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천우희 인터뷰 팍팍한 청춘 소희役 가장 불안한 20대 헌책방·LP판 아날로그 감성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천우희의 말간 얼굴이 새롭다. 멋이 중허냐고 물으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그가 이번에는 일상적 공간 속 청춘의 얼굴을 그린다. 말하고 웃을 때, 하늘을 응시하거나 사색에 잠길 때. 시시각각 변화하는 감정이 정적인 미장센을 화려하게 색칠한다. 어마어마한 에너지로 화면을 장악하는 그가 이번에는 잔잔한 멜로에서 새로운 옷을 입었다.
천우희는 23일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감독 조진모)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는 우연히 편지를 주고받으며 비 오는 12월 31일 만나자는 약속을 한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멜로. '메이킹 패밀리', '수상한 고객들'을 연출한 조진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써니’로(2011)로 눈도장을 찍은 천우희는 ‘한공주’(2014), ‘곡성(2016), ’우상‘(2019) 등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무거운 역할을 많이 하다 보니 갈증이 있었다. 현실적 갈증이었는데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 해소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나이 들수록 청춘물과 멀어질까 아쉬웠다. 최대한 할 수 있을 만큼 청춘물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천우희는 “지금까지 보여드리지 못했던 차분하고 생기있는 모습을 처음 봤다. 감독님께서 계속 ‘예쁘게 찍어드리겠다’라고 하셨다. 예쁘고 맑게 나온 거 같아 만족한다”며 “청춘 드라마에 어울리도록 예쁜 모습으로 나오길 바랐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캐릭터를 완성해갔다”고 말했다.
2003년 배경에 맞춰 당시 의상을 입을 수 있어 즐거웠다는 천우희는 “피팅 테스트 할 때 재미있었다. 당시 유행하는 옷을 가져와 주셨는데 좋았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모습이길 바란다고 의견을 냈다. 소희는 생활력 강하고 씩씩하다. 헌책방에서 일하기 좋도록 품이 넉넉하고 행동하기 편한 옷을 입었다”고 전했다.
극 중 천우희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잃어가던 소희를 연기한다. 무미건조한 하루를 살아가던 중 꿈도 목표도 없이 삼수 생활을 이어가던 영호와 편지로 알아가고, 서로의 시간에 스며든다.
청춘의 얼굴을 연기한 천우희는 “인물마다 표현하는 청춘이 다른데 그래서 각각 공감됐다. 꿈이 없어서 불안해하고,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막연하게 꿈이 없지만,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청춘 등 다양한 얼굴이 그려진다. 가장 찬란한 것 같지만 가장 불안했던 20대라는 표현에 공감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천우희는 자신의 20대를 복기했다. “20대 초반에는 목표가 없었다. 그래서 조급하기도, 불안하지도 않았다. 막연하게 무언가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영호에 가까웠던 거 같다. 뭘 잘하는지도 모르겠고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10대 때와는 다른 자유가 주어지는데 어떻게 만끽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

소희와 영호는 편지로 서로의 존재를 알아가며 이해한다. 천우희는 “처음에는 소희가 언니를 위해 편지를 썼다고 바라봤고, 이후 편지로 크게 위로받고 활력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지친 일상에 편지가 위로되고 단비처럼 느껴졌다. 관계가 없고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글을 통해 위안을 얻기도 하는 것처럼 영호도 그럴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팬들이 보내준 편지에서 위로를 받는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뿐인데 누군가가 저를 좋아해 준다니 큰 기쁨이다. 본인들의 이야기를 써주실 때가 있다. 제 연기를 통해 위안받고 공감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제가 더 위로받는다. ”
영호로부터 편지를 받고 감정선을 이어가는 연기가 어렵지는 않았을까. 천우희는 “막막했지만, 첫 시도가 흥미로웠다. 오히려 함께 호흡하고 교감해서 얻는 부분이 있었다.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부분에 관해서는 열려있어서 좋았다”고 떠올렸다.
천우희는 강하늘과 편지로 깊은 교감을 나눈다. 천우희는 “시나리오를 받고 두 인물이 각자 이야기하는 게 마음에 들었다. 특히 에필로그가 마음에 들었다”며 “영호를 표현한 강하늘이 좋았다. 그가 표현한 청춘이 생동감 넘치게 다가왔다. 영호와 소희의 결이 표현한 청춘의 결이 달랐다”고 말했다.
촬영 당시에는 자주 만나지 못했다는 두 배우는 오히려 홍보 과정에서 친해졌다고 했다. 천우희는 “홍보하며 친해지고 있다. 현장에서 마주칠 일이 드물었고, 오히려 후반 작업이나 홍보 때 많이 만났다. 강하늘은 넉살이 좋다. 친근하게 대해줘서 편하고 성격도 잘 맞는다”고 말했다.
만약 강하늘과 다른 작품에서 연기한다면 어떤 역할로 마주 하고 싶은지 묻자 천우희는 “잔잔하고 많이 부딪히는 작품이면 좋겠다. 티키타카가 많은 역할이 어떨까. 강하늘이 리액션이 좋은 배우이기에 같이 맞추면 좋겠다. 남매로 나와도 재미있을 거 같다”고 답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2003년과 2011년을 오가며 전개된다. 가로본능 휴대전화, 우체통, 책방 등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소품이 영화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촬영 때 책방이 마음에 들었다. 세트장이었지만 실제 책으로 다 채워놓아서 원래 존재한 헌책방 같았다. 오래된 패션잡지, LP판, 카세트테이프를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는 소품을 보며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여파 속 개봉하는 것에 관해 천우희는 “촬영도 쉽지 않았는데, 개봉하게 됐다. 개봉하게 된 것만으로 감사하다. 많은 분께 보여드리고 싶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사진=키다리이엔티, 소니픽쳐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저작권자ⓒ뉴스컬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