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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에 씌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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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만주계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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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음슴체. 

길치인 건 맞는데 그날은 진짜 이상했다. 

아주 오래전. 
경기도 전방 친구가 휴가 왔다. 
녀석은 탈영하고 싶다며
쫄병의 서러움을 토해냈다. 

맨날 두들겨 맞는다는 그 넘이 불쌍해서 
복귀하는데 따라나섰다. 
배웅을 부대까지 해 주러 간 거다. 

20대 초반 집 보다 친구가 좋을때라
우리는 히히덕 거리며 
3시간 넘게 차를 갈아 탔다. 

울집-수원-의정부-연천을 
버스 전철로 가면 된다. 

부대 앞에서 녀석은 아쉽고 
슬프고 죽기 보다 싫은 표정으로
자대 정문으로 빠이빠이 하고 들어갔다. 

그때가 오후 3시쯤. 
아이고. 참. 인자 집에 가야지. 

첨부터 어리바리 버스를 거꾸로 탔다. 
ㅠㅠ
염병. 

다시 반대로 타고 부대 앞에서 
의정부 가는 버스를 탔다. 

피곤했는지 전철에서 자다가
구로에서 갈아타지 못하고
깨어 보니 동인천. 

나는 도대체 왜이런:;;
벌써 저녁이 넘었다. 

수원으로 와서 집까지 버스 택시를
갈아타니 자정이다.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하고
혼자 허허허 웃었다. 

그리고 2년 뒤
나는 그 친구가 제대한
그 부대로 배정 받았다. 
ㅆ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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