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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심보다 많은 커터, 그리고 터널링' 데이터가 말하는 류현진의 위대함[S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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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슈어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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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선발투수 류현진. 텍사스 | USA투데이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구속이 전부는 아니다.
토론토 에이스 류현진(34)이 늘 이를 증명한다.
패스트볼 구속이 90마일 초반대에서 형성되도 정확하고 다양하게 던지면서 마운드를 굳건히 지킨다.

기록만 봐도 그렇다.
류현진은 2018년부터 지금까지 빅리그 선발투수 평균자책점 부문 2위(2.28)에 자리하고 있다.
1위 제이콥 디그롬(2.06)과 3위 저스틴 벌랜더(2.56), 4위 게릿 콜(2.66) 모두 100마일을 던지는 우완 파이어볼러지만 류현진은 정교함을 앞세워 특급 투수 대열에 합류했다.
호투 비결은 앞서 말한 것처럼 다양함과 정확성이다.
메이저리그(ML) 최첨단 장비인 스탯캐스트가 이를 고스란히 펼쳐보인다.
ML 공식 트래킹데이터 웹페이지 베이스볼서반트는 숫자와 그래픽을 통해 투수의 특징을 설명한다.
투수의 구종 배합은 물론 구종별 로케이션과 회전수, 그리고 구종에 따른 팔 높이까지 많은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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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류현진이 구사한 다섯가지 구종과 구사율. | 베이스볼서반트 캡처.


사진은 올해 류현진의 구종 배합과 로케이션이다.
흥미롭게도 올해 류현진이 가장 많이 구사한 구종은 포심패스트볼(포심)이 아닌 컷패스트볼(커터)이다.
커터 비중이 31.4%로 25.3%인 포심보다 높다.
류현진을 상징하는 세컨더리 피치인 체인지업은 30.7%로 두 번째에 자리했다.

커터가 낯선 구종은 아니다.
류현진 두 번째 진화의 중심에는 커터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깨 수술 후 재활 과정에서 무빙 패스트볼의 필요성을 느꼈던 류현진은 2017년부터 커터를 구사했다.
그리고 이듬해부터 빅리그 최고 선발투수 중 한 명으로 올라섰다.
커터를 앞세워 땅볼을 유도해 투구수를 절약하고 있다.
하지만 커터가 첫 번째 구종이었던 적은 없었다.
늘 가장 많이 구사한 구종은 포심이었다.
포심 비율이 2020년 34.7%, 2019년 40.6%, 2018년 37.0%로 1위에 자리했다.
그런데 올해는 커터가 메인 구종이 됐다.
덧붙여 커터도 구속의 변화를 준다.
올해 류현진이 기록한 커터 최고 구속은 89마일, 커터 평균구속은 85.5마일이다.
커터를 통해 보다 효율적인 투수가 됐다.
실제로 지금까지 3경기에서 류현진의 땅볼 유도 비율은 59.9%로 커리어 하이다.
지난해에도 51.1%로 빅리그 입단 후 가장 높은 땅볼 유도 비율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커터의 비중을 더 높여 더 많은 땅볼을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구종 몇가지가 빼어나다고 활약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선발투수라면 다양한 구종으로 타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구종이 타자에게 간파당하면 역으로 당한다.
그래서 터널링이 중요하다.
다음 사진은 올해 류현진이 던진 모든 공의 릴리스포인트(타자 시점)다.
하늘색이 커브, 적색이 포심, 황토색이 커터, 녹색이 체인지업이다.
노란색은 싱커인데 스탯캐스트 시스템이 커터 혹은 포심을 싱커로 잘못 계산했을 가능성이 높다.
류현진은 단 한 번도 싱커를 던진다고 밝힌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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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시점에서 본 올해 류현진 구종별 릴리스 포인트. | 베이스볼서반트 캡처


주목할 부분은 포심과 커터, 그리고 체인지업이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체인지업의 경우 유난히 낮은 높이에서 구사될 때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포심과 커터는 같은 높이로 릴리스포인트가 형성되고 있다.
체인지업까지 동일한 높이에서 구사될 때 타자 입장에서는 세 가지 구종을 분간할 방법이 없다.
0.2초에서 0.4초 내에 구종과 로케이션을 판단하고 스윙해야 하는데 저렇게 같은 높이에서 세 가지 다른 구종이 날아오면 답을 찾기 힘들다.

우타자 기준으로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바깥쪽으로 흘러나가고 포심은 직선으로, 그리고 커터는 몸쪽으로 꺾여 들어오다가 가라앉는다.
자료만 봐도 이렇게 난해한데 타석에 선 타자 입장에서는 머리가 터질 수밖에 없다.
토론토 찰리 몬토요 감독이 “양키스에 콜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류현진이 있다.
그는 다양한 구종을 활용해 타자들의 밸런스를 계속 무너뜨린다.
벤치에서 지켜보는 우리도 그가 다음 공으로 무엇을 던질지 알 수 없었다”고 혀를 내두른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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