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제조 회사 -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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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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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뒷처리
"와........ 이건........ 심하다."
2층에서 달려내려온 아라이구마는 맨 먼저 무도장으로 내려와 렌을 보고는 그 참상에 말을 잃었다.
렌은 정신을 잃은 채 넘어져 있었다.
청바지 밑으로 노출된 맨발은 이미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발가락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발목은 보라색으로 부어올랐고, 특히 왼발은 부자연스러운 각도로 구부러져 있었다.
아직도 목검을 꽉 쥐고 있는 양 손의 손가락 또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발목처럼 손목도 검붉게 부러 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게다가 렌의 온 몸은 작은 경련을 반복하며 아직도 낮게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상 이상의 참화에 힘이 빠진 아라이구마는 멀리서 렌을 응시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런 아라이구마를 밀치면서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이건.... 안되겠군요."
두려움없이 렌의 곁에 주저앉아 살피며, 맥을 재고 그렇게 중얼거린 것은 의외로 크라운이었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가방에서 대형의 가위를 꺼내 간단히 렌의 바지를 찢기 시작했다.
허벅지 밑까지 단번에 찢어서 벌린 뒤, 다리를 관찰했다.
"왼쪽 무릎도인가........"
크라운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렌의 발목에 손을 댔다.
바로 그 때 렌의 입에서 짐승과 같은 신음소리가 새어나오며 상체가 크게 경련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렌은 눈을 떴다.
"히!"
큰 소리로 외친 것은 아라이구마였다.
렌의 눈은 붉게 충혈되, 마치 피투성이의 흡혈귀같은 모습이었던 것이었다.
"렌씨, 들립니까? 조금만 인내를............"
크라운은 그러나 그런 겉모습에 동요하지 않고, 렌의 응급저치를 우선시 하려고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렌이 꽉 쥐고 있던 목검이 크라운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말을 중단하고 기듯이 그 자리에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렌은 그대로 다리를 나둔 채 상체만을 일으키며 목검을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우.......아아아아아........"
이미 제정신이 아니라는 듯 신음소리가 점점 커졌고 손가락끝에서는 새로운 피가 흐르며, 주위를 점점이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아, 아라이구마군! 그 목검을 좀 뺏어주세요. 이래서야 치료를 할 수 없습니다."
크라운은 곁에 있던 아라이구마에게 부탁했지만, 아라이구마는 시퍼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어, 어째서 제게 말합니까! 제가 렌에게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잖습니까?"
"그런 걸 말할 때가 아니잖아요! 어쨌든 빨리!"
크라운과 아라이구마는 말다툼을 시작했지만, 그 동안 렌의 움직임은 더욱 심해졌다.
휘두르는 목검도 몹시 거칠어져 함부로 바닥을 내려치고 있었다.
그 충격으로 손목의 붓기도 순식간에 부풀어가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렌의 몸에 회복불능의 데미지가 남아버린다.
크라운이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레벨 다운! 카운트 텐!"
강렬한 노성이 두 명의 뒤에서 울려퍼졌다.
뒤돌아본 두 명의 눈에, 분노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키츠네군의 모습이 보였다.
키츠네군은 두 명을 말없이 밀치고 렌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키츠네군이 발한 일성이 효과가 있었는지, 렌은 미친 것처럼 휘두르던 목검을 멈추고, 무엇인가를 찾는 것처럼 시선을 공중으로 향했다.
키츠네군은 쉬지고 않고 말을 계속했다.
"카운트 나인, 에잇, 세븐!"
처음보다는 침착해진 목소리로, 그러나 무도장에 울려퍼질 정도로 큰 목소리로 키츠네군은 카운트 다운을 했다.
그러자 서서히 렌의 표정도 느슨해져갔다.
경직되었던 근육도 풀어져 경련이 적어졌다.
그러자 키츠네군은 침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되어 계속 말했다.
"OK, 렌. 그래, 그대로, 식스, 파이브, 포, 쓰리."
렌의 상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키츠네군은 부드럽게 렌의 등뒤에 무릎을 대고 그 몸을 받아들였다.
"괜찮아요, 렌. 나에게 몸을 맡기세요. 투, 원, 제로."
마지막 카운트가 새겨진 순간, 렌은 키츠네군의 가슴에 넘어지듯 안겼다.
꽉 쥐고 있던 목검이 손에서 떨어져 바닥에 부딪치며 무거운 소리를 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렌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지만 분명하게 키츠네군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하는 순간, 렌의 몸이 다시 경련했다.
다친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입술을 깨물며 필사적으로 무엇인가를 참고 있는 것 같았다.
키츠네군은 그런 렌을 보며 계속 말했다.
"카-움, 다운, 렌. 클리어 모드 B."
키츠네 군의 마지막 워드가 렌에게 닿았을 때, 렌을 덮치고 있던 격렬한 두통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그러나 그 순간 이번에는 반대로 렌의 손발에서부터 욱신욱신하는 아픔이 솟구쳐왔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것은 방금 전의 두통에 비하면 렌에게 있어서는 익숙해진 통증이었다.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렌은 키츠네군을 올려보며 물었다.
"키츠네님, 상처는?"
"나?"
키츠네군은 억지로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 행동을 보고 렌은 미소지었다.
언젠가 요우코가 느낀 것 같은....... 꽃이 피는 것 같은, 그런 미소였다.
그 렌의 웃는 얼굴을 보고 키츠네군도 싱긋하고 웃었다.
"오메데토. 결국 이겼어, 요우코에게."
그 말에 렌의 눈이 커졌다.
"저, 이긴겁니까?"
이상해하는 표정의 렌에게, 키츠네군은 렌의 상체를 받치면서 요우코의 모습을 턱으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엎드려서 머리를 바닥에 댄 채 굳어져있는 이시다 자매의 모습이 있었다.
"네 덕분이야, 렌. 너는.......... 그......... 좋은 인형이다."
키츠네군의 조금 수줍어하는 목소리가 렌의 귀에 닿자, 렌도 한순간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전신의 아픔이 완전히 날아가버렸다.
터무니 없는 매직 워드였다.
2명을 주위에서 보고 있던 남자들에게는 핑크빛 폭풍우였지만.
"렌,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입원해야 해. 지금부터 수술이 끝날 때까지는 너의 의식을 봉인해 둘께."
키츠네군은 렌을 바닥에 살짝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그 말에 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그, 그렇지만 그 전에 한 가지만, 괜찮을까요?"
렌은 머리를 들며 말했다.
키츠네군은 조금 눈썹을 찌푸리며 그 입에 귀를 가져다댔다.
그러자 뜨거운 한숨과 함께 렌의 작은 소원이 속삭여졌다.
한순간, 생각하는 키츠네군과 그것을 불안해하며 응시하는 렌.
".......좋아."
키츠네군이 한숨과 함께 그렇게 대답하자 렌은 안심한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그 귀에 반대로 얼굴을 댄 키츠네군은 작은 소리로 키워드를 속삭였다.
그러자 바로 그 때 렌의 시선은 초점을 잃고 텅빈 공동(空洞)과 같은 눈이 되었다.
그 눈을 응시하면서 키츠네군은 조용히 라스트 워드를 말했다.
"프리즈 마인드."
이 말을 마지막으로 렌의 의식은 중단되었다.
렌의 육체에 간신히 휴식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렌이 중지 모드가 된 순간 마인드 서커스의 사람들은 오늘의 공개 조교가 종료된 것을 실감했다.
크라운은 조속히 렌의 곁에 주저앉아 살펴보며, 방금 전처럼 상처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곁에서 살펴보고 있는 기린과 쿠마에게 재빨리 지시했다.
"기린군, 창고에서 막대같은게 있으면 가져와주세요. 네, 그렇습니다. 부목으로 쓰려고요. 그리고 쿠마씨, 저기의 나무 기, 네. 그 교장이 그려져있는 것을 가져와주세요. 들 것 대신으로 쓸테니까요."
그리고 한 편으로는 휴대폰을 꺼내서, 크라운은 마인드 서커스가 연결된 의사를 호출해 예약을 넣는 것과 동시에 구급차 대신 차의 준비를 하러 가고 있었다.
겉모습과는 달리 사무 능력이 굉장했다.
크라운이 지시하지 않고 사라지자 혼자만 할 일이 없어진 아라이구마는 의자에 앉아쉬고 있는 키츠네군에게 다가갔다.
과연 지쳤는지 키츠네군은 무릎에 손을 댄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야.... 피곤하겠다! 이번에도 좋은 결과를 냈네. 좋은 걸 보게 해줬다."
아라이구마는 키츠네군의 어깨를 두드리며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그 표정을 본 순간, 아라이구마는 말을 잃었다.
입술을 꽉 깨물고 무엇인가를 참는 것처럼 괴로운 표정을 한 키츠네군은 가만히 렌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키, 키츠네.........."
아라이구마의 목소리에 키츠네군은 작게 머리를 털었다.
"좋은 결과? 농담이 아니라 최저에요!"
렌을 간호하고 있었을 때의 부드럽고 상냥한 표정이 연기였다고 말하듯, 키츠네군은 분노로 가득차있었다.
"이봐, 이봐, 뭐 확실히 해프닝이 있었지만, 결국 그 자매도 예정대로 마무리되었잖아. 렌이 조금 불쌍하지만....."
"해프닝 같은게 아냐!"
아라이구마의 말을 끊으며 키츠네는 단언했다.
"잘도, 잘도, 잘도 그랬겠다, 개자식!"
"어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해프닝이 아니라니?"
아라이구마는 곤혹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나 키츠네군은 힘없는 표정으로 아라이구마를 돌아보며 머리를 흔들었다.
"해제 워드, 해제 워드에요. 그 소년이 외친 것은."
"뭐, 뭐! 그런! 바보같은!"
아라이구마의 얼굴이 바뀌었다.
"그렇다면 그 녀석이 우리들의 극비사항을 아는 거냐! 너, 그래, 너 밖에 모를 워드다. 누군가에게 흘렸어?"
"흘리거나 한게 아니에요. 뭐니뭐니해도, 그거, 저도 모르는 워드에요."
"무슨 소리야! 네가 모르는 워드로, 어떻게 너의 최면이 풀려. 조금 머리를 식혀. 역시, 약간의 우연이겠지."
그러나 키츠네군은 단호히 머리를 저었다.
"이미...... 대충 파악했습니다. 제가 어리석었어요...... 역시 반은 저의 책임일지도. 하지만........... 역시 용서할 수 없어요. 이번만큼은. 나의 인형을 상처입히고, 나의 일을 박살내려고 했던 것은 용서치않아."
키츠네군은 일어섰다.
그리고 고요한 분노를 가득 채운 시선으로 가만히 허공을 응시했다.
*
"너, 여기의 학생이냐?"
모두가 렌에게 갔을 때, 토라만은 망연해하며 멈춰서있는 소년에게 다가갔다.
소년은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 모습이었지만, 토라가 말하자 놀라며 몸을 굳혔다.
"아...... 그, 네."
그런 소년에게 토라는 싱긋 웃어보였다. 햇볕에 그을린 얼굴에 살짝 주름이 잡히며, 상냥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가. 너희 무도장을 사용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분명하게 학교의 허가를 받은 거야. 안심해."
토라의 말은 의외로 상대를 침착하게 만들었다.
소년도 조금 긴장이 누그러진 것처럼 한숨을 내쉬며 미소지었다.
"아, 아니에요. 그런 걸 걱정해서 온게 아닙니다. 빛이 새어나왔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나'해서 .........아!"
소년이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할 때 토라는 불쑥 눈을 찌를 듯이 손가락을 V자로 하고 소년의 눈에 접근했다.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머리를 위로 하며 뒤로 젖히려고 했지만 이미 토라의 손이 후두부를 붙잡고 있었다.
유일하게 도망갈 장소가 사라진 소년은 한순간에 패닉상태가 되었다.
거기에 토라의 단련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손가락에서 눈을 뗄 수 없다!"
바로 그 때 소년의 시선이 토라에게로 향했다.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이자 눈동자가 분명히 따라 움직였다.
"눈은 이제 닫히지 않는다."
토라는 계속해서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나 반대로 손가락 끝은 눈동자를 찌를 것처럼 접근했다.
말과 행동의 불균형.
소년의 혼란이 깊어졌다.
토라에게 있어서 숙달된 일의 도입이었다.
이 뒤 2, 3번 말하면서 손가락을 움직이자 소년은 실로 놀랄 정도로 어이없에 그 자리에서 붕괴되었던 것이다.
"그러면 약간 기억을 손봐주지. 그저 5분간의 기억만."
토라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소년을 바닥에 살짝 눕혔다.
평소의 증거 인멸용의 최면을 걸 생각이었다.
그러나...........
"토라씨, 그 소년 잠깐 제가 빌릴 수 없을까요?"
토라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돌아본 토라는 묘하게 곤란한 얼굴을 한 키츠네군을 보았다.
"오오, 키츠네인가. 수고했어, 오늘. 정말 잘했다."
토라는 감상을 말했지만, 키츠네군은 거기에 전혀 응하지 않고 위를 향해 누워있는 소년의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잘 되지 않죠?"
그 말에 토라는 눈썹을 찡그렸다.
"실은 그래. 암시에는 간단하게 걸렸지만 아무래도 깊게 걸리지 않아."
그렇게 말하고 있는 사이에도 소년의 텅빈 것 같은 눈이 점차 의사를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당황해서 손을 내밀어 암시를 추가하려는 토라.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던 키츠네군은 갑자기 허리를 들고 소년의 얼굴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소년의 귀에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블랙 슬리브."
그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뜨는 것은 토라였다.
"어, 어이, 뭘 말하는 거야........."
그러나 키츠네군은 그 물음을 무시하고 또 입을 열었다.
"화이트 데스."
"잠깐 기다려. 너 방금 전부터 무엇을............"
토라가 다시 물어볼 때였다.
키츠네군은 조용히 소년을 가리켰다.
무심코 시선을 향한 토라는 얼어붙은 것처럼 표정을 굳혔다.
소년이 상체를 일으키며 마치 로보트같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던 것이었다.
"네.... 마스터."
"어.....어째서........ 어째서 이 놈이 그 워드에 반응하는 거지?"
눈을 크게 뜬 토라.
그런 토라에게 키츠네군은 가라앉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것은 이 소년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 팬더씨로 정해져있기 때문입니다."
"뭐, 뭐라고? 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고함칠 작정인 토라였지만, 점차 말을 흐렸다.
떠올랐던 것이었다. 오늘 팬더의 얼굴이.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었는지도.
그리고 머리의 구석에서 떠오른 생각에 모든 것이 깨끗해졌다.
아연해져 키츠네군을 보는 토라.
"그러면......... 이 놈이 말한 그 대사........"
"네. 그게 제 최면의 해제 워드였습니다."
결정적인 키츠네군의 말이었다.
그러나, 그런데도 토라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리가........ 그럴리가 없어! 키츠네, 왜 팬더에게 해제 워드를 알려준거지? 무엇을 위해서 그런거냐!"
토라는 분노를 숨기지 않고 키츠네군에게 다가섰다.
그 소리에 주위에서 다른 이들이 모여들었다.
"제가 흘리거나 한게 아니에요. 그 워드는 팬더씨의 오리지날이에요."
"오리지날? 하! 어이, 농담하냐. 유감스럽게도 팬더의 기술은 내가 잘 알고 있어! 놈의 기술로는 1개월이 걸려도 네 암시를 풀 수 없어! 하물며 어제 오늘 사이에!"
토라는 전혀 납득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키츠네군은 거기에 응하지 않고, 대신 크라운을 향해 물었다.
"어제..... 제가 크라운씨의 방에서 주문서를 확인한게 몇시쯤이었죠?"
갑작스런 질문에 크라운은 눈을 깜빡이더니 대답했다.
"아-, 7시 반 정도였을걸?"
"그럼, 얼마나 거기에 있었었죠?"
"응? 아마도... 10분인가, 15분?"
그 말에 키츠네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토라를 향한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언제나 조교 과정의 인형에는 상당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사고가 날지도 모르니까요. 특히 일단계가 종료하고 나서 2단계에 들어가 락을 걸 때까지는요. 물론 어제도 그랬습니다. 일단계가 종료할 때까지는 쭉 제가 요우코의 곁에 있었고, 쉬는 동안에도 방을 잠그고 있었습니다. 최면룸이었기 때문에 확실히 안전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요우코를 데리고 나와 2단계를 제 방에서 진행하려고 했는데.... 약간의 해프닝이 벌어져 방을 떠났습니다. 그것이 7시 반부터 15분 동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 제가 방에 돌아와서 2단계를 종료할 때까지 요우코가 제 눈에서 멀어졌던 적이 없었습니다."
토라는 키츠네군이 말하고 싶은 것을 알아들었다.
"그러면.......... 그 사이에 요우코를 어떻게 했었지?"
"중지시켜뒀습니다. 급했었으니까요."
"중지..... 인가. 인형이 혼자 방치된 채 였었나."
"네. 거기다 방 문도 열어둔 채였다고 생각합니다."
키츠네군의 설명에 토라는 한숨을 토했다.
"알았다. 좋아. 확실히 그 사이에라면 놈이라도 너의 암시를 해제할 수 있었겠지."
토라는 작게 중얼거린 뒤 다음 순간 무도장의 바닥을 후려쳤다.
"바보자식! 대체 무슨 짓을 한거냐!"
그리고 그대로 그 자리에서 양손을 대고 키츠네군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바닥에 이마를 꽉 누르고 있었다.
"미안해, 키츠네! 나의, 나의 감독소홀이다. 용서해줘! 곧바로, 곧바로 놈을 잡아 사과하게 하고, 보상시킬테니까! 그러니까, 용서해줘!"
토라의 갑작스런 태도에 키츠네군은 놀란 표정을 했지만, 그러나 그 눈동자에 가득한, 고요한 분노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
"토라씨, 일어나주세요. 토라씨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어요. 저, 토라씨에게는 조금도 화나지 않았고."
키츠네군은 그렇게 말하며 토라의 곁에 살짝 앉으며 바라보았다.
"다만......."
그렇게 중얼거린 키츠네군의 소리는, 그러나 송곳처럼 토라의 심장에 꽂혔다.
"다만..... 그 사람은 다릅니다. 제게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이것만은... 절대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토라의 절망어린 시선과 키츠네군의 차가운 결의가 담긴 시선이 공중에서 부딪쳤다.
토라의 어금니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뺨의 근육이 경련하고 있었다.
그런 두 명의 대립을 끝낸 것은 간단한 말이었다.
"토라군. 우리의 사칙, 제 2조를 기억하겠죠?"
그 말에 놀란 표정으로 토라는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약간 슬픈 표정의 크라운이 서있었다.
"크라운........... 아니........... 그........"
목이 쉰 소리가 토라의 목에서부터 짜여져나왔다.
"'직무에 관한 타내, 부주의등은 엄하게 처벌하고, 만일 방해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면직한다.'.... 예외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크라운은 간단히 말했다.
그러나 토라는 작게 머리를 흔들며 그것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했을 때, 다른 목소리가 그것을 막았다.
"토라, 우리들 3명이 왜 이런 규칙을 만들었는지 잊은 것은 아니겠지?"
볼 것도 없이 그것은 쿠마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토라에게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을 깨닫게 했다.
토라는 입을 다물고.......... 그 자리에서 낙담했다.
"토라군........... 팬더군의 신병을 확보해주세요. 긴급사문위원회를 엽니다."
크라운은 조용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토라의 어깨가 떨렸다.
"기다려주세요. 그 역은 제가 하겠습니다."
끼어든 것은 키츠네군이었다.
"제가 모르는 곳에서, 마음대로 결정되면 곤란합니다."
그러나 크라운은 간단히 거절했다.
"안됩니다. 이것은 회사 전체의 문제입니다. 한 명의 담당자인 당신이 나올 차례는 없습니다."
크라운의 매몰찬 태도에 키츠네군의 눈에 노기가 머물렀다.
"그, 그런 일...... 납득할 수 없습니다!"
키츠네군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납득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도 프로니까 회사의 규칙을 따라주세요."
그 한 마디로 키츠네군은 입술을 깨물며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잡아온다.. 키츠네."
어느새인가 일어선 토라가 키츠네군의 어깨에 손을 대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너의 분노.......... 사문위원회까지 기다려라. 빈틈없이 풀게 해줄테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참아줘."
그렇게 말하고 토라는 키츠네군에게 등을 돌렸다.
그런 토라의 등에 키츠네군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그 사람이 왜 이런 일을 벌인건지, 그것만큼은 제 눈으로 확인하겠습니다. 괜찮겠죠?"
그 말에 크라운이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것을 막으며 토라가 대답했다.
"아아, 미안한데, 그 소년에게 팬더가 어디있는지 물어봐줘."
키츠네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소년을 데리고 무도장의 구석으로 장소를 옮겼다.
토라는 그것을 보면서 결심을 굳힌 얼굴로 크라운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어이, 크라운! 이제 가르쳐줘, 팬더의 최종 워드를!"
그 소리에 전원의 시선이 크라운에게 집중되었다.
아마 평생 사용할 일이 없다고 누구나 생각했던 동료의 최종 워드가 지금 말해지려고 하고 있었다.
최종 워드, 그것은 마인드 서커스의 유일한 구속이었다.
크라운을 제외한 모든 최면 기술자들에게는, 크라운의 손으로 하나의 금지 암시와 하나의 워드가 인쇄되어 있었다.
그것은 크라운에게 '최면을 걸 수 없다' 라고 하는 금지 암시와 '마인드 서커스에 관련된 모든 기억을 봉인한다.' 라는 하나의 워드였다.
그것이 마인드 서커스에 가입하기 위한 최종관문이었다.
모든 것은 멤버의 자유 의지로 정해졌다.
그리고 그것을 승낙한 사람에게, 의사이며 화학자이기도 한 크라운이 스스로 개발한 최면 도입약을 사용해 마음을 개방시킨 뒤, 암시와 키워드를 묻고, 멤버로 맞이했던 것이였다.
그러므로 크라운은 유일하게 마인드 서커스에서 멤버의 파면을 실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였다.
"알았습니다, 토라군. 그렇지만 사문위원회가 최종결정의 장소이니까 지금은 아직 모든 기억의 봉인을 하지 마세요. 도망가지 못하도록 조정하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알고 있어, 그런건. 알았으니까 어서 가르쳐줘."
토라는 초조해하면서 크라운을 재촉했다.
크라운은 작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입을 열었다.
희미한 목소리가 무도장에 흘렀다.
고개를 끄덕이는 토라.
"알았다. 고마워, 크라운."
토라의 가슴에 무거운 말이 새겨졌다.
그러나 그것에 지지 않기 위해서 크게 숨을 들이마신 토라는 손뼉을 치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자! 그러면 여기서 빨리 철수하자!"
키츠네군이 소년을 거느리고 돌아온 것은 크라운이 준비한 차가 와 기로 만든 응급 들것에 렌을 싣고 옮길 떄였다.
"키츠네, 어때? 팬더를 찾았나?"
통로끝에서 토라가 물었다.
키츠네군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토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런가.... 수고했다. ........ 놈은 어디에 있지?"
그 질문에 키츠네군은 한 장의 메모를 내밀었다.
"여기입니다. 이 '사몬'이라고 하는 찻집에 있습니다."
토라는 내밀어진 메모를 받고, 조용히 시선을 향했다.
"여긴가. 알았다. 고마워, 키츠네. 그리고 너는 어때? 뭔가 알았나?"
그러나 키츠네군은 거기에 대답하지 않고, 뒤를 지나가는 들것위의 렌을 돌아보며, 그 뺨을 살짝 어루만졌다.
"잊지못한...........과거."
그것이 등을 돌린 키츠네군에게서 토라가 알아들을 수 있었던 모든 것이었다.
"과연...... 녀석 다워."
토라는 씁쓸한 듯 작게 웃었다.
ps:오늘 안에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 두 편이 될지도 모르지만....
가능성은 확신할 수 없습니다.
ps2:렌 귀엽지 않습니까? 음음. 팬더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저런 여자를 빼앗기면.........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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