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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장범식 숭실대 총장 "모든 수업이 학생참여 경험형 진행…3일 같은 3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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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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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과 같은 3년을 보냈다.
"

장범식 총장은 한국 최초의 근대 대학인 숭실대의 변화와 발전 그리고 성장을 견인했던 지난 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장 총장은 지난 20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숭실대가 ‘융합 인재’ 양성의 요람이 된 과정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2023학년도 개편 부서별 중점 과제’ 책자를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서 열정 그 이상의 애정이 묻어났다.


특히 숭실대 핵심 정책 과제의 큰 그림을 설명하고 세부적인 수치까지 열거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원고 하나 보지 않고 20~30분을 막힘 없이 설명하던 장 총장의 모습에는 숭실대의 내일에 관한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대학과 학문, 교육은 물론이고 경제와 사회, 국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안을 분석하는 모습에서는 시대를 읽어 내는 통찰력이 느껴졌다.


올해로 개교 127주년을 맞은 숭실대는 서울에 재건한 지 7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숭실대 역사에서 뜻깊은 해인 만큼 장 총장의 발걸음은 더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장 총장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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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취임한 지 만 3년이 됐다.
그동안 소회와 지난 3년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한 마디로 ‘3일 같은 3년’을 보냈다.
대학은 일반 기업보다 제도 하나를 만드는 데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짧게는 2~3년, 길게는 4년씩 걸리기도 한다.
지금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선진국으로서 모든 혜택을 누리며 자라온 이들이다.
일방적인 지휘 체계나 구시대적인 학교 시스템과는 맞지 않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에게 맞는 교육 과정을 만들기 위해 대대적으로 혁신하다 보니, 늘 시간이 없고 바빴다.


-교육 과정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고 했는데, 어떤 점이 바뀌었나.

▲우선 교양 과정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2023년 입학자부터 개편된 교양 과정을 적용받는데, 3개의 소영역(창의력·품격·디지털 테크놀로지) 아래 9개의 교과목군, 그 아래 27개 세부 과목이 있다.
세부 과목은 수준별로 나뉘어 학생이 스스로 자기 수준에 맞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다른 특징은 모든 수업이 ‘인게이지드 러닝’(학생 참여 경험형 수업)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인게이지드 러닝 방식에선 모든 학생이 토론을 통해 과제를 검토하고 수업 막바지에 본인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해 제출한다.
학점 방식도 모든 과목이 절대 평가제로 정해진 기준에 충족하면 누구나 A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의 ‘무전공 확대’로 각 대학이 무전공 선발 인원을 늘리고 있는데, 숭실대의 경우는 어떤가.

▲숭실대는 이미 ‘다전공 이수제’라는 교육부의 무전공 선발과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학생 전공 선택권을 폭넓게 보장해주기 위한 취지도 무전공 제도와 비슷하다.
우선 본인 전공과 적성이 일치하는 학생은 기본 66학점을 취득한 후 심화 전공을 통해 추가 6학점까지 총 72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만약 본인 전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복수 전공, 부전공, 마이크로 디그리(소전공)를 통해 한 학생당 최대 4개 전공까지 이수할 수 있다.
지난해 이러한 교육 과정을 만들기 위한 준비 작업을 마쳤고 올해 신입생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또 올해는 다전공 이수제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숭실대에 있는 69개 모든 전공을 대상으로 교과 과정을 개편한다.
이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혀 다른 분야를 주전공, 복수전공 및 부전공으로 선택하는 학생들을 위해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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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는 대표적인 기독교 대학으로 유명하다.
채플 방식의 변화는 없었는지.

▲대부분 기독교 대학은 집합 예배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소그룹 예배’를 통해 변화를 모색한 지 올해로 만 4년째가 됐다.
소그룹 예배에서는 8명 정도의 학생이 둘러앉고, 그 중앙에 좌장인 목사가 앉는다.
이런 구도에서 학생들은 좌장인 목사의 일방적인 훈계를 듣는 것이 아닌 스스로 1년간의 계획을 세우고 정해진 주제에 따라 이슈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연습을 한다.
시행 첫해인 3년 전에는 자원자 37명을 대상으로만 시행됐지만 점차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부터 LG유플러스와 채용 연계를 맺은 ‘정보보호학과’ 신입생이 들어오는데, 지원자 현황과 반응은 어떤 편인가.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은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지원했다.
시대적 과제인 취업과 직결된다는 점이 올해 입시에서 수험생과 학부모의 주목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모집 첫해에 전국 취업 조건형 계약학과 가운데 경쟁률 3위를 기록했다는 점도 놀랍다.


채용 연계형 학과 신설은 우리 대학으로서는 큰 영광이며 막대한 책무를 느끼고 있다.
이들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밀리지 않을 인재로 육성할 계획이다.
시스템 보안, 네트워크 보안, 인공지능 보안 등의 기초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국제 해킹대회, 산학 프로젝트, 전문가 멘토링 등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무 특성화 교육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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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는 국내 유일 이산 대학이기도 하다.
숭실대가 추구하는 통일 교육의 방향과 비전은.

▲우리는 이산(離散) 대학인 만큼 통일 교육에 관심이 많다.
그간 통일 연구는 정치, 행정, 외교 분야에 집중된 경향이 있는데, 숭실대는 모든 학문 영역에서 북한과 관련된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사회복지학과는 남북한 가족 문화의 차이를, 금융학과에서는 김정은 체제에서의 북한 금융 시스템을 연구하는 식이다.
각 분야 교수들에게 북한 관련 연구를 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미래에 통일이 됐을 때 어떤 식으로 남북한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도 끊임없이 하고 있다.
2014년 숭실대가 국내 최초로 ‘한반도 통일과 평화’라는 과목을 개발했는데, 지금은 이에 더해 관련 교재와 유튜브 영상까지 개발하고 있다.
타 대학에도 전수 중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학생들에게 매 학기 경북 문경에 있는 통일 연수원에서 교육과 훈련을 받을 기회를 제공한다.
학생들은 그곳에서 강의와 토론을 하고, 마지막엔 통일 전망대를 거쳐 귀환한다.


-국내 대학이 ‘학령 인구 감소’와 ‘대학 재정 감소’라는 어려움에 부딪혔다.
숭실대는 어떤 해법을 준비하고 있는지.

▲사실상 대학의 등록금이 동결된 지 15년째다.
사립대학들은 최대 2조원 이상의 재정 손실을 보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교수들의 월급이 본인이 배출한 제자보다 낮은 상황도 발생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숭실대는 훌륭한 교수를 모시고 좋은 시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 없이는 해결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OECD 국가 평균 대학 교육 투자비는 1인당 1만8105달러인데, 한국은 1만2225달러에 불과하다.
궁극적으로 대학은 ‘돈 문제’에서 자유로워야 발전을 꾀할 수 있다.
대학의 발전은 곧 국가의 발전이다.
대학총장협의회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통해 대학의 재정난, 교육인프라에 대한 재투자의 어려움을 지속해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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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에서 재건 70주년을 맞았다.
기획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숭실의 존립과 태생을 조망하는 뜻깊은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우선 기독교적 관점에서는 숭실대의 기독교 박물관을 세계적인 워싱턴 뮤지엄처럼, 전시회처럼 꾸밀 생각을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부총장들을 중심으로 여러 태스크포스(TF)도 구성됐다.


진리와 봉사라는 정신 측면에서 본다면 장애인, 다문화 가정, 탈북 학생 등 한국 사회에서 소외된 그룹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한국이 건강한 사회가 되려면 이들이 인종과 국적에 관계없이 대학 과정을 무사히 수료해 유익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 대학이 먼저 이들에게 관심을 갖다 보면 서울 시내, 나아가 전국 대학도 문제에 공감할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 사회가 그린, 핑크빛 경제 발전 속에서 간과하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담=류정민 사회부장

정리=이서희 기자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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