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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STAR⑤] 종주국 자존심을 발끝에 담아… ‘혜성’ 박태준이 수놓을 금빛 발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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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이 지난달 26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D-30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은 올림픽 태권도에서 참가국 중 가장 많은 통산 12개의 금메달(은3·동7)을 챙겨왔다.
종주국 타이틀과 함께 드높여온 ‘태권도 강국’의 위상, 하지만 사상 첫 ‘노 골드’ 수모를 겪은 2020 도쿄 대회에서 그간의 자존심은 쓸쓸히 무너졌다.

파리 올림픽을 앞둔 태권도 대표팀에 비장함이 감도는 이유다.
끊긴 금맥 캐기로 명예회복에 나선다.
2004년생의 젊은 나이로 ‘에이스’ 칭호를 받아든 경량급 간판 박태준(경희대)이 선봉에 선다.
누구보다 어깨가 무겁지만, 빠르게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그의 발끝이라면 무서울 건 없다.

◆혜성에서 정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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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이 2022년 10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 월드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58㎏급 우승을 차지한 후 태극기를 들고 세리머니하고 있다.
사진=세계태권도연맹

그가 세계 무대에 발을 들인 건 한성고 3학년이었던 2022년, 불과 2년 전이었다.
뜻하지 않은 기회가 시작이었다.
세계태권도연맹(WT)이 랭킹 71위 이하 선수를 대상으로 신설한 월드그랑프리 챌린지 대회였다.

당초 출전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71위 이하 국가당 체급별 4순위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 행운이 따랐다.
대회가 그해 6월 한국 무주에서 열린 가운데, 주최국에 특별 티켓이 한 장 더 주어진 것. 대한태권도협회는 추천선수로 전도유망한 그를 택했다.

58kg급 우승이라는 최고의 결실로 천재일우의 기회를 살렸다.
물꼬가 트이자 성과가 줄을 이었다.
같은 달 열린 춘천 아시아선수권 54kg급에서도 16강부터 단 한 라운드도 잃지 않는 파죽지세로 금메달을 챙겼다.

큰 무대에서도 선전이 이어졌다.
그해 10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WT 월드그랑프리 시리즈 3차 대회 58㎏급에서 빚은 깜짝 우승이 신호탄이었다.
앞선 월드그랑프리 챌린지 우승으로 챙긴 특별 티켓과 함께 ‘초청 선수’ 신분으로 임한 대회에서 상상 이상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2020 도쿄 올림픽 금·은메달리스트인 비토 델라킬라(이탈리아), 하메드 칼릴 젠두비(튀니지) 포함 톱 랭커를 모조리 잡아내는 이변으로 우승에 닿았다.
랭킹 10위권 진입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발자취는 지난해 6월 아제르바이젠 바쿠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으로 넘어갔다.
생애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곧바로 54㎏급 우승을 일궈 대회 남자부 최우수선수(MVP) 영광까지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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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이 2023년 6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54㎏급 우승을 차지한 후,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세계태권도연맹 제공

◆육전칠기

얼마 전만 해도 랭킹포인트가 전무했던 박태준은 가파른 상승로 단숨에 58㎏급 올림픽 랭킹 5위까지 올라섰다.
멀게만 보였던 파리가 어느새 눈앞까지 다가온 것.

최종 관문이 남아있었다.
동 체급 국내 최강자인 선배 장준(3위)과의 대표 선발전이었다.
한 체급에 두 명을 보낼 수 없는 올림픽 태권도 제한 규정으로 인해 마련된 외나무다리 승부였다.

장준은 2019년 맨체스터 세계선수권 금메달, 2020 도쿄 올림픽 동메달,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에 빛나는 간판스타였다.
상대전적에서도 6전 전승으로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장준의 승리 확률이 높게 점쳐졌다.

대이변이 펼쳐졌다.
3판2선승제로 진행된 선발전에서 박태준은 1∼2차전 모두 라운드스코어 2-1로 잡아냈다.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상대를 가장 중요한 전장에서 꺾은 것. 주 사용 발인 오른발을 뒤가 아닌 앞에 두는 과감한 변칙 전술로 꿈에 그리던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쥐었다.

◆포스트 이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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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대표 박태준이 지난 6월 25일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름세 그대로 파리로 향한다.
태권도 대표팀의 이창건 감독도 박태준을 한국의 금메달 1순위로 꼽는다.
사령탑은 “유럽 선수들보다 체구나 파워는 부족하지만, 순발력이나 스피드 그리고 다양한 발차기를 가진 장점이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포스트 이대훈’을 향한 동기부여도 강력하다.
이대훈은 아시안게임 최초 3연패와 올림픽 은·동메달을 목에 건 레전드다.
그를 따라 한성고로 진학했던 ‘후배’ 박태준은 “(이)대훈이 형이 도쿄에서 풀지 못한 금메달 한을 풀겠다”는 의지로 가득 찼다.


남자부 전체로 확대해도 책임감은 무거워진다.
2008 베이징 대회의 손태진(68㎏), 차동민(+80㎏)을 끝으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결승 진출로 한정해도 2012 런던 대회의 이대훈(58㎏)이 마지막이다.

박태준은 “처음 출전하는 올림픽이다.
겁 없이, 준비한 걸 다 펼쳐서 파리 포디움(시상대)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게 하겠다”는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서건우, 이다빈, 김유진과 함께 태극마크를 짊어진 그는 첫 주자의 부담감을 안고 나선다.
남자 58㎏급 경기가 종목 1일 차인 8월 7일(현지시간)에 열리기 때문. 그는 “첫 스타트를 잘 끊어야 형, 누나들도 잘할 수 있다고 들었다.
금메달을 꼭 따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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