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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판타지] 에리시아 전기 제12장 몰아치는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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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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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몰아치는 한파




「간웅 딘은 국정을 독점하고 황제를 무시한 채 명분 없는 전쟁을 반복하면서 국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강요하고 있다. 나 페드로·데·산체스 백작은 더이상 딘의 횡포를 간과하지 않고 실력으로 간신의 전횡을 배제할 것이다. 본디 우리들의 목표는 황제 폐하께 거역하는데 있지 않으며, 군주의 측근의 간사함을 제거하여 천하의 어려움을 정리하려 함이다」

~페드로·데·산체스 백작의 궐기문 중∼




 1225년 9월 8일 오규스트는 단신으로 급히 미드갈즈에 귀환했다.

「미카, 상황을 설명해라」

 오규스트는 여행복 차림 그대로 발할라성의 제일 서원(書院)으로 입실했다. 이미 실내에는 정부 요인들이 원탁을 둘러싸고 앉아있다가 오규스트가 들어오자 전원이 기립했다. 오규스트가 자리에 앉는 것을 기다려 미카에라가 입을 열었다.

「네, 먼저 세레네 반도의 페로니에서 시민 집회가 열렸습니다. 주최자는 쟌·페론 원로원 의원으로 처음에는 외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생각하는 온화한 성격이었지만, 페로니 주군의 페로니 주위가 개입하여 결과적으로 시민과 군의 충돌로 발전했습니다. 거기에 이 소란을 틈타 승상 각하께 비판적인 귀족들이 개입해 사태가 대규모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사리스의 지방정치의 구조를 보면, 주수가 한 주의 행정 전반을 담당하며 주위가 군사 전반을 담당한다. 그리고 주수 아래에 현령, 군령이 지방 행정을 행하고 또한 주위 아래에 현위, 군위가 치안 유지를 담당하고 있다. 이 시대엔 관료제는 아직도 제대로 갖추어져있지 않고 인재는 부족한 상태였다. 따라서 주내에 영지를 가지는 귀족들이 주수, 주위 등에 취임하는 케이스가 많았다.

 페론은 침략자인 카리하발을 미워했지만, 끊임없이 계속되는 전란에 더욱 격렬한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서로 다툼이 끊이지 않는 각국 정부를 비판하며 일찌기 선포된 사이아 선언의 즉각적인 실행을 요구하여 페로니에서 시민운동을 하고 있었다.

 한편, 주위 페로니 백작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자신의 관할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오규스트 비판이 오규스트의 노여움에 저촉되고 그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닌가. 날로 커지는 불안에 끝내 견딜 수 없게 된 그는 보신을 위해 강경 수단으로 나왔다.

「쳇……」

 오규스트가 작게 혀를 찬다.

「두번째로, 아카스에서는 올드 아카스에서 산체스 전 재상이 군사를 일으켰습니다. 아카스 구귀족 세력이 이에 찬동해 결집하고 있습니다」
「 아직 살아 있었나!」

 오규스트가 진지하게 놀란다.

 아카스 귀족들은, 카리하발과의 싸움을 승리로 이끈 것은 자신들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대해 정당한 은상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세번째로, 알사스·란은 약 1만의 군세를 국경 부근에 전개하고 있습니다」
「……」

 오규스트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를 전원이 숨을 죽여 응시했다. 조용해진 실내에 재깍재깍거리는 시계 초침소리가 울려 신경을 거슬렀다. 정확히 30회 초침이 울리자 오규스트는 눈을 떴다.

「우선, 오이겐은 쟌느, 그리고 틸과 함께 세리아로 향하도록」
「틸로즈 폐하를!」

 놀라움의 소리를 지른 사람은 통수부 통수총장 펠레스·드·커티스였다.

「그렇다, 황제 친정이다. 실제 지휘는 오이겐이 맡아라. 하지만 전투는 절대 금지한다」
「네~?」
「우리가 화려하게 내란을 치르면 기뻐하는 건 반란의 그림자에 숨어있는 알티갈드뿐이다. 놈들에게 개입의 구실을 주면 안된다」

 오규스트의 강한 어조에 제일군 사령관 막시밀리안·폰·오이겐 진군(鎭軍) 장군은 입을 다문채로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사리스 황제의 위광으로 소란을 가라앉히고 민중에게는 이쪽에 대화의 뜻이 있다는 것을 보여라. 한편 유력 귀족들에게는 자치 독립의 환상을 꿈꾸게 해라. 놈들은 주의도 이해도 절대 일치하고 있는 집단이 아니다. 내부에서 붕괴시켜라」
「넷」
「다음으로 알렉스. 너는 휘하 군단을 인솔해 셀메일 초원으로 향하라. 저 녀석들에게는 초원을 나와서 적극적으로 싸우려는 의지는 없다. 적이 다가오면 물러서고 물러서면 다가가면서 움직임을 견제하라. 그러면서 각 부족장들에게 서로 다른 정보를 흘려서 서로간의 단결에 쐐기를 박아라」

 오규스트는 오이겐과 알렉스 두 사람을 교대로 바라본다.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트라브존도 안정되지 못한 이 시기에 전선의 어느 쪽이라도 무너지면 사리스를 유지 할 수 없다」
「 「넷, 명심하겠습니다!」」

 제오군 사령관 알렉스·펠리페·데·오르테가 위무(威武) 장군이 무릎을 꿇었다.
 그 대답에 만족한 듯, 오규스트는 시선을 되돌려 의자에 깊숙이 고쳐 앉았다.

「최후는 산체스입니다만……」

 미카에라가 물어온다.

「산체스는 죽인다」

 오규스트가 즉각 대답했다.

「배반자는 죽인다, 입니까?」

 미카에라가 말한다.

「무능한 놈부터 배제해가는 것 뿐이다」

 그 때 후리오·데·스피노자가 한 걸음 앞으로 뛰쳐나온다.

「그 역할, 제발 저에게 명해 주십시오」
「주제넘게 나서지 마라 애송이. 역할의 중요함을 알 고 있는거냐?」

 펠레스가 강하게 받아친다.

「알고 있습니다. 현재 트라브존에 있는 우리 측 병력은 즉시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이 사면초가 상태에서 현재 미드갈즈에 있는 군단만으로 세레네, 셀메일, 아카스를 동시에 상대한다는 건 무리입니다. 그렇지만, 사방을 적에게 둘러싸여 있다고는 해도 적들이 긴밀하게 서로 제휴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거기서 세레네, 셀메일은 내부 분열을 일으키게 해서 급한 시간을 벌고, 그 사이에 가장 세력이 약한 아카스에 전력을 집중해 각개격파해야 합니다」

 오규스트는 고개를 숙인 후리오의 후두부를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시선은 미카에라를 향했다. 그 시선을 받은 미카에라는 그저 입술을 다물고 고개만 끄덕였다.

――너가 지혜를 준 것인가, 뭐 좋겠지……――

 오규스트는 찰나 눈을 감았다가

「알았다. 너에게 제이군을 준다. 훌륭히 산체스를 멸망시켜라. 분이 부사령관, 카스티요는 참모로서 참군해라」
「 「넷」」

 제이군 사령관 프랜시스·분 위북(威北) 장군과 참모장 달리·카스티요 위남(威南) 장군이 후리오의 뒤에서 무릎을 꿇어 복명했다.

「소원을 들어주신 것 감사합니다. 이 생명을 걸고 대임을 완수하겠습니다」
「좋아, 이 검을 주겠다」
「넷」

 오규스트는 엔젤릭 블레이드를 하사했다. 그리고 한번 더 미카에라를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눈동자가 불안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9월 14일, 알테부르그―

「그러나 그건 형님의 뜻에 어긋나는 일일 것이다」
「딘을 멸망 시키기위해서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입니다」
「하지만, 그를 위해 카리하발과 손을 잡는다는 건, 글쎄 어떨지......」
「고작해야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하」
「도구라……흐-음, 좋은 말이다」

 베렌홀스트는 빌헬름 1세의 남동생 레온하르트 대공과 함께 궁전내의 대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의 기본 전략은, 사리스의 전력을 각지에 분산시키고 오규스트 자신도 강력한 세력(카리하발)과 대치시킨다. 그 틈에 알티갈드군은 단번에 세리아와 미드갈즈를 공략해서 오규스트의 정치적 기반을 빼앗아 오규스트의 군세를 싸우지 않고 와해시킨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형님은 컬 대제의 혈족이란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계시지. 컬 대제를 야만의 도적이라고 폭언을 퍼붓는 녀석들과……, 아니아니, 역시 설득하기는 어려울 거야」

 베렌홀스트는 빌헬름 1 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빌헬름 1세는 스스로가 넓은 식견과 과감한 결단력을 가진 현군이다, 라고 본인이 굳게 믿고 있다. 그런만큼 독재라고 생각되는 것을 싫어하며 가신의 의견에 귀를 잘 기울였다. 그러나 그 멤버는 한정되어 있었고, 그 모두에게 베렌홀스트는 사전 교섭을 실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마무리로 빌헬름의 동생 레온하르트의 협력을 얻으려 하는 참이었다.

 베렌홀스트는 알현실 앞에서 위병에 제지당했다.

「갑작스러운 내방이 있어, 지금 알현중입니다」
「그래?」

 그 때 문이 열리고 뜻밖의 인물이 모습을 나타냈다.

「!」

 베렌홀스트는 눈을 의심했다. 지금 눈앞에 서있는 남자는 자신이 교묘하게 둘러친 책략에 의해 사방으로 적을 거느린 채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있어야 할 터였다.

「베렌홀스트 재상 각하, 오래간만입니다. 그 쪽은 실례이지만 레온하르트 대공 전하가 아니십니까?」
「그렇다. 하지만, 자네는 누구인가?」
「배안할 수 있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딘이라고 합니다」

 오규스트는 담담하게 고개를 숙였다.

「자네가 딘인가!」

 갑작스런 만남에 레온하르트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음「무엇을 꾀하고 있나」」

 베렌호르스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오규스트를 노려보았다.

「트라브존의 전황 보고를 드렸습니다. 여러 가지로 편의를 꾀해 주셨으니까요.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오규스트는 레온하르트에 예를 하고는 베렌홀스트의 옆을 통과하려 한다. 그 때 베렌홀스트에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아, 트라브존에서는 상당히 재미있는 물건를 보여주셨더군요. 그녀에게도 아무쪼록 안부 전해 주시길」
「!」

 베렌호르스트는 눈을 크게 뜨고 되돌아 본다. 그 시선을 등에 느끼면서, 오규스트는 뻔뻔스럽게 왕궁안을 걸어갔다.

「대체 어떤 신경을 하고 있는 건지, 여기를 어디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어떻게 생각하나 재상」

 레온하르트가 베렌홀스트의 옆에서 어이없이 말했다. 베렌홀스트는 그 소리에 깜짝 제정신을 차리고는 당황한 모습으로 알현실로 뛰어들어간다.

「폐하, 무슨 일입니까?」
「오! 베렌홀스트인가, 시간 잘 맞춰왔다. 이걸 보도록」

 빌헬름 1세는 옥새를 보였다.

「팔디어 왕위를 헌상한다고 한다. 정벌시에는 자신이 부관을 맡겠다고 하더군. 꽤 귀여운 곳도 있지 않은가」

 베렌홀스트의 눈이 한층 험해진다.

――바이펄 반도에서는 카리하발의 해적들이 약탈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고 들었다. 딘 놈, 귀찮은 일을 떠넘길 생각인가--

「……폐하, 그러나 딘의 말에 넘어가셔선 안됩니다. 조금만 더하면 사리스 본국이 손에 들어옵니다. 이렇게 큰 일을 앞에 두고 작은 일에 신경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계책? 사리스 본국? 카리하발이 대거 남하해서 바이펄 반도를 손에 넣으면 우리 왕국도 위험할 것이다」

 베렌호르스트는 차가운 땀으로 등을 적셨다. 자신이 독단으로 카리하발과의 동맹을 진행시키고 있던 일을 알면 왕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자신이 가장 우수하다고 믿고 있는 왕이다. 모든 일의 중심에 자신이 없으면 기분이 풀리지 않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해서는 안된다--

 베렌홀스트는 직감했다.

「우선 두드려야 하는 것은 카리하발이 아니겠나」
「……네」

 빌헬름 1세는 의기양양하게 말을 이었다.

「딘도 저런 계집아이 밑에서는 답답할 것이다. 짐의 그릇에 감복하고 있는 모습이었고. 의외로 간단하게 돌아설지도 몰라. 하하하」
「……」

 베렌호르스트는 재삼 오규스트를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역시 저 남자는 일찌감치 죽여 두어야 한다. 왕가를 위해서……――


 오규스트는 그대로 홀을 지나 정면 현관을 향해 유유히 걸어 갔다. 벌써 궁전 안은 오규스트의 소문이 퍼져 많은 사람들이 멀리 둘러싸서 오규스트를 보고 있었다.
 빌헬름 1세의 여동생 마르가레타 왕녀도 소문을 듣고 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저것이 딘인가?」
「하, 하, 하. 네, 그런 것 같네요」

 숨을 헐떡이며 시녀가 수긍한다.

「소문과는 많이 다르네. 좀 더 화려한 모습이라고 듣고 있었는데, 옷도 수수하잖아」
「음유시인의 가사는 대부분 과장된 것입니다」
「-우음, 뭔가 실망스럽다. 저 체격으로는 검솜씨도 별볼일 있을리 없고. 의외로, 눈도 전장에서 잃어버린거 아닐까?」
「저―, 저로서는」
「내가 확인해야지」
「공주님!」

 마르가레이타는 천진하게 웃고는 휙하고 군중에서 뛰쳐나와 오규스트의 앞으로 다가왔다.

「재상, 안녕하세요」
「승상입니다. 마르가레타 왕녀님」

 마르가레타는 '흥미진진'이라고 써져있는 눈을 오규스트에게 향한다. 거기에 오규스트는 궁정 작법에 준거해 예를 갖춘다.

「실례지만, 승상. 그 왼쪽 눈은 어머님에게 찔렸다고 하는 소문이 사실입니까?」

 오규스트는 가벼운 한숨을 쉰다.

「후-, 알티갈드의 왕녀라고 해도 여느 사람들과 다르지 않군요. 실로 흔해 빠진, 지루한 질문입니다」

 그 말을 남기고 오규스트는 출구로 향한다.
 오규스트의 태도에 마르가레타는 어안이 벙벙했다.

「저따위 실례를 하다니. 결국은 웨데리아의 시골출신입니다」
「그래……」

 시녀의 말에, 마르가레타는 멍하니 대답했다.




 ―세리아-

 옥좌에 앉아 있는 틸로즈의 앞에 부보를 가지고 쟌느, 오르테가가 무릎을 꿇는다.

「올레란의 가르시아가가 습격당했다고 합니다」
「뭐? 영부인이나 아이들은 무사한가?」

 오이겐의 보고에 틸로즈는 놀라움의 소리를 높였다. 그에 대해 오이겐은 가볍게 고개를 젓는다.

「도대체 갑자기 폭동이라니. 믿을수 없어」

 틸로즈는 가르시아의 가족과는 안면이 있었던 탓에 충격도 컸다.

「세레네 반도에서는 올레란가에 대한 동정이 강하고, 가르시아 장군의 행위를 미워하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쟌느가 차갑게 말한다.그 말과 태도에 틸로즈는 반발했다.

「어쩔 수 없었다고 하는 건가? 무저항 상태의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이 자랑할만한 일인가. 사리스인은 이미 명예를 잊어버린 건가?」
「우리가 움직인 것이, 그들을 자극했겠지요 」

 오이겐이 말한다.

「나의 책임이라는 것입니까?」
「아니요, 그런 뜻은 아닙니다 ……」
「우리라고 하기보다 규스님의 그림자를 두려워한 것일 겁니다. 우선 규스님의 명령도 있으므로, 우리가 과잉반응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입니다. 예정을 앞당겨서 다음 달 초에라도 각주의 대표를 모아, 그 때 사건의 해결을 꾀하는 것이 옳을 듯 합니다」

 기백에 밀린 오이겐 대신 쟌느가 해설을 계속했다.

「더 이상 희생자를 내는 것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사리스 황제의 명령입니다. 확실히 수행하세요」

 티르로즈는 명령을 강한 어조로 말하고는 일어섰다.

――언니 때에는, 상하가 일체가 되고 있었지만…… 나로서는 언니의 대신을 감당할 수 없다는 건가…… ――

 틸로즈는 즉위 직후부터 필요 이상으로 황제의 권위에 구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며, 그 때문에 오규스트의 부하들과의 사이에 사소한 충돌을 일으키는 일이 많았다. 그것은 오규스트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규스트에 안기고 있을 때, 갑자기 언니의 일이 떠올랐다.

――규스는 나의 가슴을, 팔을, 허벅지를, 입술을, 그리고 그곳을, 언니와 비교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 억누를 수 없는 질투심이 솟아 올랐다.
 그럴 때면 보다 격렬하게 오규스트를 요구했다. 하지만 뜨겁게 불타오르면 타오를수록, 언니에게 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행위의 뒤에 반드시 찾아오는 꺼림칙함과 허무함은 틸로즈의 애정을 어지럽혔다.

 한편 오규스트는 그 밖에도 여성들을 안고 있다. 점차 두 명의 사이에 도랑이 생기기 시작했고, 결정적이었던 것이 크리스티에게 아이가 탄생한 일이었다.

 애정으로 채워지지 않는 생각을 안은 틸로즈는, 여제로서 지금이야말로 영원한 라이벌이 된 언니를 초월하는 일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오규스트 등의 독단적인 행동에 엄격한 어조로 항의하고 의사결정에 참견했다. 오로지 고래의 관례에만 구애를 받아 황제의 권위를 과시하려 했다. 그 결과, 오규스트와의 도랑은 계속해서 깊어져 갔다.
 하지만 구국의 영웅인 언니를 뛰어넘는 일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다. 그러던 차에 이번 친정할 일이 생겼다. 천재일우의 찬스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틸로즈의 생각하는 대로 잘되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은 드디어 몰려 갔다.




 ―미드갈즈―

 미드갈즈로 돌아온 오규스트는 희대의 책략가로부터 성실하고 근면한 실무가로 옷을 갈아 입었다. 원정중에 쌓여 있던 서류뭉치를 척척 결재하고 다음 해의 예산을 편성하면서 근면하게 내정을 수행해 간다.
 겨울이 오자 관개, 가도 등의 공사현장이나 시장등을 순찰했다.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시찰했기 때문에 오규스트의 모습을 보고 당황해서는 뒷문을 통해서 현장으로 달려오는 현장 감독에 관한 우스개소리가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그 밖에도 규스 둑, 딘 다리, 오규스트 연못 등의 지명이 각지에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는 사실에서 당시 민중이 오규스트를 지지하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오규스트는 이 시찰 여행을 시작하기 전, 성로즈메리 대성당을 방문했다.
 이 때 대성당의 사교 파이나·데·로자스는 대기실에서 설교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파이나님, 손님입니다」

 동료 사제가 어깨를 두드리자 파이나는 입구를 보았다. 거기에는 오규스트가 웃는 얼굴로 서 있었다. 파이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한 손을 들어 다정하게 인사를 건넨다.
 파이나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실내안의 시선이 자신에게 모여 있는 것을 알았다.

――부자연스럽게 행동해선 안 돼. 그 날의 일은 아무도 모르니까……――

 마음의 동요를 필사적으로 숨기면서 오규스트에게 다가간다.

「바쁘신 중에 죄송합니다. 곧 시찰 여행을 떠날 생각인데, 그 일로 상담드릴게 좀 있어서요」
「네, 알았습니다. 그러면, 자, 이쪽으로」

 어쨌든 동료들로부터 멀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대성당 안쪽의 독실로 향했다. 파이나가 등을 펴고 똑바로 걷는 모습은 우아하고 보는 사람들에게 평온함을 준다. 그 등 뒤에서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굉장하네요, 파이나님. 승상으로부터 상담을 받다니」
「그렇네요」

 동경의 뜨거운 시선이 파이나의 등을 찌른다. 죄악감이 복받쳐 왔다. 파이나는 그 시선들로부터 피하려는 듯 독실로 도망쳐 들어갔다.
 실내는 좁고 접는 간이 의자와 책상이 있을 뿐의 검소한 방이다.

「무슨 용무입니까. 아……그만두세요」

 파이나가 물으면서 되돌아 본다. 하지만 그것보다 빨리 오규스트가 등에 달라붙는다.

「그렇게 맑은 모습으로 있으면, 그 날의 일이 전부 꿈인 것 같다」

 오규스트의 말에 파이나는 귀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오규스트는 파이나의 흰 목에 입술을 붙이고 감색의 로브 너머로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파이나는 몸을 비틀어, 오규스트의 팔을 풀려고 했다.

「이게 뭔지 알겠어? 그 벌레의 엑기스로 만들었지」
「아, 안돼……그건 안돼요」

 오규스트는 크림을 꺼냈다.
 파이나의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진다. 그 날의 악몽이 아련하게 되살아났던 것이다.

 오규스트는 애원하는 파이나를 무시하고 속옷 위에서부터 투명한 크림을 파이나의 비순에 발랐다. 팬티가 크림으로 흠뻑 젖고, 계속해서 손가락이 팬티의 가장자리로부터 침입해 들어온다.
 필사적으로 오규스트의 손을 밀어내지만 힘의 차이로 어쩔 도리가 없다. 차가운 크림이 고기주름에 스며들어 간다. 파이나의 신체가 후들후들 무너져 마루에 웅크리고 앉았다.
 오규스트는 로브를 걷어 올리고 팬티를 내렸다. 둥근 복숭아 같은 엉덩이가 눈앞에 드러나자 거기에 크림을 듬뿍 발라 간다. 손가락은 계속해서 여체의 구석구석을 스쳐가 항문까지 크림을 발랐다.

「아……지독해요……」

 과실이 무르익는 것처럼 살항아리가 끈적끈적 녹아 내리고 뜨거운 파동이 비부로부터 전신으로 퍼져 간다. 다시 쾌락에 넋을 잃어 버린다는 그 죄악감이 파이나를 부들부들 떨게 하고 그 눈동자로부터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런데도 파이나는 다부지게 이를 악물고 넘쳐 흐르는 달콤한 한숨을 참아낸다.

――져선 안돼……――

 쓸데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파이나는 성녀로서의 긍지를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했다.
 하지만 짓궂게도 그 인내가 오히려 여인의 관능을 북돋워 간다.

「어떻게 된거야?」

 오규스트가 조롱하는 듯이 말하며 클리토리스를 조금씩 자극한다.

「아앗!……우, 우우……」

 파이나의 몸이 움찔 경련한다.

 동료들이 있는 방에 들릴 정도로 큰소리로 외치고 싶다, 울부짖으며 아우성치고 싶다, 이 몸의 쑤심을 말하고 싶다. 그러나 최후의 이성이 그것을 억제했다. 하나 그 이성의 그림자로부터 다른 감정이 떠올라 온다.

 여체의 갈증.

 한번 더, 그곳을 깊숙히 가로질러주었으면 좋겠다. 엉망진창으로 난폭하게 당하고 싶다. 파이나는 무의식 중에 기대에 젖은 눈동자를 오규스트에게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오규스트는 파이나로부터 떨어졌다.

「아!?」
「계속을 원하면, 나의 여행에 동행해라」
「어째서?」
「지루한 밤의 성욕 처리용이다」
「어째서 나를?」
「그냥」

 오규스트는 그런 말을 남기고 떠나갔다. 혼자 남겨진 파이나는 분함과 패배감에 흐느껴 울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도 모르는 기대감에 위와 아래의 양쪽 입 모두에서 액체가 늘어 떨어졌다.


 결국 파이나는 오규스트와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교회에는 전후 부흥에 힘쓰는 민중을 직접 만나서 달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고했다.

「오, 앉아라」
「아!!」

 오규스트는 파이나의 엉덩이를 덥석 움켜쥐고 페니스 위로 이끌었다. 귀두가 비순 위를 매만지듯 앞뒤로 움직였다.

「왜 그래?」
「……」

 전회는 최음제로 인해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의 행위였다. 그러나 이번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오규스트에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파이나는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게 되버렸다.

「여기까지 와서 뭘 망설이나. 섹스는 에리스의 가르침에 반하는 건가?」
「아!!」

 오규스트는 파이나의 비순에 손가락을 침입시켜, 부드럽게 뒤섞었다. 동시에 다른 한편의 손으로는 가슴의 돌기를 주물렀다.

「나더러 말하라면, 자신의 기분에 정직해지지 못하는 쪽이 대단히 부자연스러워. 훗, 하지만 여기는 정직하군」

 빠끔히 열린 비순에서는 독특한 냄새를 발하는 점액이 눅진하게 늘어져 오규스트의 손가락을 따라왔다.

「아, 우~, 아! 으~, 응, 한번, 한번만 더 대답해 줘요. 어째서 나인가요?」
「내가 오딘에게 선택된 남자이고, 너는 에리스에게 사랑받는 여자니까. 아니, 그런건 억지 이론이다. 제일의 이유는, 네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오규스트는, 파이나의 턱을 잡아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런……」
「아니, 라고 생각하나?」

 오규스트는 파이나의 안경을 벗기고 눈동자를 응시한다.

「자신이 없는 건 아니지?」

 파이나는 갑자기 시선을 피해서 얼굴을 돌렸다.그 옆 얼굴을 오규스트는 핥았다.

――거짓말이 분명하다――

 파이나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오규스트의 말, 「내가 오딘에게 선택된 남자이고, 너는 에리스에게 사랑받는 여자」가 마음에 깊숙히 꽂히고, 「아름답다」는 말은 달콤하게 퍼져 간다.

――속으면 안 돼…… 그렇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이 좋은 기분은 에리스께서 주신 것……. 내가 빠져도 죄는 아닌 것일지도……――

 오규스트가 신을 증거로 삼은 것으로 파이나의 마음에 틈이 생기고 형편 좋은 자기 변호를 만들어 낸다.

「 이제 안 돼, 참을 수 없어」

 파이나는 힘겹게 띄우고 있던 허리를 천천히 가라앉혀 갔다.

「아, 아, 아!!!」

 깊숙히 파고 들어오는 페니스를 뜨겁게 익은 주름이 꽉 달라붙어 흡착한다. 그 순간, 파이나는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결합된 부분으로부터 애타게 기다린 쾌락이 온 몸의 신경을 뛰어 돌아다닌다.

「아앗! 아, 아, 아!」

――이 남자가 신이든, 마왕이든, 이젠 상관없어. 이 쾌감은 나만의 것――

「기분이 좋아요! 아, 아응, 우~, 아, 아 아!」

 파이나는 터지는 것처럼, 성스러운 얼굴로부터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짐승같은 허덕임을 연발한다. 그리고 허리를 열중해서 계속 흔들어 간다. 벌써 정확하게 쾌락을 만들어 내는 포인트를 기억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오규스트는 양손을 올려 파이나의 가슴을 주무르며 그 부드러운 감촉을 만끽한다. 그리고는 기합을 넣어 두세번 다이나믹하게 삽입했다.

「아핫, 아, 아아아!」

 그 청초한 입술은 이제 야무지지 못하게 벌어지고 가장자리에선 군침이 뚝뚝 흘러 떨어진다.

「아! 아! 아! 아아앗! 좀 더…좀 더 격렬하게 해줘요!! 찔러요!!」

 파이나는 순식간에 엑스터시에 달해서 의식을 잃어 갔다.

 정신을 차리자, 오규스트는 침대의 가장자리에 앉아 있고 절대신교의 고위 사제 안젤라가 페니스를 핥고 있었다.

「파이나, 일어 났나」

 오규스트는 히쭉 웃고 있다.
 역시 속았다, 순간 파이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때,

「당신의 그곳으론 만족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안젤라가 조롱하는 듯 말했다. 그녀는 오규스트에게서 파이나를 도발하도록 명받고 있었던 것이다.

――절대신교의 여자가, 나의 물건을 가로채려 하고 있다――

 파이나는 마음에 드는 브랜드 제품을 라이벌에 빼앗긴 것 같은 분한 생각이 복받쳐 왔다.
 그리고 안젤라를 밀어 젖히고는 오규스트의 페니스에 달라 붙었다. 서로 맏서는 종교 조직을 대표해서, 절대로 질 수 없다는 대항심에 불이 붙어 적극적인 행동을 취했다.

「우음……할짝··…·응응」

 따뜻한 입 안에서, 파이나는 긴 혀를 교묘하게 페니스에 감아 간다.

「뭐야∼, 물러나세요. 당신은 모순투성이의 신화 공부라도 하고 있으면 돼요」

 안젤라는 뺨을 부풀리고 파이나와 오규스트의 사이에 끼어 들어온다. 그리고 페니스의 뿌리 부분에 혀를 갖다 댄다.

「당신이야말로 방해야. 계속 호수에다 대고 빌기나 해요」

 두 명은 팔꿈치로 서로 밀어 내면서 한 개의 페니스를 둘러싼 경쟁을 계속한다. 결국은 페니스의 오른쪽을 파이나가, 왼쪽을 안벨라가 혀를 내밀어 봉사하는 형태가 된다. 이미 페니스는 두 명의 타액으로 흠뻑 젖어 버렸다.

 오규스트는 두 명의 머리카락을 만족스런 표정으로 어루만진 후에 손을 아래로 내려 두 명의 가슴을 동시에 비비며 두 명의 차이를 확인한다.

「가슴의 크기는 파이나의 승리군」

 파이나가 우쭐한 눈빛으로 안젤라에게 시선을 던진다.

「하지만 안젤라도 젖꼭지가 탄력있고 좋은 감촉이야」

 안젤라가 미소지었다.

 오규스트는 한 쌍의 혀에 의한 봉사를 실컷 즐긴 후, 두 미녀의 얼굴에 정액을 내뿜었다. 그리고 그녀들의 얼굴에 흘러내린 정액을 두 명에게 서로 핥게 했다. 그 아름다운 광경에 오규스트는 평소의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을 느꼈다.

 그 때, 밖에서 큰 소리가 났다.
 오규스트가 커텐을 열자 뜰에서 경호를 담당하고 있던 런이 수상한 인물을 쓰러뜨리는 모습이 보였다.

「북능류(北陵流)의 수준이 상당히 늘었군」

 오규스트가 런의 검사로서의 팔에 감탄한다.

「런·로라·벨이라, 그런 뻔한 가명을 사용한다라··…· 도대체 누구일까」

 그런 한편으로 런의 수수께끼에 쌓인 부분을 알아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갔다.

 침입자는 G.O.D의 암살 부대원이었다. 오규스트는 런에 포상을 주어 그 공적을 칭찬했다. 런은 이 숙소가 노출된 것을 마음에 걸려했지만 오규스트는 웃으면서 순찰 여행을 계속했다. 그리고 매일 밤 두 명의 성녀를 침대에서 겨루게 했다.

 파이나와 안젤라는 벌거벗은 채로 납죽 엎드려서 엉덩이를 오규스트에게 향한다. 두 사람 모두 전신의 피부를 희미하게 상기시킨 채 고개를 돌려 가는 어깨너머로 오규스트를 뒤돌아 보고 있다.
 활짝 드러난 두 아랫입술로부터는 벌써 애액이 듬뿍 넘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자신의 비순을 손가락으로 스스로 열어서 오규스트에게 잘 보이도록 허리를 높게 올렸다.

「저, 저에게, 빨리, 주세요……」
「아니, 저를 먼저, 이제, 참을 수 없어요……」

 두 여사제는 마치 창녀처럼 애원했다. 여행 중 오규스트와 매일밤 음미한 음탕한 행위가 두 명의 암컷으로서의 본능을 완전히 개화시켰다.

 두 명은 자신의 손가락으로 자위에 빠진다.

「파이나의 보지는 규스님의 물건입니다」
「안젤라의 보지를 사용해 주세요」

 살항아리 깊숙히 손가락의 뿌리까지 묻고는 격렬하게 왕복한다. 오규스트는 두 명에게 먼저 절정에 달하는 쪽을 사용한다고 명하고 있었다.

「후~!」
「응응응응―!!」

 두 명은 동시에 허덕였다. 아래를 향해 늘어선 네 개의 젖가슴이 완전히 같은 리듬으로 앞뒤로 흔들리고 있다.

「아, 아, 아, 아~ 응!」
「우훅, 우훅, 아아앗!」

 일순간 빨리, 안젤라가 도달했다.

「후~·!」

 오규스트는 애액으로 젖어 번들거리는 안젤라의 꽃잎을 배후로부터 한번에 관철했다.

「으흑……규스님, 저, 또, 가요,……이이! 느껴버려요!」
「……」

 파이나는 부러운 표정으로 손가락을 입에 물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1226년 2월 20일 흉보가 오규스트를 직격했다.

 아카스 전선에서는 해를 넘겨도 올드 아카스를 함락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반대로 원정군 내부에서 의견 대립이 격화하여 병사들의 사기가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사건이 일어난다. 총사령관 후리오가 참모장 카스티요를 벤 것이다.

 오규스트는 즉시 후리오를 귀환시켰다.

「대체 무슨 짓이냐! 카스티요는 너의 가신이 아니다. 제국의 중진이야!」

 쿵하고 펠레스가 책상을 두드렸다.

「그러나, 카스티요는 나의 명령에 반해서 많은 병사를 잃었습니다……」
「입 닥쳐라! 카스티요의 제지를 듣지 않고 산악 지대를 진군했다가 대패한 거 아닌가!」

 펠레스는 침을 날리면서 고함쳤다.

「그것도 카스티요가 제게 상세한 정보를 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군의를 경시하고 스피노자 가문 사람만으로 주위를 굳힌 결과라고 들었다」
「누가 그런……」



 1225년 12월 15일, 후리오는 올드아카스를 포위하고 있었다.

 낡은 성곽 도시인 올드 아카스는 우르 산맥의 능선의 첨단에 만들어진 도시로, 아카스의 오르테가 왕가가 오랜 세월 근거지로 하고 있었다. 산등성이에 위치해 있으므로 수비하기엔 대단히 견고한 도시였지만 규모가 작고, 물부족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또 수도가 생트아크로 옮겨지고 난 후에는 성벽도 보수되지 않고 노후함이 눈에 띄는 도시가 되었다.

 후리오는 통수부에 제출할 전황 보고서를 앞에 두고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진 것은 아니다. 커다란 실수를 범한 것도 아니다. 야전에서는 반란군을 격파했고, 올드 아카스의 외성도 거의 완벽하게 제압했다. 아카스의 난이 올드 아카스 밖으로 퍼져나가는 것도 막았다. 반란군에게 상당한 손해를 입혀서 정신적으로도 궁지에 몰아넣고 있었다. 그러나 올드 아카스의 성벽은 손상을 입으면서도 아직까지 건재했고, 단 한 명의 병사조차 그 안으로 침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후리오는 올드 아카스를 공격하다 지치고 있었다.

「연내에 한번 더 공격하고 싶다」

 어떻게 해서든지 연내에 구체적인 성과를 나타낼 필요가 있었다. 오규스트의 앞에서 그렇게 큰소리를 친 이상, 고전하고 있다고는 써 보낼 수 없었다.

 그러나 참모 카스티요는 냉정했다.

「이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격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재 우리는 반란군의 수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적의 힘은 곧 떨어집니다」

 후리오와 카스티요의 사이는 반드시 양호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카스티요는 크리스티파이며, 같은 아카스인임에도 미카에라를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게다가 후리오의 군세는 아카스 각 주군도 포함해서 일만에 달하고 있었다. 이 정도의 대군을 인솔한 경험이 없는 후리오로서는 당황하는 일뿐으로, 실무는 거의 카스티요가 해내고 있었다.

「루벨 부대로부터 보강 물자가 전해지지 않고 있다는 재촉이 있었습니다만, 어떻게 할까요?」
「어, 음」
「우선, 인접 부대로부터 일부를 나누어 주게 하겠습니다만, 좋겠습니까?」
「아, 그렇게 하도록」

 이런 회화가 매일 일어나고 있었다. 후리오는 자신의 경험 부족을 솔직하게 인정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점차 욕구불만이 싸여갔다.

 「후리오는 카스티요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고 주변에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민감하게 되어 있었다. 자연스럽게 카스티요를 멀리하고 달콤한 말만 하는 예스맨들을 주위에 모으게 된다. 그 중의 한 명이며 스피노자 가문의 원로인 피레스가 산악 지대를 돌아서 올드 아카스의 배후를 찌르는 작전을 제안했다.
 후리오는 기뻐하며 채용하려 했지만 카스티요와 분은 이것에 반대했다.

「우회군은 먼 거리를 돌아야 하는 만큼 고립되어 본대와의 제휴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지휘관으로는 그만한 인선이 필요합니다. 피레스로는... 더욱이 적 쪽이 우리보다 지리에 밝습니다.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이제 됐다, 너희들의 생각은 알고 있다」

 요즘 들어서는 카스티요가 자신을 방해하려 하고 있다, 라고까지 생각하고 있던 후리오는 독단으로 피레스를 출진시켰다. 하지만 도중에 매복해 있던 적에게 기습을 받아 대패하고 피레스는 전사했다.

 이 결과, 카스티요는 독단은 군율에 위반한다, 고 후리오를 비난했다. 긴 언쟁의 끝에 후리오는 검을 뽑았다.



「우회 작전은 실패했습니다만, 그건 운이 부족했던 것 뿐입니다. 작전의 방침 그 자체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서서히 후리오의 눈이 타오르고 호흡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카스티요의 배반만 없었다면」
「배반?」
「그렇습니다. 놈이 정보를 적에게 흘렸습니다」
「증거는 있나?」
「……산체스를 잡으면 알게 됩니다」
「그걸로는 지금 너의 정당화는 되지 않아」

 후리오 안에서 무엇인가가 끊어졌다.

「카스티요는 언제나 반대만 할 뿐, 부하들 앞에서 제게 창피만 주었습니다! 자기도 참모로서 어떤 성과도 올리지 못했던 주제에. 그래, 그 녀석은 저를 방해를 하고 있었습니다! 연하의 나를 질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찰싹!

 돌연, 미카에라가 후리오의 뺨을 때렸다. 하지만 후리오의 눈빛은 죽지 않고 한층 더 대들려고 한다. 거기에 반대쪽 손이 다시 올라간다. 미카에라는 계속해서 몇 번이나 후리오의 빰을 때렸지만, 손의 힘은 서서히 빠지고 그 눈동자로부터는 눈물이 흘러 나왔다.

 후리오는 우선 근신 처분을 받았다.

 미카에라와 둘만 남자 오규스트는 입을 열었다.

「나의 인선 실수였다. 분은 방어에 뛰어난 장군이고, 카스티요는 크리스의 심복이었지. 너를 좋아하지 않았을 거야. 실제로 후리오가 검을 뽑기 전에 너에 대해 야유를 했다고 한다. 나의 실수다」

 오규스트는 천정을 우러러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오, 사심으로 부하를 벤 것은 사실입니다. 거기에 그 작전 자체가 공을 서두른 나머지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실행한 것입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류후가 있었다면 이런 일은……」

 오규스트는 깊게 숨을 내쉬면서 한탄했다.




 상황은 급격하게 악화되어갔다. 아카스에서의 패전에 세레네 반도에서 되어가는 상황을 살피고 있던 귀족들이 다시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셀메일 초원에서는 알렉스의 공작이 실패했으며, 트라브존에서는 알티갈드파의 귀족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오규스트는 궁지에 처했다.

 그러나 진정한 위기는 가까운 곳에 숨어있었다.

 어느날 오규스트의 형 레이몬드가 방문했다.

「후리오가 실각했으니까, 그 후임으로는 나를 임명해라」
「아직 실각이라고 정해져 있지는 않아」
「애인의 동생에게만 신경쓰고 친 형은 소홀히 할 생각이냐?」
「그런 생각은 없어」

 두 명은 점차 흥분해간다.

「나에게도 교제가 있어, 그런데 이렇다 할 관직도 작위도 없어서는 이야기가 되지 않아!」
「알버트 형조차 작위는 없어. 우리들이 작위를 가진다는게 말이 돼!」
「그렇다면, 황궁 시종장에 앉혀라!」
「갑자기 그런 지위에 앉힐 수 있을리 없잖아!」
「나를 깔보는 거냐? 나의 그릇은 일국의 왕에도 부족하지 않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어……」
「그건 누구야?」
「누, 누구면 어떠냐」

 레이몬드는 당황하면서 시선을 피했다.

「어쨌든, 후임의 건, 생각해둬라」

 그렇게 말하고는 허둥지둥 퇴실했다. 형이 사라진 공간을 응시하면서 오규스트는 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토네를 부른다.

「레이 형을 감시해라」

 그렇게 짧게 명령했다.
 깊어지는 불안을 감추려고 술병에 손을 뻗었다. 그 때 가벼운 현기증이 오규스트를 덮친다. 술병이 손에서 미끄러져 마루에 떨어져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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