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경험담

인형 제조 회사 -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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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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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켄지의 함정


온화한 새해의 햇빛에 비추어진 그 신사는, 많은 참배객들로 가득차 있었다.
사카타 유사쿠는 그런 인파에서 간신히 빠져나와 근처의 커피숍에서 어떻게든 자리를 확보했다.

"후아-, 지쳤다."

유사쿠가 자리에 앉아 녹초가 되자, 그 정면에 앉은 젊은 여자가 바보취급했다.

"뭐야,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그런데도 유도부? 단련하는 방법이 틀린 거 아냐? 아, 그러니까 보결인가."

유사쿠는 그 무자비한 말에 반박했다.

"무슨! 지금까지 내게 전부다 시키고, 거기다 이 비탈길을 쭉 내 뒷자석에 타고왔으면서, 무슨 소리야!"

"당연하잖아? 체력이 남아 돌고 있는 고교생의 에너지를 올바른 방향으로 발산시켜 주는 거잖아. 사랑스러운 남동생이 성범죄쪽으로 치달리지 않게 이 누님이 협력하고 있는 거 아냐! 아르바이트료를 받고 싶을 정도야. 그런데, 나도 참, 너한테 세뱃돈까지 줬으니."

꽤 귀여운 얼굴을 한 20살 정도의 여성이었지만 쇼트 보브의 헤어 스타일이 의외로 매니쉬해, 그 언발란스가 묘하게 매력적이었다.
이름은 사카타 미유키라고 한다. 유사쿠의 3살 연상의 누나였다.

2명은 한적한 주택자의 변두리에 있는 비교적 유명한 신사에 참배를 왔던 것이었다.
집은 여기서부터 전철로 3역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원래 유사쿠가 트레이닝을 겸해 자전거로 참배를 오려고 했었는데, 거기에 누나 미유키가 억지로 뒤에 탔던 것이었다.

"거기에다가 이 커피값도 도대체 누가 지불하...... 어이, 듣고 있어?"

미유키는 하나씩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언제부터인지 유사쿠는 창밖을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였다.
미유키는 그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보았다.
그러나 그 눈에 들어온 것은, 참배 인파에 말려든 평범한 승용차 1대 뿐이었다.
국산 대형 원 박스 타입의 차로, 뒤로 트렁크가 튀어나오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상당히 더러워진 그 차는, 나들이 옷을 입고 있는 여성들로 둘러쌓여, 묘하게 떠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운전석에는 여성이 앉아있었고, 그 옆의 조수석에는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타고 있었다.

미유키는 그만큼 관찰하고, 다시 유사쿠를 돌아보았다.
특별히 주목할 만한 차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을 말하려고 할 때 미유키는 어이가 없었다.

"뭐야, 유사쿠? 어디갔어!"

정신을 차렸을 때, 눈 앞에 있던 남동생이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였다.
미유키는 이유를 몰라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가게 밖으로 튀쳐나가서 차를 뒤쫓는 유사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찾는 것은 좋았지만, 뒤쫓을 타이밍은 지나 있었다.

"뭐야.....?"

미유키는 김이 빠진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고, 커피를 손에 든 채 남동생이 달려간 곳을 눈으로 쫓을 수 밖에 없었다.



한편 유사쿠는 이미 누나에 관한 것은 잊고 있었다.
누나의 제멋대로인 말에 짜증나서 차도쪽을 본 순간, 시야에 들어온 차..........

그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차의 운전석에 시선을 맞힌 순간, 과장이 아니라 유사쿠의 등골에 전기가 흘렀던 것이였다.
눈이 동그랗게 뜨여지며 한순간 보인 남자의 옆얼굴이 망막에 새겨졌다.

(아, 저것은......... 그 남자다!)

유사쿠의 기억에는 없었다. 본 적 없는 남자였는데도, 그런데도 남자의 옆 얼굴을 잠깐 본 것만으로도 유사쿠는 일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과 겹치듯이 머리속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유사쿠! 뒤쫓아라! 있는 곳을 밝혀내라!')

잠시동안 떠오른 그 명령은, 다음 순간 이미 사라지고, 어느새인가 유사쿠 자신의 의사로서 마음의 깊숙한 곳에 새겨졌다.

"안된다......... 가버린다.......... 놓친다."

작게 중얼거린 유사쿠는, 다음 순간 이미 가게를 뛰쳐나오고 있었다.

인파를 밀어젖히며 차의 행방을 눈으로 쫓았다.
그러자 차는 도로까지 흘러넘치는 참배객의 행렬을 간신히 빠져나가 주택가에서 더욱 안쪽으로 올라가는 오르막길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럭키! 이 앞은 확실히 갈림길이 없었어! 쿠로이와 선배의 집이다!"

유사쿠는 그것을 확인하자, 곧바로 좀 전의 커피숍으로 돌아와 두고 갔던 자전거에 올라탔다.
그리고 한눈 팔지 않고 쏜살같이 차를 뒤쫓기 시작했다.

"놓치지 않아......... 이번에야말로!"

차에 비해 아득하게 느린 속도의 자전거는, 금새 참배객들의 사이를 빠져나가 한산한 도로에 들어섰다.
그리고 마치 스프린트와 같은 기세로 그 완만한 비탈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나친 기세에 프레임이 삐걱거리고, 체인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무엇인가에 홀린 유사쿠는, 그런 자전거의 비명을 무시하고 계속 페달을 저었다.

(잡는다, 잡는다, 잡겠어, 너를!)

그러나...........

그것은 불과 10분 뒤였다.

"제에엔자아앙-!"

비탈길의 중간에서 웅크린 유사쿠의 입에서부터, 분노의 노성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 발밑에는 체인이 끊어진 자전거가 쓰러져 있었다.

가슴의 안쪽에서 유사쿠를 안달하는 소리가 점점 커지는데 중요한 추적의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유사쿠는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비탈길의 위쪽을 망연히 올려다볼 수 밖에 없었다.



*


약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시계 바늘이 12시를 가리킬 무렵, 그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방문을 알리는 차임이 집안에서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울려퍼졌다.

넓은 일본식 방에 자리잡은 거대한 탁자와 잘 꾸며진 고급 요리............

켄지는 만족스럽게 그것을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그 소리를 듣자 현관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야, 어서오십시오, 선생님. 금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현관의 문을 열면서, 켄지는 눈 앞의 남자에게 상냥히 미소짓고 새해 인사를 했다.

"아, 아무래도, 아니,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이쪽이야 말로 금년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시미즈 케이고는 여기에 올 때까지 인사말을 연습했었지만, 문을 열고 나온 켄지를 한 번 보자마자 뜻밖의 박력에 압도되어 준비했던 말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켄지에게는 상처 자국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고, 이전과 같이 상쾌한 인상이 풍기고 있었다.
게다가 지난달까지 느껴진 초조해하는 분위기가 사라져 지금은 확실히 스스로를 믿는 품격같은 것이 느껴졌던 것이었다.

"아, 그, 뭐랄까......... 상처는 완전히 나았군요."

케이고는 말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교사와 학생의 힘관계는 완전히 역전되어 있었다.

"네, 뭐, 소란 피울 정도의 상처가 아니었어요, 원래."

켄지는 케이고의 장황한 이야기에는 싫증나있었으므로, 말을 가볍게 끝내고 어깨 너머로 뒤를 보며 말했다.

"어서오십시오, 쿄오코 선생님. 오래간만입니다."

그 말에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던 쿄오코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그 얼굴은 마치 빈혈을 일으키는 것처럼 창백했다.
가슴에 안은 갓난아이를 부적인 것처럼 꼭 껴안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간신히 짜내는 듯한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쿄오코는 한순간도 켄지와 시선을 맞추지 않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쿄, 쿄오코! 왜 그래? 그렇게 기운없는 목소리를 내고."

사정을 모르는 케이고만은, 그런 쿄오코의 태도에 깜짝 놀라 말했다.

"아, 괜찮아요, 오랫만에 외출했더니 좀 지쳤을 뿐이에요."

쿄오코가 남편을 보며 그렇게 변명한 순간 갑자기 켄지가 손을 뻗어 가슴에 안고 있던 아기를 받아들었다.

"!"

순식간의 일로서, 쿄오코는 무엇도 할 수 없었다.

"우와- 사랑스러운 아기군요. 이름은 뭐라고 합니까?"

켄지는 그렇게 말하며 아이를 자신의 팔에 안아들었다.

"유키라고 합니다. 쿄오코를 꼭 닮았죠. 아, 그렇지만 이 눈매만은 저를 닮고 있어요."

케이고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켄지는 그런 케이고의 말에 작게 웃은 뒤 케이고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교오코 선생님이 지친 것 같으니까 빨리 들어오세요."

그리고 켄지는 유키를 안은 채로 집안에 들어갔다.

그 뒤를 허겁지겁 쫓아가는 케이고..........
그러나 한순간 돌아본 켄지의 시선과 그 입가에 떠오른 미소를 본 순간, 쿄오코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다.

(이, 이 남자는............. 이 악마는........ 무엇인가를 꾸미고 있다....... 아직도 나를 희롱하려고?)

쿄오코는 공포로 몸이 굳어졌지만, 유키를 두고 도망치지 않았다.
마치 사형대에 오르는 것 같은 발걸음으로, 쿄오코는 그 집안에 발을 내딛었던 것이었다.




"자, 어서 들어오세요. 공교롭게도 가정부들이 쉬는 바람에 전부 주문 음식이지만, 입맛에 맞았으면 좋겠네요."

켄지는 갓난아이를 가슴에 안은 채, 두 명을 거실로 사용하는 서양식 방에 안내했다.
30 다다미 정도 될 것 같이 넓은 방에 중후한 테이블이나 소파가 여유있게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권유받은 테이블에는 파티라도 있는 것처럼 상당한 양의 음식과 안주가 준비되어 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호화로운 대접에 케이고는 몹시 놀라고 있었다.

"쿄오코 선생님도 부디 이쪽에. 그리고.... 아기는 여기가 좋겠군요."

놀라운 것은 어느새 준비했는지 베이비 침대까지 준비되어 있는 것이였다.
켄지는 그 안에 갓난아기를 살그머니 내려놓았다.
우유를 마신 직후여선지,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완전히 켄지의 페이스였지만, 이렇게 되면 쿄오코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잔뜩 긴장한 채, 권유받은 의자에 앉았던 것이였다.

"선생님은 무엇을 마십니까? 일본술이 좋습니까? 양주도 있습니다만."

켄지는 익숙한 모습으로 2명의 급사역을 시작했고, 분위기에 압도된 케이고는 권유받는 대로 유리잔을 손에 들었다.

"그러면 다시.......... 올해도 잘 부탁합니다. 건배!"

그리고 켄지의 선창과 함께 각각의 유리잔을 부딪치며, 가볍게 울리는 소리가 방에 퍼졌다.
얼핏보면 부드러운 새해의 연회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고급 술의 취기때문에 곧바로 얼굴을 붉힌 케이고는, 지금까지의 긴장이 지나쳐 더듬던 말에서 갑자기 요설로 변했다.
게다가 그 내용은 명백한 아첨일색이어서, 듣고 있던 켄지 본인도 쓰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케이고의 모습이 이상해진 것은 마시기 시작한지 10분 밖에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목소리가 이상하게 변한다고 생각했을 때 의자에 기대고 있던 상체가 휘청거리더니, 마침내 머리를 뒤로 젖히고 그대로 잠들어 버렸던 것이었다.

그 급격한 취기는 어떻게 봐도 이상했다.

"아, 여보! 이, 일어나요!"

쿄오코는 당황해서 그 어깨를 흔들었지만, 이미 그 몸은 연체동물처럼 어떤 힘도 없었다.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쿄오코는 켄지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나 켄지는 이상하다는 얼굴로 케이고를 보면서 말했다.

"이상한데? 이렇게 곧바로 취해버리다니........"

"무슨 소리야! 술에 뭔가를 넣겠지!"

쿄오코의 대사에 켄지는 쓰게 웃었다.

"별로............ 다만, 조금 이상했어요. 왜냐하면, 사실 30분 정도 지난 다음에 의식을 잃어야 했으니까요."

켄지는 마치 송곳니를 드러내듯 쿄오코에게 웃어보였다.
그리고 쿄오코는 그런 켄지의 웃는 얼굴만으로도 그 때까지 힘껏 꾸며온 허세가 무너지고, 몸의 깊숙한 곳에서부터 얼어붙는 듯한 공포를 맛보고 있었다.

"쿄오코....... 후후후, 잠시 만나지 않던 동안에 말하는 법을 잊었었나? 나를 뭐라고 불렀었지? 생각해내서 다시 말해봐."

켄지는 뻔뻔스러울 정도로 여유있게, 결혼한 남편 앞에서 쿄오코에게 경칭을 생략하고 말했다.
쿄오코는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머리를 저었다.

"이제......... 그만둬요. 나는.......... 이제 놔주세요. 제발......"

"이런,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자신의 입장을 완전히 잊어버린 것 같네요. 생각나게 해줄까요? 비디오나 사진이라면 썩을 만큼 있으니까요. 선생님이 알몸으로 복도에 서있는 거라든지, 스스로의 항문을 넓히고 애원하던 거라든지............"

켄지의 그 말에, 쿄오코는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만둬! 전부 당신이 강제로 시킨 거잖아! 나는..... 이제 당신의 말을 듣지 않아!"

그것은 쿄오코의 피를 토하는 것 같은 절규였다.
그러나 켄지는, 의외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역시 대단하네요. 어머니는 강하다는 겁니까. 가련하네요. 거역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다시 봤어요."

켄지의 온화한 태도에 쿄오코는 당황함을 숨기지 못했지만, 긴장을 늦추지는 않았다.

"그럼 돌아가게 해주세요. 당신의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절대로 발설하지 않을테니까...... 그러니까 제발 우리 부부를 풀어주세요."

그 말에 켄지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별로 당신을 감금하거나 하지 않을테니까 안심해요. 남편이 눈을 뜨면 돌아가도 돼요. 다만, 그 전에 나의 상대가 되주세요. 아, 걱정마세요. 별로 당신을 강제로 어떻게 하려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선생님과 마주 앉아 식사를 하고 싶을 뿐이랍니다."

그렇게 말하며 켄지는 작게 웃었다.
그러나 쿄오코는 그런 켄지의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 뒤에 터무니없는 계획이 숨겨져 있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상쾌해보이는 얼굴 뒤에서 숨기지 못한 사악한 파동이, 몸전체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였다.

쿄오코는 압도된 것처럼 무의식중에 뒤로 물러섰지만, 다음 순간 그 다리는 멈췄다.
켄지가 천천히 움직여, 방금 전의 베이비 침대 안에 누워있는 아기를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괜찮겠죠? 어차피 남편은 잠들어있고. 마지막에 이런 자그마한 부탁 정도는 들어줘도."

켄지의 손끝은 천천히 유키의 목을 쓰다듬고 있었다.

"기다려요!"

무심코 소리를 높인 쿄오코에게 켄지는 이상하다는 듯이 눈썹을 올렸다.

"아, 그, 정말로, 식사만........ 같이하면........ 됩니까?"

"같이 해주시겠습니까?"

켄지는 아이를 응시하면서 물었다.

"아, 알았습니다."

쿄오코는 가슴에 손을 대고 빠르게 뛰는 심장을 가라앉히듯이 숨을 내쉰 뒤에 그렇게 대답했다.



"기다려요! 어디로....... 어디로 갑니까?"

밝은 복도의 안쪽을 향해 걸어가는 켄지를 뒤쫓으며, 쿄오코는 물었다.

"일본식 방으로 갑니다. 그곳에 맛있는 요리들이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기다려요. 그렇다면 남편이나 유키도........."

쿄오코가 당황해서 말하자, 켄지는 그 어깨 손을 얹었다.

"안돼요, 선생님. 지금부터의 식사는 어른의 시간입니다. 죄송합니다만 아이는 안됩니다. 거기다 남편은 조금도 움직일 수 없죠?"

쿄오코는 켄지가 그렇게 말하자, 더 이상 거역할 수 없었다.
이대로 식사를 끝내서, 더 이상 켄지의 기분을 거슬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2명은 훌륭한 일본 정원이 보이는 툇마루를 빠져나가 안쪽의 방에 도착했다.
켄지는 거기서 손뼉을 두 번 쳤다.
그러자 자동문처럼 미닫이문이 소리도 없이 열리고, 그 뒤에서 깨끗한 일본옷을 입은 한 명의 소녀가 조아리고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주인님. 식사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소녀는 이마를 다다미에 붙이듯이 고개를 숙인 뒤 켄지를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 소녀를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있던 쿄오코는, 켄지를 올려다 본 얼굴을 알아차리고 놀라움에 숨을 멈췄다.

"요우..........."

생각한 것은 입 밖으로 나오려다가 사라졌다.

(달라...... 요우코씨가 아냐. 닮은 사람이야. 고등학생 때 요우코씨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쿄오코는 그런 것을 생각하며 그 일본 옷의 소녀를 진지하게 응시하다가 다음 순간 중요한 일을 생각해냈다.

"당신.......... 혹시........."

그 얼굴 생김새, 그리고 방금 전에 들었던 목소리..... 그것은 지난달 전화로 이야기한 소녀를 연상케 하고 있었다.
이름은 확실히..........

"미키씨? 당신....... 미키씨가 아닙니까?"

쿄오코는 묻고 있었지만, 내심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녀의 반응은 예상을 배반하고 있었다.

"아니오. 다릅니다."

짧게 대답하고 소녀는 무릎꿇은 채 켄지를 올려다보았던 것이였다.
그 시선에는, 전화로 들었을 때같은 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겁먹은 작은 동물같은 비굴한 애원이 느껴지고 있었다.
켄지는 그런 소녀에게 살짝 시선을 주었을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쿄오코를 돌아보며 상냥하게 말했다.

"자, 선생님. 이쪽이에요. 조금 전의 요리와는 달리 이 요리들은 좀처럼 먹을 수 없는 맛있는 거에요."

그렇게 말하며 켄지는 쿄오코를 안쪽으로 이끌고 갔다.
20다다미 정도의 일본 식 방 중앙에는 옻나무의 중후하고 거대한 탁자가 자리잡고 있었다.
10명 정도는 한 번에 식사할 수 있을 것 같은 그 탁자에, 지금은 방에 앉을 때 등을 기대는 의자가 2개만 서로 마주보듯이 놓여져 있었다.
켄지는 당연하게 한 쪽에 있는 의자에 앉으며, 쿄오코를 맞은 편에 앉게 했다.
탁자위에는 이미 요리가 준비되어 있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연보라색의 거대한 천으로 씌워져 있어서 쿄오코로서는 무슨 요리인지 알 수 없었다.
단지 그 천의 높낮이로 보아서 상당한 양인 것은 상상할 수 있었다.
쿄오코는 흥미로운 듯이 그 천 안을 상상하고 있다가 문득 켄지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쿄오코의 등골에 오한이 덥쳤다.

무거운 욕망이 베여있는 끈적끈적한 시선.

그것은 이미 1년도 전에, 쿄오코가 처음으로 켄지의 함정에 빠진 상태에서 올려다 본 눈동자를 응시하던 시선과 완전히 같았다.

무심코 숨을 멈추고 켄지를 응시하는 쿄오코에게, 켄지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아니 쿄오코. 너와는 상당히 길게 사귀었다고 생각했었지만, 아직 서로를 잘 모르는 것 같아. 뭐, 오늘은 설날이고 '한 해의 계산은 설날에 한다.'라고 말하지? 식사를 하면서 나라고 하는 남자를 잘 알아 주었으면 해."

켄지는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었다.

"무엇을 할 생각이죠?"

쿄오코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 물었다.

"아무것도..... 식사라고 말했잖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알겠지? 무엇인가 하려고 했다면 조금 전 케이고가 있을 때 했어. 다만 1가지 해줘야 할 게 있어."

켄지는 사냥감에 덤벼드는 뱀과 같은 시선을 하고 말했다.
쿄오코는 침을 삼켰다.

"최저한의 식사 매너는 지켜줘. 마음에 안들면 먹지 않아도 좋지만, 실례인 행동은 하지마. 알겠어? 만약........ 그런 것도 지킬 수 없다면 잘자고 있는 케이고에게 비디오 테잎을 세배돈으로 줄지도 모르는 거야."

마지막에는 농담인 것처럼 윙크를 하는 켄지였지만, 그 시선은 진지했다.
그러나 쿄오코는 켄지의 그 이야기와 방금 전부터의 맥락으로 이 옷감아래에 있는 요리를 조금이나마 상상할 수 있었다.

(뭔가....... 기분나쁜 괴물 요리라도 준비했군요. 내가 혐오감으로 소란을 피우면, 그것을 핑계로 또 비디오를 꺼내 협박하려고 하려는게 틀림없군요.)

쿄오코는 그렇게 확신하고 작게 한숨을 토해냈다.
너무 치졸했다. 바보같이 유치한 그 의도에, 지금까지 자신이 켄지를 과대 평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심해졌던 것이었다.

"알았습니다. 상식적인 매너로 식사를 하겠습니다."

쿄오코는 조금 화난 것 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 대답을 들은 켄지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떠오른 것을 쿄오코는 깨닫지 못했다.

딱!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켄지는 팔을 위로 뻗어, 손가락을 튕겨 선명한 소리가 울려퍼지게 했다.
그러자 좀 전의 소녀가 곧바로 달려왔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켄지는 그러나 소녀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천을 향해 턱을 내밀었다.

"치워라."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소녀는 망설임없이 탁자위를 덮고 있던 천을 치워, 그 아래의 요리를 2명에게 보이도록 했다.

"오-, 맛있을 것 같네."

천 아래로 나타난 요리에 눈을 빛내며 응시하던 켄지는, 만족한 듯이 말했다.
쿄오코는 괴물 요리를 보는 것을 주저해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그러나 켄지의 말을 듣고, 간신히 눈 앞의 테이블에 시선을 움직였다.

그러나.............

그 요리를 본 순간 쿄오코의 눈은 얼어붙었다.

그곳에 올려져 있는 것..........

그것을 깨달았을 때, 쿄오코는 호흡마저 멈췄다.

그리고 몸 속에서 스며나오는 흔들림이 전신으로 퍼져, 그것이 정점에 도달했을 때, 쿄오코의 입에서부터 영혼이 부셔지는 것 같은 절규가 튀어나왔다.

"아니야아아아-! 요우코씨-!"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것은...... 전라의 요우코였다.


하얀 도자기와 같이 매끈매끈한 배 위에는 생선회나 맛있어보이는 요리가 놓여져 있었다.
양손은 몸의 겨드랑이를 따라 펴져있었고, 양 다리고 곧고 가지런히 피고 있었다.
그러나, 음부에는 성인 여성이라면 있어야할 음모가 깨끗이 깍여나가서 보지의 틈까지도 드러나 있었지만, 그것을 부끄러워하는 움직임은 없었다.
그리고 영혼이 없는 것처럼 멍한 눈동자는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헤헤헤! 어때, 쿄오코. 마음에 들었어? 특제 요리가. 내가 만든 거다."

켄지를 몸을 살짝 일이키고 쿄오코를 보며 조소했다.
그리고 위로 솟구친 요우코의 풍만한 유방을 비비고, 털없는 보지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던 것이였다.
그 난폭한 애무에 몸 전체를 노출시킨 채, 요우코는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은 완전히 켄지에게 바쳐진 불쌍한 제물처럼 보였다.

"싫어! 그만둬요! 멈추세요! 요우코씨에게 무슨 짓이에요!"

유일한 희망의 빛이 무너진 광경이 주는 절망감, 그리고 요우코는 말려들게 해버렸다는 죄책감........

쿄오코는 패닉을 일으키며 필사적으로 켄지의 손에 매달렸다.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 그만둬어-!"

그러나..........

뒤에서 뻗어온 손이 쿄오코의 양 팔을 잡고 강제적으로 켄지에게서 떼어놓았다.

"그만둬, 놔!"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쿄오코는 그렇게 말하며 뒤돌아 보았다.
그곳에는 슬픈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쿄오코의 양 팔을 붙잡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어째서............."

예상못한 전개에 쿄오코는 아연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쿄오코를 짖궂은 미소를 띄운 채 응시하던 켄지는,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선생님, 부탁했습니다. 매너를 지켜서 식사해달라고. 그것이 식사 매너입니까?"

부드럽고 상냥한 어조였다.
그러나 그 뒤에 숨어있는 압도적인 자신감이, 마음의 지주를 잃은 쿄오코에게는 공포였다.

"이제 앉아주세요. 천천히 식사를 즐깁시다."

다시 켄지의 말이 들렸다.
그리고 켄지의 눈이 응시해왔다.

단지 그것만으로 쿄오코는 참을 수 없었다.
마치 허리에서 힘이 빠진 것처럼, 쿄오코는 그대로 주저앉은 것이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몸의 떨림을 멈추지 못했다.
그런 쿄오코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켄지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헤헤헤, 선생님, 뭔가 오해하는 것 같군요. '요우코'는 혹시 이시다 선생님입니까? 실례예요. 우리 학교의 선생님과 이거는 틀립니다."

그렇게 말하며 켄지는 기쁜듯이 웃었다.

"크크크크..... 이거는요, 내가 최근 기르기 시작한 가축이랍니다. 조금 취향을 바꿔서 오늘은 접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평상시에는 나의 이동 변기입니다."

쿄오코는 빈혈로 쓰러질 것 같이 시퍼런 얼굴을 하고, 켄지의 말을 듣고 있었다.
켄지는 그런 쿄오코를 보며 기뻐서 어쩔 줄 모른다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왼손으로 요우코의 유두를 꽉 잡으면서 말했다.

"어때요? 잘 교육했죠? 후후후후, 어이! 이름을 말해라!"

켄지의 명령에 지금까지 텅빈 시선을 공중에 향하고 있던 요우코의 입이 천천히 움직였다.

"저는........ 쿠로이와 켄지님 전용의 고기변기 1호입니다, 주인님."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쿄오코의 눈에서부터 의지를 가진 생물처럼 눈물이 흘러내렸다.

(요우코씨....... 나, 나 때문에..... 이렇게!)

아름다움과 고상함을 겸비하고 있던 요우코가, 지금 끔찍하게 그 몸을 드러내며 예속의 말을 하고 있었다.
그 모든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쿄오코는 통곡을 억제할 수 없었다.

켄지는 그런 쿄오코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텅비는 것 같은 상쾌함을 맛보고 있었다.

(나에게 대항하는 것이 어떤 결과가 되는지 잘 알아둬. 후후후,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ps:후후, 오늘도 한 편 이상은 올리겠습니다. 내일까지 나머지를 전부
올리겠다고 약속한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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