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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한 표? 뭘 알아야 투표하죠" 장애인 선거 정보 언제 개선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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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주미 기자] 4·7 재·보궐 선거가 높은 관심 속 끝난 가운데 장애인은 후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선거 공보, 수어 통역 등 정보 제공 수단을 개선해 장애인의 '실질적 참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애인의 정치에 관한 관심은 여느 유권자들 못지않다.
특히 대통령 선거의 투표율을 살펴보면 지난 2017년 치러진 제19대 대선에서 장애인 투표율은 84.1%로 나타났다.
전체 투표율 77.2%에 비해 7%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다.


문제는 지금의 선거 정보 제공 수단은 장애인이 투표하는 데 제대로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후보를 결정할 때 필요한 정보를 받지 못하면 합리적인 선택을 할 확률이 낮아진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같은 수준으로 후보자들의 관련 정보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 이유다.


◆ 충분하지 않은 '수어 통역'...'토론 후보자는 여럿, 통역사는 달랑 1명'


후보자들의 토론 내용을 전하는 '수어 통역'은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
청각장애인은 후보자 연설이나 토론회 등 선거 관련 방송을 이해하기 위해 수어와 자막이 필수다.
공직선거법상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하는 대담과 토론회는 자막과 수어 통역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


하지만 여러 명의 후보자가 나온 경우에도 통역사 한 명이 배치돼 후보들의 말을 제대로 분간할 수 없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29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이 단적인 사례다.
이날 방송에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서울시장(당시 국민의힘 후보자) 토론이 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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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양측 간 치열하게 공방이 오가는 토론의 특성상 여러 명의 통역사를 둬 청각장애인이 후보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100분 동안 수어통역사 한 명이 통역을 진행했다.
한 사람이 두 후보자의 말을 통역하면서 청각장애인은 토론 전체 과정을 충분히 인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장애인권단체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은 방송 다음 날 논평을 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단체는 "한 사람이 수어 통역을 하다 보니 양측의 공방이나 발언의 특성 등을 농인들이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며 "다수의 후보 이야기를 수어통역사 한 사람이 전달하는 것은 정보 접근을 제약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수어 통역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7년 대담이나 토론회의 경우 수어통역사를 2인 이상으로 한 화면에 배치하도록 하는 등 내용의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 점자형 선거공보 면수 제한...부족한 정보로 선택해야 하는 시각장애인


시각장애인 역시 선거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점자형 선거공보'에는 관련 정보가 충분히 담겨 있지 않아서다.
선거공보는 후보자의 경력, 정책, 소속 정당의 정강 등에 관한 내용이 게재돼 유권자의 선택을 돕는 수단이다.


현재 '점자형 선거공보'에는 책자형 선거공보(보통 선거공보) 면수 두 배 이내의 내용을 넣을 수 있다.
점자는 그 특성상 일반 활자보다 3배가 넘는 분량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의 분량이 필요하다.


특히 문자는 글자 크기를 줄이거나 편집할 수 있지만, 점자는 글자를 축소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결국 글자 크기 대신 정보량을 줄이게 된다.
후보자의 정보 일부만을 토대로 결정을 해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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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선거공보는 시각장애인의 선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온 바 있다.
헌법재판소(헌재)는 지난해 9월4일 점자형 선거공보 면수를 책자형 선거공보 면수 이내로 제한한 공직선거법은 합헌이라 판단했다.


헌재는 "면수를 제한하지 않으면 점자출판시설 등의 부족으로 현실적인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고, 국가가 과다한 비용을 부담하게 될 수 있음을 고려한 것"이라며 "점자형 선거공보에 핵심적인 내용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한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선거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재왕 우리나라 최초 시각장애인 변호사는 "헌재의 현실에는 장애인이 없다"며 해당 판결을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같은 해 12월4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 기고한 글에서 "다른 대안을 살피지 않고, 단지 현실적 어려움과 비용을 이유로 시각장애인을 차별하는 조항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점자형 선거공보의 면수 제한 때문에) 후보자나 정당들은 책자형 선거공보 내용에서 핵심어나 구호만 빼서 적거나, 복지 정책 위주로 점자 공보를 작성하고 있다"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공보가 시각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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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어려움에 장애인권단체는 이번에도 거리로 나와 '장애인의 완전한 참정권 보장'을 외쳤다.
4·7 재·보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2일, 장애인 참정권 확보를 위한 대응팀(한국피플퍼스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6개 단체)은 기자회견을 열고 "매 선거 시기 선관위에 장애인 참정권을 보장받기 위해 제도 개선을 요구 중이지만, 근본적인 개선에 대한 대책은 나오고 있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수연 법조공익모임 나우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과 UN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지 십수 년이 됐지만, 장애인 참정권은 늘 제자리"라며 "장애인도 시민으로 바라보되 다양성을 존중해, 국가는 장애인에게 제공하는 지원 유형과 정보 등도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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