만이잖아요?」
「아니, 너의 고생을 조금 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흠―, 그건 무슨 말인지」

 미카에라가 양 손에 글래스를 들고 침대에 다가왔다. 희미한 조명에 비추어진 머리카락은 어깨 위에서 가지런히 잘린채 윤기를 흘리고 있다. 그 흰 어깨를 가린 광택이 도는 검은 블라우스의 사이로는 우아하게 솟아오른 유방이 엿보였다. 한 장 더 나체를 가리고 있는 하이레그의 팬티는 블라우스와 같은 검은 색으로, 하이레그 라인에 따라 정교한 레이스로 장식되었다. 그 아래로부터는 날씬한 다리가 뻗어나오고 있었다.

 미카에라는 글래스 하나를 오규스트에 건네주고 침대에 앉는다.

「내일 출진할거야. 부재중에는……」

 미카에라가 오규스트의 입에 집게 손가락을 대고는 말을 가로막았다.

「그런 멋없는 이야기는 낮에 해요」

 미카에라는 글래스를 입에 옮겨서 한 모금 삼키고는 입술과 입술을 맞췄다. 오규스트의 입가로부터 술이 흘러내렸다.

 조용히 입술을 떼어 놓고 미카엘라는 미소지었다.

「눈빛에 흥분이 보이네요」

 미카에라는 도발적인 눈동자로 약올리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손은 오규스트의 페니스를 잡는다.

「젖꼭지 발딱 선 주제에」

 오규스트는 응수하면서 손을 미카에라의 검은 블라우스 안으로 찔러넣는다.
 미카에라는 키득거리고는 한번 더 가볍게 키스한다. 입술을 내려 오규스트의 유두를 가볍게 씹고는 사타구니를 향해 얼굴을 이동시킨다.

 오규스트는 미카에라의 얼굴을 파먹을듯이 응시했다. 미카에라가 얇은 입술을 열어 오규스트의 페니스를 삼켰다. 그 순간, 미카에라의 지적인 얼굴이 순식간에 음란한 암컷의 표정으로 바뀐다. 오규스트는 이 여성의 찰나의 변신을 좋아한다. 아니 흥미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특히 인텔리 여성의 변신은 신비스럽기까지 했다.

 미카에라는 혀를 내밀어 날름날름 페니스를 빈틈없이 빨아 간다. 그리고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휙하고 긁어올리곤 페니스를 입속으로 깊숙이 집어넣었다.

 미카에라의 봉사는 열을 띠어갔다. 뺨을 움츠려 페니스를 조으면서 길게 얼굴을 상하로 움직인다. 입 안에서는 혀를 기둥에 감싸면서 때로는 귀두의 가장자리를 문질렀다. 빨아들일땐 뿌리까지 깊숙이 삼켰다가 토해낸다. 점차 피치를 올리면서 또 삼켰다가 토하기를 반복한다. 그 사이에도 혀를 조금씩 움직이며 새로운 자극을 가하며 몇번이나 계속해서 반복해 간다.

 오규스트는 미카에라의 등을 어루만지면서 그 봉사에 심취해 간다. 하지만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는 것에 불만을 느끼고, 미카에라의 엉덩이에 손을 돌려 팬티 속으로 미끄러뜨려 집어넣었다.그러자 미카에라는 기다렸다는 듯 스스로 팬티를 내려 오른쪽 다리를 올려 뽑았다. 그리고 왼쪽의 무릎을 세워 완전히 노출된 비부를 오규스트에게 향했다.

 벌써 그곳은 흠뻑 젖어 있었다.

「굉장한데」
「그래, 그래요」

 흥분에 떨리는 목소리로 미카에라가 말한다.

「당신과 접촉할 때면, 음란한 일만 생각해 버려요」

 비순으로부터 달콤한 녹는 듯한 향기가 감돌아나와 오규스트의 후각을 자극한다. 오규스트는 길고 매끈한 다리에 입맞춤을 하면서 엉덩이를 닿을듯 말듯한 미묘한 터치로 어루만졌다. 백설같은 미카엘라의 허벅지를 부드럽게 씹자 아랫입술이 활짝 열려 애액이 오규스트의 입으로 흘러 내린다. 그 물방울을 날름 핥아 내고 흘러내린 물길을 따라 혀를 덧써 간다. 혀가 서서히 꽃잎에 가까워지자 미카에라가 기다림에 지친 듯 허리를 흔든다. 오규스트는 그 반응을 즐기면서 초조하게 애태우며 그 주위를 두루 핥았다.

「그만 애태워요……」

 채워지지 않는 유열에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미카에라가 원망스런 눈길로 되돌아 본다.

 오규스트는 무언으로 허리를 한번 밀어 올려 봉사를 계속하라는 지시를 했다. 그에 응해 다시 미카에라는 흘러나오는 허덕임을 억누르고 날름날름 페니스를 빨기 시작한다.

 오규스트는 거기에 만족했는지 미카에라의 고기주름을 손가락으로 살짝 펴 넓히고 안쪽의 핑크빛 점막을 열었다. 깨끗한 그 색깔이 오규스트의 정욕을 한층 자극한 듯 오규스트의 입이 달라 붙었다. 고기주름을 빨아 들이고 혀를 뻗어 점막을 자극했다.

「히!」

 미카에라는 전신을 강렬한 전격이 관통한듯 경련하며 페니스로부터도 입을 떼어 놓고 오규스트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이, 이상하게 되버려요!」

 오규스트는 한층 더 혀를 움직여 클리토리스를 빨아당겨 입에 넣는다. 미카에라의 헐떡이는 소리가 멈추고 입을 크게 벌린채 온몸이 빧빧하게 굳어졌다.

「……아아……」

 일순의 후, 완전하게 탈진하여 미카에라는 오규스트 위에 쓰러졌다.
 다시 거친 숨을 쉬다가 조용히 상체를 일으킨다. 그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텅 비었고 머리카락은 흐트러진 채다. 땀에 젖은 얼굴에 앞머리가 붙어, 최고의 색향이 감돌고 있다. 절정의 여운에 싸인채로 왼손으로 오규스트의 페니스를 잡고 오른쪽 손가락으로 자신의 비순을 벌리고는 위에서 아래로 삼켜 간다.

「아……아 … 음!」

 염원하던 물건을 얻은 기쁨에 미카에라의 얼굴이 느슨해지고 뺨은 상기된다. 반쯤 벌어진 입으로부터는 단속적으로 달콤한 한숨이 새나오고 허리는 서서히 아래위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저기」

 미카에라는 허리를 움직이면서 상체를 숙여 오규스트의 귓전에 속삭인다.

「저기,……조금 전의 이야기요……」
「조금 전?」
「형제의 일……」

 그 순간, 오규스트는 미카에라의 눈동자가 평소의 냉정함을 되찾은 것을 알아차렸다.

「남동생 후리오가 젊은 동안에 좀 더 여러 가지 일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물론 지금의 지위를 가볍게 여기고 있는 건 절대 아니지만……. 그 아이, 원래 무인 지망이고……」

 종잡을 수 없는 어투에, 말하는 본인이 꺼림칙함을 가지고 있는게 훤히 들여다 보였다.

「황궁 시종장이야. 십대에 각하 칭호를 받고 있어. 뭐가 부족하지?」
「……죄송해요」

 후리오가 황궁 시종장이라는 수수한 일자리에 싫증이 나서 미카에라에게 울며 매달렸을 것이다. 그것을 헤아려서 오규스트는 굳은 어조를 풀고 상냥하게 키스를 했다.

「너는 누나의 얼굴을 할 때가 가장 아름다워. 생각해 두지」

 미카에라는 기쁘게 미소짓고는 질을 꽉 졸라댔다. 거기에 응하는 듯이 오규스트는 아래에서 쳐올렸다. 그러다 빙글 상하를 바꿔 돌아누워 정상위로 바꾸고는 한층 더 격렬하게 삽입을 반복한다. 미카에라의 긴 다리가 오규스트의 허리에 강하게 감기면서 쾌락을 탐낸다.

「아, 뜨겁다! 히, 이-익! 질안에, 질안에 내요, 이제 나……참을 수 없다. 빨리, 빨리 질안에 와요!」

 미카에라는 블론드의 머리카락을 마구 흩뜨리며 격렬하게 번민했다.

「미카!」
「규스님--!」

 오규스트는 미카에라안에 정액을 떼어 놓았다. 자궁이 채워지는 것을 느낀 순간 미카에라는 쾌락의 절정에 떨면서 더없는 행복감에 싸여 갔다.




 7월 21일 오규스트는 이만이천의 군세를 인솔해서 미드갈즈를 출진한다. 그 진용은 다음과 같다.

 친위대 아프로디스·레뷔 안원(安遠)장군
 제7군 류후·크원트 보국(輔國)장군
 제3군 레오나르도·세실 건위(建威)장군
 제8군 후안·디아스 진위(振衛)장군
 제9군 러벨·데·루그랑제 분무(奮武)장군
 제6군 루카·베르티니 위동(威東) 장군

 베르티니는 전 사령관 가르시아가 병사했기 때문에 새롭게 장군의 열에 참가한 남자이다. 세레네 반도 출신으로 단정한 얼굴 생김새를 하고 유명 디자이너의 슈트를 맵시있게 입어내는 멋쟁이였다. 성격은 대단히 변덕스러워서 쉽게 싫증내는 일이 많으며, 용병에서도 수세가 되는 걸 싫어하고 적극적인 전투 지휘를 행하여 주도권을 잡기를 좋아한다.

 베르티니 외에도 통수총장이 된 펠레스의 후임으로 제2군 사령관에 프랜시스·분 위북(威北) 장군이 취임하고 있다. 그는 중량급의 복서를 연상시키는 체형으로 언뜻 보기엔 멧돼지 타입의 돌격형 무장으로 생각되기 십상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끈질긴 용병술을 구사하며 공격보다 방어에 뛰어난 무장이었다. 또 사생활에서는 상냥한 이웃집 아저씨로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다.

 분의 등용에 관해서 사소한 사건이 있었다. 크리스티가 그 자리에 달리·카스티요를 추천했는데 슬레이드는 분으로 결정한 것이었다. 크리스티는 분노하여 승상부에 밀어닥쳐 슬레이드를 매도했다.

「나의 의지를 무시하는 것입니까!」
「인사권은 저에게 일임 되어 있습니다. 주제넘은 행동은 삼가해 주셨으면 합니다」

 결국은 오규스트가 사이에 들어가서 카스티요를 참모장으로 발령하여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크리스티의 권세를 내외에 인상지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어쨌든 선발로 먼저 출진한 제4군 파스칼과 제10군 피카드를 합치면 사리스 제국 전 10군중 7군을 동원하는 대규모 원정이 되었다.

 그리고 8월 5일 오규스트는 판테이느 성에 들어갔다.




 ―트라브존―

 로테베르크는 공성용 병기 '충차'의 위에 서있었다. 충차는 전면에 거대한 말뚝이 수평으로 뻗어나온 차로 성문을 파괴하기 위한 병기이다. 덧붙이자면 동력은 인력이다.

「좋아, 한번 더!」

 로테베이크의 신호로 충차가 성문에 부딪친다. 충격으로 흔들리면서도 로테베이크는 팔짱을 낀채 충차 위에 버티고 서서 커다란 웃음을 띠우고 있다. 당연히 그렇게 눈에 띄는 표적을 향해 성벽으로부터 집중적으로 화살이 쏟아졌지만, 로테베이크는 청룡도를 휘둘러 떨어뜨린다.

「하하하, 그런 화살에 맞을거 같으냐!」

 아래위, 좌우에서 공격을 받고 있는 충차병들도 이 남자의 강인함에 부채질되어 묘한 힘이 솟구쳐 오는 듯한 생각이 들고 있었다.
 그리고 다섯번째의 돌격으로 마침내 성문이 열렸다.

「좋아! 잘 했다! 참룡돌격병들은 우물쭈물 하지 말고 후딱후딱 처리해라!」

 회색의 중장갑을 휘감고 참룡도라고 불리는 팔디어 특유의 곡도를 가진 병사들이 성문의 부서진 틈새로 눈사태처럼 몰려들어 간다. 로테베이크 자신도 희희낙락하며 그 행렬에 이어진다.

 로테베이크는 다섯 번 모퉁이를 돌고 세 개의 방책을 돌파하여 일그러진 오각형 모양의 소규모 광장으로 나갔다. 광장 중앙에는 프리드리히·트라브존의 동상이 있고 거기서부터 다섯 갈래의 샛길이 방사선 모양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참룡돌격군단은 기세를 타고 광장에 돌진해 들어갔으나, 그 직후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에 전원이 굳어져 버렸다. 샛길을 포함한 모든 길이 막히고,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의 창들로부터는 궁병이 빽빽히 얼굴을 내밀어 자신들을 겨누고 있었다.

「함정이다」

 로테베이크가 이를 간 순간 불꽃의 속성을 띤 마법화살이 참룡돌격군단병들 위에 쏟아져, 광장은 눈 깜짝할 사이에 불바다로 변해 버렸다.

「후퇴다!」

 로테베이크는 그렇게 명령했지만, 복잡하게 뒤얽히고 봉쇄된 구시가지를 빠져나가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많은 병사들이 길을 잃고 막다른 골목에서 꼼짝 못하고 있다가 머리 위로부터 공격을 받고 죽어갔다.
 그런 비참한 상태에서도 로테베이크는 아군의 병사를 밀어 젖혀가며 간신히 성밖으로 달아날 수 있었다.

 돌입한 병사의 4할이 돌아오지 못했다.

「저 영감, 꽤 한다」

 로테베이크는 본진으로 돌아와서는 토하는듯 말했다.

「베른하르트·폰·러웰은 경험이 풍부하고 교활한 남자라고 듣고 있었지만, 소문이 틀리지 않다고 할만한 재주이군요」
「오! 아폴로 게스트인가! 기다리다 지쳤다!」

 붉은 가면에 흰 망토를 두른 용병을 로테베이크는 양손을 펼쳐 맞이했다.

「하하하, 과연 사자왕자께서도 오규스트·오즈·딘은 두려워 하시는 겁니까」

 붉은 가면의 용병은 목이 쉰 소리로 말했다. 이름은 아폴로 게스트, 용병단 G·O·D의 리더이다. 로테베이크와는 구면의 사이로 이번에 참모로서 고용되었다.

「오규스트는 이미 판테이느성에 들어갔다. 결전의 시간이 거의 육박해 오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트라브존 조차 함락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는 도저히 싸울수 없다」

 로테베이크는 불쾌하게 말한다.

「방법은 있습니다」

 아폴로 게스트는 검을 지팡이 대신 받치면서 느긋한 동작으로 준비된 의자에 앉았다. 그 시간조차 로테베이크에게는 안타깝게 느껴졌다.

「성채 하나를 이미 쌓아 올려 놓았습니다. 바크트라고 하는 장소죠. 알고 계십니까?」
「……」

 무언이 NO를 의미하고 있다.

「백금강과 은강의 분기점입니다. 판테이느성에서부터 이 트라브존을 목표로 한다면 반드시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점입니다. 교통의 요충지일 뿐만 아니라, 두 개의 강이 천연의 도랑을 형성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오호」

 로테베이크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으로서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그 틈에 트라브존 주위의 보리를 전부 수확해 버리면 지역민들의 압력으로 러웰 장군도 싸우러 나오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 정말로 명안이다. 즉시 부하에게 명하겠다」

 로테베이크는 무릎을 쳤다.

「그 전에 트라페사강의 어선이나 상선등 모든 선박을 접수하십시오. 딘은 그런 실수를 놓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아. 알고 있다」

 로테베르크는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부하를 불렀다. 거기에 시선을 보내면서 아폴로 게스트는 들리지 않도록 낮게 조롱하는 웃음을 지었다.




 ―알테부르크―

 슈나이더는 재상 베렌홀스트저의 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십대의 여성이 나와 응접실까지 안내했다. 그곳에는 벌써 베렌홀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예쁜 따님이군요」
「아내다」
「……」

 슈나이더는 엉겁결에 굳어 버렸다. 그 반응에 익숙해져 있는 베렌홀스트는 담담하게 인사로부터 주제로 옮겨 간다

「과연 명장이라 불릴 정도의 재능은 있다. 끝내는 방법도 훌륭하다. 솔직히 말해서 좀 더 지위에 집착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의외입니까?」
「그렇다, 아니, 그렇지도 않은 건가」

 두 명은 조용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전장의 용사도 궁정의 사교계에선 꿔다 논 보릿자루처럼 된다.흔히 있는 일이지」

 베렌호르스트는 이름을 하나하나 들면서 손가락을 꼽는다. 금방 오른손만으로는 부족해져 왼손의 손가락도 구부리기 시작한다.

「모두 예상하고 계셨다는 것입니까……」
「어쨌거나 연공이라고 하는 건 공짜로 생기진 않으니까. 젊은 사람들은 종종 자기만큼은 예외라고 생각하고 싶어하지만」
「……」

 슈나이더는 처음으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너는 위쪽만 보고 있었던 탓으로, 인간의 마음의 미묘함을 보지 못하고 있다」
「마음?」
「그렇다. 이 기회에 조금 공부하면 되겠군. 대규모의 군세를 움직여서 대회전을 실시한다는 것이 얼마나 쓸데없는 일인가 조금은 알게 되겠지」
「책략만으로 저 딘에게 대항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의문을 가지는건 알고 있다. 무인인 너에게는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전쟁의 본질이란 성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공격하는 것이다」

 슈나이더는 냉정하게 이 노인을 관찰했다. 이럴 때 농담을 하는 타입은 아니야…….




 ―판테이느성-

 검은색에 흰 줄이 그어진 카치가라스 두 마리가 바크트성의 상공을 잠시 선회하고는 판테이느성 쪽으로 사라져 간다.

 오규스트는 장군들을 모아 군사회의를 열고 있었다. 회의실 창문에 카치가라스가 내려 앉았다. 거기에 잠시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종이에 펜을 미끄러뜨려간다.

「이것이 바크트성의 간단한 부감도다. 수비병력은 대략 이천 정도」

 종이를 장군들의 앞에 내던진다.

「겉으로 보이는 이상으로 본격적인 배치이군요」

먼저 이 판테이누성의 주인격인 파스칼이 대충 훑어보았다.

「거기에 위치도 상당히 좋습니다. 공격해 들어간 병사는 성문을 공격할 때 이 중앙에 위치한 탑에 배면, 측면을 노출하게 됩니다」
「상당한 출혈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되겠군요」

 디아스가 분석을 하자 베르티니가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이천입니다. 이만의 대군으로 공격하면 필승은 틀림없습니다. 두려워할 필요가 뭐 있습니까」

 세실이 크게 책상을 두드리고 동료들의 언동을 비판했다.

「물론 떨어뜨릴 수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은 투자 대비 효과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의 실제 목표는 로테베이크와의 대결. 여기서 전력을 소모하는 것은 아깝습니다」

 루그랑제의 냉정한 말투, 사리스인다운 이론이 세실에겐 답답하게 느껴졌다.

「전쟁에 손실은 항상 따르는 법. 그걸 두려워하고 있어서는 전쟁이 되지 않습니다. 아니면 그냥 지나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라도 하는 겁니까」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허용 범위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우선 포위한 뒤 수공이나 군량부족 유도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루그랑제는 냉정하게 주장한다.

「하지만 이 정도의 강을 막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죠. 최악의 경우, 시간은 시간대로 들여서 제방을 쌓은 끝에 무너져서 피해를 끼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파스칼이 반론한다. 거기에 베르티니도 가세한다.

「게다가 제방을 완성하기 전에 트라브존이 무너질 가능성도 큽니다」
「그러니까 밤낮을 불문하고 계속해서 공격해야 한다, 라고 말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세실이 말한다. 그에 대해 여러 장군은 제발, 이라는 듯한 표정을 한다. 그 때 계속 조용히 있던 오규스트가 입을 열었다.

「류후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순간 일동이 조용해졌다. 장군들 중 필두인 류후에의 배려이다.

「저는,……심정적으로는 세실 장군과 같지만, 많은 부하를 죽이는 것은 참을 수 없습니다……제게 정예를 맡겨 주신다면, 침입해서 안쪽에서부터 교란해 공격하겠습니다」

 류후가 더듬거리며 말한다. 그렇게 간단하게 가면 고생은 하지 않는다, 맹장인 류후다운 말이라고 여러 장군은 생각했다.그러나 그생각을 겉으론 말할 수 없었다. 그만큼 류후의 무훈은 두드러지는 것이었고, 무엇보다 평상시의 류후는 압도적인 선인이었다.

「그렇군, 류후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어떤가?」

 오규스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전원을 바라보았다.

「네, 이견은 없습니다만, 문제는 침입하는 방법입니다……」

 루그랑제도 애매하게 대답했다.

「방법은 내가 생각했다. 날세스를 불러라」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한 날세스가 회의실에 들어와서 재빠르게 지도를 펼쳤다.

「바크트의 지반은 매우 약합니다. 거기에 카리바할의 기술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날세스가 내보인 계획은 석화의 마법을 고압력으로 연약한 지반에 내뿜은 후에 암반을 깎아내고, 또 내뿜는다. 이것을 반복하여 서서히 터널을 파들어 간다고 하는 것이었다.

「터널입니까, 지하로부터 공격하는데 이론은 없습니다만,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은 없는 것인지요?」

 파스텔이 의문을 물어오자 여러 장군이 동조하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것은 카리하발에서는 이미 토목공법으로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기술입니다. 일찌기 카리하발이 대운하를 개수할 때도 사용하고 있었죠. 최근 실시한 실험도 문제없이 이뤄졌습니다」

 날세스가 보충한다.

「날세스에 일임하겠다. 류후는 특공대로 침투할 정예를 엄선하라. 기타 장군들은 포위망을 한층 견고하게 하도록. 이상이다」

 오규스트의 신호로 회의는 종료했다.
 그 조금 뒤에 날세스가 가까이 다가온다.

「기분이 안좋은 것 같아」
「알아차렸는가……」
「뭐, 긴 교제니까」

 날세스는 오규스트의 옆에 의자를 갖다놓고 앉았다.

「기분이 안좋은 정도가 아니라 더러워. 축성 기술이란건 일조일석에 성장하는 것이 아니야. 로테베르크에게는 저 정도의 성채를 이렇게 빨리 쌓아 올릴 수 있는 능력이 없어. 그렇다고 하면 누군가가 그놈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 라고 하는게 된다. 나도 함께. 이 나를, 이 내가 누군가의 손바닥 위에서 춤추고 있는 거야. 마치 피에로처럼!」

 오규스트의 말에는 보기 드문 노기가 들어 있었다.

「하하하, 세상이란 이래서 재미있다. 너를 만나기 전엔 내가 세계에서 가장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3위로 전락인가, 슬프군」
「……재미없다」
「아무튼, 열심히 노력해 줘. 이대로 끝난다면 너의 전기가 팔리지 않아」
「그건 무슨 소리야?」
「너는 요절하는 타입이니까. 그 후에는 너의 자료로 아이의 학비를 벌려고 계획하고 있지. 카프카도 비슷한 말하던 걸로 봐서 라이벌은 많은 것 같지만」
「이 놈이나 저 놈이나……」

 오규스트는 부루퉁한 얼굴로 빵 부스러기를 카치가라스에게 던졌다.

 날세스는 일주일만에 준비를 마치고 그 다음의 일주일 동안에 성채 아래까지 터널을 팠다. 그리고 8월 20일 심야, 돌연 성채로부터 연기가 솟아 오르고 모반이다, 반란이다, 라고 외치는 소리가 넘쳐 흘렀다. 성문이 열리고 그 곳으로 루그랑제의 부대가 뛰어들어갔다.

 날이 밝아올 무렵에는 성채위에 사리스 군기가 나부끼고 있었다.




 ―트라브존

 아폴로 게스트의 지시로 로테베이크는 트라브존의 포위를 일단 풀었다. 그에 대해 농성중이던 베른하르트·폰·러웰 장군은 원군이 왔다고 판단하고 출격을 명했다. 밖으로 나온 러웰의 눈앞에는 공격 태세를 갖춘 로테베이크의 진이 있었다. 이것은 함정이라고 판단한 러웰은 곧바로 군사를 트라브존으로 되돌려 한층 더 단단하게 문을 닫았다.

 그러자 로테베이크는 유유히 트라브존 대교(大橋)를 향해 군을 움직여 사리스군과 다리를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그대로 3일이 지났다.

「딘은 어떻게 움직일까?」

 로테베이크는 아폴로 게스트에게 물었다.

「우선은 보라는 듯이 양동작전을 걸어올 겁니다. 별동대를 북상시켜 우리가 병력을 북쪽 트라브존 다리로 나누면 공세로 나온다. 이것이 정석입니다」
「음」
「특이한 경우라면 바크트 성채를 공략한 것처럼, 특수부대를 우리군의 후방에 잠입시키는 거겠죠」
「음, 음」
「뭐, 현실적으로는, 도발해서 우리를 끌어내든지, 거짓으로 퇴각하다가 추격하는 우리를 향해 반전하든지 둘 중의 하나입니다」
「음, 음, 음, 그래서, 어떻게 대처하지?」
「우선 하책은 전력의 분산이고, 상책은 딘을 앞지르는 것입니다. 뭐 이건 어렵지만요. 딘을 상대로는 앞지르려 하다가 앞지름을 당하게 되는 것이 십상입니다. 그리고 중책이 인내입니다」
「인내?」
「그렇습니다. 지금 딘의 포진은 완벽합니다. 하지만 거기서부터 군사를 움직이면 틈이 생길 것입니다」
「움직일까?」
「움직일 겁니다. 딘은 알티갈드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 증거로, 놈은 도네일 만의 해안 가도를 통과하지 않았습니다. 왠지 아시겠습니까?」
「아니」
「알티갈드에게 퇴로를 끊기는 것을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오렌지 대지라면 방어에 적합해서 공격을 받아도 즉시 패주할 걱정은 없습니다」
「과연」
「그러나 겨울이 되면 조건이 바뀝니다」
「그렇군, 부대는 눈에 파묻혀 꼼짝달싹 못하게 된다」
「그렇습니다. 따라서 놈은 반드시 움직입니다」
「하지만 겨울이 되서 곤란한 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 싸움은 치킨런입니다. 견디지 못하고 먼저 움직이는 편이 지는 겁니다」

 두 명은 간이 전망대 위에서 사리스 진영을 바라보았다.



 아폴로 게스트의 말대로, 오규스트는 단기전을 결의하고 있었다.

「전군을 미끼로 해서 로테베이크를 끌어낸다」

 오규스트는 그렇게 작전 설명을 시작했다.

「전군을 북쪽 트라브존 다리로 이동시킨다. 팔디어군에 대해서 약점을 드러낸 채로 이동하는게 위험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리스크를 안지 않고서는 로테베이크를 꾀어낼 수 없다. 로테베이크가 대교를 넘어와 우리 군의 배후로 육박해 올때 전군 급속 반전해서 맞아 친다」

 늘어선 장군들은 모두 떫은 표정을 지었다.

「적전반전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잘 알고 있다. 내가 골라 뽑은 제군들과 제군들이 벼려 단련시킨 정예들의 수완에 기대한다. 평소의 연습의 성과를 지금 내보여라」

 오규스트의 연설이 끝나자 사리스군은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규스트의 얼굴에선 시종 개운치 않은 표정이 떠나지 않았다. 로테베이크의 그림자에 숨어 있는 책사에 대한 불안감을 쫓을 수 없었던 것이다.


 8월 27일 파르디아군이 사리스군의 움직임을 알아차렸다.

「과연 딘이로군. 별동대 따위의 어중간한 수단은 택하지 않는구나……」

 아폴로 게스트는 혼자서 신음소리를 낸다.

「무슨 뜻이냐」
「자신의 군단의 운동성에 어지간히 자신이 있는 모양입니다. 우리가 방관하면 그대로 북쪽 트라브존 다리를 건너서 올 것이고, 주력을 북쪽으로 보내면 대교로 되돌아오겠죠. 그리고 우리가 대교를 건너면 반전해 맞받아 친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일이 가능한 건가?」
「가능할 겁니다. 아니 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그 시점으로부터 계책을 검토해야 합니다」

 아폴로 게스트는 홀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로테베이크는 숨죽여 기다렸다.

「이대로 방위에 전념하고 있어도, 다리와 다리 사이를 왕복하는 사리스군의 진자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조직이 흐트러질 뿐. 그것조차 예상하고 있는 것일까……」

 마침내 아폴로 게스트는 뜻을 결정했다.

「그러면!」

 로테베이크가 환희의 표정을 띄운다.

「네. 여기서 승부입니다. 딘 쪽도 리스크를 떠맡고 있는 것은 분명하니까」
「좋아!!」

 로테베이크는 즉시 갑옷을 휘감기 시작한다.

「딘은 이 두 개의 다리를 최대한 유효하게 활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책사가 책에 빠진다는 말이 있듯이, 거기에야말로 우리들의 활로가 있습니다」

 아폴로 게스트는 혼자서 한층 더 계책을 생각하면서 실내를 좌우로 몇번이나 왕복한다.그 배후에서는 로테베이크가 척척 부하에게 출진의 준비를 시키고 있다.

「그렇다! 세번째 다리를 만들면 된다!」

 아폴로 게스트는 돌연 멈춰섰다.

「로테베이크 님, 들으십시오! 접수한 민간 선박들을 연결해서 부교(浮橋)를 만들어……」

 로테베이크는 이미 부하를 거느리고 천막을 뛰쳐나가는 중이었다.

「사람 말을 끝까지 들어라―!!」

 아폴로 게스트의 욕소리가 허무하게 메아리쳤다.



 8월 27일 심야, 팔디아군 1만이 트라브존 대교(大橋)를 건넜다.

 이 단계에 이르러서도 오규스트는 아직 헤매고 있었다. 마상에서 팔짱을 끼고 눈을 감은 채로 행군한다. 그러다 명령의 일부 변경을 고했다.

 8월 28일 이른 아침, 양군은 트라페사 강 동쪽 기슭에서 급속도로 접근했다.

 사리스군의 각 지휘관들은 절묘한 지휘로 휘하 부대를 반전시켰다. 전체적으로 우익을 뒤로 당기고 좌익을 앞에 내는 사선진을 형성했다. 여기서 초기설정과 다른 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오규스트의 위치였다. 당초 오규스트는 직속부대와 함께 최우익에 위치하도록 되어 있었다. 스스로 적의 과녁이 되어 적의 주력을 강가 쪽에 집결시켜, 그 공세를 막아 내면서 그 틈에 좌익이 적을 감싸 반포위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에서는 전장 전체를 볼 수 없다. 거기서 오규스트는 최좌익으로 본진을 변경했다. 숨어있는 계략가를 고려한 배치였다.
 사리스군의 포진은 오른쪽으로부터 류후, 루그랑제, 디아스, 베르티니, 세실, 오규스트의 순서가 된다.

 8월 28일 오전 9시, 팔디어군은 맹스피드로 사리스군에 육박해왔다.

 바야흐로 전투가 개시된다고 생각된 순간, 팔디어군이 사라졌다. 사리스군측에선 확실히 그렇게 보이고 있었지만 물론 실제로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팔디어군은 아폴로 게스트가 준비한 선박으로 급조한 부교를 이용해 다시 강 서안으로 이동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부교의 북쪽으로 하나 더 준비되어 있던 부교를 통해 다시 강을 건너 사리스군의 배후에 출현했다.

 오전 11시.

 돌연한 변화에 사리스군은 당황했다.
 최초로 팔디어군의 맹공을 받은 것은 류후군이었다. 무방비상태였던 배후는 눈 깜짝할 순간에 무너져 조직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하지만 류후가 인솔하는 부대는 사리스군의 최정예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들은 고립된 상태에서도 단독으로 자신의 수비 범위를 지켜 내어 그럭저럭 전선의 전면 붕괴라는 최악의 사태는 막아냈다.

 오전 11시 15분.

 이것을 오규스트는 최우익으로부터 가만히 보고 있다가 재빠르게 반응했다. 팔디어군의 좌측면으로 이동해서 궁병대를 늘어놓고 팔디어군에 옆에서부터 공격을 가한다. 그리고 뚫린 공간에 아프로디스의 친위대를 돌격시켜 팔디아군을 분단했다.

 오전 11시 45분.

 아프로디스는 용전분투했지만 원래 수가 적은만큼 점차 밀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프로디스가 만든 시간을 이용해, 루그랑제군이 태세를 정돈해서 붕괴 직전의 류후를 대신해 앞으로 나섰다. 루그랑제는 창병대를 전면에 내세워 류후군과의 전투로 흐트러진 팔디어군 선두 부대를 단기마다 에워싸 공격해간다. 그 냉정한 용병은 일시적으로 팔디어군을 물리쳤다.

 정오.

 팔디어군은 잇달아 부교를 건너 새로운 진형을 짜서 루그랑제군에 부딪쳐 간다. 이 시점에서 약 8할이 다리를 건너오고 있었다.이 파상 공격에 루그랑제군이 밀리기 시작한다.

 오후 12시 반.

 마침내 부대를 재편한 디아스군과 베르티니군이 전선에 참가한다. 이 때 처음으로 수적으로 사리스군이 웃돌았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팔디아군의 위협적인 끈기가 발휘된다. 로테베이크 자신이 선두에 서서 그레이트 소드를 휘두르며 사기를 고무 시켰다. 여기에 자극되어 파르디아의 참룡돌격병이 개인적 무용을 발휘해 수적 불리를 뒤집어 간다.
 점차 전황은 교착 상태가 되었다.

 오후 12시 45분.

 혼자 처져 있던 세실이 보병 부대를 떼어 버리고 아카스의 자염 기마 군단 시절 이후로 쭉 거느려온 기병을 인솔하여 전장을 우회해 부교의 상륙 지점을 향해 기마 돌격을 감행했다. 이 기습에 의해 다시 팔디어군이 분단 되었다.
 신규의 군사와 물자의 보충이 끊어진 팔디어군에 대해서 루그랑제, 디아스, 베르티니의 각 군은 서로 양 날개를 펼쳐 팔디아군을 반포위하는 작전으로 나온다.
 팔디어군은 그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돌출된 세실군을 향해 격렬하게 반격을 가해 괴멸시킨다.
 세실의 희생은 헛되지 않아서 사리스군의 포위망이 완성된다. 거기에 일시적으로 보급로가 끊어져 있던 팔디어군은 여기저기서 화살이 떨어져 궁병대간의 응수에서 사리스가 압도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와서 간신히 오규스트는 말에서 내려 땀을 닦았다.

 오후 1시 반.

 베르티니군의 기마 부대가 돌출해 나오기 시작했다. 상대하고 있는 적부대의 화살이 떨어졌음을 확인한 판단이다. 단번에 팔디어군의 방위라인을 돌파했다. 그에 대해 팔디어군도 창병대를 내보내 응전했다. 짧은 격전의 뒤, 베르티니의 기마 부대는 철퇴를 시작한다. 그 뒤를 팔디어군이 쫓았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베르티니의 목적이었다.

 베르티니라고 하는 남자를 한마디로 말하면 속임술사이다.
 자신의 기마 부대를 지나치게 깊숙이 쫓아온 팔디어 부대에게 일점 집중 공격을 가해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그야말로 베르티니의 진면목이라고 할만한 공방이었다.

 그러나 베르티니 천부의 재능에 속은 것은 적뿐만이 아니었다.
 베르티니의 돌격에 앞질러졌다고 느낀 디아스가 자군에게도 돌격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베르티니가 곧바로 철퇴했기 때문에 디아스군은 전장에 홀로 남겨져 고립되었고, 로테베이크의 반격을 받아 디아스는 전사했다.
 디아스의 죽음으로 인해 디아스군은 와해되고 포위망의 일각이 무너져갔다. 사리스군의 우위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오후 2시.

 오규스트는 류후에게 디아스군을 맡겼다. 류후는 혼란한 디아스군을 어떻게든 정리해서 자신의 부대에 짜넣어 전선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은 오합지졸이며, 조직적 연계는 없었다. 이 시점에서 팔디어군이 쐐기를 박을 수 있었다면, 사리스군은 어쩌면 패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장을 크게 이동한 후에 계속해서 분전을 거듭하고 있는 팔디어군측에도 여력은 없었다.

 오후 2시 반.

 오규스트는 끈질기게 버티고 있는 팔디어군에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위해 세실군의 잔존 부대를 모아, 팔디어군이 최초로 건넌 부교를 건너 팔디어군의 배후를 치려고 했다.

 하지만 아폴로 게스트는 그곳에 비장의 카드인 철거인(鐵巨人)을 잠복시켜 놓고 있었다.

 오규스트는 강기슭에 궁대를 포진시켜 돌의 속성을 띤 마법화살을 발사해 철거인을 공격했다. 그러나 철거인은 위협적인 스피드로 수면을 미끄러지는듯 이동해서 모든 화살을 피하고는, 그대로 기슭에 다가와 거대한 만곡도를 휘둘러 궁병대의 대열을 흐트러뜨렸다.
 그 파괴력에 팔디어 진영에서 감탄과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하지만 그 배후에서는 오규스트의 거대한 마법진이 완성되려 하고 있었다.

「소환 '겐브'!」

 오규스트는 거대한 거북이의 환수(幻獸) 겐브를 소환했다. 겐브가 입을 벌리자 흰 색의 연기가 뿜어 나왔다. 흰 연기는 수면위를 미끄러져나가 철거인의 발밑을 감쌌다.

 돌연 고속으로 움직이던 철거인이 멈췄다. 발밑이 수면과 함께 석화한 것이다. 움직이지 못하는 철거인을 향해서 오규스트가 궁구닐의 창을 겨눈다.

「꿰뚫어라!」

 오규스트의 기합과 함께 던져진 창은 빛의 오라를 휘감고 혜성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꼬리를 이으며 철거인을 직격했다. 두 물체의 접점에서부터 은백색이 작열하는 광구(光球)가 형성되어, 주위의 공간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성장해 간다. 마침내 광구는 철거인을 삼키고 파열, 별같이 번쩍이는 물결을 뿌리며 강한 빛의 플레어가 되었다.
 빛이 병사들의 눈을 현혹하고 커다랗게 울리는 소리가 전장의 대지를 흔들었다. 직후, 격렬한 폭풍이 병사들의 움직임을 제한했다.
 그 모두가 지나간 후에는 철거인의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 결과 팔디어군은 전의를 상실했다. 로테베이크는 검을 내버리고 갑옷를 벗어 던지고는 강을 헤엄쳐 건너 도주했다.

 오후 3시 반, 승패는 결정되었다.



 최종적으로는 사리스군의 완승이라 할 수 있지만, 초반에 주도권을 빼앗겨 승리의 천칭은 몇번이나 왔다갔다한 격전이었다. 승리자의 손해도 막대해서 바로 추격한다는건 도저히 불가능했다. 지친 군대는 트라브존으로 향했다.

 트라브존의 민중은 오규스트를 열광적으로 맞아들였다. 농성의 울분을 풀기라도 하는 듯 환희에 찬 연회가 연일 밤 계속되었다.

 그러나 마력을 다 사용하고 심신 모두 피로로 가득 찬 오규스트는 궁전의 일실에 틀어박혀 두문불출했다. 지친 몸을 침대에 가라앉히지만 눈은 선명하면서도 초조한 빛을 띠고 있었다. 체력의 소모와 반비례해서 격전의 긴장감으로부터 해방된 오규스트의 정신은 비정상인 흥분에 싸여 있었다.

「여자를 원한다……」

 바닥이 얕은 욕조에 들어가서 뜨거운 온천수로 몸의 피로를 달래면서도 기아와도 비슷한 욕정에 눈은 반짝반짝 거리고 있었다.
 거기에, 토끼가 솥을 메고 들어왔다.

「각하, 논공 평가표를 가져왔습니다」

 막료 연수생인 프랑소와즈·쯔이가 실내에 들어 온다.

「여기다」

 오규스트의 소리에 반응해 프랑소와즈는 욕실의 문을 연다. 일순간 당황한 표정을 보이지만, 오규스트가 무언으로 오른손을 뻗쳐 왔으므로 그 손에 서류를 건네려고 한다.
 그 때, 오규스트가 그녀의 손을 잡는다.

「아니! 그만해 주세요」

 갑작스런 사건에 놀라움을 보인다.
 그것을 무시하면서 오규스트는 강하게 끌어당겼다. 프랑소와즈는 군복을 입은 채로 뜨거운 물 속으로 쓰러졌다.
 오규스트는 등 뒤로부터 후란소워즈를 부둥켜 안고 젖은 군복의 윗도리안으로 손을 집어넣으며 목덜미에 키스를 퍼붓는다.

「자, 장난은 그만해 주세요」

 프랑소와즈는 오규스트의 팔로부터 벗어나려고 몸을 비틀어 저항한다.
 오규스트는 블라우스 너머로 후란소워즈의 양쪽 젖가슴을 잡는다. 손바닥에 풍부한 볼륨이 느껴지자 무심코 힘이 들어간다.

「……아, 아, 안됩니다」
「나쁘게는 하지 않는다」

 목덜미로부터 귀 쪽으로 혀를 훑어가며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네?」

 선명하게 긴 속눈썹, 맑은 눈동자, 날카로우면서 사랑스러운 코, 그리고 장미의 봉오리처럼 가련한 입술. 후란소워즈는 인형과 같이 세밀한 용모의 미소녀다. 피부는 하얗고 투명해, 듬성듬성 어깨까지 늘어진 밤색의 머리카락이 흰 피부위에서 빛나고 있다.

 혼란한 머릿속에서, 순간 그녀의 사고가 멈췄다.

 오규스트는 블라우스를 억지로 당겨 뜯어내고 브라를 벗겨 노출된 유방을 꽉 쥔다. 그 부드러운 탄력의 감촉을 마음껏 즐긴다.

「아, 안돼---!」

 프랑소와즈는 제정신이 들었다. 반대로 돌아 엎드려 욕조로부터 기어 나오려고 애쓴다. 상체만이 욕조로부터 나오고 하반신은 오규스트의 눈앞에 쑥 내민 것 같은 모습이 되었다. 오규스트는 그 매혹적인 엉덩이에 입을 붙였다.
 스커트를 걷어 올리고 드러난 팬티 위로부터 어루만지며 하얀 넓적다리에 달려들어 잇자국을 만든다.

「아--!」

 짧은 비명이 새어 나온다.
 오규스트는 팬티를 급히 내리고는 비순을 밑에서부터 열심히 빤다.

「아, 응, 아니……」

 프랑소와즈의 등을 전류가 질러가고, 공포로 이빨이 부딪혀 딱딱 소리를 냈다. 점막과 점막이 마찰되는 추접한 소리가 욕실에 메아리쳤다. 점차 비순을 적시고 있던 뜨거운 물은 새콤달콤한 애액으로 변해간다. 동시에 오규스트의 손은 양 허벅지를 어루만지고 있다.

 프랑소와즈는 필사적으로 피하려 신체를 구부러뜨린다. 그 때문에 다시 몸이 반전해 위로 향하고 머리가 마루로 떨어진다. 이것으로 머리가 아래로, 하반신이 위로 오는 형태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양다리가 열려 버린다.

「보지 말고, 보지 말아 주세요. 그런 곳 더럽다……」

 프랑소와즈의 눈동자에 오규스트가 클리토리스에 진한 키스를 하는 순간이 인상지어졌다. 한층 더한 충격이 전신을 질주하여 무심코 오규스트의 머리를 강하게 눌렀다.

 오규스트는 욕조로부터 나와서 프랑소와즈 위로 덮쳐 누웠다. 한 쪽의 유두를 들이마시면서 다른 쪽을 손가락으로 매만졌다. 빈 손은 아랫 입술에 가져가 클리토리스를 희롱한다. 동시에 세 개의 봉오리를 공격했다.

「이런 건, 이런 건 싫어요……」

 프랑소와즈는 흐느껴 울었다. 현실을 부정하는 것처럼 몇번이나 고개를 흔들었다.
 오규스트는 그 머리를 단단히 잡아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간다.

「프랑, 나쁘게는 하지 않아. 지금은 나한테 맡겨라」

 오규스트가 속삭인다. 두 명의 눈이 마주쳤다.

「책임져 주신다는 건가요……」

 프랑소와즈는 떨리는 소리로 묻는다.

「아,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지 준다. 그러니까 조금 참아라」

 오규스트는 흥분된 어조로 대답한다. 이미 하는 것 밖엔 생각이 없다.

「……뭐든지……정말로?」
「아, 나라라도 궁전이라도 뭐든지 준다」

 프랑소와즈의 뇌리에 발할라 성내를 걷는 크리스티의 모습이 나타나 그것이 자신의 모습과 겹쳐졌다. 현기증이 날 정도의 가격인 드레스에 눈부시게 빛나는 보석들, 수행하는 종자들, 한 쪽으로 길을 비키면서 무릎을 꿇는 사람들. 그러한 망상이 일순간에 머리를 점령해간다.

――내가……바랄 수 있는……모든 것이 손에 들어 온다……――

 프랑소와즈는 살그머니 눈을 감고 몸에서 힘을 뺀다.
 오규스트는 짧게 웃고는 그 가련한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친다.그리고 구강 안으로 혀를 밀어넣어 혀와 혀를 서로 얽히게 해서는 자신의 타액을 흘려 넣었다.

「우, 움……」

 그것을 다 마시고는 프랑소와즈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아음~, 후~, 후~!」

 그리고 달콤한 숨소리마저 희미하게 흘러나온다.
 오규스트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페니스를 비순의 앞에 가져다 대고는 단번에 집어넣었다.

「아……들어가버린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정신적 쇼크는 남았다. 닫힌 눈에서부터 눈물이 흘러나온다.

――아, 이 몸을 관통하는 충격과 교환해서, 나는 미래를 산 것인가~――

 자신이 더럽게 느껴졌다.

 한편, 욕정의 덩어리와 같은 페니스는 따뜻한 좁은 길을 밀어헤치면서 휘감겨 붙는 점막의 감촉에 환희하고 있었다. 적당한 조임을 확인하고는 오규스트는 고양된 욕정을 폭발시켜 격렬하게 출납을 반복한다.

 가만히 누운 채로 움직이지 않고, 소리도 흘리지 않는 프랑소와즈를 완전하게 무시하면서 오규스트는 일방적으로 절정에 이르러, 정액을 토해낸다. 그리고 힘을 다 써버린 듯 프랑소와즈 위에 쓰러졌다.

――나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은 것일까……――

 프랑소와즈는 그런 일을 생각하면서 멍하니 천정을 올려다 보았다. 자궁을 채워 오는 정액의 감촉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고, 다만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넘쳐 떨어졌다.

 잠시 뒤, 그 무게에 견딜 수 없게 된 프랑소와즈는 말했다.

「……아, 저, 이상한 거라도 있습니까?」
「드르렁―, 쿨―……」

 오규스트는 커다랗게 코 고는 소리를 내면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 얼굴에는 대단히 만족한 표정을 띠운채로.




 트라브존 근교의 버려진 교회의 지하실에서, 아폴로 게스트는 붉은 철가면을 벗고 있었다. 철가면 아래로부터는 길고 날씬한 흑발이 넘쳐 나왔다. 머리를 한 번 흔들자 허리의 높이까지 우아하고 깨끗하게 떨어져 내린다. 그리고 입으로부터 작은 공을 꺼낸다.

 단정한 눈썹, 강한 의지가 담긴 눈동자, 지성과 기품이 넘치는 미모를 가진 여성, 그것이 아폴로 게스트의 정체였다.

「아폴로 니어, 잘 했다. 칭찬할만 하다」

 여성은 수정공 앞에 무릎을 꿇는다. 거기에는 노인의 얼굴이 떠올라 있었다.

「감사합니다, 베렌홀스트님. 그러나, 딘은……」

 지금까지의 목쉰 소리에서 돌변해서 투명하게 울리는 듯한 미성이 나왔다.

「사리스는 힘을 소모하고 팔디어는 떠났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넷」
「작전은 제2 단계로 옮긴다」
「넷, 알티갈드에 영광이!」

 아폴로 니어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다음날, 오규스트가 상쾌한 얼굴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을때 급보가 미드갈즈로부터 도착했다.

「아카스 및 세레네 반도에서 반란 발발. 알사스·란이 국경 부근에 군세를 집결시키는 중」

 보고를 듣는 동안 오규스트는 시종일관 말없이 아침 식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자가 밖으로 나오자 실내에서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심조심 실내를 들여다 보니 엉망으로 부서진 가구에 둘러싸여서 오규스트는 담담하게 식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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